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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6.26 22:12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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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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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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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외전 서큐버스 여왕

DUMMY

외전 <서큐버스 여왕>



“아아. 이게 뭐야 정말. 모처럼 좋은 남자를 만났는데 이것저것 하지도 못하고 헤어지고.”


릴리트는 하늘을 날았다.

박쥐와 닮은 날개를 펴고 유유히 구름 사이를 지나갔다.

페넥스의 부탁으로 가람 왕국에 갔다가, 뜻밖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정말 즐거워 보였지.”


마왕성에서 사라진 가더가 그렇게 재밌게 살고 있을 줄 몰랐다.

하마터면 그 모습이 샘이 나서 선을 넘을 뻔했다.

실제로 선을 몇 번 넘었다가 제정신을 차린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말이다.


“여사제. 다시 만나면 똑같이 되돌려주려 했지만···.”


여사제가 가더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결국 망가뜨리지 못하고 선물만 잔뜩 주고 온 꼴이 돼버렸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알고 있어?”


다짜고짜 아무도 없는 허공에 불평하였다.

그녀의 눈빛은 그곳에 없는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그래. 너라면 내버려 두라고 말했겠지. 그래서 참고 나온 거잖아.”


그렇다.

지금은 없는 상대.

다시는 곁에 있을 수 없는 상대와 이야기했다.

모든 건 용사에게 당한 그날 밤에 시작했다.

멍청하고도 미련한 한 남자의 저주가 지금을 만들었다.


“아아. 정말 보고 싶다.”


만약 음유시인이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하루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에서 노래할 것이다.

서큐버스 생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뛰게 만든 남자의 이야기.

릴리트는 아직도 그날의 일이 생생했다.



*****



시작은 작은 흥미였다.

부인의 장례식에서 외로워하는 남자를 위로해주었다.

행복한 꿈을 보여주고 그 대가로 정기를 얻었다.


“대체 너희들이 말하는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다음 날, 남자는 목을 매달았다.

밤새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는 꿈에서 일어나고 태도가 바뀌었다.

부드럽던 태도도, 달콤하던 속삭임도, 전부 저주와 독설로 변해서 그녀를 저주하고 죽었다.


“인간의 사랑. 살짝 흥미가 생겼어.”


목을 매단 남자를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을 보내기에는 딱 좋은 흥밋거리였다.

그때부터 사랑을 알법한 사람에게는 모두 다가갔다.

이 일이 왕국 하나를 집어삼킬 정도의 규모가 될 줄은, 이때는 아직 몰랐다.



“또, 또, 또, 싫은 척 좀 하지 마. 어째서 그렇게 귀여움을 잔뜩 받아 놓고서도 나를 싫어할 수 있는 거야?”


북부 왕국의 수도 윈터우드를 차지한 릴리트는 침대에 많은 남자를 두고 말했다.

이 많은 남자 중에서 특히 너를 원한다고 콕 집어서 말하였다.

이렇게 하면 상대가 치열한 경쟁자 속에서 선택받았다는 행복을 느낄 줄 알았다.

실제로 몇몇은 그러했으니 당연하게 여겼다.


“싫습니다. 대체 이런 짓을 하는 당신을 어떻게 좋아합니까? 애정도 사랑도 없이, 쾌락만을 목적으로 한 공허한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즐깁니까.”


이 왕국에서 릴리트의 말은 법도와도 같은 이치였다.

그러나 그 남자만큼은 매번 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몸은 좋은 주제에 고지식하게 안경이나 쓰는 외견부터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잔소리, 설교, 고지식한 말,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태도까지.

하지만 그에게 듣는 말은 썩 나쁘지 않았다.

관계를 맺기 전 하나의 놀이이며 그만의 매력이었다.

실제로 잠자리에 함께 들면 누구보다 귀여웠으니, 서큐버스의 애간장을 태울 줄 안다고 칭찬했다.


“당신은 정말로 끔찍하군요. 모든 걸 쾌락으로 받아들이기나 하고. 짐승 또한 이렇게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을 겁니다.”

“그야 당연하지. 끝없는 쾌락을 갈구하는 거야말로 사람의 장점이잖아. 그,러,니,까, 그만 애태우고 빨리 와서 누워. 오늘도 너랑 잘 거라니까?”

