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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66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18 18:14
조회
61
추천
2
글자
12쪽

의지만 있다면.

DUMMY

"진짜. 서울은 차가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제가 혼자 가도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표님을 혼자 보냅니까! 제가 못 봤으면 몰라도..."

"오토바이는 빨리 갈 수 있는데..."

"흐하하! 대표님 오토바이라고 막 와리가리 타고 이러면 그것도 불법입니다?"

"하하... 네. 어떻게든 되겠죠."


현장 시찰을 나가던 안중길은 센트럴 입구에서 외근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형석 과장을 만나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이건 과장님 차죠?"

"네. 중고지만. 그래도 잘 나갑니다!"

"좋네요. 은근 넓고."

"그럼요! 남자는 SUV죠!"


중길은 현재 센트럴에서 김형석 과장이 자신에게 가장 호의적인 인물이라는 걸 안다.

아무래도 승진이 그런 영향을 미친 것일까? 아니면 이분의 성향이 그런 것일까?


"대표님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계시다고요?"

"어. 네. 맞아요."

"뭐요? 전공이 뭐예요?"

"그냥... 경영학이죠."

"크으-! 경영학. 대표님은 영어 잘 하시겠다."

"그냥 저냥..."

"미국 좋죠? 아 나도 미국 한번 가보고 싶다."

"왜요?"

"왜라뇨. 물가도 우리보다 싸다 그러고. 햄버거도 사람 머리만 하고."


생각할 게 많은 안중길은 김형석 과장의 말을 대충대충 답변하며 흘려듣지만. 떠들기 좋아하는 그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된 연장 좀 구하고 싶어서요."

"연장... 공구 말씀이세요?"

"네. 그거 알아요? 미국 공구가 독일이나 일제보다 더 좋은 거?"

"과장님. 혹시 장비가 많이 열악한가요?"

"하하... 아. 이거 또 이러면 내가 고자질 하는 거 같은데."


대부분의 시공작업은 외주를 주는 편이지만, 센트럴 이름으로 직접 움직이는 일들도 더러 있었다. 김형석 과장은 대리 직함을 달고 이러한 현장 일을 직접 발로 뛰던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회사가 지원이 많이 없었으니까요."

"..."

"요즘은 드릴이고 뭐고 다 충전지로 되는 게 많거든요."

"저도 봤어요."

"그래요? 어디서요?"

"그냥 여기저기 다니다가."

"아. 대표님 오토바이 좋아하지."

"충전지 성능 별로라고 하던데. 은근 배터리도 빨리 닳고"

"아니에요. 가격 문제지. 비싼 건 돈값 해요."

"부대표님한테 얘기해 둘게요."

"뭘요?"

"공구들. 최신장비로 준비해 놓으라고 하겠습니다."

"에이. 뭐 얼마나 쓴다고요. 놔두세요. 그냥 제가 그런 걸 좋아하니까."

"그래도 일하시는데. 회사도 최대한 지원을 해줘야죠."


안중길은 슬쩍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놓인 김형석 과장의 공구함을 보았다.

낡고 오래되어 보이지만 굉장히 손때가 많이 묻어보인다.


"그래서 개인 공구로 쓰고 계셨어요?"

"네. 제가 또 일에 있어선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오래 쓰던 게 손에도 맞고."

"과장님은 주로 공장 다니셨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공돌이였죠. 대표님도 뭐 기계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동력, 베어링. 실린더. 필터. 오토바이도 웬만큼은 알아요."

"주로 최영직 씨랑 같이 움직이시나요?"

"그런 날도 있고. 영직이도 요즘은 따로 움직이는 편이죠."

"과장님은 왜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계셨어요?"

"어우. 술 한 잔 안 마시고 그런 질문을...?"

"길이 막히니까요."

"후후. 그러네요. 막히니까."


김형석 과장은 품에서 지갑을 꺼내 센트럴 명함을 한 장 건네며 말했다.


"명함이네요."

"네. 명함입니다."

"이게 왜?"

"봤을 때 어떠세요?"

"그냥 깔끔하네요. 간결하고."

"아니. 그런 거 말고요. 거기 써있는 걸 딱 봤을 때. 대표님이 사회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어떠냐고."

"저는 아직... 어려서..."

"하하! 하긴. 대표님은 재벌이였지."


김형석이 안중길에게서 명함을 돌려받아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대한 그룹. 이것도 황금색으로 써져있는 게 간지고. 센트럴 T&C. 과장. 김형석. 이거죠."


