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61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13 11:00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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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8쪽

대표님.

DUMMY

"죄송해요 손님. 저놈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길래..."

"괜찮아요. 기사님도 괜찮으시죠?"

"후우. 아침부터 액땜했다 하십쇼."


액땜이라고? 그런거라면 얼마든지.


"네. 그렇네요. 액땜 했네요."


웃으며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구둣발로 골목길을 달려 단숨에 센트럴에 도착했다.

그런데.


"..."


아까 택시에서 봤던 오토바이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음. 아닐거야."


다른 데서 일하는 사람이겠지. 아니면 잠깐 뭐 퀵 전달하러 왔든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며 나지은은 사무실로 올라갔다.


"어. 왔네."

"부장님? 저 기다리고 계셨어요?"

"지은 씨 인사해. 마침 오늘 어떻게 다들 모여서. 어제 소개를 못 시켜준 게 걸렸거든."


새로운 대표가 두명이나 임명되는 날. 센트럴 직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말끔한 옷차림과 기대감이 차오른 표정으로 일찍부터 사무실을 채우고 있었다.

오히려 출근시간을 20분이나 더 빨리 도착한 나지은이 거의 마지막에 도착한 멤버에 속한다.


"여기는 지은 씨라고. 건설 IT개발팀에서 근무했었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지은이라고 합니다. 주임이였어요."


나지은은 인사를 나누며 센트럴에도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보통 회사는 업종에 따라 분위기가 정해지는 편인데. 이곳은 사무직부터 영업. 그리고 생산직과 나이 지긋해 보이는 노인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군상이 모여있었다.


"부장님.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지금 우리 회사 사람들인 거죠?"

"다는 아니고. 몇 분은 파견오신 분들도 있고. 몇 분은 임시로 잠깐 도와주는 알바 같은 존재고."

"아."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저기서 모인 사람들이라. 인력이 부족하니까."

"음. 네. 그렇군요."

"지은 씨 또래 여직원도 있었는데, 그분은 지난 주에 그만뒀어."


황기태 부장의 얼굴도 어제보단 나아보인다.

그렇겠지. 이제 임시대표가 아닌 진짜 대표가 오는데 이 분도 기대하는 바가 크겠지.

무엇보다 그 대표가 다름아닌 사주의 손주. 현 회장의 외동아들이 아니던가.


"안태석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

"아직 안 오셨는데. 그리고 대표님은 안중길 대표님이지. 안태석 대표님은 부대표니까."

"아. 맞다. 죄송해요."

"하하! 괜찮아. 지은 씨 말고 다른 사람들도 지금 많이들 헷갈려하고 있으니까."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황기태에게 다가와 묻는다.


"저. 부장님."

"어. 왜?"

"근데, 지금 벌써 출근 시간 10분 전인데..."

"으음. 그렇군. 시간이 이렇게 됐네."

"설마 임명장까지 보내놓고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회장 아들이..."

"대표는 다른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은 찾아도 정보가 아무것도 없던데."


그렇다. 대표는 안태석이 아닌 안중길이었다.

나지은도 물어본다.


"전에 그런 적이 있었나요?"

"뭐. 대표가 온다고 하고 안 온 적?"

"네..."

"있었지. 1년 전에..."

"..."

"심지어 임원출신이셨는데, 어느 계열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대로 관뒀다고 들었어."


임원은 또 임원대로 괴롭히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

불안 초조하게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3분여 짦막한 시간만 남았다.

오는 것인가. 안 오는 것인가.

모두가 한 치 앞도 모르던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오토바이 헬멧을 끌어안은 앳돼 보이는 청년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센트럴의 모든 사람들의 몸이 굳는다.


저 사람인가?

아닐 걸? 저건 너무 어리잖아? 둘 다 사진은 없어도 안태석은 20대 후반이라고 들었어.

그럼 누가 뭐 시킨 거 있나? 뭐 받으러 온 건가?


사람들이 수군수군 거리는 가운데, 나지은도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 저 분은?"

"지은 씨 아는 사람이야?"

"아니요. 근데, 오토바이? 아마. 퀵 오신 거 아닐까요?"


모여있는 사람들 중 그녀가 가장 막내이고 신참이었다.

나지은이 다가가 물었다.


"혹시, 퀵 오셨나요?"

"퀵이요?"

"네. 여긴 회산데."

"압니다. 센트럴이잖아요."


나지은을 포함. 모두가 설마 싶은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만, 안중길은 사람들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절 보고 다들 너무 놀라시길래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저도 고민했는데. 제가 안중길입니다. 대표로 왔습니다."



* * *



"죄송해요. 아 차가 너무 막혀서..."


