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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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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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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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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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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2

DUMMY

#002화.




“협상! 협상을 하자!”


영지 마법사의 도움을 빌려 목소리를 크게 확대해 오크 무리에게 전달하니, 그들이 순간 진군을 멈췄다.


그리고 그들 중 덩치가 제법 큰 놈이 하나 나와 외친다.


“우거. 작은 인간. 너 누구?”


“난 스트라우스 변경백의 영주 대리 요한 J 스트라우스다!”


“인간 오크가 죽고 아들이 나왔나 보군! 근데 협상이 뭐지?”


“협상이라는 단어를 모르나?”


열 살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졌다면 협상이라는 말 정도는 알지 않나?


그런 도발을 살짝 넣어서 말했더니 전령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설마···.


진짜 협상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건가?


“아제로스.”


“네! 주군.”


스트라우스 기사단의 단장이자, 올해 41세의 중년 기사였던 아제로스에게 물었다.


“오크도 중간계 어를 쓰지?”


“네.”


“그럼, 저들 오크들에게도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는 있을 텐데, 왜 못 알아듣는 건가?”


내 질문에 아제로스가 답했다.


“아투바 오크들의 경우, 분쟁이 생기면 대화가 아닌 결투로 승부를 봅니다.

그러니 협상이란 말을 자주 쓰지 않아 뜻을 잊어버린게 아닌지요.”


“전투 종족 답네.”


나름 열심히 공부했는데, 워낙 다양한 지성체가 사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디테일까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오크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협상은 말로 하는 결투다!”


“우거? 신성한 주먹을 놔두고 말로 결투를 한다고? 왜 근육 놔두고 쓸데없는 짓 하나?”


···설마, 너도 스트라우스냐?


잠깐 헛생각을 한 나는 고개를 저은 후,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크들은 목숨을 건 결투를 하루에 몇 번이나 할 수 있지?”


“하루 종일 할 수 있다.”


“그럼, 근육이 상해서 마지막에 의견을 관철하지 못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럼 죽으면 된다.”


“하지만 죽이기 싫을 만큼 훌륭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소통되고 재능 있는 동족이라면? 그래도 죽이는 걸 망설이지 않는 건가?”


전령 오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거. 우리 아이 많이 낳는다. 그런 놈 금방 태어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대화는 통하는데 뭔가 주제가 계속해서 빗나간다. 이래서 몬스터인가?


나는 소통을 원하는데 저들은 싸움을 원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럼, 너희는 통증이라던가, 몸이 잘려 나간 이후의 고통마저 좋아하는 것인가?”


통각은 생명 유지에 위험할 때 내 몸을 지키기 위한 감각. 몬스터 또한 생명체라면 고통은 피하고 싶을 거다.


그 부분을 물어보니 전령 오크가 또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우리도 아픈 건 싫다. 우거.”


“말로 하는 결투인 협상은 아픈 걸 줄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그걸 해보자! 나도 너희도 고통은 싫잖아?”


“싸울 땐 아픔을 모르기 때문에 굳이 겁내진 않는다. 우거. 그걸 겁내는 놈은 죽어도 싸다.”


레알 스트라우스식 사고방식이다.


정확히는 이 몸의 아버지 아이작이 딱 저랬지. 하긴. 오크와 이민족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 깡다구는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인간의 협상이란 꽤 유용하다. 서로 피를 보지 않고 양측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으니까.


지금 우리 변경백을 습격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우거?”


“오크는 농사를 짓지 않지만, 인간은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너희가 영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도적질도 불가능하지.


텅 빈 창고를 원하는가, 아니면 풍족한 창고를 원하는가?”


“풍족한 창고.”


“그러하다! 우린 아직 창고가 가득 차지 않았으니, 너희가 털어봤자 먹을 게 없어! 그러니 나중에 다시 오면 좋겠다.


먼 동쪽의 어떤 고대국가에서는 이웃 나라의 풍년을 기원하며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더 많이 털어먹을 수 있으니까!”


“우거! 우거! 실로 전사의 나라!”


고구려가 흠, 전사의 나라··· 맞나?


뭐, 오크들 꼴을 보니 쟤들한테는 전사의 나라 맞나보네.


“우린 전쟁을 원치 않는다! 너희는 전쟁을 원하는가?”


“우거! 전쟁!”


-오오!


아. 이건 실수. 앞으로 워딩을 좀 주의해야겠어.


저 망할 놈들은 삐끗하면 전투로 대화를 몰아가려 할 거다.


