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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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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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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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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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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4

DUMMY

#004화.




“바쁘신 와중에 자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베네딕트 대사제님.”


성호를 긋고 가볍게 묵례를 올리자, 법의를 입은 중년의 사내 또한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며 말했다.


“주신의 은총이 하늘에 닿기를.”


전생의 나는 딱히 종교가 없었지만, 이 세상은 신성력이 있다. 즉,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이란 거지.


신의 신성력은 마나와는 또 다르다지만, 지금 논의할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대사제님.”


“말씀하십시오.”


“최근 영지 시찰을 하던 중, 영민들이 가축들에게 바타타를 먹이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악마의 작물이니 인간이 먹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한데, 바타타는 왜 언급하시는 겁니까?”


“악마의 작물을 먹은 짐승을 도축하게 되면, 부작용은 없는 겁니까?”


“부작용이라니요?”


감자를 악마의 작물로 여겼던 이유. 원래 역사에서는 구황작물이란 개념이 유럽엔 얼마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뿌리가 아닌 줄기를 먹고 생사가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괜히 악마의 식물이 된 건 아니었지.


나도 정확한 내용은 다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주신의 사랑을 받는 우리 인간은 먹지 못하는 작물을 먹고 자란 가축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축을 도축해 고기로 만들면 안전한 건지요?”


솔직히 논리상 말이 안 되지. 인간에게는 독이 되는 악마의 채소 감자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들도 교리상 악마일 수밖에 없잖아.


이 부분을 언급하니, 베네딕트 대사제에게 살짝 인상을 썼다.


“신께서 허락하신 가축들을 두고 어린 영주님께서 지금 신을 모독하려 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바타타를 축성(祝聖. 성직자가 의식을 이용해 물건을 성스럽게 만드는 것)해 주십시오.


영지민들이 먹을 수 있게 조리하는 방법은 제가 고안해 보겠습니다.”


“악마의 채소에 축성을요?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인간이 먹을 수 없는 독초이거늘.”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을 것은 구분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발생하는 문제이지요.


주신께서는 우주 만물 모든 것이 각자 쓰임이 있게 만드셨으니, 바타타 또한 그러할 겁니다.


다만, 성경이 쓰이던 시대에 바타타는 우리 세상에 없던 식물이라 그 쓰임을 제대로 알 수 없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고 주신전은 맞게 처우를 하신 겁니다.


하지만, 짐승들도 먹을 수 있는 명백한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먹을 방법이 분명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신이 실존하나 지상을 내려다보지는 않는다.


성직자 또한 인간이라 썩을 놈은 썩었고, 성인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양반도 있지.


그렇다면 베네딕트는?


파계승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인물이었다. 적당히 썩고, 돈 좋아하며, 명예를 탐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제였다.


“흠...악마의 채소, 아니 바타타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겁니까?”


“크게 두 이득이 있습니다. 제게는 영민을 먹여 살릴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사제님께서는 만민의 식재료를 하나 더 늘려 성인의 반열에 오를 겁니다.”


감자 대왕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와 달리, 신의 축성을 받아 악기가 사라졌다는 믿음을 영민에게 새겨줄 수 있다면?


더 이상 감자는 악마의 음식이 아니게 된다. 감자사제 베네딕트가 탄생하겠지.


[감자의 죄를 사하노라.]


약간 다르지만, 할랄 푸드가 되는거지.


이로써 주신전은 감자가 생산된 이후, 반드시 축성하게 될 테고 그 비용을 요구하니 재정 안정을 획책할 수 있고.


나는 그 감자를 조리하는 법을 널리 퍼뜨려 식량 확보를 늘리는 거지.


오크 노예들로 감자를 재배하고 수확한다면 영민 같은 사람들에겐 제 손에 흙 묻혀가며 키우지 않고도 훌륭한 작물을 공급받게 된다.


즉, 영지민들을 조금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지.


“으음···.”


“악마의 작물마저 축성을 통해 교화되어 사람이 먹을 것으로 탈바꿈한다면 신께서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시겠습니까?


