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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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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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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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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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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4

DUMMY

#014화.




스터틴 E. 벨라인은 1톤이나 되는 드워프제 강철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길이 120cm의 롱소드를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강철은 1.5㎏.


요한이 가져온 강철을 한치의 낭비도 없이 전부 롱소드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666자루를 생산할 수 있다.


실제 장인들이 작업 도중 실수할 것을 고려해도 최소 600자루를 만들 수 있으며.


풀 플레이트 아머만 만든다고 해도 33벌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현대전에서 탱크와 비견할 수 있는 기사를 드워프제 강철로 감쌀 수 있다는 건 다른 영지의 기사들보다 훨씬 더 튼튼해진다는 말.


문제는, 이게 단발성 생산이 아니었다는 거다.


스트라우스령은 고정적으로 드워프제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영지가 되었으니까.


“요한 자네가 날 찾아온 이유를 이해하겠어. 지금의 스트라우스령 혼자 먹을 수 있는 게 확실히 아니야.”


망한 영지는 그만큼 취약하다.


하물며, 요한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무력이 크루거라면 중앙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주신전은 이단을 주장하며 미친 듯이 날뛰겠지.


드워프제 강철이라는 이권을 빼앗기 위해서. 영지는 공중분해 될 것이다.


물론 파월 U 고티에가 스트라우스령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모르니 나오는 생각이겠지만, 어쨌든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된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분명 위험한 거래지만, 그래도 포기를 할 수 없단 말이지.”


스터틴도 드워프제 강철이 벨라인의 이름으로 팔려나간다는 게 어떤 리스크를 가지는지 모를 만큼 멍청한 자는 아니다.


요한이 가져온 물건은 캇셀도르프 왕국 내 강철 거래의 판도를 단숨에 흔들 수밖에 없고, 벨라인이 방패막이가 되어 두들겨 맞는다는 뜻이니까.


그럼에도···.


드워프제 강철은 메리트가 있었다.


“단점도, 장점도 확실해.


자네를 대신해 이권 때문에 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나는 다른 영지들에 비해 저렴하게 드워프제 강철로 영지군을 무장시킬 수 있어.


최소한, 자네와 나만은.”


“벨라인의 이웃인 펠리오스나 카일라드도 감히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강철을 갈라버릴 절삭력을 자랑하는 검과, 강철을 튕겨내는 방어력을 가진 갑주의 조합이니까.”


물론, 마나 유저가 드워프제 무구로 온몸을 똘똘 감싼다고 해도 익스퍼트 정도가 되면 단숨에 베어버리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그 익스퍼트라는 게 왕국에 몇 없다는 것과 같은 경지라도 한쪽이 드워프제 강철로 무장하고 있다면 훨씬 유리하다는 것.


“자네 영지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분명 내가 자네 아래로 들어가는 형상이 되겠지? 그것까지 고려했을 거야.”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급할 때 도움을 주신 분께는 그만한 대우를 해드리겠죠.”


“대우라···. 하하. 크루거만 아니었으면 분명 영지전을 벌였을 것이야.”


“그것도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랬을 테니까요.”


부정하지 않고 이해한다고 말하는 요한을 보며, 스터틴은 웃음을 지었다.


“계약하도록 하지. 벨라인의 이름을 전면에 걸겠네. 대신, 드워프제 강철의 왕국 내 유통량은 내가 관할 하겠네. 그 정도는 괜찮지?”


드워프 왕국이 있기에 요한의 강철은 독점 생산자의 지위를 가지지는 못한다.


대신, 드워프 왕국에서 생산되는 강철은 코치닐 제국이 대부분 매입하기에 다른 나라들의 경우 찌꺼기 수준의 강철을 겨우 얻었을 뿐이지만.


요한의 등장은 적어도 캇셀도르프 왕국만은 드워프제 무기로 무장할 가능성이 열린다.


그리고 그 유통을 관할하는 힘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한 파워.


스터틴은 바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방패막이가 되어 주시겠다는데 그 정도는 기꺼이 내어드리지요. 대신, 곡물과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요한의 요구에 스터틴은 크루거를 바라보았다.


“우거.”


