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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69,958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05.08 16:59
조회
1,934
추천
12
글자
9쪽

1화. 그 만남

DUMMY

“왜 울려고 그래요”

천진난만한 말투, 괜히 속에서 불이 나왔다.

“모릅니다!”

새벽, 어슴푸레한 아침공기가 스물스물 풍겨 나올 무렵에 우리 둘은 대련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그녀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했지만 위험한 맹수를 만났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양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 웃고 있는 늑대랄까.

카앙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한 번 두 번 검들이 불꽃을 튀길 때 마다 내 신경이 함께 불타올랐다. 손아귀를 찢어질 듯이 아파왔고 손가락에는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좋아?

아무래도 스피드 위주의 검술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였다. 속검(速劍)이 아닌 강검(强劍)의 기술들이 그녀의 검 끝에서 펼쳐졌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내 검술 보다는 변화무쌍했다.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는 듯하면서 휘둘러지는 그 일격은 꼭 파도를 받아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팔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나는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바로 제동을 건다음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찌르기를 펼쳤다.


꼭 활시위를 떠나는 화살 같은 소리가 나면서 검이 튕겨 나왔다. 악기라도 되는 마냥 검이 진동하는 느낌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확실히 실전 검술이네요. 훌륭해요.”

저거 진심으로 하는 칭찬 맞아?

검을 휘두르는 척하면서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그녀와의 신장차이는 제법 나지만, 그래도 몸무게로 따지면 내 쪽이 위일 것이다.

루리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팠냐고?

묻지마라.

“어머, 많이 아파요?”

묻지 말라니깐!

“아아, 졌습니다. 졌어요. 아버지보다도 훨씬 센 것 같네.”

나는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며 바지를 걷어보았다. 발갛게 부어오른 무릎에 한숨이 세어 나왔다.

상처는 둘째치고서라도, 이제 어쩔 수 없이 제자가 되어야 했다. 음, 아무래도 싫어요 하고 나가버려도 될 일이지만, 나도 그녀의 제자가 된다는 것에 흥미가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싫지는 않은 기분이었으니까.

“자, 일어나요.”

루리안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약식이지만 우리 사제간의 인사를 나눠볼까요?”

“네?”

“저희 나라에서는 이게 기본 예절이에요. 음, 일단 세인이 제 제자가 된 셈이니 저에게 맞춰주지 않겠어요?”

우와 정중하다. 아버지와는 딴판이야.

“그럼요.”

“자 검을 드세요.”루리안은 싱듯 웃으며 그녀의 검을 들어올렸다. 흰색의 다소 얇아 보이는 몸체에 검날에만 붉은 띄를 둘러놓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까지는 별로 신경쓰지 못했지만, 지금 보니 눈이 휘둥 그래질 정도의 명검이었다. 예식용 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체였지만, 날은 흉흉히 살아있다.

나도 그녀에 호응 하듯, 검을 마주 뽑았다. 몇 번의 격전 끝에 상처가 제법 난 검이지만, 내가 애지중지 하는 녀석이니만큼 길이 잘 들어 있었다.

그녀는 내가들고 있는 검에 검을 부딪쳤다.

짤랑

희한하게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귓가에 청명하게 울리며 그 소리는 맑게 퍼져나갔다.

“이 검에 맹세한다. 나 루리안은 리카세인에게 밝은 검의 길을 걷게 할 것을.”

그녀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생긋 웃더니 나에게 몇마디를 따라하라고 시켰다.

“나 리카세인은 선자(先者)의 인도에 따라 흐트러짐 없는 길을 따라갈것을 나 스스로에게 맹새한다.”

음 뭔가 의미심장한 어구다.

루리안, 아니지 이제 스승님이라고 불러야 하는구나, 그녀는 살폿 웃더니 내 어께를 두드렸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근데 세인은 어디로 가던 길이었나요?”

극존칭에서 존대로 내려왔다. 제자가 되어서 그런 걸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저희 집이요.”

“헤에? 수도에는 무슨 일로 온 건데요?”

“칼 레트 아일에 참가하려고요.”

“세인이라면 나가도 괜찮을 실력이에요.”

역시 스승님, 결과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구나.

나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꼭, 이기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요? 강해지고 싶은가요?”

“네.”

그녀는 어딘가 흐뭇하게 보이는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세인은 지금으로서도 강한데요?”

“하지만 저를 제자로 삼으셨다는 건, 가르쳐주고 싶으신게 있어서 아닌가요?”

“어머, 예리하네요.”

새벽공기가 옅어져 간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꺼냈다.

“,세인의 검은 곧았어요. 하지만, 세인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 담겨있 지 않아요.”

“지금의 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저는 그렇게 배웠는데요?”

루리안은 푸근하게 웃었다.

