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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71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16 11:00
조회
64
추천
3
글자
13쪽

조력자들.

DUMMY

"응. 엄마. 방금 도착했어. 저녁 아직 안 먹었지. 별로 생각 없어서 그냥 넘길까 하고... 괜찮아. 내가 뭐 맨날 굶어? 점심에 부대낀 걸 먹어서, 아무래도 남자들만 있으니까. 메뉴가 기름지고 빨리 먹고 하다 보니 소화도 안 되고."


퇴근하며 모친과 통화를 나누는 나지은.

옷도 벗는둥 마는둥 침대에 기대누워 그대로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


"일단은 뭐. 먼저 하던 일 같은 거 하는데... 몰라. 가능하면 이직할까 싶기도 하고..."

-니 나이에 무슨 이직을 해. 그냥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이나 가.

"또 그런다 또..."

-뭘 또니. 니 나이면 원래

"엄마. 내가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있어...?"

-그러니까 그때 그냥 하라니까...

"아 진짜... 끊어! 그런 얘기 할 거면... 됐어. 반찬은 뭔 반찬이야. 있는 것도 다 못 먹는데... 아 좀 신경쓰지 마!!"


일에 대한 고민도 풀리지 않았는데 무슨 한가롭게 결혼이냐.


"나지은 씨. 나지은 씨. 어린 놈이 찍찍 사람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그럼에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에, 그녀는 결국 내일도 늦지않게 일어나 출근을 해야만 했다.



* * *



"아이고 우리 대표님들. 반갑습니다. 보자. 그러니까? 여기가 안중길 대표님이고. 여기가 부대표 태석 씨?"


며칠 뒤. 안종국과 태석은 시설감독 박종국을 만났다.


"근데, 듣자하니 누가 회장님 아들이라고 하던데?"

"접니다."

"아이고!! 이거.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소개드리지만, 박종국이라고 합니다!! 하하!"

"부탁은요. 아버지는 저랑 완전 다른 분이신데요."

"그래도 혈육의 정이 어디 갑니까. 안 그래요?"


박종국은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다년간의 경험과 연륜으로 상대방을 빠르게 분석하는 눈을 가졌다.

앞에선 듬직하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는 이미 안중길과 태석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재벌이라더니 피부 맨들맨들 한 거 보소. 손이 계집들보다 곱네. 샌님들이구만. 재벌도 별 거 아니잖아?'


"반갑습니다. 안중길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우리 젊은 대표님."


'이놈은 손이 조금 거칠구만. 몸도 다부져 보이고. 동생이면서 형보다 어깨발이 벌어졌다니. 운동에 취미가 있나.'


"대표님 무슨 운동하십니까?"

"그런 거 할 시간이 없어서요."

"정말요? 전 요즘 골프 배우러 다니는데. 재밌더라고요. 언제 시간 되시면 라운딩이라도"

"감독관님."

"우리 대표님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무것도 걱정 마시고. 이 박종국이만 딱! 믿고 가시면 된다는 겁니다."

"네. 든든하네요."

"..."

"왜요? 안 대표. 내가 별로 믿음이 안 가요?"

"그럴리가요. 감독님만 믿고 갑니다."


그러나, 수완 좋은 박종국도 한 가지를 오판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안중길이란 인물의 통찰이었다.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상대방을 분석 파악하는 건 그만의 능력이 아니었다.

안중길은 박종국 감독을 생각하며 자신의 직감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안중길과 태석은 박 감독이 떠나자마자 황기태 부장을 불렀다.


"박 감독을 왜 뽑았냐고요?"

"네. 그냥 계약으로 움직여도 크게 상관 없었을 거 같은데요. 재무재표를 보면."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수완이 원체 좋은 분이라."

"고정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였나요?"

"그렇습니다."


시설물 관리는 결국 인맥장사다.

건물이나 토지주. 중소기업 같은 재력있는 이들을 알아야 더 많은 일감을 가져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영업사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감독이라곤 해도, 실질적으로 직접 본인이 관리 감독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럼. 우리가 지금 계약되어있는 시공사들도 주로 박 감독님 인맥을 통한 건가요?"

"반은 예전부터 센트럴과 일해 온 업체들. 반은 박 감독이 데리고 온 사람들입니다."

"부장님... 절반이나 시공사를 그분이 불러야 했던 겁니까?"

"박종국 감독이 들어오며 일감이 배로 늘었습니다."

"그럼. 왜 전 시공사 분들은 박종국 감독과 거래를 하고 있나요?"

"아무래도. 회사가.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자기 위치를 지키질 못하다 보니까요."

"그랬었군요."

"업체 관리도 업무의 하나라."


결국, 센트럴의 위치는 중간거래인이다.

자체 인력이 없어, 직접 시공 설비는 어렵고, 관리자를 통해 하도 계약을 주는 식으로 회사가 돌아간다.

분명, 고정비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런 방법이 나쁠 건 없다.

