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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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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작품등록일 :
2024.08.0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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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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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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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5

DUMMY

#005화.





감자와 밀, 그리고 콩의 작황은 좋았다. 노예 목걸이를 채운 오크들은 그야말로 타고난 농사꾼 그 자체.


“우거!”


“이삭을 적게 줍는 자, 작업반장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흠.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잠식당한 지방 농가? 근데 그 외국인 노동자들이 말도 통하고 정말 일을 잘해버림? 흡사 그런 모습이다.


지력을 북돋기 위해 뿌려둔 인분들이 제 역할을 한 것인지 밀 알갱이는 실했고, 감자는 풍작이었으며 콩 또한 미친 듯이 자라기 시작했다.


“놀랍습니다. 주인님. 분변을 뿌리는게 정말 효과가 있을줄이야.”


집사였던 알베르토는 슬슬 수확이 다가오고 있는 밀밭을 보며 감동한 모양이다.


“시비법이란 거다. 머나먼 나라의 옛 농사법으로 고갈된 지력을 북돋는 고육지책이지.”


근처에 구아노 섬이나 초석 광산이라도 있었다면 당연히 썼겠지만, 안타깝게도 약소한 변경백에 바랄 수 없는 자원들이다.


“새로 들어온 오크 노예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습니다. 노예 목걸이만 있다면 오크는 농가의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정에 한 마리의 오크라. 나쁘진 않네.”


상황이 나쁘면 오크는 동족 포식을 한다.


뭐 인간이라고 해서 딱히 다를 건 없지만, 인간이 수십 번 고민할 동안 오크는 단숨에 멱을 따버리는 존재.


그렇기에 동포가 노예가 되어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잡아먹힐 놈들이었으니까.


“아투바 오크 족장 크루거는 언제부터 그 이름이 알려졌지?”


“5년 정도 되었을 겁니다.”


“음, 아버지와는 자주 만났겠군.”


“아주 팽팽한 실력이었지요.”


집사 알베르토의 말에 따르자면, 크루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수시로 현생의 아버지 아이작과 결투를 벌였단다.


그 말인즉, 그도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달하는 괴물이란 뜻이며 시간이 지난 지금은 좀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후. 언젠간 맞서 싸우긴 해야 한다는 말인데···.”


올해 농사가 비교적 풍작으로 점쳐지고 있기에 곳간을 채우고 나면 한숨을 돌린다.


그 이후엔, 죽어라 검술 수련에 매진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버지 아이작이 전사하시는 바람에 스트라우스 가문의 검술은 서적으로만 익히는 중이다.


마나 로드니, 뭐니 하는 건 감도 안 잡히고 재능이 없는 것 같진 않은데 재능을 개화할 방법이 없다.


스트라우스 가문의 조상들은 죄다 재능충에 감각파였는지, 마나 연공법도 개같이 써 놨다.


-마나를 모은다.

-몸에 축적한다.

-끝.


어쩌라는 거야.


아버지 아이작과의 기억은 기본기를 실수했다며 얻어터진 것밖에 없다. 그는 아직 내가 준비가 안 됐다고 했었고.


즉, 현재 스트라우스 마나 연공법은 쓸모가 없다.


검술이란 게 기초적인 베고 찌르기는 어디든 같겠지만, 연공법 만큼은 다르다.


각 가문의 절기와 맞닿기에 어떻게든 습득해야 하는데···.


“모으고 축적하고 끝? 에라이.”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은 새로운 연공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팔자 좋은 상황이 된다면 말이지.


-마나를 모은다.


“일단 마나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 알베르토.”


“네! 주인님.”


“기사단 연병장에 가서 단장 아제로스를 불러와.”


“알겠습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제로스가 내 앞에 도착했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마나. 어떻게 모으나?”

***


모든 영주가 반드시 강한 무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변경백의 영주는 그 지역에서 가장 강한 기사여야만 한다.


변경백은 최전방에서 국가를 지키는 마지막 기사였으니까.


그런 면에서 전임자였던 아이작 J 스트라우스는 내정은 꼴아박았을 지언정 무력 면에서는 꽤 고평가를 받을만한 인물이다.


개나 소나 소드 익스퍼트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나에 대한 감응력.


제 것이 아닌 힘을 제 것으로 흡수해 자유자재로 다루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초인의 영역에 발을 내민 자.