“당신은 분명 후회할 겁니다. 제 몸을 가져도 마음을 얻지 못한 일을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그때 돼서 후회해도 이미 늦습니다. 그러니 아무의 몸이나 취하는 이런 무의미한 행위는 그만두고···”

“아아. 알았어. 오늘도 나에게 억지로 범해지고 싶다는 거지?”

“당신은 정말로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응. 다 듣고 있어, 남은 건 침대에서 마저 들을 테니 실컷 이야기해.”


그때의 릴리트는 어리숙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 왕국을 발아래에 두고 너무나 취해있었다.

이곳에서 들었던, 당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행복할 거라는 말.

연인들과 건국한 꿈의 낙원은 영원토록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서큐버스에게도 꿈에서 깨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그때가 돼서야 깨달았다.

그 남자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이 옳았다.

생이 다하도록 이날을 후회할 것이었다.

차가운 북부의 왕국.

그곳에 자리 잡은 서큐버스의 망상을 깨울 악몽이 찾아왔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너에게는 내 꿈이 통하지 않는 거야!”


차가운 북부의 왕국, 아인프로스트의 수도 윈터우드.

그곳은 릴리트의 거주지이자 발아래에 둔 도시 규모의 환락가였다.

릴리트는 돈을 주고도 못 구할 고귀한 여인이었으며, 왕이었으며, 꿈을 좇는 이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손가락 한 번만 까딱이면 수백, 수천 명의 국민이 그녀를 위해 목숨 바쳤다.

하룻밤 꿈을 위해서 제 몸을 팔아넘기는 이들이 즐비했다.

그날 밤. 왕국의 사람들은 본래의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 바치는 꼭두각시 극장의 일원이었다.


“여사제! 너에게는 왜 내 환각이 통하지 않는 거냐고!”


그러나 무대의 막이 내릴 때가 되었다.

절대로 끝나지 않을 줄 알았던 릴리트의 공연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용사 일행은 극단 주인을 무대 위로 끌어내렸다.

두 역할 중 어느 한쪽이 쓰러져야 하는 종장을 시작하였다.


“왜 당신 공격이 통하지 않냐고요? 그야 당신은 사악한 악마니까요.”

“뭐?”

“더러운 힘으로 성을 쌓아봤자, 신의 발치에 닿는 건 불가능한 법이에요.”


막은 종막을 향해 치달았다.

무대 위에 작은 발소리가 울렸다.

극단의 주인이 무대 위에 올라서서 필사적으로 춤을 추었다.

오로지 그녀만의 힘으로 세 용사를 잠에 빠지게 하였다.

이대로 그녀의 승리인가 생각한 순간, 이변은 찾아왔다.

모든 극단 이야기의 끝이 으레 그렇듯. 오만한 악역은 신의 이름을 내세운 선한 역에 무릎 꿇는 법이다.


“괴물. 괴물 같은 년. 어떻게 한낱 인간이 이런 게 가능한 거야···!”


마지막까지 악역의 역할을 완수하며 살벌하게 눈을 빛냈다.

서큐버스의 마력으로 오염되었던 무대 위의 공기가 맑아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거대한 신성력은, 음흉하게 무대를 관람하던 극단 주인에게는 버거운 공기였다.

성직자는 무대 위로 끌려와 수고해준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엇이 됐든. 궁금해할 필요 없어요.”


선한 역이 해야 할 마지막 절차를 진행했다.


“당신은 이곳에서 죽어야 마땅한 악(惡)이니까요.”


이는 연극으로 치자면 마무리 대사였다.

이 대사와 함께 악역은 쓰러져야했다.

그러나 현실의 무대는 더욱 치열했다.

종막을 거부하는 발버둥이 무대 위에 이어졌다.

빠르게 밟는 구두와 바쁘게 돌아가는 팔과 허리. 숨 가쁘게 쏟아지는 피와 땀이 마족의 원초적인 욕망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토록 처절했던 마지막 춤조차 끝났다.

마지막에 서 있는 건 역시나 신실한 성직자였다.


“이런 이야기. 나는 용납 못 해!”


끝까지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악역은 마지막까지 추하게 발버둥 쳤다.

바닥을 기고 기어서 무대 뒤편에서 보호하던 연인들에게 손을 뻗었다.


