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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내리는 녹슨 서고

리라이트 마이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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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즘
작품등록일 :
2020.05.11 14:16
최근연재일 :
2020.07.08 19:18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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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수 :
88,501

작성
20.06.0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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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3. 사자의 심장 (5)

DUMMY

일일 안내원으로서의 역할을 모두 마친 세빈은 플라네타륨의 불빛을 환하게 점등시킨 뒤 객석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때까지도 천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유현은 그제야 등받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열렬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말 감동했어.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그렇게까지 수고해주다니... 오늘 봤던 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과찬이세요. 이곳 직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설령 그걸 감안하더라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어느 누구도 너한테 대가 하나 없이 플라네타륨 해설을 하라고 시키거나 강요하진 않았을 거 아냐. 근데 넌 심지어 내게 먼저 플라네타륨을 관람하지 않겠냐고 권유까지 했지. 내 입장에서 보면 넌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야.”



맨 정신으로 듣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칭찬세례가 이어지자 몹시 당황한 세빈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어떻게든 감추려 애썼다.



“처, 천사라니... 놀리지 말아주세요. 전 그저 오랜만에 천문대에 손님이 찾아줘서 무척 기뻤을 뿐이에요. 이대로 정말 빛 한 번 못 보고 강제로 철거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응. 나한테도 정말 다행이야. 영영 못 볼지도 몰랐을 광경을 눈에 담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아. 솔직히 마음 같아선 나중에 또 보고 싶을 정도야.”


“언제든지 또 오세요. 몇 번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요. 오늘 얘기하지 않은 별자리도 엄청 많고요.”



아직까지 천장을 올려다보며 좀 전의 황홀한 순간을 회상하던 유현은 잔잔하게 웃으며 세빈의 제안을 고사했다.



“아냐, 아냐. 플라네타륨을 한 번 가동하려면 전력이 꽤 많이 필요하다며. 나 하나를 위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어. 게다가 또 해설을 부탁하는 것도 좀 미안하고.”


“전 괜찮은데...”


“아, 참! 플라네타륨에 정신이 팔려서 미리 얘기하려던 걸 깜박 잊고 있었네. 날 위해 긴 시간 고생해줬는데 점심 정도는 내가 사게 해줘. 뭐 먹고 싶어?”



생각지 못한 유현의 제안에 깜짝 놀란 세빈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옆에 내려둔 바구니를 들어보였다.



“아, 아녜요. 저 점심으로 샌드위치 싸왔는걸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에이, 한창 왕성할 나이인데 샌드위치 하나로 성에 차겠어? 사양하지 마. 내가 사준대도.”



세빈은 유현이 예상보다 더 강경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하자 이대로 계속 거절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시겠어요?”


“뭐? 아이스크림? 겨우 그거 가지고 돼? 진짜로 먹고 싶은 거 얘기해도 된다니까?”


“저 아이스크림 정말 좋아해요. 그거면 충분해요.”


“그래? 뭐 네가 그걸로 괜찮다면 상관없긴 하지만... 오케이. 따라와. 지금 바로 사줄게.”



유현은 세빈에게 손짓한 뒤 박력 있는 걸음걸이로 의자 사이를 지나쳤다.


바구니를 끌어안은 세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치 홀린 것처럼 유현을 뒤따라갔다.



천문대를 나서자마자 살갗이 그대로 익어버릴 것 같은 화끈한 열풍이 두 사람을 덮쳤다.


한낮이 가까워지자 내리쬐는 눈부신 햇빛 속에서 참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당장이라도 천문대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세빈은 아직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열대지방이 바로 이런 느낌 아닐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잰걸음으로 유현을 쫓아갔다.



시야를 어지럽히는 짙은 아지랑이를 헤치고 얼마간 더 걸어가자 야산 입구의 갈림길 밑으로 저 멀리 편의점 하나가 보였다.


드디어 시원한 그늘 속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안도감 속에 잠긴 세빈은 유현이 편의점을 그대로 지나치자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조금만 더 힘내. 얼마 남지 않았어.”



곧 알 수 있다는 말에 묵묵히 유현의 널찍한 등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던 세빈은 머지않아 주택가 외곽과 야산 언저리가 만나는 탁 트인 공간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카페를 발견했다.


예전에 지안과 맛집 탐방을 나섰을 때 딱 한 번 와봤던 기억이 남아있던 세빈은 화들짝 놀라 유현을 올려다봤다.


그러자 유현은 씩 웃으며 카페의 입구를 가리켰다.



“자, 다 왔습니다. 아가씨.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유현은 마치 에스코트를 하듯 살며시 카페의 문을 잡아당긴 뒤 고개를 숙였다.


세빈은 그의 장단에 맞춰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입구에서 계속 서 있을 순 없겠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왜 그러세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뭐 어때? 보답의 의미로 대접하려는 건데 이 정도 서비스는 얹어줘야지. 그리고 보통 주말 이 시간대엔 사람 없어. 걱정 마.”



유현의 말대로 카페 안은 한산했다.


바리스타가 컵을 닦는 소리와 구석에 놓인 작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 간간히 들릴 뿐이었다.


