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BeautifulWorld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1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09.12 10:22
조회
920
추천
11
글자
10쪽

5화. 그 희비에...

DUMMY

“안녕하신가요, 소미엘 남작님.”

부드럽게 웃는 학자풍의 남자, 그는 그러한 외모와는 다르게 뛰어난 실력으로 기사작위, 더 나아가 국경분쟁에서 선전함으로 남작의 작위까지 하사받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다니다가 서쪽의 국경선에서 몇 번인가 만났었다.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에쉬에일 공작님의 초대에 응했다가, 마침 칼 레트 아일 기간이기에 한 번 와봤죠. 그랬더니 본선 심판하라고 강제로 끌어 앉히던데요.”

“큭, 눈 하난 정확하네요.”

“글세 가까이서 봐서 좋다고 해야할지... 그런데 누구한테 처음부터 새로 배웠나요? 베럴 가의 검술하고는 많이 달라보이는데요.”역시 날카롭구나.

“네, 좋은 스승을 만나서요.”

“후후, 잘 된 일이군요. 앞으로를 기대할게요. 이번엔 우승하기를 빌어요.”

“네, 감사합니다.”

평민에서 귀족이 된 사람인지, 아니면 자제력이 있는 것인지, 그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손한 태도를 취한다. 때문에 다가가기 힘든 면도 없잖아있지만, 적어도 다른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21번!”

젠장, 또 부르는 군.


***

검술에는 의외로 호흡이 중요하다. 배우기전엔 그저 강한 몸과 뛰어난 힘많이 중요할 줄 알았는데, 막상 배우고 나니 그 사실을 통감한다.

만약 호흡을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간, 몇 번 휘두르지 못하고 지쳐버린다. 쓸데없는 힘의 소비가 큰데다가 검을 회수하는데도 상당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앗!”

그런면에서 이 사람, 괜찮은 편이다.

치켜들어온 칼끝을 면을 이용해 비스듬하게 흘려보내고 다리를 이용해 상대방의 얼굴을 걷어찼다. 물론 그런 큰 동작에 얌전히 맞아줄 상대라면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후손이 걱정될 만큼 허리를 뒤로 빼더니 한 손으로 땅을 짚은 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리고 양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뒤, 하체 아래로 늘어뜨렸다. 다소 특이한 검수식이지만, 위에서 아래로 쳐올리는 공격은 꽤나 강력했다.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얼마 만에 상대라고 할 만한 사람을 만난건지, 저절로 입에 미소가 그어졌다. 키피스 산맥에서 루리안에게 실컷 깨지기 전까진, 내 실력을 제대로 드러내본 기억이 없다.

“타핫!”

뛰쳐들어오는 상대. 몸을 앞으로 뻗음과 함께, 아래로부터 검을 위로 휘두르며 몸을 회전했다.

카아앙,

격렬하게 튀는 불꽃 손 아귀가 얼얼해지는 느낌에 나는 미소지었다.

“좋군.”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리고 순간 얼어붙었다. 무슨 기사 무예수련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이래나.“품위는, 없지만 동감한다.”

딱히 예쁘장하다거나 아니면 남자답다는 느낌은 없지만, 다소 마른 그의 얼굴은 품위와 격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봐도 상당한 고급으로 보이는데, 아마 상당히 높은 귀족의 자제나, 아니면 막 작위를 받은 귀족쯤으로 보인다.

시작할 때 이름을 알려주지 않냐고?

인맥으로 먹고 산다는 귀족으로서 부끄럽기가 그지없지만, 내 인맥은 군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도 북부한정.

마주하고 있던 검을 스냅을 줘서 떨쳐낸 뒤, 왼쪽 다리로 바닥을 짚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며 검을 뿌렸다.

또다시 피어나는 불꽃, 하지만 그 꽃이 질 세도 없이 또 한 번의 검격이 펼쳐진다. 쇠가 타는 기분 좋은 냄새.

아쉽지만, 이만 끝내야 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정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나에겐 그 ‘틈’이 보였다.

몸의 유연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오른팔을 뒤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다리를 뻗으며 검을 앞으로 뻗는다. 내가 펼칠 수 있는 극한의 찌르기, 그것은 상대방의 검을 교묘히 피하며 그의 목으로 파고들었다.