그것이 현대사회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기본방침으로 모든 기업이 이렇게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야 결국...


"대표님."

"네."

"박종국 감독은"

"압니다. 저도 그렇고 안태석 부대표도 그렇고."


현재 회사 매출의 30% 정도가 박종국에게 묶여버리는 상황이 된다.

그의 높은 연봉과 수익은 거기서 나오고 있었다.


"박 감독님이 돌아서면 회사도 휘청거리겠네요."

"그래서 특채로 뽑았습니다."

"한번에 오케이 하던가요?"

"네."

"..."

"그래도. 부장님. 이렇게까지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주는 건."

"대표님. 그리고 부대표 님."

"말씀하시죠."

"무엇을 걱정하는지 압니다만. 전 그저 이 회사가 조금 더 회사답게 돌아가길 바랬을 뿐입니다. 다른 이유는 정말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요."


황기태 부장과의 미팅을 마치고, 중길은 다시 서류를 살펴보았다.


"30%라..."


분명 박종국이 입사하고 난 뒤부터 흔들림 없는 고정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은 매출이 아닌 순익을 따져야 된다.

고정매출이 증가한 만큼, 자재비나 인건비도 상승했다.

그것 외에도, 그가 제출한 영수증 내역들을 보면 회식과 접대도 빈도의 잦다.

영업때문이라고 봐야하나...? 하지만, 만에 하나 그가 횡령을 저지르고 있다면.


"형."

"어."

"뭔지 알겠어?"

"모르지. 숫자만 봐서는 이게 잘 된 건지 아닌지."

"아. 씨... 평균치를 모르니까 뭐가 문제인 건지 모르겠네."

"야. 먼저 나지은 씨가 대한건설 있을 때 이런 거 봤다고 하지 않았나?"



* * *



"이게 뭔가요?"

"한번 보시겠어요."

"음."


뜬금 대표실로 호출인가 했더니, 다짜고짜 복잡한 엑셀표를 들이미는 안중길. 나지은도 안경을 고쳐쓰며 볼펜을 꺼내들었다.


"수치가 꽤 높게 잡혀있네요."

"그렇죠? 누가 봐도 이상하죠?"

"네. 인건비야 계약하기 나름이라지만 그것도 제가 아는 평균치보다 더 높은 거 같습니다."


나지은의 발언에 안중길과 안태석이 서로를 돌아보며 눈빛을 교차시켰다.


"자재비는 어떤가요? 지은 씨가 볼 적에?"

"분석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제가 시장가를 다 아는 건 아니라. 항목도 너무 많고. 설비? 이쪽은 저도 문외한이라..."

"그럼 지은 씨. 빠른 시일에 보고서 부탁드릴게요."

"네?"

"거기 박종국 감독관님이 제출한 내용과 현 시세를 비교해서. 합당한 가격인지 아닌지, 보고서 좀 제출해 주세요."


일은 전문가에게. 그것이 안중길이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기본철학이었으나. 나지은은 애매한 표정으로 그의 기대를 저버린다.


"근데요 대표님. 이건 감사 영역이라..."

"..."

"제가 할 수 있을지..."


안중길은 단전부터 밀고 올라오는 한숨을 눌러 참으며 말했다.

성급했다. 이 사람의 능력만 믿고 업무분담을 알지 못 했어.


"지은 씨가 알다시피, 지금은 회사에 감사가 없는 상황이라서요."

"그래도요..."

"..."

"전 여기 온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이런 일을 맡기시는 건..."


확실히 특별한 개성이 없는 사람이긴 했었지. 말 그대로 사무직. 평범한 사무직.

실망하는 건 개인적인 감정으로 놔두자. 사람에 대한 평가까지 끌고가선 안된다.

성급하게 업무를 지시한 거 내 실수가 맞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볼 게요."

"오해하지 마시고요. 나중에 책임 문제를 따지더라도"

"네. 알겠습니다. 괜찮으니까 나가보세요."


나지은이 꾸벅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자 안태석이 드르륵-! 의자를 밀며 다가온다.


"그냥 보내?"

"보내야지 어떡해. 자기한테 감사 맡기지 말라잖아."

"아니. 그래도 대표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다 정말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땐 저 분이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야 될 건데?"

"흠."

"내가 조급했어. 서류 볼 줄 안다고 다짜고짜 이것 좀 해달라고 했으니까"

"너무 순박하게 대하는 거 아니냐?"

"어쩔 수 없잖아. 지금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걸."


안중길도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달랬다.


"나도 본심은 빼지말고 시키면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하고 싶었는데."

"하지 그랬어."

"그렇게 무리하게 일 시키다. 내가 능력 없다는 게 들통나면 그땐 지은 씨 하나 나가는 거로 안 끝날 거야."


안태석은 커피를 찾아 나왔다.


"흐음."


박종국 감독을 떠올려본다. 안중길 못지않게 그도 미심쩍은 인상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재무재표를 봐도 그렇고, 본능이 말해주는 신호를 봐도 그렇다.