그것이 소드 익스퍼트다.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던 기사나 검호가 소드 마스터인 경우가 있지만, 사실 한 세기에 한 명 나타나면 대박이나 마찬가지.


최소 400년을 살아가는 엘프들의 왕국인 엘븐하임에서조차 소드 마스터는 두 명을 넘지 않을진대.


100년을 체 못사는 인간이 천외천의 길을 걷는다는 건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문제는.


영주 대리 요한 J 스트라우스의 부친이자 스승이 이미 죽었다는 것이다.


그가 실제 어떤 연공법을 썼든, 이대로 가다간 요한은 마나 연공법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의외로 이런 일들은 드물지 않다.


“마나. 어떻게 모으나?”


“주군. 제 연공법은 스트라우스 가문의 것이 아닙니다.”


“상관없는 것 아닌가?”


“상관 있지요. 차라리 돌아가더라도 가문의 연공서를 읽으시는 게···.”


그러자 아제로스의 앞에 툭 하고 얇디얇은 책 한 권이 던져졌다.


“이게 뭡니까?”


“스트라우스 가문의 연공서.”


“!!”


소드 유저밖에 되지 않는 자신에게 스트라우스 가문의 연공 서적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는데, 그걸 건넨다고?


덜덜 떠는 아제로스를 보며 요한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아무래도 아버지를 포함해, 가문의 선조들은 죄다 오크같은 분들이었던 모양이야. 펼쳐보면 알 거야.


그게 얼마나 쓸데가 없는 연공서인지는.”


가주의 허락까지 받았으나, 아제로스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검사로서의 욕망이 결국 연공서를 펼쳐보게 했는데···.


-마나를 모은다.

-몸에 축적한다.

-끝.


“···?”


물론, 마나를 단전에 축적하는 것이야 연공법의 기본이긴 한데··· 이게 전부라고?


“놀랍게도, 진품이다.”


“장난··· 은 아니시군요.”


“내가 자네와 왜 장난을 치겠나. 아버지가 천재였다는 것 정도는 기사단장인 자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인류 종 상위 0.001% 안에 드는 엄청난 강자다. 그런 이의 연공법이 고작 이따위라고?


당황하는 아제로스를 바라보며 요한이 말했다.


“즉, 가문의 연공법 따위는 없었다는 말이야. 아버지나, 할아버지나, 선대들이나. 그냥 미친 재능의 소유자였던거지. 그러니 무슨 연공법을 쓰더라도 크게 상관없지 않겠나?”


무슨 이런 근본 없는 가문이 있단 말인가.


얼마나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기에, 개떡 같은 연공의 기초 가지고 소드 익스퍼트 중급까지 성장하는 거지?


이게 실화냐?


“그냥 가르쳐 줘. 단장의 마나 연공법. 뭐가 되었든 가문 연공서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 말에 아제로스가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선대의 재능은 진짜배기였지만, 그마저도 반쪽이었다니.


그렇다면 비범한 지성과 언변을 소유하고 있는 지금의 주인은, 그 재능을 얼마나 물려받았을까?


검사로서, 무인으로서 궁금했다.


“심장에 손을 대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좀 더 마나를 느끼실 수 있게 상의도 탈의해 주십시오.”


튜닉을 벗은 요한이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자, 아제로스가 그의 왼쪽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금부터 미미한 마나를 심장에 보낼 겁니다. 그리하면 마나가 혈액과 함께 전신으로 퍼져나갈 텐데, 그 감각이 조금 색다를 겁니다.”


“혹시 아픈 건가?”


“아프진 않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좀 있는데, 보통은 포근하거나, 차갑거나 지요.”


“후. 알겠다. 시작하라.”


“그럼···.”


이내, 아제로스의 손이 그의 전매 색인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우웅.-


천천히 요한의 심장에 주입되는 마나. 그리고 박동하는 심장이 마나를 몸 전역으로 흩뿌렸다.


“···미친!”


***


뭔가 몽글거리네.


흡사, 차가운 날씨에 핫팩을 심장에 가져다 댄 느낌이야.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따듯함. 파괴적인 뜨거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마나가 혈액에 담겨 혈관 전체를 유영하고 있다.


‘놀라운데? 이게 마나라고?’


마치 내 몸을 내가 탐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뇌혈관을 지나가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다시금 심장으로 이동하는 걸 느끼는 순간.


그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마나가 전신을 다시금 활짝 일깨웠다.


아아.


