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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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116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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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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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대표님.

DUMMY

"으쌰.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까. 응?"

"그러니까요. 깨끗하긴 하네요."


오전부터 시작 된 대청소는 점심을 넘어서 마무리가 되었다.

김형석 대리와 최영직 대리도 넓고 쾌적해진 공간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공간도 뭔가 넓어진 거 같고. 그치?"

"그러니까. 그동안 안 쓰는 책상이 이렇게 많았다니. 빈 책상을 뭐 이렇게 놓고 있었담..."


흡족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두사람 옆으로 새로 전출 온 나지은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후우..."

"지은 씨. 왜 그래요?"

"네? 아니요."

"피곤한가 보네. 커피 한 잔 하러 갈래요?"

"커리요...?"

"나가요. 오자마자 청소한다고 고생했는데."

"아. 네..."

"그러게. 여기도 따지고보면 오늘이 첫날인데. 옷 괜찮아요?"

"이제와 어쩔 수 없죠..."


나지은은 생각한다.

빈 책상이 많았다든 건 그동안 들었던 소문이 단지 헛소문이 아니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왔다 현실의 벽을 마주하며 떠나버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정답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 본다면.


"지은 씨는 어땠어요?"

"네? 아. 전 그냥 아아요."

"아니. 주문 말고. 대표들."

"대표들이요..."


머리가 복잡해진다.

누군가 갑자기 카페로 쳐들어 와 망치로 한 대 때려줬으면.

그럼 아까 안중길 대표한테 한 말을 기억에서 지울 수 있을텐데...


"으음. 지은 씨 아까 그거 때문에 그러는구나."

"네? 뭐요?"

"안 대표한테 퀵이라고 했던 거."

"하아... 네..."

"하하하! 그러니까 왜 그랬어요."

"아니요 그분이... 아침에 택시 타고 오다가 봤는데... 전 진짜 퀵인 줄 알고..."


최영직 대리도 한 마디 꺼냈다.


"그러니까. 어린 건 뭐 그렇다 치겠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대표가?"

"개성있다 이거지. 나는 마음에 든다. 자신감 있어 보이고."

"그래도 그렇지. 대표로 처음 오는 날 오토바이는 아니지... 지가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그렇죠? 누가봐도 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뭐 어때. 자기 마음이지. 지가 대푠데."


세 사람은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안태석이 회장 아들인 거지?"

"그렇다는 거 같애요."

"그럼 대표도 어쨌든 그쪽집안 사람이겠네."

"왜 어린 동생한테 대표직을 맡겼을까요?"

"두 사람 아직도 모르겠어요?"

"뭘요?"

"회사에서 별 생각 없다는 거야."

"에이. 아니지. 지은 씨 오늘 몇 시에 왔어요?"

"저요? 저 30분 일찍 출근 했어요."

"이것 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30분 일찍와서 회사를 둘러 봐?"

"무슨 소리세요 형님은?"

"그렇잖아. 일찍 왔으면 빨리와서 사람들이랑 인사도 하고 그럴 수 있었는데. 안 대표는 그 사이에 회사 건물 싹 다 돌아본 거 아니야."

"흠."

"어... 듣고보니까 그렇게 되네요."

"관심이 있는 거야. 할 의욕이 있고. 난 그런 대표면 오토바이를 타든 머리에 염색을 하든 상관없다고 봐."


뚜벅뚜벅 걷다보니 다시 센트럴 앞에 도착한 세 사람.

김형석이 말한다.


"봐 봐. 이 골목에서 우리 건물만 다르잖아. 깨끗하다고."

"흠."

"..."

"지은 씨는 잘 모를겠지만. 이 앞에 담배꽁초니 뭐니 그득했던 거 싹 치우니까. 우리 회사만 일하는 건물 같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근데 이런 게 보통이지 않나요?"

"그 보통이 안 돼있으니까. 대표가 그렇게 화내죠."


최영직이 고개를 돌려 주차장에 놓인 오토바이 한 대를 보았다.


"저건가? 안 대표 오토바이가?"

"네. 맞아요."

"스쿠터네. 할리정도는 탈 줄 알았더니만."

"뭐야. 양아치도 아니네. 난 또 쇼바라도 올린 줄."