이는 대주교를 노려볼 법한 일입니다. 만약 이 대륙 전체에 대사제님의 선행이 퍼지게 된다면 대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겠지요.”


교황이 될 수도 있는 업적이라고 말하니, 베네딕트가 살짝 흥분하기 시작했다.


변경백의 대사제 주제에 교황을 논하다니. 아무리 봐도 미친 소리겠지만.


나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감자가 변혁시킬 미래를.


“정말, 단언할 수 있겠소?”


“단언하지요. 악마의 열매는 축성을 통해 죄를 씻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작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제가 그 해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지식은 어디서 얻은 것이오?”


맥X날드랑 감자튀김은 떼려야 뗄 수가 없거든.


알바 때 깎은 감자만 한 트럭 이상일 거다.


***


“우거!”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오크들은 그야말로 막노동을 위해 태어난 종족 같다.


뼈도 굵고 근력은 성인 남성의 1.5배에 달하며 몸에 맞춘 장비만 입혀주면 소나 말보단 못해도 쟁기질까지 가능하거든.


그러고도 골병이 들지를 않는다.


“밭고랑 다 팠습니다!”


“바타타 파종 준비 끝! 우거!”


“잘 묻도록. 이게 앞으로 스트라우스를 살릴 테니까.”


한가지 웃긴 거.


마치 가축들처럼, 오크들도 감자 싹에 있는 독에 내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니 트랙의 연료는 감자싹이라면, 대체 연비가 얼마인 걸까?


-우적우적.


“맛있나?”


“네! 영주님. 톡 쏘는 맛이 좋습니다. 우거.”


“아기 손가락처럼 구부러지면서 자라는 풀이 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사리인가?


그것도 그냥 먹으면 독초지만, 데쳐서 말리면 없어서 못 먹는 존맛이 되긴 한다.


지금 당장 확인하기엔 어렵지만, 오크들이 생감자와 싹도 잘 먹는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


축성 안 한 놈들로 그냥 넘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게 다 힘이 없어서 그렇다.


얼른 빨리 인구를 늘리고 병사들을 모집해야겠어. 아투바 오크들 말고도 몬스터 웨이브는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니까.


여튼.


대대적인 감자 농사를 진행하면서도, 오크들은 끊임없이 분변을 모아 밀을 키울 땅에 뿌려댔다.


적당한 시간이 되어 악취가 구수해졌을 때쯤, 마침내 농부들이 밀과 콩 파종에 나섰고.


그와 별개로 미리 심어둔 감자들을 수확한 후 베네딕트 대사제에게 축성을 부탁했다.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들에게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전염병이 내 백성 가운데에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어다.


···중략···


···하여 부디 신의 자녀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풍성한 식탁에 오르도록 사악한 바타타의 회개를 청하오니.


주신님이시여, 다른 사람의 수고와 노력이 담긴 작물처럼, 바타타의 원죄 또한 사라짐을 감히 당신의 아들로서 고합니다.]


음···


주신전의 기도문을 보니 흡사 지구의 축사와 비슷하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베네딕트 대사제는 축성을 마치고 마침내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바타타의 죄는 사하여졌으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바타타는 싹과 줄기를 먹어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죄업을 받은 바타타의 마지막 악행을 상징하니, 가축과 오크들에 건네주도록 할 것이며 축성을 받은 알맹이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회오리 감자를 손에 든 베네딕트 대사제는 심호흡을 하더니 와그작 하고 씹어먹었다.


“아아. 신의 자비로움 아래 죄를 벗은 바타타의 맛은 땅에서 나는 호밀빵이요, 배고픔을 가라앉히는 미사의 흐름이라.”


종교가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있던 세상이다 보니 주신전에 모인 영민들이 천천히 회오리 감자들을 각기 입에 넣기 시작했고.


“!”


“이걸 여태 가축에게 줬다고?”


먹는 방법만 알면 씨를 말려버리는 인간의 종특상, 이날부터 주신전의 축성을 받은 감자들은 주민들의 식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뭐, 가끔은 먹지 말라는 새싹과 줄기를 일부러 먹은 자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내 분명 말하지 않았습니까! 오직 알맹이만 먹어야 한다고!