안중길의 등장으로부터 40여 분 뒤. 안태석이 마지막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태석이 미안한 얼굴로 여기저기 고개를 숙이자, 황기태가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기태 부장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아 정말... 면목이 없네요.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영등포 오는 길이. 어후..."

"전국에서 제일 막히는 동네가 바로 영등포죠."

"그러니까요. 와... 올림픽이랑 가깝다고 하길래 방심했는데..."


센트럴 직원들은 안태석을 보면서도 적지 않게 놀라운 인상을 받는다.

무슨 남자가 저렇게 피부가 곱고 맑은지... 마치 인턴나온 대학생을 보는 것 같다.


"중길이는 어딨나요?"

"저쪽 사무실에 계십니다."


안태석이 황 부장의 안내를 받아 대표실 문을 여니, 바로 호통이 터져 나온다.


"뭐야!! 왜 이제 왔어!?"


안중길이 태석을 보자마자 질책한다.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터진 사건이었다.

모두가 놀라고 있는 안태석을 보며 조마조마 거린다.

세상. 회장 아들한테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야 미안."

"뭐하는 거야. 진짜. 첫날부터... 형 진짜 일 할 생각 있는 거 맞어?"

"미안하다고... 진짜 길이 너무 복잡했어서..."


액면가를 따지나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따지나 분명 안중길이 동생인데, 고압적인 태도를 보면 우리가 모르는 또 뭐가 있는 건가?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숙덕숙덕 거리고 있을 때. 안중길이 밖으로 나와 말한다.


"이제 더 올 사람 없나요?"


없다. 외부로 나갈 인원들 빼고 올 사람은 다 온 상황이었다.

황기태 부장도 그렇다면서 상황을 알린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첫 번째 업무를 지시하겠습니다."


오자마자?

아직 제대로 된 인사도 안 했으면서?

심지어 회장 아들한테 그렇게 쏘아붙이고?

다들 저 새파랗게 어린 놈이 대체 뭔 일을 시키려나 가만히 쳐다보았다.

안중길이 말한다.


"오늘 하루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건물, 사무실. 화장실은 물론 계단까지 싹 다 청소합니다."


업무의 시작은 청소인가?

대표의 첫 지시가 청소라고?

우리가??


"황기태 부장님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사람들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해주세요."

"저 대표님...? 우리 건물 청소는 관리해주시는 분이 따로"

"우리도 청소하는 회사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제대로 인사도 안 했는데."

"부장님. 전 이런 공간에서 여러분들한테 인사받고 싶지 않아요."


안중길이 이리같은 표정으로 자신만을 보고있는 이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리고 누구 1층에 임대 들어 온 업체 아시는 분 계세요?"

"제가 압니다."

"가셔서 당장 현관 입구에 놓인 박스들 다 치우라고 하세요. 회사가 무슨 쓰레기장도 아니고 그게 뭡니까!!"


몇 살인진 몰라도. 새파랗게 어리다는 건 눈 달린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황기태 부장은 안중길을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또 뭐 다른 지시하실 내용은 없으십니까..."

"있습니다. 사무실 지금 이 책상들 다 사용하는 건가요?"

"...빈 자리들도 제법 됩니다."

"다 치우죠. 창고 어딨죠?"


황 부장이 빠르게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중길은 벙쪄있는 안태석에게도 단호하게 말했다.


"형도 빨리 형 자리부터 정리해."

"...나도 청소하라고?"

"청소든 뭐든. 앉을 곳이 있어야 뭘 해도 할 거 아니야."

"어. 그건 그렇지만."

"이쪽에 책상들 빠진다고 하니까. 의자랑 책상이랑 가져다 자리 만들어."


그래. 늦은 놈이 죄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날부터 아침 시작부터 이건 아니잖아.


"저기. 중길아."

"왜?"

"야. 시작부터 청소부터 하는 건."

"형. 청소는 기본이야."

"..."

"이런 지저분한 공간에 있으면 의욕도 안 나고고. 할 마음도 사라져."


그 말이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안태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

형한테 보이는 저 고압적인 자세부터, 지가 언제부터 대표였다고 사람들한테 명령질이란 말인가.

태석이 한 마디 쏘아붙이겠다는 눈빛으로 중길에게 다가가는데, 황기태 부장이 다가와 그를 말린다.


"부대표님! 일단, 청소부터 하시죠. 저희랑 같이. 네?"

"부장님...?"

"가시죠."


황 부장이 말리는 사이, 중길이는 이미 사라져 무언가를 찾으로 나가버렸다.

안태석이 한숨을 쉬며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저놈이 아직 철이 없어서..."

"아닙니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맞다고요?"

"네. 내가 일 할 공간. 내가 정리하는 게 우선이죠. 군대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까는 관리업체 있으시다면서요...?"

