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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015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05.07 00:47
조회
2,380
추천
11
글자
8쪽

1화. 그 만남

DUMMY

빙글 빙글 빙글

이게 춤을 가장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의태어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추다 보면 의외로 재밌다. 순발력이 요하는 부분도 꽤 있고, 화려한 여자들의 드레스가 빙글 거리며 회전을 할 때는 꼭 우산을 편 것처럼 드레스 자락이 퍼진다. 그 모습이 꽤 볼만했다.

귓가를 스치는 부드러운 곡조의 음악이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만들었다. 흠, 확실히 예쁘긴 예쁘다. 아니, ‘아름답다’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한 마디 정도 해두는 게 예의겠지?

“아름다우십니다. 레이디.”

으윽 내가 녹아 버릴 것 같아.

“아, 아니요.”

저 아가씨는 왜 아까부터 목소리를 떠는 거야 대체?

확실히 검으로 단련한 사람이니 만큼 움직임은 유연했다. 단지 한 가지 불만스러운 점을 꼽자면 순발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일까? 간혹 품에 안겨오거나 하는 동작 때에 나에게 플라잉 바디 숄더 어택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식은땀이 흐르곤 했다.

이보세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은 허리가 양분 됐을 거야. 근데 말이지, 아까부터 묘하게 살기가 느껴지는데 기분 탓일까?

나는 살짝 고개를 좌우로 훑었는데,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눈빛들이 쏟아졌다.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나에게 분노의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다.

어이어이 대체 이유가 뭐야?

나는 투덜거리며 춤에 집중하자며 고개를 돌렸고,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억울해졌다.

내가 추자고 한 거 아니야!


***

우리가문에는 수도에 저택이 없다. 자작이라는 지위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대상인이라 불리는 메이슨 남작이나, 아니면 꽤 이름난 기사들도 대부분 저택이 있다. 왕이 친히 하사한 것을 사양했다는 속설이 있는데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수도에 오는 일도 거의 없는데 아버지 성격에 넙죽 받았을 리도 없다.

결국, 나는 여관행이라는 거지. 간간히 수도에 올 때마다 들렸던 여관이다. 고급은 아니지만 깔끔한 요리와 편안한 실내 분위기에 끌려 왔던 장소였다. 당연히, 여관 주인과도 약간의 일면식이 있는 사이다.

“여, 오늘은 일찍 가시는구만, 도련님.”

“오, 아저씨. 이젠 완전히 아저씨네 하핫.”

복슬복슬한 척수염에 호쾌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사람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그래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음음, 신혼 총각의 모습이 우러나왔었지.

“내 나이가 사십이다. 아저씨가 아니면 그게 이상하지! 안그렀수 아줌마?”

“시끄러워요, 자 도시락.”

이쪽의 아저씨와는 다르게 젊을 때의 모습을 제법 간직하고 있는 여주인. 나는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언제나 또 볼 수 있을라나.

수도 카이란의 시장은 꼭두새벽부터 활기차다. 대부분 도매상들이지만, 그들의 말을 듣자면 자기들이 재배하고 수확한 것들 같다. 나는 물건 깎는 데는 소질이 없는 편이다. 결국 왠지 모를 거북한 느낌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아버지가 용돈으로 준 돈은 아직 상당히 남아 있지만 그래도 덤터기를 쓴 것 같단 말이야.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역시 찻잎은 필수다. 북부로 올라가는 만큼 따뜻한 차 한잔은 몸을 데우는 데 일조하지. 거기 무슨 상관이냐고 외치는 당신! 사소한 태클은 고이 접어두자.

제법 두둑해진 여행 가방을 매고 나는 여행길을 떠났다. 중간에 여권과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경비병이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는 것 빼고는 평범한 여행과 다를 바 없었다. 하기야 자작가의 자제가 용병이나 다름없는 차림으로 걸어가는 게 이색적이긴 했겠지.

말을 타면 편하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가진 돈으로 말을 사는 건 무리다. 애초에 수련여행의 목적도 있었으니까 도보로 출발했지만 집을 앞에 둔 지금에서는 왠지 아쉽다.

그저 묵묵히 걸어가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걷는 무미한 동작을 반복하자, 어느새엔가 날이 저물어 있었다. 시간이 꽤 빨리 가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한 동작으로 발화석을 마찰시켰다. 미리 만들어둔 장작위에 기름을 조금 붇자 훌륭한 모닥불이 탄생했다. 깜깜한 밤의 숲 속에서 호로록거리며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자 왠지 모르게 졸음이 쏟아졌다.

