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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5.08 23:16
연재수 :
1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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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9
추천수 :
127
글자수 :
1,467,074

작성
23.06.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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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2화 재침공

DUMMY

72화 <재침공>



“캣니스!”


캣니스가 쓰러졌다.

피 범벅이 된 얼굴로 의식을 잃었다.

에이린은 눈물을 닦던 일도 멈추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에이린냥! 이거 큰일 난 거 아닐까냥?!”


루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에이린은 침착하게 손목 맥을 짚고 눈꺼풀 안쪽을 확인했다.


“···좋지 않아.”


몇 가지 마법을 사용해 캣니스의 상태를 살폈다.

입을 여는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생명력을 끌어다 썼어.”


손끝에 닿은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심장 박동과 호흡이 지나치게 약했다.

이것은 지나친 힘을 원한 대가.

생명력을 힘으로 치환하여 생긴 후유증이었다.


“당장 치료가 필요해.”


에이린은 캣니스의 시간을 건드렸다.

시간을 늦추어 당장 상태가 악화하는 일은 막아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 건 변함 없었다.

사제의 신성력만이 생명력을 채울 수 있다.

당장 바솔루트의 도움을 빌릴 수는 없기에, 어서 빨리 캣니스를 신전으로 데려가야 했다.


“고양이! 이 방에서 의심 가는 게 있으면 전부 찾아봐!”

“무! 무엇을 찾으면 될까냐?!”

“이 공간을 유지하는 매개체! 분명 네 감각이라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에이린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시간을 유지하는 마법에 상당한 기력을 쏟아부었다.

심지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마법도 병행하였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졸도했을 행위.

에이린이 캣니스를 찾은 건 행운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에이린냥?! 왼쪽 눈에서 피가 난다냐!”

“별거 아니야. 그냥 상처가 터져서 그래.”


에이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텅 빈 왼쪽 눈에서 붉은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루나는 경악하면서도 제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헷갈리지 않았다.


“알겠다냥! 절대로 무리하지 마라냐?”

“알겠어. 그러니 얼른 매개체를 찾아줘 고양아.”

“으으···. 내 이름은 고양이가 아니라 루나 타이거다냐! 절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냥!”


루나는 곧바로 공간 분리 개념의 성물을 탐색하였다.

그녀의 동물적인 감각이라면 이 공간에 존재하는 위화감을 찾을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에이린은 옅게 웃으며 눈에 난 상처를 마법으로 봉합했다.


“결국 시간 싸움이네.”


인위적으로 혈액을 순환하는 마법과 보온 효능을 가진 마법은 캣니스에게 사용했다.

캣니스의 호흡이 편안해진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각 같아서는 강제로 공간을 부수고 텔레포트를 사용하고 싶지만···.’


약해진 몸에 마법을 사용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공간이동의 마력을 견디지 못한 캣니스의 몸이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


“충분히 제압하는 단계에서 멈출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캣니스는 편한 길을 버리고 스스로 아픈 길을 선택한 걸까.

그 이유에 대해서 알 거 같기에 가슴이 답답하였다.


“너희들. 저기 있는 남자를 제대로 감시해.”


구석에 있는 두 사람.

노인과 아이에게 지시 내렸다.

아이의 한쪽 뺨이 시퍼렇게 부풀어 올라 있었지만.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줄 여유가 없었다.


“이런 때에도 쓸데없이 남을 챙기기나 하고···”


에이린이 아무리 하소연하여도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또 다른 마법진을 구성하여 기존의 술식에 중첩하였다.

두 사람이 아까의 부탁을 제대로 들어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스무 개의 복합 마법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신력을 소비했다.


“에이린냥! 찾았다냐!”

“그래, 그거야!”


루나가 드디어 공간의 매개체를 찾아냈다.

땅속에 묻혀있던 작은 여신의 조각상을 머리 높이 들어 올렸다.


“그걸 부숴!”


이어진 한마디에 조각상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여신의 조각상이 둘로 갈라지더니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중심을 잃었다.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던 공간이 무너져내렸다.


“웨슬리?”

“엄마?”


신성 마법의 매개체가 파괴되자 원래의 공간으로 되돌아갔다.

그곳에서 사라진 아이를 걱정하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웨슬리!”

“엄마!”


아이도 벌떡 일어서서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이의 어머니는 다리를 절뚝였지만. 그래도 아이를 제대로 끌어안았다.