“명예로운 결투란 양측이 대등한 수준일 때 성립하는 법! 너희가 만약 지금의 우리를 공격한다면, 갓 태어난 오크 새끼와 결투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명예인가 아닌가!”


“갓 태어난 오크 새끼가 건방지게 덤비면 목을 비튼다. 우린 새끼를 많이 낳으니까. 우거.”


···저 새끼. 은근히 외교 만렙이네.


***


스트라우스 기사단장 아제로스 테일러는 주인이 된 어린 소년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대화만 통하는 저 오크들과 외교를 논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화의 핀트가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지 않는가.


“주군. 지금 그 말은 우리가 약자라는 걸 밝히는 일입니다. 거기다 저들은 전대 주군의 원수가 아닙니까!”


“닥쳐라. 나는 영주대리. 아제로스 그대는 저 병력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그건···.”


“몇 년간 선대의 방만한 경영으로 영지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어. 지금 상태로 저들과 붙었다간 멸망 확정이니 입다물고 있어. 네놈도 방관자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인간이 몬스터와 협상을 한단 말인가.


저것들은 인간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는 몬스터 일족이며, 무수히 많은 비극의 원흉이다.


당장 전 영주였던 아이작만 하더라도 오크와 싸우다 전사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제로스의 주인이 된 소년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다 좋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너희와 전쟁이나 결투할 준비가 안 되었고, 와서 뜯어먹으려 해도 사람 몇 잡아먹고 마는 싱거운 전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시간을 준다면, 너희와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병사를 모집해 제대로 겨뤄볼 만한 힘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아이작 J 스트라우스의 아들이다! 장성한 나와 싸울 기회를 이대로 날리겠단 말인가?”


전대 영주는 성품은 지랄 같았어도 실력은 뛰어났던 자.


초인의 경지인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도달한 강자였다.


오크들의 생태 특성상 강적은 잘 기억하는 편인지 아이작의 이름이 나오자 술렁이는 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수습이 된다고?


아제로스는 약간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아이작?


-그 인간 오크?


-맞다. 그런 놈이 있었지. 우거.


싸움의 추억을 회상하며 아련한 기억에 잠기는 오크들을 보며 어린 주군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 봐라! 너희 오크도 부모의 재능이 자식에게 이어지는 것을 보았을 터!


그 아이작의 아들인 나 또한 부친의 재능을 물려받았을 터! 시간만 준다면 대단히 강해질 거다!”


그러자 전령 오크가 큰 소리로 물어왔다.


“우거! 아이작은 오크라고 봐도 될만한 남자였다. 헌데 너는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가 아닌가?”


“앞 날은 아무도 모르는 법! 약하면 그저 잡아먹힐 뿐이니 그때가서 결정하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굳이 지금 죽이겠다면 우리도 필사적으로 저항할거다. 다만! 단언컨대 너희는 지금 날 죽이면 앞으로 재미있는 숙적 하나를 영원히 잃게 되겠지!


그건 너희가 믿는 전쟁의 신 아레스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거···.”


아제로스는 당황했다.


아니 그걸 수긍한다고? 그 이전에, 왜 어린 주인이 이렇게 말을 잘해?


아제로스가 점차 이상해져만 가는 대화를 듣고 살짝 얼이 빠질 때쯤.


약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양쪽 진영이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너희 오크들은 번식력이 매우 좋다고 들었다. 그러니 겨울만 되면 식량난으로 고생할 테고, 동족을 잡아먹는 일이 발생하니 어쩔 수 없이 우릴 공격하겠지.


하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다. 너희는 우릴 공격하지 않고 친구로 삼아야 한다!”


“우거. 어째서?”


“왜냐하면, 우린 계속해서 식량을 생산하는 인간이 사는 성이니까. 내가 너희의 족장이라면 이런 꿀단지는 절대 쉽게 깨버리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남아도는 오크 새끼를 처리할 방법 또한 내겐 있다! 약한 오크들을 우리의 노동력으로 보내라!”


약한 오크들이 그냥 식량만 축내고 있다면, 그들을 우리에게 노동력으로 빌려주면 서로에게 이득 아니겠나?”


···오크를 노동력으로?


이건 성안으로 오크를 들이겠다는 말. 깜짝 놀란 아제로스가 이를 제지하겠다고 생각하며 외쳤다.


“주군!”


“입 좀 다물고 있어. 그거 항명죄야!”


결국 아제로스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못했다.


***


오크.