따가운 햇볕이 들지 않는 창가 반대편의 자리로 세빈을 인도한 유현은 이내 바리스타에게 다가가 은밀하게 몇 가지를 주문했다.


의자에 앉은 세빈은 자리로 돌아온 유현에게 의문을 표했다.



“뭘 시키셨어요?”


“그건 비밀이야. 기대하고 있으라고.”


“근데 여기 아이스크림 엄청 비싼 걸로 유명한데 정말 사주셔도 괜찮으신 거예요?”


“아무렴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한정 메뉴들보다 더 비싸겠니? 내 지갑사정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입대하기 전까지 마음껏 펑펑 쓰고 가는 게 내 소원이자 목표니까.”



세빈은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었다.


곧 군대에 갈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는 건 어차피 가능할 리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세빈은 유현과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만났을 뿐인데 이런 비싼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대접받게 된 것이 더욱 신경 쓰였다.


마치 데이트라도 즐기는 것 같은 지금 상황이 얼떨떨하게 느껴진 그녀는 유현이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는지 무척 궁금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감돈 사이 고풍스러운 카페에 어울리는 오래된 TV에서 어제 오후 선일시 외곽에서 새로이 발견된 흰색 말뚝에 대한 단신이 흘러나왔다.


그 후 뉴스 진행자와 패널들이 말뚝에 대한 각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나누는 장면을 곁눈질하던 세빈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현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문을 열었다.



“요즘 진짜 흉흉한 일이 많지.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벌어지나 몰라.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미쳐버리기라도 한 걸까?”



유현이 꺼낸 화제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세빈은 실례란 걸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내리깔았다.


TV 속에선 빨간 말뚝 다음에 흰 말뚝이 발견됐으니 어쩌면 주작이랑 백호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보기엔 말뚝이 박힌 방향이 이상하지 않냐 같은 시답잖은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별로 귀담아듣고 싶지 않았던 세빈을 때마침 구원하기라도 하듯 바리스타가 무언가 담긴 접시 두 그릇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빈의 앞에 놓인 접시 안에는 여러 색상이 어우러진 젤라토가 작은 스푼과 함께 담겨 있었다.


좀 전 아이스크림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하드나 콘 정도를 생각했던 세빈은 이 카페에서 제일 비싼 메뉴 중 하나인 다색 젤라토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유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유현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먹어보길 권했다.



“식사를 대신해서 사는 거니까 이 정돈 대접해야지. 신경 쓰지 말고 녹기 전에 어서 먹어.”


“아... 네.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사실 이전에 지안과 함께 찾아왔을 때 너무 비싸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먹어보길 포기했던 기억을 지닌 세빈이었기에 한두 번쯤은 겸양을 보이라고 지시해야할 이성은 이미 의식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 뒤였다.


곧바로 스푼을 든 세빈은 젤라토를 한 가득 떠 담은 뒤 지체 없이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혀 위에서 젤라토가 사르르 녹아내리자 마치 입 안에 비옥하게 영근 윤택한 낙원이 끝없이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나마 시원한 장소로 바캉스를 온 기분을 만끽한 세빈은 허겁지겁 젤라토를 먹어치우느라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에 대해선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를 말없이 지켜보던 유현은 예상 밖의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자 껄껄 웃었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사준 보람이 느껴지긴 한데 조금만 천천히 먹는 게 어때? 찬 거 급히 먹다가 체할라.”


“아, 배려 감사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그만 저도 모르게...”


“아냐. 맛있으면 다행이네. 나도 예전에 누가 사줘서 먹어본 건데 진짜 맛있더라고. 그래서 데려온 건데 정답이었구나.”



한동안 스푼이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오갔다.


침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현은 이 조촐한 모임을 설계한 주최자로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어 일단 칭찬부터 던졌다.



“아깐 플라네타륨 때문에 설레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는데, 오늘 입은 옷 예쁘네. 정말 잘 어울려.”


“아, 아하하... 고맙습니다.”



옷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 같은 건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듣는 세빈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다시 대화가 뚝 끊겼다.


유현은 뜬금없이 의상을 치켜세운 게 괜히 악수가 된 건 아닌지 반추하며 신중하게 다음 화두를 골랐다.


역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무난한 화제가 좋다고 생각한 그는 방학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세빈의 주의를 끌어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도 이제 여름방학 시즌이구나. 너도 방학했니?”


“네. 그저께 했어요.”


“축하해. 모처럼 푹 쉴 수 있겠네.”



활짝 웃는 유현과 달리 마음속이 답답해진 세빈은 한숨이 터져 나오는 걸 막지 못했다.



“하아... 아뇨.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보충수업 때문에 도저히 무리에요.”


“응? 보충수업? 공부 꽤 잘 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의외네. 무슨 과목?”


“한국사요. 중간, 기말 둘 다 망쳐버려서...”



아무 생각 없이 질문에 순순히 답하던 세빈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직 친하다고 하긴 힘든 사람한테 취약한 과목에 대해 발설해버린 건 생각 이상으로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정작 유현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몸을 살짝 일으켜 그녀가 앉은 쪽으로 상체를 굽혔다.