“으, 저녁은 조금 있다가 먹을까?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피곤하네.”

회중시계(군용이라 제법 훌륭한 기능이 갖춰져 있다.)에 알람을 맞춰놓고는 여행용 모포위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어디선가 기척이 느껴졌다. 늑댄가? 나는 자는 척하며 손만 살그머니 뻗어서 허리춤을 더듬었다. 다행히다. 손잡이가 만져졌다. 많은 수라면 무리지만 적어도 따돌릴 수는 있을 것이다.

벌떡 일어서며 칼을 뽑았다.

스르릉

부드러운 마찰음과 함께 검이 뽑혔다.

제법 열심히 다듬어서 광택이나는 검날에....

나의 황당한 표정과

빙글거리는 한 여자의 표정이 비췄다.


***

고소하면서도 식탐을 자극하는 냄새가 어둑한 밤공기를 몰아냈다.

“너무 곤히 주무시길래요.”

이 여자는 여행자인데, 불이 보이길래 찾아왔단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걸로 보아 호신용인 듯 싶었다. 하지만 전투 인력이라기에는 너무 고와보였다. 음, 왠지 할아버지 말투같기는 하지만, 확실히 고왔다. 모닥불에 비춰서 주황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금발은 비단같은 광택이 흘렀고, 뚜렷한 이목구비나 선명한 눈망울은 청정해보이기 까지했다. 물론 이미 한 번 회되게 당한 기억이 있기에 얕보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허탈했다.

“아무리 우수한 여행자라도 이 야밤에 숲을 걸어 다니지는 않는 다구요.”

“어머, 그런가요? 자, 드세요.”

어쨌든 답례라며 그녀가 만들어준 요리는 맛있었다. 음, 이 맛이야. 역시 요리는 여자의 맛이다.

성차별적인 발언이라고? 어이 당신, 그러면 청승맞게 만든 남자의 구질구질한 요리하고 화사하게 만든 여자의 달콤한 요리하고 어느 쪽이 좋겠어? 부적절한 형용사가 보인다면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장 의사한테 달려가자.

“별이 예쁘네요.”

그녀는 모닥불에 데운 찻잔을 손으로 돌려가며 연신 감탄했다.

“예, 별이 이렇게 많은 곳도 드물죠. 저도 수도에 처음왔을 때는 정말 신기했었습니다.”

흔한 표현으로 검은 드레스 자락 위에 수놓아진 보석가루-라고 하는 말이 이렇게 어울리는 것도 드물 것이다. 탁탁 거리며 타는 장작불, 입안을 감도는 은은한 차향에 나도 모르게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음, 곤란하네요.”

그녀의 고운 아미가 살짝 구부려졌다.

“예?”그 순간, 등을 타고 흐르는 섬칫한 느낌에 나는 벌떡 일어섰다. 수풀 군데군데 보이는 청록색 광망(光芒), 나는 서둘러 검을 잡으며 외쳤다.

“제 뒤로!”


------

음... 혹시 이 글을 보셨던 분도 있으실 것이고(긁적), 그때는 이러저러한 이유와 의욕저하로 잠지 접어뒀던 글입니다. 왠지 3인칭은 좀 딱딱한 느낌이 들어서 1인칭으로 바꿔보았는데... 생각보다 잘써지는 군요.(하핫) 이번엔 중도하차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좋은 밤되세요~

by치레이

p.s:내용은 지난 번 것과 거의 변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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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8 1,181 10 8쪽
15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7.27 1,083 9 9쪽
14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6 1,162 10 7쪽
13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7.13 1,187 8 8쪽
12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6.12 1,236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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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5.23 1,468 10 8쪽
8 2화. 그 여행 +2 10.05.22 1,478 12 9쪽
7 2화. 그 여행 +1 10.05.16 1,510 13 7쪽
6 2화. 그 여행 10.05.15 1,614 9 6쪽
5 2화. 그 여행 +2 10.05.09 1,804 10 8쪽
4 1화. 그 만남 +4 10.05.08 1,937 12 9쪽
3 1화. 그 만남 +4 10.05.07 2,151 13 6쪽
» 1화. 그 만남 +3 10.05.07 2,381 11 8쪽
1 1화. 그 만남 +3 10.05.06 4,11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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