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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20 23:25
연재수 :
199 회
조회수 :
11,434
추천수 :
130
글자수 :
1,500,812

작성
23.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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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인연의 시작5

DUMMY

외전 <인연의 시작5>



유령 마을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게일은 아침부터 방 하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막 세수를 끝낸 모몬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봤다.


“게일. 지금 거기서 뭐 하나?”


이내 그는 결심한 듯 방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하얀 이불에 파묻힌 금빛 머리카락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복도를 가로질러서 나갈 채비를 꾸렸다.


“여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아니야. 그냥 기분 탓이었나 봐.”


허리 위 벨트에 포션을 찔러넣었다.

갈색 머리를 긁적이며 문에서 멀어졌다.


“그보다 어제 안 간 곳이 있었나? 네가 보기에는 더 깊이 들어봐야 할 거 같아?”


게일은 오늘 이어갈 정찰로 이야기를 돌렸다.

모몬은 잠시 방문을 흘겨봤다.

금방 시선을 떼고 게일을 따라서 나갈 준비를 하였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게 좋을 듯하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지? 우물 서쪽에 있는 숲으로 가보자.”

“포션은 두 개 정도만 챙기면 되겠지.”

“대충 생수와 육포, 치즈 두 조각 정도만 챙기자.”


게일은 모몬의 어깨를 두드리고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바람을 타고 문 안쪽으로 들어왔다.

목 밑에 덧댄 천을 턱까지 올렸다.

찬바람이 들어가는 문을 조용히 닫았다.


“삭막하군.”


바깥은 여전히 휑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마을이었다.

흙먼지 냄새와 정돈되지 않는 거리의 모습이, 가을의 계절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


“게일. 왜 그러지?”

“잠깐만. 확인해 볼 게 있어서.”


문밖으로 발을 내밀었던 게일은 거점 근처를 돌았다.

한 바퀴를 다 돌았을 즈음에 화단 근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은근히 미간을 찌푸리고 위를 올려봤다.

화단의 위치는 여자들이 지내는 방 아래였다.


“왜 그러지. 혹시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있는 건가?”


모몬의 물음에 게일은 고개를 저었다.

어깨를 툭 건드리고 뒤통수 뒤로 손깍지를 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 싶어서.”

“하하. 감성적이군. 확실히 너의 말대로 마을의 이전 모습이 궁금하긴 하네.”


그들을 화단에서 멀어져 마을의 중심지로 향했다.

어제 보았던 우물 앞에서 준비 단계를 최종 점검하였다.

장비 상태도 소모품도 양호하다.


“마을은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겠군.”


마을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인기척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출발하기에 앞서 괜스레 우물 근처를 둘러봤다.


“저곳으로 가도록 하지.”


모몬이 서쪽 숲을 가리켰다.

원래부터 가기로 계획했던 방향이었다.

게일은 아직 마을 내부가 신경 쓰이는 눈치였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기도 있어.”


숲을 걷던 중에 게일이 발걸음을 멈췄다.

주위의 풀을 어루만지며 미간을 좁혔다.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심각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낙엽을 들추기도 하고 나무 기둥을 만지기도 했다.

그러나 모몬은 게일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숲은 전혀 이상한 구석이 없었다.


“있다니 대체 무엇이 말인가?”


동료가 물었지만, 게일은 침묵했다.

온전히 본인만이 고민해야 할 문제처럼 입을 다물고 열지 않았다.

오직 눈빛에만 고통이 짙게 드러났다.

그 반응에 모몬은 볼을 긁적이며 난감해하였다.


“게일. 무슨 문제가 있다면···”

“아니야 모몬. 별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도저히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표정은 아니다.

그래도 그가 바라는 대로 침묵했다.


“그러면 우리 조금 더 들어가 볼까?”


게일이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닥에 깔린 낙엽을 발로 헤집었다.

어느 흔적을 지우려는 듯한 행동으로 보였다.

그가 떠난 자리에 선 모몬이 낙엽 위를 쳐다봤다.


“대체 무엇을 봤기에···”


여전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있어봤자 무의미할 거 같기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모몬은 게일이 앞서 걷는 곳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이후에도 몇 번씩이나 게일이 무언가 확인하고 얼굴을 굳혔다.

최대한 파티의 리더가 한 부탁이니 끝까지 지켜주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안 되겠네. 대체 무엇이 문제기에 한 걸음 뗄 때마다 얼굴을 굳히는 건가?”


앞장서던 게일이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본 게일의 얼굴은 드디어 할 말이 생긴 얼굴이었다.

스윽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 지점에 서서 이야기했다.


“여기까지야.”

“무엇이?”

“정확히 여기까지 신성력이 남아있어.”