"업체가 아니라, 우리랑 같이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인데. 그분들 이야기였죠."

"후우..."

"가시죠. 정리부터. 책상 뭐 쓰시겠습니까?"


안중길을 그림자에서 꺼내오는게 너의 역할이 될 것이다.

김민규의 말을 너무 믿었던 것인가.

안태석은 저 성격을 어떻게 다스릴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저도 돕겠습니다."


우선, 사람들에게 밉보이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곳에 중길이보다 어린 사람은 없다.

한국은 예의가 중요한 나라니까.

녀석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을 도와야.


"괜찮습니다."

"여긴 제가 할 게요."

"부대표님 나와주세요. 괜찮아요. 우리가 하면 됩니다."


사람들을 도와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다들 웃는 얼굴로 거절할 뿐.

할 일이 없는 안태석은 밖으로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 도착했다.


"여긴 제가 할 게 있나요?"

"어우. 그럼요."


이미 한참 청소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곳곳에 배어버린 담배와 암모니아 악취가 뒤섞여 코를 찌른다.

누런 오줌이 찌든 소변기와 산처럼 쌓여있는 대변칸의 휴지통. 바닥에 뒹구는 오래 된 꽁초들이 그의 눈살을 찌푸렸다.

안태석은 조금 충격을 받는다.

확실히 늦었다고 뛰느라 제대로 보진 못 했지만, 지저분한 느낌이 강했다.

진짜로 여기가 우리그룹의 계열사가 맞는 건가?


"저기. 어. 그... 으음."

"네? 왜 그러세요?"

"일단, 저희가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는지..."

"그러게요. 대표님이 폭주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 했네요."

"아. 부대표 안태석입니다. 그냥 부대표라고 해주세요."

"네!! 부대표님.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대표님. 그거 이리 주세요. 저희가 하겠습니다."

"네? 어. 도와달라면서요."

"아. 그냥. 저희가 할 게요. 지저분하잖아요."

"네. 나오세요. 저랑 형님이랑 하면 되니까. 이리 주세요."


평생 해 본 청소라고는 방 정리밖에 없었던 안태석. 그것도 책상이나 어릴 때 장난감 정도에 그쳤지. 이불을 개거나 바닥을 쓸거나 한 적도 없다.

사람들을 돕겠다며 청소도구를 들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김형석과 최영직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일단, 둘 다 대리입니다."

"아. 네. 김 대리님. 최 대리님."


태석이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동료들이다.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만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아니어도, 안태석은 그들에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럼. 어떤 일 하세요?"

"청소죠."

"네?"

"하하! 지금은 청소하고 있잖아요!!"

"저. 원래 이 형님이 조금 그냥 그렇습니다."

"뭘 또 그래. 내가?"

"하하하..."


배불뚝이와 홀쭉이라. 좋은 콤비들 같다.

직장동료들끼리 이렇게도 친해질 수 있는 거구나.


"아무튼, 저 부대표님?"

"네?"

"주세요. 뭐하세요."

"어... 저 그냥 같이 치우는 거 아니었나요?"

"하하. 그냥 저희가"

"아까는 도와달라고 하셔서."


그때 쿵 소리를 내며 안중길이 찾아 들어왔다.


"여기도 쓰레기 아직 안 비웠죠?"

"어? 네."

"어딨어요? 한번에 다 모아서 가져갈테니까."


중길은 이미 터져 넘칠 것 같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쿵쿵 대변칸을 열며 휴지통을 들고 나왔다. 안태석이 의식적으로 피했던 곳이었다.


"어어! 대표님? 저희가 할 게요."

"아니요. 이거만 담으면 끝나요."


중길이 쓰레기봉투에 발을 넣어 밝으니 내용물이 반으로 확 줄어든다.

빈 공간으로 휴지통을 들어 봉투 안으로 밀어 넣자 오물이 묻은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떨어지는데 중길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또 없죠?"

"네. 다 비우셨습니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안중길은 휴지통을 밀봉한 뒤 바로 세면대로 가 두 팔을 씻어내곤 건물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를 보며 김형석과 최영직이 놀랍다는 반응을 남겼다.


"뭐지? 생각보단 이런 저런 경험이 있는 거 같은데?"

"그러게요. 젊어서 그런가 몸이 빠르네."


안태석은 경험이 없는 것이니, 사람이 미련하고 멍청한 건 아니었다.

지금 이들의 눈에 중길과 자신의 평가가 갈렸다.

한 사람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같이 있을 수 없는 사람으로.


"저. 저 안에도 치워야 하죠?"

"네? 아 저희가 한다니까요."

"...그럼. 부대표님."