"하하! 무슨 폭주족입니까!"


안중길의 오토바이를 보며 웃고 넘어가는 김형석 최영직과 다르게 나지은은 또 다시 한숨이 밀려 나온다.


"후우..."


아니. 진짜 왜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대표란 사람이...



* * *




안중길은 안태석 황기태 부장과 함께 직원들의 인적표와 인사기록부를 살펴보고 있었다.

태석이 묻는다.


"이런 것까지 부장님이 관리하셨어요? 일이 엄청 많으셨겠네요."

"잔일이 정말 많았죠."

"부장님. 여긴 인사과가 따로 없나요?"

"과라고 부를 정도가 아니다보니, 그냥 경리보던 아가씨만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정규직으로 뽑아준다는 회사로 갔고요."

"정말 고생이 많으셨네요..."

"고맙습니다 부대표님."


안중길도 인사표를 훑어보며 말한다.


"생각보다 센트럴에 바로 입사한 사람들도 있네요."

"있죠. 여기도 어쨌든 회사니까요."

"그 중 김형석 대리가 가장 오래 일 했고. 다른 분들은 나가셨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직접 고용된 상황이면 전출 온 분들이랑은 사정이 달랐을텐데."


안태석의 질문에 황기태 부장의 눈빛이 차갑게 식는다.

안중길이 질문에 상처받은 그를 대신해 말한다.


"바로 그 전출 된 사람들 때문이겠지."

"왜...?"

"회사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희망도 없고 사내 분위기도 험악하고. 일 할 곳이 아니구나 싶었겠지."

"아..."

"대표님은 빠르게 이해하시네요."


황기태 부장도 궁금했었다.

왜 회장 아들인 안태석이 대표가 아니고, 그보다 더 어린 안중길이 대표일까?

방금 전 질문과 이해도에서 알았다.

안태석은 사람은 좋은 사람 같지만, 업무나 현실감각이 부족하고 안중길은 싹수는 없을지언정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빠르게 분석한다.


"부장님."

"네. 대표님."

"부장님은 그럼 대한건설에서 여기로 오실 때."

"저기. 근데, 잠깐만 중길아. 부장님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나도. 왜?"


안태석이 두 사람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일단, 오늘 아침 늦은 거 너무 죄송하고. 또 미안하고 너한테."

"뭐. 다 지난 걸."

"네. 지난 일입니다."

"실은 어제까지도 고민했던 게. 서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소리야?"

"아니. 그래도 우리 나이가 있는데. 부장님은 한참 어른이시고. 넌 이런 거 고민 안 해봤어?"

"아. 형. 회사는... 원래..."

"확실히 조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있긴 합니다."


안태석의 주장에 황기태 부장이 입을 열었다.

안중길은 놀랍다는 반응으로 돌아본다.


"그러세요?"

"네. 어려운 문제죠."

"아니. 그래도 직위가 있는데..."

"그 직위가 쌓여져 온 게 아니잖아. 이분들 입장에선 갑자기 대표랍시고 나타난 어린 상사들한테 극존칭을 써야 되는 거야."


안태석의 지적에 중길이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한다.


"죄송해요 부장님. 전 일 생각만 하고 있어서. 그런 건 잘 몰랐었어요."

"괜찮습니다. 대표의 일이라는 게 그런 건데요. 저 역시 거기에 최선을 다해 맞춰드릴 수 있고요. 하지만, 우리 다른 사우분들을 생각했을 땐,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는 게 문제가 되겠죠."

"역시 나이가 문제가 되나요?"

"대표님. 기회다 생각해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우리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깊게 교육받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전 예의와 매너는 교육수준과 비례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것은 사람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현실 그대로를 읽어드리는 겁니다."

"그럼. 오늘 아침 제 행동은 별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 했겠네요."

"그렇죠. 이미 말이 돌고 있을 겁니다."

"흠."


중길이 안태석을 돌아본다.


"형은 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

"부장님이 말씀하시잖아. 예의와 매너는 교육수준과 비례한다고."

"알바 한 번 해본 적 없으면서."


황기태 부장이 정리해준다.


"대표는 대표의 일이 있고, 부대표님은 재무담당이라고 하셨죠?"

"네."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죠."


당장은 반발이 있겠지만, 그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직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해준다.


