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죽지 않는다. 변해갈 뿐이다.
21세기. 모두가 말했다. 대한민국은 끝났다고.
탈출은 지능순이다. 이 나라는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으니 빨리 떠나야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실제로 모든 경제지표와 사회적 흐름이 그러했다.
정치는 혼탁했고 경제는 방향을 잃었으며 사회는 신뢰를 버렸다.
찬란히 꽃피던 문화는 자본에 타락했고 군인과 경찰은 용기를 빼앗겼다.
새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땅. 서로를 사랑하기보다 증오하는 땅.
그런 곳에서 힘 없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쇳소리를 내며 비탄의 곡조만 울리는 것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앞장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철학이다! 이 땅에 어울리는 철학이 없기에 모든 원인이 발생하고 있다."
의식의 변화가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안중길(安重吉).
이름 그래도 무거운 길을 스스로 걷기를 선택한 청년 기업인이자 정치인. 사상가이자 철학가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탄생시킨 정인(正仁)사상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정인사상은 현대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과 고대 중국 사상가 공자의 인의사상을 융합한 것으로, 공정한 기회와 약자 보호를 추구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도덕적 책임을 중시하는 철학이었다.
그의 철학은 한반도가 처한 군사 지리적 환경과도 어울려 빠르게 시민들의 의식을 사로잡았다.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니 능력있는 이들이 나타났고.
약자를 보호하니 힘 없는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다.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 신뢰가 살아나고.
스스로 도덕적 책임을 져버리지 않으니 비겁과 부정이 뿌리를 내리지 못 했다.
과연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는 법이로구나.
그렇게 침몰해가는 이 땅에서.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 나라를 구해냈다.
이것은 부조리의 한계를 넘어 위대한 도전을 이루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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