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BeautifulWorld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69,953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0.05.23 00:24
조회
1,466
추천
10
글자
8쪽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DUMMY

볕이 잘 드는 방, 서재와 집무실이 결합된 이 방은 기능성의 총집합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저 곳에서 거의 모든 종류의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나는 그곳에서 약 한 달만에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중후한 모습의 신사, 검사라기보다는 오히려 문사라고 불러야 될 듯한 지적인 외모, 키는 다소 큰 편이지만 몸은 호리호리하다. 그리고 표정이 없는 얼굴에 날 좀 봐 라고 외치는 듯이 도드라져 보이는 코에 무광택의 작은 안경이 얹어져 있었다.

“왔느냐.” “한 달만에 보는데 인사가 너무 간단하네요.”

“흥, 냄새나는 사내자식이 뭐가 반갑다고...”말끝을 흐리지만 그의 표정엔 반가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아 참고삼아 말하는데 이거 나만 눈치챌 수 있는 사실이다.

“그건 그렇고 좀 늦었구나.”

“아,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흠?”아버지는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하, 이거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하지?

난 잠시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경기내용까진 아실테니까 그 후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스승?”아버지가 심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다 여자?”

“하하하, 선택권이 없었다니까요.”

울고 싶어졌다.

“한 번 보고 싶군 그래.”

어휴 에라, 모르겠다. 나는 한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리고 엘리스와 한창 대화중이던 루리안을 데리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베럴자작님.”

규범과 예의가 한가득 묻어나오는 격식 있는 인사. 아버지도 그에 맞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어진 침묵, 아버지는 마치 먹이를 노려보는 매의 눈빛과도 같은 흉흉한 눈길로 쳐다보았고 루리안은 빙긋빙긋 웃으며 아버지를 마주 보았다.

저거 곤란해 하고 있는 거다. 웃고 있는 모습이 다소 경직돼있어 3주정도 밖에 안됐지만 확신할 수 있다.

잠깐만... 내 주변엔 어째서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거지...?

아버지가 무슨 말을 꺼낼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찰나, 아버지의 입이 열렸다.

“부족한 아들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소.”

그럼 그렇지, 아버지가 그냥 넘어가실 리가.... 에엑?!

나는 고개를 휙소리 나게 도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절대로 이런 말을 할 양반이 아닌데...?

“대단한 실력이시오. 그 나이에...”

“어머, 과찬이세요.”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포시 웃는다.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뛰어난 검사들은 그 기감(氣感)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나 보다.

“어쩐지 아들의 실력이 늘어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싶어서, 혹시나 했지만 말이지...”

“자질이 좋은 아이에요. 세인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생각이 난 듯이 물었다.

“혹시 검의 신전에...?”

“아니요.”

“그렇다면 아에니스인가...”

루리안은 대답하지 않을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세인.”

“예?”

갑자기 나를 부르는 스승님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점식식사, 먼저 하고 있지 않을래요?”

“잠시 나가 있거라.”

뭐야, 왠 갑작스런 축객령? 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가 없었다. 그렇다고 문에 귀대고 서 있기도 뭐한데다가, 아마 루리안이라면 그 기척을 알아 챌 것 같았다.

역시 집 밥이 최고다. 거칠기는 하지만 씹을 수록 고소해지는 이 지역의 빵맛은 타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거기다가 특재 생선수프와 훈제햄을 곁들이면 점심식사치고는 상당히 호화로운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아, 다른 곳과는 비교하지 말자. 이곳은 북부의 영지니까.

한창 신나게 음식을 입으로 옮기고 있자, 루리안이 다가왔다. 그녀는 내 옆에 앉으면서 찾잔을 손에 들었다.

“훌륭한 아버지를 두셨네요. 세인.”

“네? 저 무뚝뚝한 사람이 뭐가 좋다고...”

“푸훗, 저 정도면 절대 무뚝뚝한 편이 아니에요.”

루리안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보아, 아버지보다 더한 사람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소개받고 싶을 정도다.

“와, 특이해요.”

“좀 거칠죠? 하지만 먹다보면 제법 먹을 만해져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엘리스씨는 정말로 요리솜씨가 좋은 걸요? 저는 아무래도 야영식에만 익숙해서, 이런 음식은 해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세인, 집에 어느정도 머물고 싶나요?”

“왜 그걸 물어보세요?”

“여행을 떠날가 해서요.”

“네?”

“수련여행. 세인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많거든요.”

“하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 않아요?”