“마침 잘 됐네! 내가 다니는 과가 사학과거든? 전공이 한국사인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과정 정도는 완전히 마스터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어때? 일요일마다 나한테 배우지 않을래?”



세빈은 유현이 사학과에 다닌다는 얘기를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것 따윈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현에게 받은 다소 과도한 관심이 이젠 겁이 날 정도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저기, 죄송한데... 하나만 여쭤도 될까요?”


“응? 뭔데?”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잘 해주시는 건가요?”



유현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아차 하는 기색으로 손을 내저었다.



“이런, 미안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얘기까지 꺼내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졌지. 네가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돼.”


“아, 아뇨. 경계하는 건 아니에요. 유현 씨가 좋으신 분이란 건 이미 알고 있는걸요. 다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 가깝게 지내는 건 그다지 익숙하진 않은 편이라...”


“괜히 자책할 필요는 없어. 어지간히 친화력이 좋은 사람 아니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 내가 너무 무신경했던 탓이야. 사과할게.”



세빈은 유현이 고개를 푹 숙이자 어쩔 줄 몰라 같이 고개를 숙인 채 우물쭈물했다.


이윽고 고개를 든 유현은 아까와 달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세빈이 품은 의문에 답했다.



“왜 그렇게 널 잘 대해주느냐 물어봤었지? 조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거 때문인 것 같아. 넌 내 동생을 많이 닮았거든.”


“동생이요?”


“응. 너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이야. 이름은 유진인데 지금은 내가 다니는 대학교 인근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그렇군요...”



전혀 생각지 못한 이유를 들은 세빈은 자신도 모르게 유현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어디가 그렇게 닮았나요?”


“응? 아, 키도 거의 같고 좋아하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도 너랑 비슷한 것 같아. 단 거 정말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윽, 사족을 못 쓰다니... 제 모습이 그렇게 보였나요.”


“그거야 당연하잖아. 순전히 좋아하기 때문에 몇 년 동안 혼자서 천문대를 청소하고 지켜온 거 아냐. 그게 사족을 못 쓰는 거 아니면 대체 뭐겠어?”



말문이 막힌 세빈은 반박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했다. 유현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냐.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하고 싶은 걸 가지고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내 주위만 봐도 자기가 아직 뭘 하고 싶은 건지 감도 못 잡은 사람들이 수두룩한걸. 그거보단 훨씬 낫지. 안 그래?”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대학교만 해도 아직 막연하게 느껴지고...”


“뭐 어때? 아직 네겐 시간이 많잖아. 앞으로 천천히 생각해보면 돼. 그나저나 아까 그 제안 어떻게 생각해? 유진이도 한국사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르쳐본 경험은 풍부하거든. 물론 대가는 받지 않을게. 그 대신 너는 나한테 우주와 별, 그리고 별자리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면 돼. 그럼 서로 윈윈이지?”



그제야 유현이 자신에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를 알아차린 세빈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흘겨봤다.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던 거죠?”


“하하, 예리하네. 맞아. 사실 별자리를 다룬 신화와 전승에 관해선 나도 꽤 흥미를 가지고 있거든. 내 전공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근데 그 많은 걸 전부 공짜로 알려달라고 할 순 없으니까 이렇게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교환조건을 제시한 거지. 기브 앤 테이크, 어때?”



좀 전과 달리 다소 마음이 편해진 세빈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런 조건이라면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죠. 저도 솔직히 보충수업 때문에 눈앞이 막막했거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유현 선생님.”


“그래. 나도 잘 부탁할게, 세빈 선생님. 그럼 말나온 김에 다음 주 일요일부터 바로 약속을 잡을까? 어디서 만날래?”


“글쎄요... 어디 좋은 장소 있나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유현은 문득 뭔가가 머릿속에서 번뜩인 듯 손가락을 퉁겼다.



“천문대 어때? 네 입장에서도 날 가르치기엔 거기가 아무래도 편할 거 아냐?”


“그럼 저야 좋긴 하지만... 네. 그렇게 해요. 선생님만 괜찮다면요.”


“응. 나도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 꺼릴 이유는 없어. 조용한 곳이니 공부하기도 좋네. 그럼 다음 주를 기대하고 있을게. 수업 준비 열심히 하라고, 선생님.”



세빈은 능구렁이처럼 실실 웃는 유현의 표정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신음을 흘렸다.



“으으... 은근슬쩍 부담을 팍팍 주시네요.”


“네가 날 기대하게 만들었잖아. 아까 플라네타륨에서.”


“아, 몰라요. 어려운 거 잔뜩 준비해둘 테니 잘 따라오기나 하세요.”


“이야, 시작부터 스파르타 선언인 거야? 긴장 잔뜩 해둬야겠네.”



어느덧 어색함은 모두 잊은 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사이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한 줄기의 햇살이 살며시 드리웠다.



Ch 1-3. [사자의 심장] - 完


작가의말

Tip) 유현의 여동생 유진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p.s. 어쩌다보니 길이가 매우 길어졌는데 중간에 자르긴 애매해서 한번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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