“상처를! 상처를 치료하기만 하면···!”


여기는 꿈의 세계.

모두가 바라는 생의 안식처.

릴리트는 사랑하는 연인들과 함께하면 다시 한번 싸울 수 있었다.

사랑을 좇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처럼 몇 번이고 부활하여 싸울 수 있었다.


“정기를! 정기를 나눠줘. 내가 사랑하는 너희···”

“푸흣.”


비웃음 소리가 무대에 난입했다.

그녀를 비웃는 건 신실한 성직자가 한 일이 아니었다.

릴리트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던 움직임이 처음으로 멈췄다.


“꼴 좋구나. 그렇게 콧대 높은 모습을 하더니만.”


웃은 건 무대 위에 올리지 않고 지켜준 연인들.

이제 왕국의 주인은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제 연인들을 올려다보았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그야 너 때문에 내 연인이 죽었으니까!”

“무슨 소리야···? 그건 네가 원했던···”

“닥쳐! 닥치라고! 너 때문에 내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어! 더러운 서큐버스! 역겨운 몽마!”


한때 사랑을 속삭였던 연인들은, 사실 누구보다 그녀의 몰락을 바라였다.

서큐버스의 농간에 당하였다는 면죄부를 이용했다.

그들의 비웃음과 지독한 독설이 릴리트의 지난 추억을 하나하나 불태웠다.


“거짓말··· 너는 아니지? 너만큼은 항상 나를 사랑한다고···!”


죽음이 다가와서야 알게 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독 수집품 중에서 애정이 갔던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 남자는 항상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줬고, 이 모든 게 사랑이라며 알려준 남자였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말이 아니었다.

릴리트는 그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가 멈추었다.

천천히 복부로 시선을 내렸다.

새빨간 피가 군청색 드레스를 적셨다.


“쿨럭!”


입을 틀어막고 피를 토해냈다.

언젠가 그가 갖고 싶어 했던 단검을 심장에 돌려받았다.

영원토록 자신을 사랑할 거라 맹세했던 마음이, 약해진 몸을 꿰뚫고 피를 흘리게 하였다.


“더러운 서큐버스. 이게 사랑이라고 믿다니 멍청하기까지 하구나.”


모든 게 거짓이었다.

모든 게 거짓으로 얼룩진 왕국이었다.

자신과 그들이 이루었다고 생각한 꿈의 왕국은, 한 사람만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이제 깨달았나요? 서큐버스.”


릴리트는 눈을 매섭게 뜨며 뒤돌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이게 거짓으로 마음을 농락한 악마의 최후예요.”


이 순간만큼은 릴리트에게 있어서 여사제는 사신이었다.

하얀 망토를 뒤집어쓴 성직자는 악마를 죽이기 위해 태어난 죽음의 신 같았다.

사천왕이 된 이후 처음으로 인간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한 번도 죽음을 몰랐던 인생에 손발이 떨렸다.

하지만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도 타오르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너···들··· 전···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모멸감이 붉은 눈동자에 새겨졌다.

하얀 사제와의 싸움으로 약해진 몸이었지만, 최후로 발악할 힘은 남았다.

복부에 꽂힌 검을 뽑았다.

한때 아끼던 남자의 얼굴에 검을 꽂았다.

남은 배신자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녀에게 이롭지 못했다.


“어딜 도망가려고요!”


또다시 찾아오는 황금빛 빛무리에서 급히 멀어졌다.

날개를 펼쳐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언젠가··· 언젠가 전부 돌려줄 테다 인간 놈들···! 반드시 복수할 거라고!”


신성력에 불탄 얼굴을 감싸며 울부짖었다.

안개로 변하여 그들이 있는 방을 벗어났다.

안개 상태에서는 성직자의 매서운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유유히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릴리트는 어느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현기증이 일어나 쓰러졌다.


“리, 릴리트 님?!”


그녀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직 이 왕국에 자신을 따르는 이가 남아있었다.

릴리트와 연인들만 아는 비밀통로를 지키는 졸병.

평소라면 포상이라도 주었겠지만, 지금은 살아남기 급급했다.


“문! 문 열어!”

“네, 넵!”


그들은 항상 그랬듯 제 자리를 잘 지켰다.

도르레 소리와 함께 비밀통로가 열렸다.