"네."

"물 좀 뿌려주시겠어요? 비누칠하고 닦는 건 저희가 할 테니까."


나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

나는 너희같은 놈들과 어울릴 사람이 아니라고.

안태석은 그런 생각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지금 자신에 평가라고 받아들인다.


"형! 태석이 형!!"

"부대표 님?"

"네?"

"물 소리 때문에 안 들리시나보네. 대표님이 부르는데요?"


낮은 자세로 여기저기 고무호수를 찍어 누르며 청소를 돕던 태석을 중길이 불렀다.


손을 씻고 나가보니 같이 1층에 좀 가잔다.


"왜?"

"아. 씨. 1층 인간들이 박스 못 치우겠다고 지랄하잖아. 같이가서 사람들이랑 얘기 좀 해줘."


지랄할 땐 언제고 지 필요하다고 쪼르륵 달려와서 도와달라는 성질머리라니.

이래서 형은 늘 고달픈 존잰가 보다.



* * *



"에이 씨 인간들..."

"기다려 봐. 그 사람들도 갑자기 치우라고 하면 공간이 나겠냐고."

"그런 게 어딨어. 그럴거면 복도까지 임대료 계산하든가."

"어이그. 빡빡하기는..."


청소도 마치고 입주자와 입씨름도 끝났다.

안중길과 태석은 정돈 된 대표실에서 이쪽저쪽 책상을 나눠앉아 있었다.

두 사람이 느긋하게 쉬는 이 시간에도 사무실 밖에선 청소 소리가 한창이었다.

태석은 오며가며 보았던 사람들의 옷 차림이 신경쓰였다.


"중길아. 청소 더 할 거야?"

"더 할 거라니? 뭐가 끝났어?"

"아니. 사람들 옷 보니까. 오늘 우리 온다고 챙겨서 입었던 거 같던데."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순 없다.

무엇보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상호작용해야 하는 존재기에, 첫날부터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안태석은 중길이의 이미지가 깎여나갈 게 걱정되서 한 마디를 건네주고 싶었다.

그러나 안중길은 그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도 봤어. 옷 깨끗하게 입고 있는 거. 거기서 화가 났던 거고."

"어?"

"이렇게 자기를 가꿀 마인드가 있다면, 평상시 회사도 좀 그렇게 해놓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뭐... 주인의식을 가져라 이런 거냐?"

"뭔 주인의식이야. 여기 주인이 어딨어. 형이나 나도 결국 파견나온 사람들인 걸."

"어린 놈이 냉철하기는."

"평상시 하자는 거야. 여기는 회사니까. 식당도 이렇게 해놓고 있으면 손님 안 와."

"허우. 손님까지 불러?"

"당연하지."

"정말로 부른다고?"

"영업 안 할 거야?"


손님이 올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미팅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 돈 많은 건물주들이 우리 회사에 와서 이런 건물과 사무실 상태를 보고 어떤 평가를 하겠는가?


"나 같음 그런 데랑 절대 거래 안 해. 건축관리 해주는 회사가 지네 건물도 이따구로 쓰는데 미쳤다고 내 건물을 맡겨?"

"..."

"지금 이 청소는 그냥 청소가 아니야. 하나의 마케팅으로 봐야 돼. 그리고 직원들한테도 그런 마인드를 심어줘야 하고."


그날. 총무실 직원들과의 만남에서도 느꼈지만. 이 녀석은 확실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는 것 같다.


"미안. 형이 생각이 짧았다."

"그러니까. 형도 앞으로 사람들한테 혹시나 이런 걸로 불만 가지는 게 보인다면 잘 얘기해 줘."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걸 말할까."

"왜? 아까도 보니까 화장실에서 두 분이랑 이야기 잘 하는 거 같던데."

"그럼 니가 회사의 아빠고 내가 엄마를 하라는 거냐?"

"뭘 또 그런 예시를 들어."

"보통 그렇잖아.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순하고."

"우리는 반대였는데."

"그래? 작은 아버지가 순하셨어?"

"아빠는 나한테 뭐라고 한 적 없어. 엄마나 맨날 뭐라고 하지."

"작은 아버지는 원래 그런 분이니까. 재밌는 분이셨지."

"..."


침묵으로 안중길은 자신이 얘기 할 차례를 마무리 지었다.

태석도 따지진 않는다.

그저 각자의 추억으로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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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의지만 있다면. 24.05.19 62 2 11쪽
13 의지만 있다면. 24.05.18 60 2 12쪽
12 조력자들. 24.05.17 61 3 13쪽
11 조력자들. 24.05.16 64 3 13쪽
10 대표님. 24.05.15 75 2 14쪽
9 대표님. 24.05.14 8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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