꽃처럼 흩날리는 몇 방울의 피.

다소 얼떨떨해 보이는 상대의 모습. 바닥에 떨어지며 피가 사라졌을 땐,

심판의 목소리가 회장을 울리고 있었다.

“좋은 승부였다.”

“동감... 존대를 해야 되나?”

“아니, 상관없다. 너는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

그는 클라인 후작가의 자제라고 했다. 내년이면 작위를 물려받는데나.

“과연 맹장의 아들이 강아지일 수는 없는 거군.”

“하하핫.”

그저 뒤통수를 쓰다듬을 수 밖에.


“우승자, 리카세인 베럴. 전년도 우승자와의 대결을 신청하시겠습니까?”

“예.”

“시기는?”

“지금 원합니다.”

“재고의 기회를 주겠습니다.”

“재고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심판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1시간 뒤 시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따라, 미리대기하고 있던 일련의 무리들이 큰 소리로 따라 외쳤다.

“1시간 뒤 시합을 시작한다!”

그 소리는 관객석으로 퍼져나갈 정도로 충분히 컸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소리륻 듣자 함성을 내질렀다.

나는 대기실로 돌아가 앉아서 검을 손질했다. 역시 초조할 때는 검을 닦는 것만큼이나 좋은 일이 없었다. 맑고 차가운 금속을 보고 있으면 절로 머리가 차분해진다.

“나오세요!”

종으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곳에서 일하려면 목청 좋은 건 필수겠어.

함성이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진다. 하기야, 이게 칼 레트 아일의 백미지. 지난번의 세리에는 전년도 우승자와의 대결을 하지 못했다. 바로 병사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덕분이지, 열기가 한층 뜨거웠다.

오늘은 준결승과 결승, 두 경기를 치뤘지만 몸이 딱히 무겁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당히 달아올라있어서 개운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작합니다!”

반대편의 대기실에서 나타난 사람은, 하얀색의 무복에 금색의 사자가 수놓아진 옷을 입고 있는 녹색 머리카락의 여자였다. 키피스 산맥의 울창한 나무가 생각나는 그 푸르름. 그리고 밝게 빛나는 푸른 눈동자.

내 마음 속에 깊숙이 남아 있던 ‘그녀’ 세리에 폰 에쉬에일이었다.

“오랫만이에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경기, 기대할게요.”

“예.”

그녀의 눈이 수상하게 빛났기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 꼭 장난을 준비하고 득의양양해있는 개구쟁이의 눈빛이랄까.

하얀색의 광택을 토해내는 검신, 금색의 손잡이, 그리고 길이 잘들어있는 가죽 손잡이. 그녀의 검은 명장이 담금질했음이 분명한 명품이었다. 그리고 손잡이 위에 자리잡은 것은 포효하고 있는 사자의 문양. 에쉬에일가의 문장이었다.

관례에 따라, 선수를 양보한 그녀는 양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쥐고 정면을 향해 뻗는 전통적인 기수식을 취했다.

이미 몸이 충분히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굳이 불을 붙이기 위한 쓸데없는 동작은 필요하지 않다. 한손으로 검을 쥔 뒤,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 별달리 힘을 싣지 않은 일격,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는 궤도가 보인다. 그 궤도를 벗어난 내 검은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눈이 동그래질 방어법.

그녀느 검의 손잡이로 내 검의 검신을 때려 공격 방향을 바꿨다.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아깝다.

연속되는 그녀의 공격에 재빨리 수세로 전환했다. ‘레아’는 방어에도 일가견이 있는 검술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에쉬에일 가의 문장처럼, 사자의 용맹한 공격들이 펼쳐졌다. 도저히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강력한 공격들.

예전의 나였다면 속수무책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크게 원을 그리는 내 검은 그녀의 검의 공격을 무효화시키며 공격의 기회를 내 쪽으로 가져왔다.

직선으로 나아가는 검 하지만, 그 검은 미묘한 곡선을 그리며 상대의 공격을 최소화하고 내 공격을 최대화한다.

“큭.”