“네, 그러니까 한 달정도 이 영지에서 머물러도 될까요? 더 있고 싶진 않아요?”

“저야 뭐 아무래도...”

솔직히 루리안을 따라다니며 여행하는 것도 제법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럼 저는 이 기회에 그 동안 못 읽었던 책이랑, 요리를 배워야 겠어요.”

저기, 제자의 수련은 세 번째 사항인 겁니까...

살짝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수련에 들어갔다. 얼마 전 부턴 대련을 하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점점 ‘레아’라는 검술에 익숙해져가는 중이었다. 익히면 익힐수록 느끼는 것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술이라는 느낌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8자로 이어진 띠 같다고 할까나? 어디로도 이어지지만 그 끝도 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카앙

손목이 저릿해지는 반동이 느껴졌다. 재빨리 손목에 스냅을 준 뒤, 그 충격을 흘리고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스승님은 그 검을 너무나도 가볍게 피해 버린 후에 재차 검을 휘둘렀다.

“어...?”너무나도 느린 검. 순간 당황해 버렸다. 도대체 이건? 그리고 그 일격을 쳐내기 위해 검을 휘두른 순간, 엄청난 압력에 나는 검을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 이건?”

“레아의 성질이에요. 느림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강해지는 성향도 있죠.”

그런가, 하긴 나는 너무 빠르기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땅에 떨어진 검을 들고 다시 한 번 레아의 기수식을 취했다. 양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 한손은 보다 칼날에 가깝에 한손은 여유를 둔 채 검의 끝부분을 감듯이 쥐었다. 상체는 조금 앞으로 기울이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왼발을 뻗고... 온힘을 다해 가속한다.

“하앗!” 루리안의 검이 내 일격을 막으려 달려들었다. 역시 배운건 응용해야하지 않겠어? 오른발로 브레이크를 건 채 허리를 뒤로 숙이며 백색의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 휘두르던 그 기세로 속력을 낮춘 채, 왼발을 뻗었다.

쿠웅

내 생각보다도 강렬한 일격이 루리안의 검을 진동시켰다.

성공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스승님의 검은 그 진동을 가볍게 털어낸 뒤, 내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좋은 응용이었어요. 하지만 강해진 만큼 그 충격을 흩어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려요. 큰 기술은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잡은 후에. 알겠죠?”  “예...”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나는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사용해온 연무장에 뒤로 누워버렸다.

“감기 걸려요.”

“괜찮아요.”

“얼른 일어나요? 네?”아버지 같으면 발로 배를 밟으며 ‘일어날래 죽을래?’를 외쳤을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아 누었다.

“정말....”

살짝 토라진 표정이 생소해서 장난기 서린 웃음이 새어 나왔다.


-----

졸리군요.... 좋은 밤 되세요~(꾸벅)

p.s 오타지적 언제든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오타가 잦아서... 제 눈으로 찾기는 쉽지 않네요(웃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eautifulWorl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5화. 그 희비에... +3 10.09.21 1,001 11 10쪽
24 5화. 그 희비에... +6 10.09.12 919 11 10쪽
23 5화. 그 희비에... +4 10.09.09 903 10 6쪽
22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8.30 1,024 10 7쪽
21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8.26 897 9 8쪽
20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8.21 937 10 6쪽
19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8.10 987 8 7쪽
18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4 10.08.04 1,097 10 8쪽
17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7.31 1,083 11 8쪽
16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8 1,180 10 8쪽
15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2 10.07.27 1,082 9 9쪽
14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3 10.07.26 1,160 10 7쪽
13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7.13 1,185 8 8쪽
12 4화. 그 새로운 만남은... +1 10.06.12 1,235 8 8쪽
11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6.05 1,368 10 8쪽
10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4 10.05.29 1,240 10 7쪽
» 3화. 그 평온한 공간에... +2 10.05.23 1,467 10 8쪽
8 2화. 그 여행 +2 10.05.22 1,476 12 9쪽
7 2화. 그 여행 +1 10.05.16 1,508 13 7쪽
6 2화. 그 여행 10.05.15 1,613 9 6쪽
5 2화. 그 여행 +2 10.05.09 1,803 10 8쪽
4 1화. 그 만남 +4 10.05.08 1,934 12 9쪽
3 1화. 그 만남 +4 10.05.07 2,149 13 6쪽
2 1화. 그 만남 +3 10.05.07 2,378 11 8쪽
1 1화. 그 만남 +3 10.05.06 4,113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