모몬은 눈썹을 찡그렸다.

게일의 말대로라면 마을 입구서부터 꽤 깊은 곳까지 신성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문제라는 건가?”

“문제는 없지. 문제는 없어. 하지만 도대체 왜···?”

“게일. 혼잣말하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하게. 도대체 이곳에 남은 신성력이 이번 일과 무슨 관련이기에 그렇게 초조해하는가?”


답답하여 물었지만, 게일은 또다시 침묵했다.

모몬은 그가 끝내 말을 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했다.


“아무 일 아니야.”


짐작한 대로 고개를 저었다.

기껏 걱정했는데. 곁을 스쳐 지나가며 어깨를 두드리곤 끝이었다.

모몬은 침통한 마음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리더를 존중하기에 기다리기로 했다.


“우선 나가자. 우린 너무 깊이 들어왔어.”


확실히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깊이 숲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출발했던 시간은 벌써 낮이 되었다.

잠에서 깬 캣니스와 에이린이 거점에서 기다릴 것이다.

쪽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걱정할 터였다.


“가자. 애들이 기다리겠어.”


원래 오늘 일정에는 캣니스와 에이린도 함께 수색하기로 했다.

돌아가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다시 오기로 정했다.


“게일. 잠깐 기다리게.”


그런데 모몬이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았다.

게일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발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모몬. 무슨 일이야?”

“무슨 소리 들리지 않는가?”


그 말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는 새 소리와 낙엽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아니. 조금 더 집중해보게. 분명 무슨 소리가 났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같은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모몬. 역시 잘못 들은 게···”


그러나 조금 더 청각에 집중한 그때였다.

두 사람의 얼굴이 뻣뻣이 굳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들었나 할 거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아이의 소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네.”


한껏 예민해진 감각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아이의 우는 소리를 시작으로 여러 웅성거림이 귓가에 맴돌았다.


“살아있었어?”


예상치 못한 성과에 얼떨떨했다.

마을 사람들이 살아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게일. 이제 어떻게 하겠나?”


파티의 리더에게 앞으로의 행동을 물었다.

그 말에 게일은 턱을 감싸며 고심하였다.


“나는 가서 확인이라도 하는 게 좋을 듯싶네.”


모몬은 사건의 현장에 가까이 갈 것을 제안했다.

생존자의 상황과 길의 구조만 알아내도 돌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해지는 법이었다.


“아니. 돌아가자.”


하지만 게일은 철수를 택했다.

이는 철저한 계산을 통해 이룬 선택이 아니라 직감에 의한 선택이었다.


“처음 예상대로 마족이 연관되어 있다면 함정일 가능성이 커. 그러니 적어도 에이린의 마법이 필요할 거야.”


이 또한 올바른 견해였다.

당장 큰 위험을 질 필요는 없었다.

함정을 간파할 수단이 없으니 에이린과 함께 오는 쪽이 안전성이 높았다.


“알겠네. 그러면 길을 외워서 다시 오도록 하지.”


모몬은 나무에 상처와 끈을 남기고 뒤돌았다.

그런데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없자, 한 번 뒤돌았던 곳을 다시 보았다.


“게일. 왜 또 가지 않고 거기 서 있는 건가?”


당장 자리를 뜰 거 같았던 게일이 제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꽂힌 듯. 나뭇가지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게일!”

“어?”

“뭐 하는가? 어서 움직이게.”


그제야 게일이 멍한 정신을 붙잡았다.

동료의 재촉에 엉거주춤 다리를 움직였다.

그러나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뭇가지 너머를 주시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게일은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 보았던 하얀 생물은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등 뒤로 떨어지는 하얀 깃털이 눈에 담겼다.

주변의 수풀과 마찬가지로 그만이 볼 수 있는 신성력의 흔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전날 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여기 있어서 안 될 신성력에 관한 의문을 억누른 채 숲에서 멀어졌다.



*****



“게일! 왜 이제 와!”


거점으로 돌아오자마자 에이린이 격하게 반겼다.

그녀답지 않게 격렬한 반응이었다.

문책인지 반가움인지 모를 인사에 두 사람은 적잖이 당황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에이린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의 손을 끌고 방 안쪽으로 향하였다.

그동안 몰랐던 거점 내부를 확인하게 되었다.

많은 방을 지나서 창고가 연상되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이린. 여기에 뭐가 있는 거야?”


미약하게 나는 곰팡내. 무언가 썩은 듯한 악취. 한눈에 봐도 병든 벼와 감자 그리고 햄.

사람들이 사라지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식량창고로 들어왔다.

그 안에서 에이린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썩은 감자가 가득한 포대를 거꾸로 뒤집었다.

우수수. 내용물이 쏟아졌다.

