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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70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09 05:21
조회
229
추천
5
글자
17쪽

그림자를 넘어서

DUMMY



"이모님. 여기 잔치국수 두 개 주시고요. 소주 한 병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밤. 노곤한 일과를 마친 두 사람이 가게에 들렸다.

주인 아주머니는 마감이 늦어지는 걸 감수하며 손님을 맞이해준다.

그런데 둘 중 나이든 사내의 몸이 많이 상해보였다.


"아저씨는 팔이 왜 이래요?"

"아... 배달 갔다 오는 길에 넘어졌어요."

"어이고. 조심 좀 하시지..."


술병과 기본 반찬을 놔주며 손님들을 본 주인은 다친 이보다 멀쩡해 보이는 청년이 더 불편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아들이에요?"

"아들은 무슨. 같이 일하는 처지에."

"하우우..."

"어째 학생이 아저씨보다 더 속상한 것 같네."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에 청년도 꺼져라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미치겠어요. 병원부터 가자니까..."

"괜찮다니까."


주인은 손님들끼리 시간을 보내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사내는 다정한 목소리로 청년을 진정시켰다.


"중길아. 나 진짜 괜찮아."

"아니. 팔이 그렇게 까졌는데 그게 어떻게 괜찮냐고요..."

"뭐 이 정도 가지고."

"집에 가셔서 사모님한테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하하하! 야 너 진짜..."

"아니, 사장님은 왜 이런 걸 산재처리를 안 해주냐고..."

"누가 이런 걸 산재 해주냐?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닌데."

"해줘야죠. 사람이 다쳤는데."

"세상이 그렇지 않다니까."


두런두런 떠들다보니 뜨근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가 식탁에 놓여졌다.

사내가 먼저 젓가락을 들며 말했다.


"괜찮아. 어서 이거나 먹고 들어가자."

"..."

"이봐요. 안중길 씨?"

"네..."

"먹어. 어서. 식기 전에."


채근하는 목소리에 안중길도 젓가락을 들었다.

어느정도 배가 들어차니 그가 먼저 중길에게 술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이런 꼴 당하기 싫으면 어서 공부해서 대학이나 가."

"대학이 무슨 상관이에요."

"중길아. 사람은 배워야 무시를 안 당하는 거야."

"아저씨. 배우든 안 배우든 사람을 무시해선 안 되는 거죠."

"크-! 좋다. 멋지네 우리 중길이. 건배해라."

"아저씨. 이제 그 가게 가지 마세요."

"하하하~! 뭔 소리냐 이건 또?"

"삼미관 아시죠? 거기 일하던 분 그만 뒀다고 지금 사람 구하고 있거든요?"

"어이구. 술이나 마시세요."

"왜요? 그래도 삼미관 사장님이 여기보다는"

"중길아..."

"아저씨. 저는요 일하는 사람 우습게 아는 회사는 다닐 가치 없다고 보거든요."

"하하!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분통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손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여러 현실이 있기에 묶여있을 뿐.


"나도 옮기고 싶지. 삼미관 좋은 거 알고. 사람 구한다는 것도 들었어."

"근데 왜 안 가세요?"

"어떻게 그러냐. 여기 사장이 나 어려울 때 도움도 많이 줬고. 의리를 생각하면"

"그 의리 아저씨 4년 동안 휴일도 없이 일한 거로 충분히 갚지 않았을까요?"

"...나도 분하긴 한데, 그래도 세상이 그런 걸 어떡하냐고."

"아니요. 세상은 내가 바꿀 수 있어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바꾸려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다고요."


젊은 혈기는 맑기에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사내는 채념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그래. 넌 꼭 그렇게 살아라."

"전 그렇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상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거고."

"중길아.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어."

"바꿀 수 있어요. 고칠 수 있고요."

"그럼 니가 바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그럼 되겠네."

"전 정말 그렇게 할 거에요. 그러자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고."

"후후후. 야. 넌 꿈이 뭐냐?"

"미친 세상 때려 부시는 거요."

"크으. 젊은 친구가 그런 맛이 있어야지. 자 또 한잔 해."

"아. 진짜라니까요."

"나도 믿는다니... 쓰으읍. 으음..."


안중길의 이야기에 가볍게 맞장구를 쳐주던 사내가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한다.


"아저씨. 지금 아프죠?"

"괜찮다니까..."

"찰과상이야 낫겠지만, 뼈에 이상이 생기면."