한숨을 내쉰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내 상황에서는 자네의 세력이 늘어나는 걸 원치 않네. 하지만 저 망할 오크 놈이 알아서 수하로 들어간 수완가를 상대로 척지는 것 또한 원하지 않아.


그렇게 하겠네.


대신, 자네도 내 딸을 받아주게.”


스터틴의 제안을 들은 요한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혈맹이 되자는 말입니까?”


“그래. 자네 아버지 아이작이 살아있던 때, 혼담이 오간 적이 있었네.


그가 죽은 후, 스트라우스령은 사실상 망한 것이라 여겨 그만두었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잖나.”


기꺼이 방패가 되어주는 대신, 혈연관계가 되자는 스터틴의 제안.


요한은 깊은 고심 끝에 답했다.


“귀족으로서 정략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적어도 영애의 능력을 보고 싶습니다.”


“여인에게 능력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영지가 그만큼 각박해서 말이죠. 사랑으로 맺어지지 못한다면 적어도 유능한 인재였으면 합니다.


비상시에 영지를 맡길 만큼의 능력은 있어야겠죠.”


요한의 혼인관을 보며 스터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그런 혼인관을 가지고 있다면 마리아는 오히려 좋은 짝일세. 그 아이는 똑똑하거든.”


그 모습을 보며 크루거가 중얼거렸다.


“우거. 계집은 빼앗고 취하면 되는 것을 뭔 염병을 떨고 있나.”


야만스럽기 그지없는 말에 요한이 질색하며 답했다.


“그따위 사고방식이니 지성을 가진 오크들이 몬스터 취급을 받는 거야. 이 망할 자식아.”


요한의 말에 스터틴 또한 쓰게 웃으며 말했다.


“몬스터 취급이 아니라 몬스터가 맞네만···.”


그 말에 크루거가 살기를 뿜어댔고, 스터틴은 먼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


마리아 E. 벨라인.


스터틴의 장녀이자 사교계 데뷔를 마친 15세.


이 시대 귀족 여인에게 요구되는 지극히 평범한 교육을 받았고 언젠가 자신이 정략혼의 소재로 쓰인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소녀였다.


그런 그녀를 아버지 스터틴이 집무실로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아버지.”


잠시 시야를 옆으로 돌린 그녀는 눈앞에 커다란 오크 한 마리를 보고 기겁했다.


“!!”


왜 아버지의 집무실에 오크가 있는 거지? 혹시 벨라인 성이 오크에게 함락당하기라도 한 걸까?


아버지가 자신을 부른 이유는 설마 영지를 지키기 위한 제물로 바치려는···?


혼란에 빠져 부들거리다 주저앉으려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스터틴이 말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거라. 크루거는 스트라우스 영식을 지키는 수행원에 불과하니까.”


그제야 마리아의 눈에 요한이 들어왔다.


귀족 소년 특유의 단아한 외모였지만, 스트라우스 가문 특유의 붉은 눈동자와 머릿결을 가진 소년은 뭔가 불꽃 같은 느낌을 준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스트라우스령의 영주 대리 요한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귀족식 인사로 자신을 소개한 요한을 바라보던 마리아는 이내 자신이 무례를 저질렀음을 깨닫고 재빨리 우아한 인사를 건넸다.


“스터틴 E. 벨라인 자작의 장녀인 마리아 E. 벨라인입니다. 명망 높은 스트라우스 백작가의 영식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명망이 높았던 건 요한의 아버지 아이작 때였고, 지금은 망해서 빌빌거린다는 영지 정도로 알고 있지만.


면전에서 그렇게 면박을 주는 건 귀족 영애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한때나마 혼사가 오가던 소년이 아닌가.


“귀족의 여인답게 높은 기품을 가지셨습니다.”


가볍게 손등에 키스한 요한이 마리아를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 순간만큼은 오크의 존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마리아. 자리에 앉거라.”


“네, 아버지.”


“너를 이 자리에 부른 건, 예전에 스트라우스 가문과의 혼담을 다시 진행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전대 스트라우스령의 주인이었던 아이작과의 혼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스터틴.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리아는 마침내 정략혼의 때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귀족 여인의 딸로 태어나 서민은 누리지 못할 풍요로움 속에서 살았다.


그러니 가문을 위해 자유로운 혼사는 포기하라.