포대 안에는 본래에 있을 내용물 말고도 다른 것이 있었다.


“그건 쥐 형태의 마물이로군.”


뒤늦게 들어온 모몬이 말했다.

시궁쥐들은 마수가 아니고 마물 정도의 지능을 갖춰 보였다.

시궁쥐의 마물들은 감자 사이로 도망가려다가 마법에 제압됐다.


“아침에는 캣니스가 나방 형태의 마물을 발견했어.”


창문 너머 밖에서 캣니스가 제 얼굴만 한 나방의 날개를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나방처럼 보이지만 나방에게 있어선 안 될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

그 모습에 게일은 미간을 팍 찡그렸다.

문을 열고 나가서 나방 형태의 마물을 건네받은 뒤, 캣니스의 얼굴과 나방을 번갈아봤다.


“···게일 님? 혹시 하실 말씀이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뚫어지게 본 것에 비해 말이 없었다.

하얀 기운을 응용하여 나방을 불태웠다.


“게일. 이런 하급 마물이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에이린이 하려는 말은 명확했다.

하급 마물은 아무 데나 출몰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식인 마기가 함께 있을 때 살아가는 생물들이었다.


“이곳에 마족이 있어.”


상급 마수 혹은 마인이 마을 근처에 있다.

게일이 처음 예견했던 직감대로 유령마을은 마족과 연관된 일이었다.


“그리고 이건 캣니스가 우물 안에서 발견한 거거든?”


게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그만큼 에이린이 품에서 꺼내든 물건은 범상치 않았다.


“마석···.”

“정확히는 마석이 박힌 조각상이었어.”

“이런 게 우물 안에 있었다고?”


캣니스가 와닿는 시선에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게일은 그런 그녀의 양 볼을 잡았다.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입 안에도 손가락을 넣었다.


“으븝. 게일 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너. 어제 우물의 물을 마셨잖아. 이상한 점 없어?”

“저는 마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그리고 저 마석은 마기를 다 쓰고 남은 잔여물이에요.”


마석을 확인하니 정말로 그렇다.

마기가 다 빠진 평범한 고체였다.

마석은 마기가 바닥난 후에 석 달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마을 사람들의 실종 시기와 겹쳤다.


“에이린, 캣니스. 실은 조금 전에 우리가···”


게일은 모몬과의 주변 조사로 얻은 정보를 풀었다.

숲에서 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에이린의 얼굴이 설핏 굳었다.

캣니스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들의 얼굴은 곧 분노로 물들었다.


“그러면 어서 가서 구해야 해요! 힘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마족이라니! 지금 당장 가서 무찔러요!”


정의감에 불타서 외치는 캣니스. 동의하는 에이린.

게일은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눈빛에 담긴 감정을 쉽사리 없애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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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90화 서큐버스 여왕 23.08.16 22 0 19쪽
111 외전 인연의 시작 終 23.08.14 17 0 24쪽
110 외전 인연의 시작9 23.08.11 20 0 18쪽
109 외전 인연의 시작8 23.08.09 17 0 17쪽
108 외전 인연의 시작7 23.08.07 20 0 21쪽
107 외전 인연의 시작6 23.08.03 20 1 13쪽
» 외전 인연의 시작5 23.08.02 21 1 12쪽
105 외전 인연의 시작4 23.08.01 19 1 13쪽
104 외전 인연의 시작3 23.07.31 17 1 15쪽
103 외전 인연의 시작2 23.07.29 17 0 17쪽
102 외전 인연의 시작1 23.07.28 19 0 15쪽
101 89화 동향과의 재회 23.07.27 26 0 17쪽
100 88화 동향과의 재회 23.07.25 22 0 13쪽
99 87화 동향과의 재회 23.07.24 24 0 21쪽
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4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20 0 17쪽
96 84화 동향과의 재회 23.07.18 22 0 16쪽
95 83화 동향과의 재회 23.07.17 24 0 22쪽
94 82화 동향과의 재회 23.07.12 30 0 14쪽
93 81화 동향과의 재회 23.07.10 36 0 13쪽
92 외전 마계의 끝자락에서 23.07.05 42 0 29쪽
91 80화 그의 비밀 23.07.03 37 0 24쪽
90 79화 그의 비밀 23.06.28 39 0 19쪽
89 78화 이안류 23.06.23 66 0 25쪽
88 77화 이안류 23.06.20 32 0 16쪽
87 76화 재침공 23.06.16 39 0 18쪽
86 75화 재침공 23.06.13 33 0 24쪽
85 74화 재침공 23.06.07 34 0 25쪽
84 73화 재침공 23.06.03 34 0 11쪽
83 72화 재침공 23.06.03 4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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