‘좋아. 괜찮아. 아직 버틸 수 있어. 이제 어디서 정기를 비축한 뒤에···’


안개화까지 하는 바람에 매혹을 걸 힘도 아슬아슬했다.

지금이라면 하급 서큐버스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졸병들이 이 사실을 알 리가 없고, 살아남기만 하면 그녀는 힘을 되찾을 것이다.

이대로 물에 젖은 통로를 빠져나가서 훗날을 도모하려던 그때였다.

어깨에 작열하는 통증이 생겼다.


“아아아악!”

“찾았다!”


숨 막히는 고통이 온몸을 떨게 했다.

릴리트는 제 어깨를 꿰뚫은 화살을 바라봤다.

이윽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쇠뇌가 성 안쪽에서 빛나고 있었다.

등에 한 발 더 꽂히고 몸이 중심을 잃었다.


“효과가 있어! 한 발 더! 한 발 더 장전해!”


저것 또한 언젠가 릴리트가 구해다 준 물건이었다.

저 나약한 성물이 제 숨통을 조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째서? 총애받던 저들이 어째서 릴리트 님을?”

“뭐 하는 거야! 어서 빨리 나를 지켜!”


비밀통로를 지키던 졸병들이 엉거주춤 창을 들고 일어섰다.

이에 추격자들이 졸병에게 외쳤다.


“용사가 찾아왔어! 릴리트의 악몽은 이제 끝났어!”


이어지는 단 한마디에, 그녀를 위해 창을 든 이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 창끝이 누구를 향할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 나는 정말로···’


릴리트는 보았다.

수많은 남자가 손을 뻗어왔다.

몇 번이고 환영하며 잡아당겼던 손이지만, 이번만큼은 닿기를 거부했다.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다리를 움직였다. 어깨를 뚫은 고통을 참고 내리 달렸다.

그러나 용사와 싸우고 엉망진창인 몸 상태였다.

그에 반하면 저들은 그녀의 총애 아래 안전하게 있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던 힘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절차였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안개로 변하였다.


‘여긴 어디···?’


정신없이 탈출한 사방은 어두웠다.

그 잠깐 사이 기억에 공백이 있었다.

정신을 잃은 건 남은 힘을 다 쓴 여파라고, 이대로 가면 죽을 거라고 직감했다.


‘몸이 무거워···.’


살면서 처음으로 제 몸이 무겁다고 느꼈다.

언제나 깃털 같다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지금은 쇳덩이를 달고 다니는 게 아닌지 의심됐다.


‘일단 정기를 회복하고···’


왕국의 어느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정기 냄새는 사방에 있었다.

제일 가까운 문으로 다가가서 손등으로 두들긴 그때였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수염 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반가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지던 그때였다.


“저기 내가···”


쾅-

문이 닫혔다.

안에 있던 사람이 닫은 게 아니었다.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은 그녀 앞으로 익숙한 남자가 다가와 있었다.


“너, 너는···.”


릴리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 성의 감옥 안에 가둬두었던 남자였다.

잠자리 제안을 끝없이 거부하고, 항상 흥을 끊는 말을 한 벌로 채찍질하여 감옥에 던져두었던 남자였다.


“릴리트···!”


그 또한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크나큰 분노가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릴리트는 도망가려 했지만, 약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 안녕···? 오랜만이다 그렇지···?”


궁지에 몰린 정신이 멋대로 말을 뱉었다.

역시 반가울 리 없는 그의 눈동자가 더욱 험악해졌다.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공포에 다리가 풀렸다.

따닥따닥 치아가 부딪쳤다.

겁에 찔려 떠는 지금의 모습에서 한때 고귀하였던 여왕은 온데간데없었다.


“미치겠군.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돌아다녀!”


항상 침울한 눈빛만 보여줬던 남자였다. 이런 식으로 화낼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릴리트는 그 분노를 견딜 수 없어서 파르르 떨었다.


“이봐, 무슨 일인데! 뭔 일 있어?”


집 안에서 릴리트의 유일한 구원이었던 남자가 소리쳤다.

당장 도와달라고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거대한 손이 입을 틀어막았다.

분명 몇 번이고 닿았던 손인데···.