"야 임마."

"..."

"하아... 이제 그만 해. 이 시간에 문 연 병원도 없잖아."

"왜 없어요. 응급실이 있고."

"응급실은 비싸잖아."

"아. 진짜. 짜증나게..."


안중길은 핸드폰을 꺼내 바로 119를 부른다.


"네. 여기 다친 사람 있는데요. 여기가 어디냐면."

"야? 너 뭐해?"

"교통사고 당했는데, 오토바이 타다 넘어지셨어요. 근데 자꾸 병원 안 가겠다고 고집부리고 계시거든요. 네. 빨리 와주세요."

"허허..."


119를 부른 안중길은 바로 지갑에서 100만원 수표를 꺼내 내밀었다.


"이건 또 뭐야?"

"아저씨. 돈 걱정하시지 말고. 이걸로 오늘 병원 가세요."

"야? 너 이 새끼야. 이게 무슨."

"괜찮아요. 저 돈 되게 많은 놈이에요. 그냥 현금 필요할 때 쓸려고 들고 다니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고 쓰세요."


안중길은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수표 뒤에 개인정보 적어주며 건넸다.


"이걸로 치료 꼭 받으시고."

"야 임마. 너... 진짜로..."

"죄송해서 그래요. 원래 오늘 거기도 제가 가려던 곳이었잖아요. 아저씨 아니었으면 내가 다쳤을 거고."

"아이 됐어. 이거 가져 가."

"아저씨."

"가져가라고!!"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려는 사내에게 안중길이 돈을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말했다.


"가족 생각하세요. 너무 부담 되서 갚고 싶으시다면, 다음에 제가 도와달라고 말씀 드릴 때. 그때 꼭 저한테 와주세요."

"..."

"갈게요. 진짜 치료 꼭 받으시고요."

"중길아..."




* * *




[다음 소식입니다. 주말에도 대한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한층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대 안상일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안상민 부회장과 장필근 이사 측은 양측으로 갈라져 6년간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왔습니다. 모레 장필근 이사가 안상민 부회장의 해임 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임시 주총은 대한그룹의 향후 경영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검은 하늘 아래 성북동의 고요한 저녁은 예고 없이 소란스러웠다.

대한그룹 창업주 안상일의 장손이자, 안상민 부회장의 외동아들. 태석은 늦은 시각 심도있게 다뤄지는 속보에 눈을 때지 못 했다.

화면에선 아버지 안상민 부회장의 모습과 함께 기자들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안상민 부회장은 대한그룹 창업주의 아들로, 그동안 회사의 주요 전략을 이끌어왔으나 경영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화면이 바뀌어 그가 필근 할아버지라 부르던 조부의 오른팔이었던 남자가 비춰진다.


[반면, 장필근 전무이사는 대한그룹의 주요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의 주도로 발의된 이번 임시 주총이 대한그룹의 내부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추가로 들어오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6년... 필근 할아버지의 집요함이 만들어 낸 시간.

아버지는 끝끝내 총수 자리를 놓치게 되는 것일까...


안태석은 창가로 걸어가 멀리 저택 밖 골목어귀에 모여드는 고급 세단들을 지켜보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차례로 꺼지고 사람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선다.

가로등 불 빛 아래. 박광 대한건설 사장. 유통의 최정훈 대표. 총무실장 권혁태 이사의 모습이 비춰졌다.


"..."


어떤 위기가 닥쳐도 여유와 거만함을 내려놓지 않던 사람들이 저런 심각한 표정이라니.

검찰에 불려 갈 때도, 청와대와 언론의 질타를 받을 때도. 언제 어느때나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이들이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며 마당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섰다.


똑똑.


"네."

"태석 씨. 회장님이 잠깐 보자고 하시네."

"네. 금방 갈 게요."



* * *



"안 자고 있었냐."

"네. 뉴스 보고 있었어요."

"방금. 흐음. 그러니까..."

"아버지. 저도 소식은 알아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그래. 그렇다면..."


안상민 부회장이 힘없는 눈빛으로 아들을 보며 물었다.


"그 녀석은 여전히 답이 없는거냐?"

"중길이는..."

"..."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식이 끊긴지 오래라..."


안태석은 드러나지 않게 한숨을 쉬고, 안상민 부회장은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애초에 그 녀석이 집만 나가지 않았어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그대로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겨버린 중길이.