“웨슬리 다행이야.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야···.”


이마를 맞대고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동안에 루나는 부순 조각상을 돌로 내리쳐 가루로 만들었다.

그 후에는 마법진에 열을 올리는 에이린에게 다가갔다.


“후냥. 아주 박살을 냈다냥. 그러면 이제 무얼 하면 될까냥?”

“잠깐만. 잠시 집중해야 해서···”


에이린은 손가락을 튕겨서 푸른 슬라임을 소환했다.

거대한 마법진으로 만들어진 요람에 캣니스를 안치했다.

통칭 블루를 머리맡에 베개하고. 그녀의 긴 속눈썹을 바라보았다.


“네가 바라던 대로 해결됐어. 그러니 일어날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쉬어.”


의식을 잃었기에 말이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전달되었기를 바라며 다리를 뻗고 주저앉았다.


“일단 마법이 지속되는 한 괜찮을 거야. 여기에 있는 사제들의 신성력이라면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


걱정하는 루나를 돌아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평신도들의 미약한 신성력이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나마 멀쩡한 사제들에게 지시하여 캣니스의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동안에 또 다음 행동을 생각했다.


“이 일이 끝난 후에 여기 사람들이랑 나가서 고위 사제를 데려와 줘. 얼마가 되든 기부금으로 갚을 테니까 어떻게든 데려와.”

“아, 알겠다냐. 하지만 그 말은 에이린 혼자 여기에 남겠다는 소리일까냥?”

“말했다시피 나는 여기에 남아야 해. 저 사람들의 상태도 좋지 않고, 너 없이 저들끼리 나갔다가 무슨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또다시 왼쪽 눈에서 흘러내린 혈액을 스윽 문질렀다.

에이린은 자신을 걱정하는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부탁할게. 고양아.”

“루, 루나라고 했다냐!”


루나는 외치고 뒤를 돌았다.

마지막 사제가 캣니스에게 신성력을 불어넣던 일이 끝났다.

앞서 받은 에이린의 지시대로 사람들을 통솔하여 동굴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저건 어떻게 할까냥?”

“아 저거··· 신경 쓰지 마.”


동굴 한편에 쓰러져있는 대상을 지칭하며 말했다.

저걸 업고 밖으로 나갔다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혹시 아직 밖에 남아있을 잔당들이 사령관을 구하겠다고 소란을 일으키면 곤란해진다.

어차피 그에게서 들어야 할 말도 있고 하니, 굳이 챙기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방 올 테니 조심해야 된다냐.”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게 어디 있다고.”


루나가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에이린은 홀로 남아서 최종적으로 마법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자 그러면···”


마법진으로 이뤄진 요람은 완벽했다.

양손바닥을 털은 뒤, 술식 한 장을 추가로 그리며 뒤를 돌아봤다.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있게?”


꿈틀-

기절해있던 성기사단장의 몸이 움직였다.

그는 사람들이 나간 이후로 줄곧 어딘가를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에이린은 그가 기어가던 방향으로 먼저 걸어갔다.

벽 한 군데에 있는 또 다른 통로의 장치를 확인하고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뭐. 기습을 생각한 게 아니라니 장하네. 그랬다면 정보고 나발이고 머리통을 부숴버렸을 텐데.”


성기사단장은 이미 들통났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대놓고 기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이린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나 살고 싶어? 타인의 목숨을 이따위로 취급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마법진에서 마법 사슬이 나왔다.

마법진에서 솟아난 사슬이 성기사단장의 팔과 다리를 결박했다.

쇠사슬에 묶인 채 발버둥 치던 몸을 뒤집고, 외설스러운 물건 위에 바위를 떨구었다.


“끄. 끄으. 끄아아아악!”

“바솔루트의 제1성기사단장이자, 암암리에 움직이는 교황의 충성스러운 개.”


노골적으로 깔보는 목소리에 기사단장의 고개가 돌아갔다.

흰자까지 붉어진 눈동자로 에이린을 노려봤다.


“감히 네까짓 게 나를 겁박하는가!”

“아직 주제 파악을 못 했구나?”


곧장 한줄기의 번개가 내리꽂혔다.

감전된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얌전해졌다.


“정신 차렸으면 네, 아니오로 대답했어야지.”


에이린이 또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에는 폭포수가 쏟아지더니 그의 정신을 깨웠다.