지금만큼은 숨이 멈출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봐. 앞에 막은 게 누군지 모르겠는데 좀 비켜봐. 내가 지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방금 분명히···”

“젠장! 닥쳐! 남의 연애사에 신경 쓰지 말고 발 닦고 잠이나 쳐 자라고!”


한때 감옥에 갇혔던 남자가 험한 욕지거리를 뱉었다.

그는 끝까지 바른말만 하였던 사내였기에, 이 또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뭐야. 사랑싸움이야? 그러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왜 욕을 해?”


이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는지. 집 안의 남자가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가 릴리트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하여간. 그 서큐버스 년 때문에 온 도시가 난리라니까.”


둔기 종류의 쇠붙이가 벽에 걸리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멀어졌다.

릴리트는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할뻔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음은 눈앞에서 살벌한 눈빛을 한 남자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넘기지 않고 제 손으로 죽이고 싶은 걸까.

몇 번이고 경험했던 손아귀의 힘을 떠올리면. 필시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내, 내가 잘못했어. 이제는 얌전히 지낼 테니까 제발 이번 한 번만···”


그래서 릴리트가 선택한 길은 비굴했다.

처량해진 모습으로 손발이 다 닳도록 빌었다.


“망할···. 아무 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부탁이야. 제발··· 제발 죽이지 말아줘···.”

“젠장! 지금 죽고 싶은 게 아니면 닥치고 따라오라고!”


여사제에게 치명상을 입고, 힘을 잃은 서큐버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때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버린 남자에게도 힘없이 끌려갔다.

아무 말 없이 걷기를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정기를 다 소모하고. 몸에 잔류한 신성력이 생명을 갉아먹는 탓에 눈앞이 흐릿해졌다.


“어이 형씨. 혹시 말이야. 서큐버스 년을 보게 되면···”

“닥쳐. 이거나 받고 내일까지 이곳에 얼씬도 하지 마.”


릴리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탓에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도착하고 나서야 어느 허름한 건물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문득 이곳이 제 목숨을 취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목적지가 이 여관임을 눈치챘다.


“이봐 너. 그런데 지금 상태가···”

“닥쳐! 닥치고 나가라고! 너 아니어도 이 돈 받고 비워줄 여관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다른 이의 도움을 사전에 전부 차단해놓았다.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의 손에 이끌려서 힘없이 이층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윽!”


그리고 사정없이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몸을 떨게 했다.


“벗어.”


그가 말했다.

한없이 오만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이에 릴리트는 더욱 제 몸을 끌어안았다.


“제발 부탁이야···. 제발 죽이지 말아줘···.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할게. 그러니 제발···”

“나한테는 시도 때도 없이 잘만 말하더니, 결국 또 생각 없이 뱉은 소리였나 보네.”

“미안해. 제발 그만···! 그···만···!”


언젠가 보았던 악마 처형의 그림.

한 악마가 알몸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서, 돌팔매질 맞고 죽는 그림이 떠올랐다.

그때는 인간에게 희롱이나 당하는 한심한 악마라고 욕하며 비웃었다.

하지만 막상 내 일로 들이닥치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누워.”

“제발.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지금 죽기 싫으면 누우라고!”


결국 눈물까지 터트렸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따랐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온몸에 대못이 박힐 고통을 기다렸다.

죽을 때가 다가오자, 깊은 서러움과 배신감이 응어리져서 올라왔다.


“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너희가 바랐잖아! 너희가 바란 거잖아! 나는 그냥 시간을 때울 곳이 필요했을 뿐··· 읍···!”


릴리트의 우는 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적나라한 열기가 입안에 얽혀왔다.


“흡. 으읍. 흐읏···!”


당혹스러움은 잠깐이었다.

입안에 감도는 열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가갔다.

릴리트는 어떻게든 더 살아남을 수단을 갈구했다.

필사적으로 혀를 얽혀가며, 그에게 매달렸다.


“후, 후아. 대체 왜···”


이내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고 아쉬움이 진득하게 남았다.

열기는 더욱 뜨겁게 가슴에 남아서, 릴리트의 졸도 직전인 정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묻지 마.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으니까.”


상체를 일으킨 그가 윗옷을 벗었다.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에도 단련했는지. 탄탄한 근육이 온몸에 자리 잡았다.


