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담배맛동산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새글

담배맛동산
작품등록일 :
2024.08.08 03:41
최근연재일 :
2024.09.19 12: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2,612
추천수 :
278
글자수 :
98,079

작성
24.09.17 12:00
조회
428
추천
8
글자
12쪽

015

DUMMY

#015화.




영지로 돌아오고 나서 외조부에게 업무를 다시 인계받고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마리아는 간단한 인사와 티타임을 제외한 시간을 혼자 지내야만 했다.


물론 그녀도 마냥 놀진 않았다.


스트라우스령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리한 서책과 장부 등을 보내 기본적인 정보를 취득할 시간을 주었거든.


대략 5일 정도 급한 불을 끈 다음, 다시 마리아를 집무실로 호출했을 때.


그녀는 단아한 푸른 색 드레스를 입고 내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마리아 영애.”


“네, 영식.”


“문서들은 잘 확인하셨는지요.”


“물론이에요. 처음 보는 용어나 생소한 내용들이 많아 고생은 좀 했지만요.”


“벨라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정말 절실하게 행정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답변드릴 수 있을 만큼만 할게요. 아직 전 모르는 게 많으니까요.”


이런저런 정보들을 질의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고 나는 마리아의 기억력에 살짝 감탄했다.


“거의 다 외우셨군요.”


“직접 체험하고 관리하는 것과 문자로만 보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 실제 업무에서 쓰긴 어렵겠죠.”


“궁금한 내용들이 있으시다면 답변드리겠습니다.”


“그럼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물 만난 스펀지처럼 영지의 다양한 제반 사항을 외운 마리어는, 그녀는 질문을 허락하자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스트라우스의 밀 생산량은 타 영지 대비 1.3배 많은 정도에요. 시비법이 그 정도로 효과적인 농법인가요?”


“올해부터는 그 정도로 효과를 보긴 어려울 거예요. 밀은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이니까요.”


“그래서 바타타(감자)를 보조 작물로 삼으려 하셨던 거군요.”


마리아는 계속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토지 오염의 문제는 없나요?”


“거주지역에서 분변을 정리해도 결국 농지에 가면 분변에 오염될 거예요. 그 대책은 어떻게 세우셨는지요?”


“바타타(감자)를 가축들의 사료에서 뺀 만큼, 이를 대체할 먹거리가 필요한데, 이건 어떻게 해결하셨죠?”


“도로 정비만큼 중요한 수로 정비일 텐데, 이 부분은 언제 해결하실 생각이세요?”


대부분은 아직 예산이 부족해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이라고 하니 마리아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문을 꺼냈다.


“영식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무엇인지에 따라 우선 과제가 달라지겠네요.”


“최우선 과제는 인구 증가에요.”


“영지의 힘은 결국 인구에서 나오니까요.


음··· 아버지(벨라인 영주)께서 인력을 보내주신다면 그들이 머물 곳은 준비되어 있나요?.”


“아투바들이 일으킨 웨이브로 폐허가 된 거주지가 많습니다. 그곳을 이용할 생각입니다만···.”


내 대답에 마리아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트라우스 북쪽의 에드먼드 마을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거긴 폐허가 되지 않았나요?”


“그곳을 정비하면서 일시적인 일자리도 창출할 생각입니다.”


“··· 거기부터 시작해서 영지 전체의 마을들을 변화시키실 생각이로군요?”


“네.”


평범한 답변이지만.


별다른 행정 교육을 받지 않은 귀족 여인이 눈치채긴 어렵다.


마리아는 유능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에드먼드 마을의 재건을 위해 뭐가 필요할지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보시겠어요?”


내 질문에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더니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벌목이나 채석 작업은 오크들이 더 잘한다고 하시니, 영지민들이 재건에 나서게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보다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엔 인간을 투입하자는 건가요?”


“고부가 가치? 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네, 그게 맞을 거예요.


중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고 해서 모든 영지민이 좋아하진 않을 테니까요.”


1차 생산이란 지독하리만치 고된 일이다.


하지만, 그 고된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는 자들이 태반인 세상에서 오크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자들이 슬슬 영지민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


마리아가 제대로 알아챘다.


“영식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던 부분이겠지만 직업은 소중하잖아요.”


“···놀라운걸요.”


“뭐가요?”


아버지 아이작은 군비 증강만 부르짖다 영지를 말아 드셨다.


최소한, 어머니가 이 정도의 식견만 있었어도 어쩌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분은 고아한 귀족 여인.