“허억. 으. 으아악!”

“건방지게. 누구 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려?”


이번에는 다시 번개를 내리꽂았다.

기절하면 폭포수를 들이붓고, 깨어나면 번개를 내려치기를 반복했다.

여러 번 두 마법을 반복하니 성기사단장의 근육이 끊임없이 경련했다.

에이린은 한 번 더 폭포수를 들이부은 뒤 손을 올려서 번개를 내리칠 준비를 하였다.

그 손짓을 본 성기사단장이 두 눈을 부릅 뜨고 소리쳤다.


“그, 그만해라! 대체 내게 무얼 원하는 거냐?!”


멈추라는 비명을 삼킨 번개가 내리꽂혔다.

기사단장은 몸이 감전되는 동안에 똑똑히 보았다.


“나보다 네가 더 간절한 거 아니었어?”


고작 서른도 안 된 나이에도 몇백 년을 살아온 듯한 에이린의 눈빛을.

노장의 감이 또다시 위기를 직감했다.


“대답은 그러는 동안에도 말할 수 있잖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치러지는 고문.

이미 몇 차례의 소멸로 한계에 다다른 그의 정신은, 수 차례의 감전으로 몇 번이나 의식을 잃었다.


“성기사단장 알버스. 나는 아직도 기억해. 우리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했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때에 우리를 버리고 간 일을.”

“무슨 소리냐··· 나는 너를 오늘 처음 보는···”

“됐어. 어차피 지금은 그 일을 따지는 게 아니니까.”


따악. 에이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입가에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입술을 꾹 닫아 잠가버렸다.

이어진 네 개의 마법진이 네 개의 바위 창으로 팔다리를 고정했다.

마법진으로도 막지 못한 비명이 새어 나오고.

여전히 에이린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네가 옛날 일을 기억하든 말든 아무래도 좋아. 이 왕국에 무슨 짓을 벌이려 했든 내 알 바 아니야. 그런데 말이야 너는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내 소중한 사람을 이딴 더러운 수작으로 건드렸다는 거지.”


화륵. 에이린의 손가락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불꽃의 실체는 없었지만 그러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기운이 있었다.

그것은 불의 마력.

에이린이 본래에 갖고 있던 불 속성의 마나이다.


“···이걸로 참 그 아이에게 미안한 짓 많이 했지.”


불안한 미래를 예감한 알버스가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손과 발은 사슬과 바위 창으로 옴짝달싹 못 하게 고정되어있었다.


“읍. 으븝! 으그그급!”


어떠한 변명이나 감언이설로 꿰어보려고 해도, 마법으로 입을 막아놓아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에이린은 그의 앞에 쪼그려 앉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티매직을 활용한 고문법이랄까.”


알버스의 맨가슴에 손을 올렸다.

냄새는 나지 않는데도 뜨거운 불에 살이 끓는 소리가 났다.


“으-으그그그!”

“이걸 버틴 걸 보면. 캣니스는 역시 대단하다니까.”


불의 마력이 알버스의 몸에 침투하였다.

하루 동안 마탑을 유지할 정도의 마나량이 속을 헤집었다.

마나를 일상처럼 다루는 마법사도 버티지 못하는 고통이기에, 성직자가 느끼는 고통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으브브브븝-!”

“말해. 나는 캣니스처럼 요령이 좋지 않아서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니까.”


에이린은 가슴에서 손을 뗐다.

대답을 듣기 위해 입을 잠갔던 마법도 풀었다.

성기사단장은 입이 자유로워지기 무섭게 온갖 비명을 토해냈다.

비명은 마력을 주입하기를 멈춘 이후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의 머리카락은 수십 년은 늙은 거같이 새하얗게 탈색됐다.


“이봐. 너는 대체 무얼 숨기고 싶은 걸까? 순진한 척 비명이나 꽥꽥 지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이나 짓고.”


에이린은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알버스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하얗게 변한 눈썹 밑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범히 착한 사람이라면 없던 동정심도 느끼게 될 얼굴.

하지만 에이린은 그 얼굴을 마주하는 동안에도 비웃음 이외의 감정이 나오지 않았다.


“멍청하기는. 너는 내가 아무런 확증도 없이 이 짓거리를 하는 거 같아?”


그 말에 알버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에이린의 오른쪽 눈동자에 담긴 마법을 확인했다.