개인적인 탐욕을 위해 가축과 오크 노예에게 줄 것을 탐하니 이리되는 겁니다!”


주신전에서 알아서 조져주니 슬슬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이들이 줄어갔다.


음··· 근데. 주신전에서 은근슬쩍 오크들을 가축의 범주에 넣어버린 건가?


그래도 지성이 있고 몸 쓰는 일 하나는 진짜 잘하는 직원 정도는 되는데. 뭐, 일단 배척받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


아투바 오크 족의 족장인 크루거는 예전에 화살촉과 바꿔 먹은 잡것 하나가 돌아와서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거. 그러니까, 어린 인간이 지난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조건으로 약한 오크를 노예로 내어달라 했단 말이냐?”


“그렇다. 족장.”


이름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계급이 낮았던 오크는 스트라우스령으로 들어간 이후를 제법 상세하게 서술했다.


삼시세끼 챙겨 먹고.

분변을 치웠으며.

농지를 만들고.

비바람 걱정 없이 잔다.


“우거. 인간의 분변을 치웠다니. 더러운 일을 시키는 건가.”


“처음엔 그랬는데, 요즘은 별 차이가 없다. 우거.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놈들의 식량은 얼마나 쌓였지?”


“밀과 콩을 곧 수확한다. 거기에 바타타라는 것도 키우기 시작했다. 우거.”


오크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들은 메뚜기떼처럼 한 곳을 뒤집어엎은 후 이동하는 삶이 문화였다.


즉, 요한이 데리고 있는 100마리의 오크들은 지난한 오크의 역사를 통틀어 최초로 농사란 걸 지어본 돌연변이란 말.


아투바는 오래된 부족이다.


문자가 없어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 수 백년 이상 아투바라는 이름을 써 왔다.


이건 강함과 함께 미래를 예견할 훌륭한 지도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우거···”


크루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변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종족의 명운을 걸어야 할 만큼 크나큰 변화가 꼭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명의 노예가 필요하다는 건가.”


“우거. 잠시 확인해보겠다.”


이내,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낸 오크가 숫자와 글자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 노예 200명이다. 화살촉은 저번과 같고, 추가로 식량을 준다. 우거.”


그 모습을 보며 크루거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글을 읽었나?”


“우거?”


하도 싸움질만 하다 보니, 신의 축복으로 타 종족과도 말은 통하는데 문자를 가르쳐주는 자들이 없다.


인간으로 치면 10살 언저리밖에 안 되는 오크의 지능으로 문자를 창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끽해야, 몇몇 문신에 의미를 부여하고 제 몸에 새기는 정도지.


그럼에도, 인간의 문자를 이해하는 오크가 탄생했다.


물론 노예로 부리기 쉽게 하려는 요한의 생각 때문이겠지만 쿠루거가 보기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변화였다.


“우거. 정말로, 심각한 차별은 없나.”


“없다. 근데 거리가 깨끗해지니 좋다면서 음식을 주는 인간이 많아지고 있다. 영주는 소매넣기라고 하더라. 우거.


[스트라우스령은 발할라인가?]


오크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크루거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제시한 값으로 100마리를 더 하여 총 300마리를 보내겠다.”


“우거?”


“어린놈. 아니, 요한 J 스트라우스 영주에게 전하도록. 지금처럼 오크들을 대하고 계속해서 가르칠 수 있겠는지.”


“알았다. 우거.”


늙었다고 반드시 현명하지 않고 지적 수준이 낮다고 하여 모두 어리석진 않다.


적어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전사의 종족으로 불리며 피 터지는 투쟁으로 족장까지 올라간 크루거는 똑똑하진 못해도 현명한 오크였다.


“우거. 수백 번만의 봄. 오랜만에 재미있는 인간 영주가 탄생했구먼.캬하하!”


***


개간한 산 중턱의 농지들을 영민들에게 분배하고, 감자를 잔뜩 심고 나니 오크 노예가 300이나 왔다.


그리고 노예를 데려오라고 시켰던 오크는 내게 족장의 말을 건넸다.


“애들, 잘 부탁한다?”


···탁아소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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