중간에 잠깐 얼굴을 보긴 했지만, 녀석은 결국 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학교도 다니질 않고, 그대로 종적을 감춰버린 녀석을 이제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알겠다. 나가봐라."

"네..."


밤이 깊어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안상민의 오랜 부하직원들과 그룹의 핵심 인사들이 회의실에 모여 대책마련을 논의했다.

태석은 그 중요한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고 홀로 문밖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무력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내가 대한그룹 장손이니까 뭐라도 되는 줄 알겠지만... 실상은 그저 아버지 눈치나 보고 살아야하는 금수저에 불과하다.


할아버지는 대체 무슨 뜻으로 이런 상황을 만드셨을까...

그렇게 오너경영이 싫으셨다면 생전에 전문 경영 체제를 만드시지...

아버지의 분노도 일리가 있다.

애초에 중길이가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필근 할아버지 쪽에서 이렇게 오래 싸움을 걸 수도 없었을 테니까.

집안 식구들의 지지로, 아버지의 승계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을 것이고, 6년이란 지리멸렬한 법정 공방도 성사될 수 없었다.

중길이만 있었다면...


"태석 씨."

"민규 형님."

"왜 이러고 있어. 안으로 들어오지."

"제가 들어간다고 뭐 있나요..."

"그래도. 아들이 아버지 힘들 때 옆에 있어야지."

"힘이라... 전 이미 아까 쫒겨났어요."

"우리 오기 전에?"

"네."


총무 1팀장 김민규. 그는 권혁태 이사의 브레인이자, 선대 안상일 회장에게도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였다.

김민규는 가진 힘을 드러내지 않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은 반골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니. 그냥 답답해서 나왔어."

"형님이야말로 안에 계셔야죠."

"이사님이 불러서 왔는데... 나야말로 저기 있는다고 뭐 있나."

"어떤 상황이에요?"

"글쎄다. 어떤 상황이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안태석은 김민규의 얼굴을 살펴보며 회의실 분위기를 파악했다.


"그렇게 어렵나요?"

"어려울 건 없는데. 다들 전무님이 어디까지 손을 뻗었을지 예상을 못 하고 있어서."

"필근 할아버지. 대단한 분이죠."

"그럼. 시작점이 달랐다면 지금은 자기 이름으로 총재 자리에 앉아계셨을 분이야."

"할아버지는 왜 그런 분을 신임하셨을까요."

"그렇게 말하면 안돼. 적어도 회장님 생전에 전무님은 누구보다 회사에 충성하고 대한그룹을 지키려고 하신 분이니까."

"회사를 지키려고 했다라..."

"..."

"필근 할아버지의 기준에 아버지는 자격이 없다는 말로 들리네요."

"나는 아무소리 안 했어."

"하하! 형님..."


김민규가 회의실을 돌아보며 말한다.


"걱정마. 진압될 거야."

"그래야죠. 아버지도 만만한 분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한그릅이 흔들렸다는 세간의 평가는 막을 수 없겠지."

"어..."

"어쩌면 전무님의 진짜 속내는 그게 아닐까 싶어. 나는."

"왜요? 누구보다 대한그룹을 지키려던 분이 회사를 흔들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자식이 많을수록 부모는 고달퍼지는 법. 대한그룹이라 하더라도 전무님의 애정이 모든 계열사를 두루두루 품지는 않을 것이고, 회사의 근간인 건설이나 정유, 유통. 조선업 정도를 뺀다면 나머지는 없어도 그만이니까."

"알짜배기만 챙겨서 나간다고요?"

"나갈까? 아님 누구에게 바칠까? 모르지 그건."

"설마요... 대한그룹이 무슨 중소기업도 아니고."

"글쎄다. 난 왜 자꾸 태진이 아른 거릴까..."


대한그룹이 이름 그대로 한국의 대기업이라면, 태진은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기업이다.

체급이 다르면 싸움을 걸어오는 규모도 다르다.

하지만, 너무 과감한 상상력이기에 안태석은 들으면서도 실소를 흘렸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같은 기업끼리"

"무슨 소리야. 같은 기업이라니. 그런 게 어딨어. 다 경쟁상대지."

"그럼 진짜로 태진이 우리한테 시비를 걸었다고요?"

"난 원래 대한그룹 오기 전 태진 상선에 있었어."

"태진 상선이면?"

"태진 창업주. 장산 회장 사위가 맡고 있던 회사야. 선박 회사지."

"..."