지극히 귀족스러운 말이 스터틴의 입에서 나오고, 마리아가 그에 수긍하려던 찰나.


“···해서, 나는 스트라우스령과 혈맹으로 맺어지고 싶다는 제안을 다시 했건만.


정작 당사자인 요한은 너의 능력을 보고 싶다고 하는구나.”


“···제 능력이요?”


마리아의 반문에 요한이 답했다.


“네. 당신의 능력이 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스트라우스령의 상황을 간단히 알려드리지요.”


전대의 막 나가는 군비증강으로 휘청이는 영지. 새로운 먹거리. 오크들을 동원한 농사.


그리고 스틱스가 만들어낸 드워프제 강철의 등장. 간략한 내용을 설명한 후 요한이 마리아에게 물었다.


“···이상입니다. 제가 해왔던 선택을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놀랍습니다. 영지가 몰락할 뻔한 순간, 오크와 협상을 해서 반쯤은 그들을 복속시켰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영식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당시 선택하실 수 있는 최선을 택하셨네요.


다만, 최근 떠들썩한 면죄부의 개념을 떠올리신 건 조금 위험합니다. 주신전이 면죄부를 남발하게 되면 신권은 바닥에 떨어지게 될 거예요. 그리되면 사회의 혼란이···.”


줄줄이 튀어나오는 마리아의 말. 정제되진 않았지만, 꽤 핵심을 꿰뚫는 말에 요한이 점차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영애의 식견이 대단하시군요.”


“과찬이에요. 다른 영애들도 이 정도는 가능할걸요?”


그 말에 스터틴이 웃었다.


“배운 게 비슷하면 생각도 비슷해지는 법이다. 다른 영애들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할 거야.”


요한 역시 웃으며 답했다.


“부부는 인생의 짝이 되는 동료라는 반려(伴侶)로 부르기도 합니다.


저는 반려를 선택하기에 아직 나이가 어리고 마리아 양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전혀 없어요.


알지도 못하는 여자와 가문의 미래 때문에 정략혼을 한다는 건 저도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리아 양이라면 동반자가 되어도 충분할 것 같군요.”


요한의 말에 마리아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인재라니. 부인이 되면 부려 먹고 말인가? 그녀가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인생이다.


“어느 귀족이 사랑으로 혼례를 올리나요. 모두 정략혼으로 맺어지고 살면서 애정을 키워나가는 거죠.


능력을 논하시니 몹시 당황스럽습니다만, 귀족은 많은 권리를 누리는 대신, 가문과 영민을 위해 혼사를 선택해야 하는 법 아닐까요?”


그게 그녀가 배운 상식이다.


하지만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제 영지는 간신히 호흡만 붙여놓은 상황이고, 몸에 좋은 포션을 간신히 손에 넣었지만, 약효가 너무 강해 함부로 쓰지 못하는 형상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몬스터 웨이브를 걱정해야 하고 영주가 전장에 나서면 부인이 영지를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부인이 될 여인이라면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그만큼 영지의 사정이 좋지 못하거든요.


물론, 정략혼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리아 양의 선택이지만요.”


너무 솔직해서 놀라울 정도다.


세상 어느 영식이 혼례를 올릴지도 모르는 영애 앞에서 일꾼이 되기를 바란다며 당당하게 말한단 말인가.


사교계에선 들어본 적도 없는 말 아닌가.


“···대단히 놀랍습니다. 귀족 여인에게 선택권을 주신다니요.”


“하지만, 그게 스트라우스령의 현실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비밀이니 함구해주시길 바랍니다.”


“그정도의 생각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남편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말고, 남편이 될 사람을 사랑하라. 귀족 여인이 그나마 덜 불행해지는 방법이다.


마리아는 평생 그렇게 어머니에게 배워왔건만.


사랑이 없는 문제는 둘째치고 아예 인재가 되어달라는 요한의 말에 마리아는 생소함을 느꼈다.


‘날 이렇게 대하는 남자는 이 사람이 처음이야.’


그리고 영원히 처음으로 남겠지.


마리아에게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하라는 요한의 말은 버겁기에 그지없었지만.


요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선택하시라는 겁니다. 평범한 귀족 여인으로 살며 평범한 권리와 의무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요.”


마치, 스트라우스령에 가면 개고생 확정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요한.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리아는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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