하지만 첫인상과 경박한 어투 때문에 사람을 자를 수도 없는 노릇.

현재로선 회사에 실보단 득이 되는 걸 부정할 순 없으니까.


"부대표님. 어디 가십니까?"

"커피 마시러 가는데요."

"예. 다녀오십시오."

"부장님. 바쁘신가요?"

"아니요. 저도 하던 일은 마무리 짓고 잠깐 쉬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잘 됐네요. 저랑 같이 가실래요?"

"하하! 좋지요."


고민하지 말자.

어찌됐든 우리는 대표들이다.

부하 직원을 움직이려면 그 상사를 움직이면 되지, 뭘 고민하냐.

중길이가 할아버지한테 배운대로 잘 해나간다면, 나도 내가 배운 걸 써먹으면 된다.

아버지가 어디 직접 이사들한테 뭐 시키는 적 있던가? 대표들 불러서 말하지.


안태석은 보고 자란 대로 황기태 부장을 만나 나지은 사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장님. 나지은 씨요."

"네."

"부장님도 그분 잘 모르시죠?"

"왜 그러십니까?"

"아니. 두 분 다 대한건설 있었다고 하니까."

"한번 일 때문에 만난 적은 있지만. 사람으로는, 아직 제가 그 친구를 다 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황기태는 태석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의도가 있음을 눈치채고 물었다.


"근데, 나지은 사원은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지..."

"아니요. 아까 안 대표가 업무 지시하는데, 자긴 못 할 거 같다고 딱 잘라버리길래."

"아. 예..."

"부장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무엇을?"

"저요. 이번이 사회생활 처음이에요."

"..."

"중길이는 이것저것 그래도 부딪히면서 겪은 게 많은데. 전 형이 되어가지고 부족한 모습 보이는 게 쉽지 않네요."

"하나씩 배워나가시면 되죠."

"대표가 부하직원한테 까이는데, 그런 거 하나 말리지 못하고... 참."

"..."

"쉬운 게 없네요."


회장 아들이 직접 이런 말을 꺼내다니... 황기태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결국 황기태가 나지은을 따로 불러 시간을 가졌다.


"네. 부장님."

"지은 씨 옥상 와 봤어?"

"먼저 잠깐. 점심시간에."

"어때? 좋지? 영등포에 이런 공간 있는 회사 흔치 않은데 말이야."


영등포라면 그렇지... 종로나 강남에 비한다면 이런 옥상정원 같은 건...


"부장님.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있지. 물론. 괜히 불렀을까."

"뭔데요?"

"대표들이 뭐 시켰다면서."

"그게... 아-. 그걸 벌써 일러요?"

"이른 게 아니라"

"부장님. 저도 상황은 이해했어요. 그래도. 제가 감사를 볼 순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앞에서 대놓고 딱 자르면 좋을 거 없잖아. 지은 씨나 대표들이나."

"...그럼 박 감독인가 그분의 비위증거를 제가 찾아서 제출했어야"

"지은 씨."

"..."

"아니. 나 주임."


황기태 부장의 싸늘한 목소리에 나지은도 기분을 가라앉히며 답한다.


"네."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뭘요?"

"우리 회사."

"..."

"대표들도 어리고. 실적은 어디 지방 중소기업보다 못 하고. 물론, 이렇게만 보면 무시할만 해 내가 봐도."

"아닙니다 부장님..."

"그래도. 그러지 마. 어쨌든 여기도 회산데. 우리도 해고가 있어."

"......"

"여기서도 내쫓기면 그땐 진짜 사람 무너져."


여차하면 관두고 나가면 그만이다 배짱을 부리고 있었던 나지은.

황 부장은 그녀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대표들이 어리다고 무시한 건 아닙니다."

"그래. 알지."

"매출도... 그런 이유로 회사를 낮게 보거나 하지 않았어요. 저..."

"근데 왜 이렇게 융화되지 못 해."

"..."

"어울릴 또래가 없으면 김 과장이나 최 대리도 있고. 그 친구들이 성격상 지은 씨한테 찝쩍댈 인물들도 아니고."


황기태도 무거운 한숨을 쉬며 이쯤에서 말을 멈춘다.


"지은 씨. 우리끼리 절대 하지 않는 질문이 있어."

"어떤 우리요..."

"쫓겨난 우리들."

"..."

"그게 어떤 질문일 거 같애?"

"모르겠어요."

"그쪽은 왜 여기로 왔어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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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너의 능력이 나의 능력이다. 24.05.22 53 1 16쪽
16 너의 능력이 나의 능력이다. 24.05.21 60 2 12쪽
15 의지만 있다면. 24.05.20 57 1 15쪽
14 의지만 있다면. 24.05.19 62 2 11쪽
13 의지만 있다면. 24.05.18 62 2 12쪽
12 조력자들. 24.05.17 61 3 13쪽
» 조력자들. 24.05.16 65 3 13쪽
10 대표님. 24.05.15 7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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