“마음에 들어? 네 관심에서 멀어질까 봐. 나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는데.”


그가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아까보다 더 진하고 깊은 정기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눈 감아. 그리고 제대로 느껴.”


이내 벅찬 감각이 몸 안쪽을 헤집었다.

릴리트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감각에 정신이 혼미했다.


“조금 더. 조금 더 줘. 더 필요해. 제발 더···.”

“재촉하지 마. 네가 원하는 만큼 전부 내줄 테니까.”

“많이. 더 많이. 더 많이 줘···!”


릴리트는 많은 말을 쏟아냈다.

제정신이 아니었으나 쏟아낸 말만큼 온갖 생각이 하나둘 자리 잡았다.

그중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는 건, 한때 지나간 어느 기억이었다.


-이봐 너희들. 대체 사랑이 뭐길래, 다들 나를 거부하는 거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연인이라고 믿었던 이들을 한데 모아 사랑에 관해 물은 적이 있었다.


-릴리트 님과 저희가 하는 모든 것이 사랑입니다.

-그래? 그러면 이게 너희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거지?

-네, 물론입니다. 이게 저희 인간들이 말하는. 영원불변하는 감정인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하아··· 하아··· 잠깐만··· 조금만 천천히···”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 벅찬지 눈물이 고였다.

릴리트는 눈물에 흐릿한 시야 너머로 남자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이런 건 사랑이 아닙니다. 결코 사랑이라고 칭할 수 없는 끔찍한 행위이죠.


옛날이나 지금이나 무뚝뚝하고 융통성이 없다.

지금껏 어떻게 참아왔는지 제 고집대로만 하는 우악스러운 남자였다.

한때는 이런 남자를 꺾는 재미도 있을 거 같아서 곁에 두었다.

그러나 좀처럼 꺾이지 않던 와중에 선을 넘어버려서 그를 버렸다.


“너··· 이름이··· 뭐야···?”


인제 와서 후회해도 늦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잡고 싶었다.

한때는 싫었던 그의 고집이 돌이켜 보니 싫지 않았다.

오히려 호감 가는 쪽이라는 걸 지금 깨달았다.


“이름··· 부탁이야···”


릴리트는 잔뜩 목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안락함 속에서 사라져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필사적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이름··· 말해줘···”


청각도 시각도 촉각도 모두 이상하다.

당장 몸이 수면을 원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가 할 말을 듣고 싶었다.

지금 어떻게든 이름을 듣고 싶었다.


“들으십시오. 제 이름은-”


남자가 말했다.

안심한 얼굴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그렇구나.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남자의 이름은···.’


눈이 감기고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완전히 배제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인간을 이해했다.

인간이 말한 감정을 이해했으며, 처음으로 남자의 몸이 아닌 사랑이 궁금해졌다.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 그거면 충분합니다.


꿈속의 자신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게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국 남자의 이름을 듣지 못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지금까지 밤을 보낸 남자 중 한 명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면 충분하였다.

그러니까 잠에서 깨면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자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 하하하···.”


비록 그것이 짧은 꿈일지라도. 다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도 말이다.


-애정도 사랑도 없이, 쾌락만을 목적으로 한 공허한 관계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즐깁니까.


그는 항상 말했다.

사랑이 있는 관계는 지금까지와 다를 거라고.

실로 그러했다.

그가 옳았다.

그렇기에 이것은 사랑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찾아다니던 사랑이었다.


“흐윽. 흐으윽. 나는··· 나는 이런 거··· 이런 거 바란 적 없어···!”


그러나 오랜 방황 끝에 찾아낸 사랑에 기뻐할 수 없었다.

도저히 행복할 수가 없었다.

꿈에 그리던 사랑은 한 번도 이렇게 아픈 적이 없었다.

이 순간 차라리 그림 속에 못 박힌 악마가 되고 싶었다.


-당신은 정말로 끔찍하군요. 모든 걸 쾌락으로 받아들이기나 하고. 짐승 또한 이렇게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을 겁니다.


그가 했던 지난 말이 하나하나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는 그녀를 짐승보다 못하고 비난했다.

한 번도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가 옳았다.

정말로 자신은 짐승보다 못했다.

짐승도 이런 식으로 식사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너희들을 닮고 싶었을 뿐인데. 대체 왜!”