덕분에 아버지 생전에 영지 내에서 당신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나 행정가가 하나도 없었다.


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져 머리 쓰는 일은 대부분 나 혼자 도맡았는데.


외할아버지 파월을 제외하고 최초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무런 행정도 해보신 적 없으신 영애란 걸 고려하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건 재능이에요. 그것도 아주 훌륭한.”


내 칭찬에 마리아의 볼이 다시금 붉어졌다.


“과찬이세요.”


뭘 해도 최소 평타는 칠 것 같으니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한번, 에드먼드 마을의 재건을 맡겨볼까?


“만약, 제가 에드먼드 마을의 재건을 부탁드린다면, 해내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 마리아가 생각에 잠기더니 웃으며 답했다.


“행정이 처음이라 실수가 잦을 텐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어차피 최종 결제는 제가 하니까요. 부족한 부분은 제가 확인한 후 바로잡겠습니다.”


“그럼 해보겠어요. 아버지···. 아니. 벨라인 영주님께서 영민이 될 이들을 보내오셨을 때, 스트라우스령에 애착을 가지게끔 하려면 깨끗한 거주지보다 더한 건 없을 테니까요.”


좋은 집을 받는다.


집 없이 유랑하는 자들에게 어느정도 정비가 된 집을 준다면 신축 아파트에 공짜로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기분을 느낄 거다.


그럼, 애착이 생기겠지.


물론, 폐허가 된 거주지의 재정비는 절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작은 마을 수준이라고 해도 토목업과 건축, 인구 증가까지 고려한 도시의 확장성을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일이 어떻게 쉽겠나.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그런가요?”


“네.”


“왜 어려운지 묻지 않으시나요?”


내 질문에 마리아가 오히려 웃어 보였다.


“작은 규모의 마을도 재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스트라우스령의 재건을 도울 수 있겠어요.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진짜 제가 이 일을 해봐도 되는 걸까요?”


폐허가 된 작은 마을.


폐허가 된 스트라우스령.


규모의 차이일 뿐, 망한 걸 되살린다는 점은 같았다.


나는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필요하신 자료와 예산서를 가지고 집무실에 오시면, 차후 벨라인에서 대금이 들어오는 데로 집행해 드리겠습니다.”


“존명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버지의 가신들은 그러시던데.”


“우리 사이에 존명까지는 좀···.”


내 말에 마리아의 눈가가 가늘어지고 입가가 가볍게 올라갔다.


“우리 사이가 뭔데요?”


“혼인이 확정된 정략에 의한 정혼자?”


“영식은 정말 예의가 없으세요.”


사실을 말했는데 왜 삐지지?


우리가 연애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략혼 맞잖아.


조용히 투덜거리는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류들을 들고 집무실을 나가며 말했다.


“언제까지 서류 제출할까요?”


“언제까지 가능하실 것 같아요?”


“처음이니까, 열흘?”


작은 마을이라지만, 폐허의 재건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


“조금 더 시일을 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될 것 같으면 그때 다시 말씀드려도 될 것 같은데요. 어쨌건, 저는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하세요.”


내 말에 눈웃음을 하고 집무실을 빠져나가던 마리아.


그리고 놀랍게도.


딱 열흘 만에 북쪽 에드먼드 마을의 재건 계획서를 들고 왔다.


“···호오?”


처음 해본 일이라 여기저기 실수들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꽤 괜찮은 문서를 들고 온 마리아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결혼식은 언제 하실래요?”


“뭐래요. 진짜.”


약식으로 가족들에게 인사는 드렸지만, 그녀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좀 더 빨리 식을 올리는 게 좋을 것도 같다.


구멍이 난 행정을 돕게 하려면 얼른 가르칠 필요가 있고, 그녀는 제법 유능했거든.


그래서 나는 집사 알베르토를 통해 결혼식 일정은 언제가 좋을지 정해달라고 연락을 드렸다.


***


요한이 영지로 돌아온 후.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뗀 파월은 마침내 며느리가 생겼다며 기뻐하는 딸 엘레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혼례라니. 당황스럽지만 너무 기뻐요!


봉신 가문들에 때맞춰 모든 서신을 돌리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죠?


혼례 일정은 주신전에 물어보니 내년 1월 2일이 참 좋다고 하네요.”


“그리 좋으냐?”


“물론이죠! 가문의 대를 이을 영애가 왔는데 요한도 꽤 만족스러워 하잖아요.


귀족에게 이건 축복이에요.”


스트라우스령의 전대 주인이었던 아이작과 엘레나는 중매 혼이었다.