“거짓 간파는 고문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야. 멍청한 늙은아.”


거짓 간파의 마법.

무려 적중률 90퍼센트의 마법이었다.

심지어 에이린의 손을 거친 이 마법의 효율은 99퍼센트에 달한다.


“왜? 설마 불쌍하게 여겨서 풀어주기를 바랐던 거야? 대체 너의 어디가 예쁘다고? 명색의 기사단장이라는 놈이 창피하지도 않아? 그래, 그게 네가 살아온 방식이라니 부정하지는 않을게.”


에이린은 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붉은 눈동자가 더 새빨간 이채를 보였다.


“내가 수없이 죽인 마족 나부랭이보다 오래 버틸 수 있겠지? 그러지 않으면 나도, 캣니스도, 여기 잡혀 온 사람들도 너무 억울할 거 같은데.”


에이린이 다시 한번 손바닥에 마력을 모았다.

알버스는 눈앞이 붉어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 기세는 결코 거짓이나 허세가 아니었다.

마력이 침투하는 순간 뇌수가 끓고 혈액이 끓을 것이다.

그대로 온몸의 생명력이 바닥날 때까지 몸속 구석구석을 헤집을 거다.

몸의 내부부터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그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할게! 말할게! 나와 기사단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그러한 죽음은 견딜 수 없었다.

알버스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다가 안면을 붙잡은 손길을 느끼고 부르르 다리를 떨었다.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두려움을 느꼈다.

잔뜩 경직된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작 말할 것이지. 괜한 고집을 왜 부려 그러게?”


그의 항복 선언에 손이 멀어졌다.

이에 알버스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통증이 없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굴욕감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빨리 말해. 나는 인내심이 길지 않으니까.”


에이린이 미간을 찡그렸다.

곧바로 눈앞이 빨개지는 모습에 알버스가 소리쳤다.


“아, 알겠다! 지금 말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줘!”


에이린은 완전히 손을 거두었다.

손수건으로 제 손을 닦았다.

더러운 오물에 닿은 듯이 손가락 사이를 구석구석 닦았다.

그 뒤 손수건도 바닥에 버리며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턱을 움직였다.


“우리는 그러니까···”


알버스는 이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에이린은 이게 또 왜 이러나 싶어서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알아보고 격노했다.


“내가 인내심이 길지 않다고 말했지!”


아직도 헛된 희망을 품은 그의 안면을 붙잡았다.

변명하려고 벌어지는 입을 닫아버리고 마력을 주입했다.


“마탑의 마법사도 풀지도 못할 마법진이야.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행동은 내가 너무 너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소리겠지?!”

“우읍! 으읍! 으으으읍-!”


불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그가 몸부림쳤다.

결박에서 벗어나려는 팔다리에 얼음 창을 하나씩 더 박아넣었다.


“네깟 놈이 발버둥 친다고 해서 풀어질 속박진이 아니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최후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정보를 캐냈다.

여전히 상대의 눈동자는 헛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더 이상 자비를 베풀 것도 없이. 눈앞의 더러운 이단자를 척결해야겠다 생각한 그때였다.


“쿨럭.”


에이린은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마법진 안에서 캣니스의 흉곽이 기이하게 올라와 있었다.


“쿨럭-”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

턱을 따라 흘러내리는 선혈.

캣니스가 창백한 안색으로 피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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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86화 동향과의 재회 23.07.20 23 0 14쪽
97 85화 동향과의 재회 23.07.19 19 0 17쪽
96 84화 동향과의 재회 23.07.18 22 0 16쪽
95 83화 동향과의 재회 23.07.17 24 0 22쪽
94 82화 동향과의 재회 23.07.12 30 0 14쪽
93 81화 동향과의 재회 23.07.10 36 0 13쪽
92 외전 마계의 끝자락에서 23.07.05 42 0 29쪽
91 80화 그의 비밀 23.07.03 37 0 24쪽
90 79화 그의 비밀 23.06.28 39 0 19쪽
89 78화 이안류 23.06.23 65 0 25쪽
88 77화 이안류 23.06.20 32 0 16쪽
87 76화 재침공 23.06.16 39 0 18쪽
86 75화 재침공 23.06.13 33 0 24쪽
85 74화 재침공 23.06.07 34 0 25쪽
84 73화 재침공 23.06.03 34 0 11쪽
» 72화 재침공 23.06.03 4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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