그녀가 작은 신음을 토하며 뒤로 물러났다.

“후.”

호흡을 고르고 나는 재차 검을 휘둘렀다. 최대로 발휘된 레아.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파상적인 공격에 그녀는 효율 적으로 대처했다. 맹수처럼 예민한 감각으로 공격권에서 벗어나고 일격에 사냥하는 사자처럼 강력한 일격을 휘두른다.

땀이 떨어진다.

손 아귀가 저려왔지만, ‘아직’이다.

양 손으로 검을 쥐고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충격을 탄력으로 이용하여 힘을 흘려보낸 뒤, 배로 검을 찔러갔다.

한 편의 춤처럼, 불꽃을 토해내며 튕겨지는 검.

“하앗!"

짧은 기합성과 함께 또다시 맞부딪히는 두 자루의 검.

그 검의 합 속에서 나는 기쁨을 느꼈다.

그녀의 검술은 베는 것이 주였다. 반면 나는 레아 중에서도 속도를 추구하니 만큼 찌르기가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내 검 끝이 그녀의 검신에 직선으로 부딪쳐 버렸다. 재빨리 힘을 뺏기에 망정이지 손목이 나갈 뻔했다. 찌르기는 가끔가다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일격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막혀버리면 그 손해가 컸다.

연이어 퍼부어지는 공격들. 사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마저 느껴지는 검술 앞에 나는 최대한 몸을 움직여 방어 식을 펼쳐냈다.

그녀의 얼굴에도 땀이 가득했다. 고요해진 대회장 속을 퍼져나가는 검의 소리.

내 검을 막는 그녀의 모습.

땀이 방울 져 있는 녹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땀이 방울져 흘러내리는 조각 같은 턱.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내 검에선 한 줄기 바람이 뻗어나갔다.

‘이건?’

그것은 사헤.

풍신의 송곳니가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그 때 이후로 두 번다시 발휘되지 않았던 검술. 하지만 지금 이상황이 그렇게 낙관할만한 것도 아니다.

내 것이라서 위력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루리안의 것을 보면 적으로 전치1년을 뽑아야될 것이다.

그것을 원하진 않기에, 나는 온 힘을 짜내어 방향을 위로 틀었다.

그녀의 손을 벗어나 하늘로 높이 날아간 검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바닥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승자... 리카세인 베럴!”


--------------

음훗후훗, 이번엔 '다소'깁니다.ㅠㅠ 웬지 느낌이 좋았기에 술술 써졌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충분했기에 가능했던 일. 후, 생각보다 순수한 검의 전투신은 쓰기 힘드네요.(웃음)검기가 없으니깐 원거리 공격도 안되고(웃음) 뭐, 나름 재밌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댓글은 작가의 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autiful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5화. 그 희비에... +3 10.09.21 1,002 11 10쪽
» 5화. 그 희비에... +6 10.09.12 921 11 10쪽
23 5화. 그 희비에... +4 10.09.09 904 10 6쪽
22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8.30 1,025 10 7쪽
21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8.26 899 9 8쪽
20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8.21 938 10 6쪽
19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8.10 989 8 7쪽
18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4 10.08.04 1,099 10 8쪽
17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7.31 1,085 11 8쪽
16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8 1,181 10 8쪽
15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7.27 1,083 9 9쪽
14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6 1,162 10 7쪽
13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7.13 1,186 8 8쪽
12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6.12 1,236 8 8쪽
11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6.05 1,369 10 8쪽
10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4 10.05.29 1,241 10 7쪽
9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5.23 1,468 10 8쪽
8 2화. 그 여행 +2 10.05.22 1,478 12 9쪽
7 2화. 그 여행 +1 10.05.16 1,510 13 7쪽
6 2화. 그 여행 10.05.15 1,614 9 6쪽
5 2화. 그 여행 +2 10.05.09 1,804 10 8쪽
4 1화. 그 만남 +4 10.05.08 1,937 12 9쪽
3 1화. 그 만남 +4 10.05.07 2,151 13 6쪽
2 1화. 그 만남 +3 10.05.07 2,380 11 8쪽
1 1화. 그 만남 +3 10.05.06 4,114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