비록 두 사람의 금술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지만, 궁합이 맞지 않은 정략혼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귀족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런 면에서 요한이 마리아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건 마리아에게 축복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요한의 통보에 약간의 오해를 추가했다.


“이번에 벨라인 영지에 간 것도 계약도 할 겸 마리아 양을 만나기 위해서겠죠?


요한 그 아이, 언제부터 연심을 키운 걸까요? 그이가 살아있을 때, 혼담이 오고 갈 때부터였을까요? 호호.”


약간의 푼수끼를 보여주는 딸 엘레나를 바라보며 파월은 고개를 저었다.


요한이 사랑? 연심?


그놈이?


오크가 아레스를 버리고 주신에게 귀의하는 것보다 비현실적이다.


파월이 보기에 요한에게 최우선은 영지의 재건이지 사랑이 아니었다.


“그놈이 사랑이라···. 일하다 사랑이 싹트는 게 아니라면 어림도 없을 소리다.


엘레나 너는 요한을 전혀 모르는구나.”


“배 아파 낳은 사랑스러운 제 아들이에요. 어미가 돼서 어떻게 요한을 몰라요?”


요한이 가엽다니.

그놈은 능구렁이다.


자식은 언제나 아이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속성일까?


엘레나는 요한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놈이 어떤 놈인데 여자 때문에 내게 영지를 맡기고 벨라인에 갔겠느냐.


녀석은 이미 아이가 아니야.”


“아직 성인식도 하지 않았어요. 그럼 충분히 아이가 맞죠.”


“···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요한이 어째서 내게 영지를 부탁했는지는 알겠다.”


인품이나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어 아예 경영 쪽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


만약 스트라우스령이 정상 상태였을 때라면, 엘레나는 그럭저럭 현상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주의 공백을 메꾸기엔 그 역량이 전혀 없었다.


이러니 파월에게 영지를 잠시 맡아달라고 한 것이겠지.


녀석에겐 형제도, 남매도 없었으니까.


그런 아이가 데려온 벨라인 영지의 영애다. 어째서 정략혼을 받아들일 건지 이제야 감이 잡힌다.


“하여간, 그놈다워.”


비상시 자신을 대리해 영지를 맡아줄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는 영애.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부수적으로, 벨라인 영지와의 혼약으로 동맹 내지는 혈맹관계도 맺을 테지만.


파월이 보는 요한이라면 능력이 없었다면 혼례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이 된 딸의 수다를 들으며 조금씩 딴생각을 하던 파월의 눈빛에 다시금 빛이 든 것은 집사 알베르토의 보고 때문이었다.


“마님. 주인님과 마리아 영애께서 접견을 청하십니다.”


“어머! 들어오라고 해요. 그리고 알베르토.”


“네, 마님.”


“주방장에게 새로 다과를 준비해달라고 하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처음 영지에 들어올 때 약식으로 서로 얼굴을 확인하긴 했지만.


오늘은 정식으로 혼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


그 때문에 격식을 차린 복식을 모두 차려입고 온 요한과 마리아를 본 파월과 엘레나는 환히 미소를 지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스트라우스령의 식구가 될 마리아예요.”


요한의 소개에 마리아가 우아하게 살짝 무릎을 굽히며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려요.”


“호호. 곱기도 하지.”


이미 친절한 시어머니 모드가 되어있던 엘레나가 마리아의 외관을 칭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


파월이 요한을 지그시 바라보자, 요한이 엄지를 척! 하고 들어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풍요로운 한가위 되세요^^ 24.09.17 13 0 -
공지 매일 낮 12:00 연재 예정입니다. +1 24.09.04 440 0 -
17 017 NEW 1시간 전 69 3 13쪽
16 016 24.09.18 304 11 13쪽
» 015 24.09.17 429 8 12쪽
14 014 24.09.16 473 16 12쪽
13 013 +1 24.09.15 606 12 13쪽
12 012 24.09.14 636 14 12쪽
11 011 24.09.13 680 15 13쪽
10 010 +1 24.09.12 678 19 13쪽
9 009 +1 24.09.11 707 16 13쪽
8 008 +1 24.09.10 794 20 13쪽
7 007 +1 24.09.09 843 19 13쪽
6 006 24.09.08 861 16 12쪽
5 005 24.09.07 881 18 13쪽
4 004 24.09.06 928 22 13쪽
3 003 +1 24.09.05 1,058 21 13쪽
2 002 +1 24.09.05 1,172 23 13쪽
1 001 +3 24.09.05 1,492 2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