그가 다시 명함을 애지중지 품 안으로 넣으며 말했다.


"안 드려도 되죠?"

"그럼요."

"헤헤. 이런 걸로 자부심을 가진다는 게, 대표님은 아직 나이도 있고, 집안도 집안이라 잘 모르겠지만."

"조금. 말씀 들으니까 이해가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요? 어떻게요?"

"저도 아르바이트 나가보면 사회적 편견이라는 걸 느낄 때가 있었거든요."

"오~ 아르바이트 뭐 하셨는데요?"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배달도 해봤고. 청소도 나가고. 식당가서 설거지도 했었고요."

"공장은 안 가보셨죠?"

"아무래도. 공장은... 기술 없이 접하기는 어렵더라고요."


김 과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결국 거기서 거기거든요. 이왕이면 내가 다니는 직장. 이름만 대도 알만한 사람들이 아는 곳을 다니는 게"

"그래도 센트럴은... 다들 별로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걸 누가 압니까? 우리나 알지."

"..."

"안 그래요? 훗~."


매사 긍정적인 사람이란 어떤 인물일까? 왜 사람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 안중길은 그를 보며 답을 찾는다.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표정에 구김이 없구나.


"뭐든 나 하기 나름이죠. 난 그렇게 생각해요. 어찌됐든 우리는 대한그룹의, 대한건설 산하의 회사니까. 뭐라 그러든 대기업이다 이거죠."

"그렇네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월급도 대한건설에서 나올 때가 더 많고. 아하하!"

"하하하!! 그건 조금 부끄러운데요..."

"그런 겁니다. 별 건 아니에요. 어차피 고생하고 살 거. 누가 알아주는 곳에 있는 게 낫다는 거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니까. 특별한 조직에 있고 싶다는 것이고."

"과장님."

"네! 대표님."

"직원으로서 회사가 더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우. 우리 대표님 젊어서 그런가 굉장히 오픈 마인드시네. 그런 걸 지금 저랑 의논한다고요?"

"과장님이잖아요."

"하하! 그렇죠. 제가 과장이죠 이제!!"


아직 팀이라고 부를 만한 조직을 갖춘 건 아니나, 김형석은 책임감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사람들은 돈 많이 주면 좋은 회사라고 생각 할 건데. 전 아니라고 봅니다."

"왜요?"

"제가 군대 제대하고 다녔던 공장이 여기보다 급여가 1.5배 더 많았었어요. 심지어 그때 기준으로."

"오. 그럼 꽤 많이 받으셨겠는데요?"

"네. 대신 일이 세배는 많았죠.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주는 게 고맙지. 일 많이 시키고 돈 많이 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몸도 피곤하고. 심지어 아프고."

"일 많이 시키고 돈 적게 주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요?"

"그건 개새끼들이죠. 어딜 비교합니까."

"하하..."

"하하! 욕 해서 미안해요 대표님."

"아닙니다. 사실인데요 뭐."


일과 삶의 균형.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안정된 조직과 비젼 등등.

근로자가 회사에 더 큰 애정을 쏟게 만들 방법은 많지만, 하나하나 실천하기엔 쉽지 않은 과제들이었다.


"한번 잘 고민해 보시고. 보자. 다 온 거 같은데?"

"여긴가요?"

"네. 일단 주소대로 오긴 했는데."


웃고 떠들고 생각하며 도착한 곳. 골목골목을 돌아 마주한 그곳에 90년대쯤 지어진 듯한 건물이 있었다.

공사 중임을 알리는 가림막과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따로 인기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펜스는 쳐져 있는데..."

"옆에 편의점이 있네요.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네? 같이가요. 왜 대표가 혼자 움직여?"

"제가 어리잖아요. 과장님이 운전하셨고."

"하하! 근데 저도 마침 담배가 떨어져서."


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편의점을 찾아가 물었다.

마침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점주가 매장을 지키고 있어 그들의 질문에 관심있게 답변을 해준다.


"저기요? 글쎄요. 사람 안 보인지 한 달쯤 됐나?"

"한 달이나요?"

"네."

"어... 그럼 공사를 하는 건 보셨나요?"

"모르겠네요. 근데 어디서 나오셨어요? 구청?"

"아니요. 그냥 앞에 차 댈 수 있나 없나 알아보려고요. 사장님 저 담배 하나 주세요."