"결국 존경심은 능력으로 평가받을 겁니다."

"지금 대표의 능력을 보이려면 역시 일감을 많이 늘리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대표가 생겼다고 일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거나 하는 건..."

"왜 절 보세요?"

"안 그래도 부대표님한테 궁금한 게 있었는데... 없나요?"

"아버지 말씀이시죠?"

"네. 다들 기대가 큰데."


안중길도 관심있게 돌아보았다.

태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준다.


"없습니다."

"진짜 없어?"

"없어.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

"역시. 회장님."

"..."

"그렇다네요 부장님."

"저. 대표님은 집안 사람이 아니신가요?"

"집안 사람은 맞는데. 전 직함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아니... 그래도 그런 건..."

"괜찮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어쨌든 일이니까요."

"그렇군요. 저도 아버지 아들 사이에 사장님이라 하는 사람들도 봤었으니."


상호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하자.

대표가 직원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한다면 직원들도 대표들을 그렇게 대할 것이다.

그런 것 또한 리더의 능력이다.


"고맙습니다. 부장님. 큰 배움을 얻네요."

"아닙니다. 아까 하시던 질문 마저 하시죠."

"아니요. 괜찮습니다.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대한건설에서 넘어올 때 어땠는냐 질문하시려던 거 아니십니까?"

"중요한 것 아니었습니다."


황기태 부장이 사무실을 나가고 안중길이 태석을 돌아본다.


"형. 이거 때문에 그랬지?"

"어. 뭔가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센스 있었네. 난 저 사람 때문에 직원들 나간 건 아닌가 그거 물어보고 싶었는데."


두 사람이 황기태 부장의 전출사유를 다시한번 읽어본다.


[황기태(43) 직위:과장. 징계사유:잦은 폭언 및 부하직원 폭행.]


"이랬던 사람이 상호존중을 말했다는 건, 여기와서 변했다는 뜻일까?"

"그렇게 받아들여야지. 아무렴 우리 앞이라고 꾸며서 말했겠어."


* * *


"그러셨군요. 센트럴에 오셔서 자격증을 따셨네요."

"아무래도. 현장 일을 하게 됐으니까요. 전기자격증 하나 정돈 갖고 있는 게 좋겠다 싶었죠."


중길은 황기태를 시작으로 빠르게 사람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형석 대리님."

"네!!"

"공채 출신이시네요."

"그렇습니다! 젊은 피들 가운데 제가 유일한 공채 출신입니다."


서른 명 가까운 인원 속에서 파견과 계약직을 제외한 나머지 정규직 인원은 열아홉. 그들 가운데 유일한 공채 출신이 바로 김형석 대리였다.


"오래 일하셨는데. 아직도 대리라."

"헤헤. 대표님이 승진 좀 시켜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네?"

"내일부터 과장님으로 가시죠."

"어우. 농담이에요. 무슨 승진을 그렇게 빨리 결정하십니까..."

"해야죠. 팀이 없는데."


안중길은 다시한번 서류를 살펴보며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이렇게는 남을만 해서 남았다고 봐야 하는 걸까.

전기, 인테리어. 수도설비. 그리고 시설 감독까지.

잘하면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무슨 팀을 만드시려고 하시는지...?"

"설비 팀을 만들 겁니다."

"저희가 직접 일을 한다고요?"

"네!"

"어. 근데 그건... 지금도 외주로 다 돌리고 있는데? 우리는 사람도 없고."

"과장님을 필두로 이제 뽑아야죠. 조만간 조직을 개편할 겁니다. 그때 팀을 맡아 주세요."


안중길은 김형석의 환한 미소를 보았다.


"그럼 연봉도 오르는 겁니까?"

"물론이죠. 이제 과장님이신데요."


승진이야말로 직장인의 꿈이자 희망이다.

김형석이 벌떡 일어나며 안중길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대표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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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의지만 있다면. 24.05.18 63 2 12쪽
12 조력자들. 24.05.17 62 3 13쪽
11 조력자들. 24.05.16 68 3 13쪽
10 대표님. 24.05.15 78 2 14쪽
» 대표님. 24.05.14 89 2 12쪽
8 대표님. 24.05.13 94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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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림자를 넘어서 24.05.11 14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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