보통은 싸우다 죽기에 평균 수명은 10년 정도. 사육장에서는 30년까지 사는 종족으로 열 살 아이 정도의 지능이 있고 2년이면 신체적으로 다 자라는 종족.


몇몇 내용들은 직접 대화를 나누며 깨달은 부분이지만, 인간과는 굉장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놈들이다.


거기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언어가 통한다. 신체 능력도 좋은 편이라 막노동시키기엔 딱 좋지.


다 성장해도 지능이 낮다는 건, 가스라이팅만 잘하면 부려 먹기 딱 좋은 노예 아닌가.


이건 시도해 봐야 한다.


문제는 교화 부분인데···.


안되면 실컷 부려먹은 다음 죽이던지 하지 뭐. 그 무엇보다 내 금수저를 빼앗는 것 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


“우거. 노동력?”


“그렇다! 2살의 미숙한 오크를 우리에게 100마리만 보내준다면, 우리가 그 값을 치르겠다.”


“무엇으로 값을 치른다는 건가. 우리는 인간의 골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화살촉은 어떤가?”


“우거···.”


군비증강만 외치던 아버지 때문에 남아도는 화살촉이 많다.


저들 오크들도 궁수를 운영할 만큼 전투엔 천재적이라 인간이 만든 화살촉이면 충분한 가치가 있겠지.


“오크 하나당 화살촉 50개를 주마! 단, 차후 우리가 즐거운 전쟁을 벌일 때엔 사용하지 않는 조건이다!”


그런 걸 지킬 만큼 저놈들이 똑똑하지도, 정정당당하리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얄팍한 제약이지만, 진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어온다는 가능성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지.


우린 지금 전투 능력이 후달리고, 저놈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니 일단은 상생하되, 좀 더 높은 지능을 무기로 녀석들을 현혹하는 거다.


봐라. 벌써 화살촉이라는 말에 고민하잖아.


군식구도 줄이고 화살촉도 얻는다면 저놈들도 사냥으로 어떻게든 이 겨울은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나중에 힘을 회복한 우리와 또 싸우려 들겠지. 그땐 어떻게 등을 처 먹어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한 마리당 화살촉 100개.”


그와중에 딜을 거네?


“50.”


“우거··· 80개는 줘야 한다.”


“50.”


“하···. 그래. 70. 70!”


“50.”


“맙소사. 우거. 아레스시여. 저 사악한 작은 인간에게 불벼락이 내리길 바랍니다. 그래 50. 좋다.”


그렇게 화살촉 5천 개를 오크 쪽으로 보내려 기사단 전부를 출격시켰다.


“탐나는 철이다···.”


“우거. 싸우면 재밌겠는데?”


“하지만 말로 하는 결투인 협상이 끝나버렸다.”


“그런 건 뒤집어 버리면 된다.”


“우거. 그러다 족장이 허리를 접는다. 불구로 살고싶지 않아.”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나서 군침을 질질 흘리는 놈들 사이에 대충 화살촉 묶음을 내려두자.


이내 녀석들 사이에서도 피부가 탱탱하고 좀 작은 체구의 오크들 100마리가 줄에 묶여 나왔다.


“조, 족장!”


“우리. 잘 싸운다!”


“어차피, 스트라우스 공략에 실패했으면 너희가 잡아먹힐 순서였다. 우거. 그냥 가라.”


야생의 논리에 충실한 종족답게, 오크들은 살아남을 도구를 얻는 대신 동족을 노예로 넘겼다.


“좋은 협상이었다!”


“우거. 살찌워라. 강해져라. 그래야 재미있는 전쟁 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노력해 보겠다! 그러니 어서 그대들의 땅으로 돌아가라!”


그렇게 오크 무리로 이루어진 몬스터 웨이브를 말로 막고, 노예 100마리를 얻었다.


이게 될까? 하는 마음에 나선 거지만 진짜 이루어지니 순식간에 발에 힘이 탁하고 빠져버린다.


“후우.”


“주군!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그저 긴장이 풀린 탓이야.”


그렇게 노예로 들인 오크 100마리를 바라보며, 나는 눈빛을 빛냈다.


과연 저 몬스터들은 교화가 가능할까?


이 세상의 주신이 지성체의 언어를 모조리 통일하는 바람에 교육 자체는 가능할 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지.


“저놈들의 출산율은 진짜 위험해. 잘 가르쳐서 다시 오크 무리로 돌려보내야겠어. 비혼주의라는 말 알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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