김 과장이 담배를 태우는동안, 안중길은 현장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차로 돌아왔다.


"다 찍으셨어요?"

"네. 느낌이 쌔하네요... 한달 간 멈춘 현장이라니..."

"대표님. 다음은 어디로 가보실 겁니까?"

"같이 가시려고요?"

"같이 가죠 뭐. 따로 저녁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근데 이럼 과장님 퇴근이..."

"뭐 어때요. 요즘 한가했는데. 같이 가요."


김형석은 알고 있다.

이 친구는 어리고. 안태석과 마찬가지로, 지금 하는 대표직도 저들 세상 사람들 말로 일종의 '사회경험' 이거나 '경영수업' 정도로 여겨질 것이라고.

그래도 그는 자신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겠는가?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무게감 있는 질문이자,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였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질문을 해준 것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준 것 같아서.


"편안하게 가시죠."

"고맙습니다. 근데 더 막히기 시작하네요... 하필 퇴근시간이라..."

"그러니 버스나 지하철은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

"막혀도. 막상 다녀보면 이게 나아요."


안중길은 김형석이 곁에 있어 같은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든든하다. 덕분에 생각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중길도 김 과장의 조력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 * *



"네. 일하는 거 같던데요. 오늘도 아까 일하다 갔었고요."

"아니요. 못 봤습니다."

"저기요? 어? 저기 뭐 했었나??"


두 사람은 저녁 늦게까지 서울 전역을 돌며 일곱 군데 작업현장을 둘러보았다.

그중 다섯 곳이 비어있는 현장이었다. 심지어 세 곳은 펜스도 쳐져있지 않은 비어진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명백한 횡령 정황이 엿보이는 상황에. 안중길도 스트레스에 머리를 쥐어잡았고 김형석은 대놓고 담배를 태우며 한숨을 쉬었다.


"와... 감독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과장님은 그분 어떻게 보셨는데요?"

"뭐. 그냥 인상 강하고. 생긴대로 리더쉽 있고. 주변 잘 챙기고. 그런 줄 알았죠."

"주변을 잘 챙겼다라..."

"다만, 뭐랄까. 중간에 영입되서 그런건지. 자기 사람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게 이런 뜻인 줄은 몰랐죠."

"책임자가 없으니 이런 문제가 벌어지네요..."

"그러니까요. 열심히 월급 받고 일 한 놈들만 멍청했지..."

"..."

"대표님. 부장님도 한 통속일까요?"

"글쎄요. 거기까진 저도 잘..."


그런 것일까? 황기태 부장도 한패인가? 알면서도 용인을 한 걸까? 아니면 모르고 있었나?

경영이라는 게 쉽지 않구나. 뉴스에서나 보던 일을 실제로 목격하니 무게감이 다르다.

일단, 매출이 얼마나 까여나가든 박종국을 회사에서 쳐내야 겠다. 안중길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과장님. 고맙습니다. 늦었지만 바로 퇴근하시죠."

"집이 어딘데요. 말해요. 내가 근처까지는 태워다 줄 테니까."

"아니요. 전 지금 바로 회사로 가봐야 할 거 같아서요. 어차피 오토바이도 회사에 있고. 내일 뵙겠습니다."

"대표님."

"네."

"그냥 앉아 계세요. 어차피 나도 집 가려면 회사로 가야하니까."


서울은 차만 없다면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망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푸르스름하던 하늘도 까맣게 변한 시각. 안중길과 김형석은 당산동에 도착해 인사를 나눴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과장님."

"네. 대표님도요."

"들어가세요. 내일 뵙곘습니다."

"대표님."

"네."

"아니 별 건 아니고... 힘내십쇼. 네. 힘내요."

"고맙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암적인 존재는 빨리 잘라내야 한다.

단, 어디까지일까. 그것이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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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너의 능력이 나의 능력이다. 24.05.22 53 1 16쪽
16 너의 능력이 나의 능력이다. 24.05.21 60 2 12쪽
15 의지만 있다면. 24.05.20 57 1 15쪽
14 의지만 있다면. 24.05.19 62 2 11쪽
» 의지만 있다면. 24.05.18 62 2 12쪽
12 조력자들. 24.05.17 61 3 13쪽
11 조력자들. 24.05.16 64 3 13쪽
10 대표님. 24.05.15 75 2 14쪽
9 대표님. 24.05.14 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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