릴리트는 얼굴을 감쌌다.

피에 젖은 이불보.

한없이 공허한 눈동자.

어제의 따스함이 거짓말처럼 그의 몸은 차가웠다.

후회와 슬픔으로 길게 울부짖으며 단단한 몸에 머리를 기댔다.

어떻게든 어제의 온기를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더듬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온기를 찾을 수 없었다.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죽어있었다.

짐승같이 정기를 받아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의 상태를 전혀 신경 쓰지 못한 결과였다.


“여기야! 분명 여기에 배신자가 왔댔어!”

“지독한 배신자 놈! 어떻게 쇠뇌를 맞고 여기까지 온 거지?”


슬픔의 감정이 잦아드는 것보다 이르게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릴리트는 소란의 주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서큐버스의 붉은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 강한 살의로 빛났다.

으득, 이가 맞물려 그녀답지 않은 사나운 소리가 나왔다.


“감히! 감히···!”


아직 회복이 덜 된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문 앞으로 향하였다.

복수심에 눈먼 살기가 지독하게 흘러나왔다.

이 순간 저들에게 잔인한 꿈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왕국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녀가 사천왕인 이유.

그 공포를 저들의 머리에 단단히 새기겠노라고. 마음속 깊이 정한 그때였다.


-사랑해 나의 여왕님.


원적을 해하기 위해 나가려던 팔에 무언가가 걸렸다.

흉흉했던 살기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아침이 되면 여기를 떠나. 나 같은 거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정말로 당신이 그리는 사랑이란 걸 해봐.


전날 밤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금 그녀를 제어했다.

살기가 그치기 무섭게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저들을 죽이면. 또 너는 나를 혼낼까?”


애매하게 얽힌 남자의 손. 더 이상 저들을 해하기 위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역시나.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그에 비해 바깥의 발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그래도 어쩐지 침대 위의 남자에게서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고마워. 나의 은인. 나의 첫사랑. 넌 내가 기억하지 않길 바라겠지만 영원히 너를 기억할게.”


벌컥-

문이 열리고 무장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공간에는 이미 릴리트가 없었다.

그저 싸늘한 시체 한 구가 있을 뿐이었다.

그 시체가 백 일이 지나도 절대로 썩지 않는다는 것을 훗날에 알려진 일이다.

그리고 그 시체가 돌연히 사라진 일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지는 건 아주아주 먼 훗날의 일.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먼 날의 일이다.


“이건 신기하군. 서큐버스의 여왕이라 불리던 네가 이런 모습이 되다니.”


사람이 살지 않는 오두막에 붉은 머리 남자가 찾아왔다.

오두막 안에 몸을 숨긴 건, 장시간 정기를 흡수하지 않아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인 릴리트였다.


“꺼져 페넥스. 네 성격에 맞춰줄 기분 아니니까.”

“이대로 죽을 생각인 건가 릴리트?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지긋지긋한 동료는 사랑을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대한 욕망을 채울 방법을 제안했다.

페넥스의 부탁은 릴리트가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거래라는 명목하에 두 사람은 손잡았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맹세는 없었다.

어느 한쪽이 약속을 깨버리는 위험 부담을 짊어지고 움직이는 것.

이것이 그들 마족간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



“그래. 네가 순순히 다녀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


릴리트가 떠난 오두막.

그녀가 떠난 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났다.

붉은 머리 남자는 펼친 책을 덮었다.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무심한 눈길로 오두막 바닥을 바라봤다.


“그래도 성과를 얻었으니 따지러 갈 필요는 없겠어.”


의자에서 일어난 남자는 유유히 오두막을 떠났다.

그가 떠난 오두막에는 적막한 침묵이 남았다.

그리고 그가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듯. 두 구의 불에 탄 시신이 있었다.

하나는 새까만 붉은색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의 시신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의 시신이었다.

두 구의 시신의 공통점은 그들의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 그러면 카라스 족의 여인아. 너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거지?”


내리쬐는 햇볕, 우거진 수풀의 어둠에서 두 사람이 마주 봤다.

숲의 그늘에 검은 깃털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사천왕 페넥스. 이카루스 님이 당신에게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가람 왕국을 비웠던 모험가 길드의 부길드장 클레인.

그녀 혼자서 페넥스와 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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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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