“음,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하지만 제가 세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만족은 자만과 도태의 의미의 만족과는 달라요. 음 굳이 단어로 한정시키기는 조금 힘들지만, 만약 나 자신이 지금으로부터 한 걸음 떼어내고 싶다면, 지금 자신에 대한 만족도 필요하다는 거에요.. 무조건 부족해, 더 빨리!‘ 만을 외친다면 글쎄요... 과연 행복할까요?”‘

루리안은 고개를 돌려 밝아오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행복하지 못하다면 언제나 고독하답니다. 세인의 검에는 분명히 당신의 신뢰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세인이 검을 휘두를 때의 감정은, 진보와, 긴장, 그리고 냉정정도 뿐이 느껴지지 않아요.“

“검술의 목적이 원래 그것이 아닌가요?”

루리안은 쿡하고 웃었다.

“세인은 검이 뭐라고 생각해요?”

“그거야...”

막상 말로 표현하려니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그런 그를 보고 눈웃음을 짓던 루리안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청량하고도 신비로워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 것만 같았다.

“검은 단순한 흉기다. 그 어떤 좋은 수식어를 붙여놔도, 결국 검은 사람을 헤치기 위한 무기일 뿐이다. 아니다, 검은 지켜내기 위한 것 사람을 죽이는 검이 될 수도 있고, 살리는 검이 될 수도 있다...”

약간의 여운을 남기며 말을 끊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세인을 돌아보았다.

“답은 무엇일까요?”

“답은 없을까요.”

“그래요, 그게 정답일지도 모르죠. 어린 아이들이 기사들의 반짝이는 검을 동경하는 것이 과연 단순히 사람을 베어내는 검이기 때문에 매료되는 검일까요? 그리고 지켜내는 검 또한 위협하는 그 어떤 존재를 베어내게 되죠. 영웅이 휘두르는 검 또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더 나아가 목숨을 빼앗은 걸요.”

왠지 동감이 가는 반박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한편의 감정이 그녀의 말에 강하게 긍정했다.

“답은 뭘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검은 분명 흉기에요, 하지만 그건 또 하나의 예술이죠. 단순히 점과 선이 그려내는 움직임에도, 그 움직임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담겨 있어요. 또, 살기를 담을 수도 있고, 어린아이들의 동경을 담을 수도 있고, 장인의 예술혼을 담을 수도 있고, 수련자들의 혼을 담을 수 도 있죠.”루리안의 연보랏빛 눈동자가 세인을 따뜻하게 주시했다.

“결국 자신만의 그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게 검을 손에 쥔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결코 검의 본질인 피와 살육과는 무관한듯 한 분위기의 사람.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가 강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세인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여태껏 자신은 어떤 긍지를 검에 담았던가.

“솔직히 말하면 나 자신조차도 아직 그 길을 정의할 수가 없어요. 이 검에 피를 묻혀도 봤고, 생명을 거두는 감각도 느껴봤어요. 사람이 사람을 헤하는 그 느낌은 정말 최악의 기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내가 세인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건, 그 검을 휘두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에요. 모욕을 받았다.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생명을 거두는 사람을 저는 많이 보아왔어요. 하지만 세인은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전장에라도 나가지 않는다면 사실상 사람의 목숨을 거둘 일은 없죠. 하지만 우습게도 검을 손에 쥐면 어쩔 수 없이 피를 묻히게 돼요. 저는 또한, 세인의 스승으로 말할게요. 뒤 돌아볼 수 없다면 피하지 마세요. 생명을 거두기 싫다고 헛된 목숨을 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도 없어요.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아니 저 자신만 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의 생명보다는 지금 제 앞에 앉아있는 세인의 목숨이 훨씬 소중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죠. 우리는 성자가 아니에요. 성자로서의 검사는 성립할 수 없는 존재인걸요?”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녀는 강하다.

그리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이 ‘만남’의 소중함이 가슴속에서 아련히 울려펴졌다.



------

1화의 끝입니다. 조금은 길어졌지요?(웃음)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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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3 routine9..
    작성일
    10.05.09 02:30
    No. 1

    잘 보고 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엄친아친구
    작성일
    10.05.09 09:30
    No. 2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두억새
    작성일
    10.08.01 00:53
    No. 3

    에에 지금 상당히 헷갈리네요
    고향에서 상경한 후 공작가의 딸과 겨룬 후수도에서 대회에 참가하러 북부로가는것 같은데 공작가의 딸과는 왜 겨룬것인지??(결국 다른사람이었군요)처음에는 공작가의 딸과 대회에서 맞붙고 돌아온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어께>> 어깨
    맹새>> 맹세
    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부분 앞뒤 문맥으로 볼떄
    나 자신에 만족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게 오타가 난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퀘이사T
    작성일
    10.08.01 03:38
    No. 4

    두억신님, 어익후 식은땀이 다 흐르는 군요... 제 필력 부족을 절실히 느낍니다.
    여튼 요약하자면 대회 참가를 목적으로 상경한 후, 결승전에서 공작의의 딸과 만나 패배한 것이구요, 첫장에서의 인물은 동일인물 맞습니다.
    오타지적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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