너였구나. 언제나 주변에서 살랑거리던 녀석이.


지구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환희요, 사용자의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감각기관.


칼날에 씌우면 오러가 되고, 수식에 맞춰 움직이면 마법이 되며, 모든 주술과 이능에 사용되는 일상 어디에나 있으나 다루기는 어려운 힘.


마나.


그렇게 아제로스의 마나를 통해 만난 나의 마나는 화염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관조가 끝난 후, 눈을 뜨니 아제로스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나도 스트라우스라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모양이야.”


뭐, 그래봐야 마나 유저의 초입에 발을 디딘 수준이겠지만.


“단 한 번에 마나를 자각하고 사용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맙소사. 엘프도 이러진 않을 겁니다.”


깐프야 뭐, 종족 특성이 마나 친화니 나보단 나을 것 같은데? 물론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어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그렇습니다.”


마나를 느낀다.

몸에 저장한다.

끝.


고작 그뿐인 가문의 연공법은 아마 혈통을 타고 내려오는 마나 감응력 때문이리라.


전생 노력충이 환생 후 재능충이라···.


하지만 제대로 된 연공법이 아니라 페라리에 식용유를 넣고 질주하는 꼴이다.


그 순간, 나는 가문의 연공법을 내다 버리기로 했다.


애당초 연공법도 뭣도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거로 교환해야겠어.


“아제로스 명령이다.”


“하명하십시오.”


“네 연공법을 알려달라.”


“신의 연공법은···.”


“아깝나?”


“아니, 아까운 건 아닙니다. 다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지라.”


“가문의 연공법을 봤잖아. 그것보단 대단하겠지. 아버지는 재능만 가지고 그 경지에 도달한 거지 연공법은 쓰레기야.”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백작 부인의 도움을 받으시는 건 어떠십니까?”


“···어머니?”


“네.”


현생의 어머니 엘레나 여사의 도움이라···. 외가를 말하는 것 같군.


“외가도 무가이긴 한데, 제대로 된 연공서가 있다 한들 내게 건네줄 수 있을까?”


“제가 실력은 안 되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있습니다. 주군의 재능은 어쩌면···.”


흔들리는 아제로스의 눈동자를 보니, 소드 마스터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난 기껏해야 익스퍼트 상급 정도를 생각했는데.


“의견 수렴하겠다. 어머니를 뵈어야겠어.”


그렇게 영지의 다른 일들을 알베르토에게 맡긴 후, 나는 어머니께서 머물고 계신 장미의 방으로 향했다.


***


“요한!”


“어머니. 어디 아프거나 하신 데는 없으시죠?”


“물론이란다.”


젊은 나이에 날 낳으셨기에 아직도 젊고 예쁘신 현생의 어머니. 엘레나 J 스트라우스.


간만에 어머니에게 애교도 부리고, 다과와 차도 나누면서 일상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머니. 청이 있습니다.”


“청이라니? 내가 영지 일을 아는 것도 아닌데.”


“어머니의 본가인 고티에 가문의 연공서가 필요합니다.”


여기선 혼인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른다. 어머니가 아버지 아이작과 결혼을 하기 전 사용하던 이름은 엘레나 U 고티에.


북방 변경백 스트라우스령처럼, 고티에 가문은 서북방의 변경백이다.


고티에 가문의 연공서를 언급하니 어머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비록 혼례를 올리고 스트라우스 가문의 사람이 되었을지언정, 가문의 핵심 이권을 지켜주는 연공서를 달라는 건 분명 무례한 일이니까.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거니?”


“네.”


“들어줄 수 없다. 내 외할아버지나 삼촌들은 결코 고티에 연공법을 알려줄 생각이 없으실 거야.”


“저도 알아요. 근데 문제가 있어요.”


나는 어머니에게 스트라우스 가문의 연공법을 보여드렸다.


-마나를 모은다.

-몸에 축적한다.

-끝.


“이게 무슨 낙서니?”


“스트라우스 가문의 연공서입니다. 쓰레기죠.”


“···.”


“전사하신 아버지는 고작 저따위 것으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그 재능이 있죠. 방금 확인하고 온 길입니다.”


“!”


여인의 몸으로 전면에 나설 수는 없지만 어머니 또한 무가의 여인.


무예를 배우진 않았어도 내가 하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실 것이다.


“재능있는 자에게 고티에는 가문의 비전인 연공법을 내어주는 가문인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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