"장민준 이사가 다녀가고 난 그날. 난 도일춘 회장님이 우는 모습을 봤었어."

"장민준이 누군데요?"

"태진 자동차의... 그 양반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침략자? 약탈자? 정복자?"


대한그룹보다 20년은 먼저 후계자 문제로 난항을 겪은 태진이었다.

창업주 장산 회장은 모든 그룹을 분리하고 전문경영화를 유언으로 남기며 세상을 떠났지만. 선대의 뜻에 따라 갈라선 기업은, 장남이 다시 거두어 들인다.

혈육의 정을 무시하는 압박과 인수합병으로.


"대한그룹과 태진이 가까웠던 걸 잘 알고 있지?"

"알죠. 큰 프로젝트도 같이 수행했었고."

"특히, 전무님은 반 태진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무나 사적으로 그쪽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

"..."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이건 꽤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시나리올 거야."

"아닐 거에요. 형님. 아니길 빌자고요."

"그래. 그냥 지루해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어. 그러면 어떨까 하고."

"그리고 설마 그렇다 하더라도. 할아버지는 미리 조치를 취하셨을..."

"음?"

"아. 아니요."

"왜 말을 하다가 말어?"

"아니에요..."


설마. 설마 그래서 할아버지는 중길이한테 주식을...?


"저. 형님."

"음?"

"어. 그..."

"뭐? 빨리 말해. 안에서 맹물을 너무 마셨나 오줌마려워지고 있어."

"그게. 지금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저도 알 수 있을까요?"

"흠. 아드님이니까 말해줘도 되겠지?"


특정 지분율이나 지배구조. 복잡한 걸 제하고 본다면, 안상민 부회장과 장필근 전무이사의 힘은 7%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7%가 아버지가 높은거죠...?"

"그렇지 다행히도. 그래서 우리한테 승산이 있다는 것이고. 대한그룹 시가총액을 얼핏 따졌을 때 4조 정도의 현금이 움직여야 싸움이 끝난다는 얘기지."

"엄청나네요..."

"그래서 난 이면에 태진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던 건데."


김민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 건 있지. 태진 없이 저쪽이 대한정유 주식을 확보한다면..."

"대한정유는 지주회사잖아요."

"그러니까. 대한정유를 가지게 된다면 그땐 뭐..."

"..."

"끝이야. 7% 의미없어. 그래서 지금 다들 고민인 거야. 다른 가족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고모들은 아버지한테 호의적이지 않죠."

"그러니까. 지주회사는 거의 다 가족 분들 위주로 모여있으니까."

"어? 근데 형님. 전화 오는 거 같은데요. 아까부터 진동이."

"음. 잠깐만."


김민규가 자리를 옮겨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뭐!! 그거 진짜야?!"


그룹의 앞날이 풍전등화에 놓여도 느긋하게 음모론이나 밝히던 사람이 큰 소리를 질렀다.

김민규의 모습에 안태석도 심장이 두근 거린다.


"언제? 확실해? 알았어..."


다급한 목소리에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와본다.

권혁태 실장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실장님..."

"뭐? 빨리 얘기해!"

"인사팀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장 전무 쪽 사람들이 국민연금공단과 비밀 회동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국민연금이란 말에 모두의 얼굴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진다.

연금공단은 대한정유의 지분 구조에도 큰 실력을 행사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들이 움직인다면 경영진이 교체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국민연금이라고..."


다시 회의실 문이 닫혔다.

김민규도 이제는 저 답답한 방안에서 해법을 찾기 전까지 나올 수 없다.

안태석은 어떻게도 끼어들지 못하는 진짜의 세상을 밖에서만 지켜보며 무력함에 주먹을 움켜쥐는데.

그에게 가사도우미 아주머니가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 태석 씨?"

"네. 아주머니...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늦어질 거 같아요."

"아니 그게... 손님이 왔는데."

"손님이요? 들어오라고 하시죠."

"그게. 회장님 손님이 아니라, 태석 씨 손님으로 불러달라고 해서."

"누군데요?"

"중길 학생이야. 나도 오랜만에 봐서 못 알아봤어."


모든 사건의 발달이 된 녀석이 지금 나타났다.

이것은 기적이라고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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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의지만 있다면. 24.05.20 57 1 15쪽
14 의지만 있다면. 24.05.19 62 2 11쪽
13 의지만 있다면. 24.05.18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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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력자들. 24.05.16 6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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