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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보아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공모전참가작

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4
최근연재일 :
2024.06.10 07:2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072
추천수 :
54
글자수 :
137,681

작성
24.05.11 21:00
조회
128
추천
4
글자
11쪽

그림자를 넘어서

DUMMY

"시간 많으니까 읽고 싶은 내용 꼼꼼하게 읽어보고 모르는 거 있음 물어봐."

"네."


이 나라의 상법과 민법에 의거. 미성년자 대주주가 존재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성년자 대주주가 주총이나 경영에 참여하려면 보호자나 법적 대리인이 필요하다.

안상일 회장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그의 보호자는 호적상 큰아버지인 안상민 부회장이 되었다.

부회장은 가족의 지분을 모아 문제없이 경영을 승계받을 수 있었다.

만약, 안중길이 사라지지만 않았다면.


"여기도요?"

"거긴 넘어가도 돼. 뭐 이해 안 가는 건 없지?"

"네. 얼추 알 거 같아요."


김민규는 안중길이 문서 하나하나 찍어 누르는 도장의 가격을 따져보았다.

만약 그때 이 친구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


그렇군. 이건 단지 기업차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아. 승계작업이 문제없이 진행됐다면 기업의 운영방침도 달라졌을 테니까.

대한그룹이 반으로 나뉘어 싸우지만 않았다면, 시총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따지면, 이 안중길이란 친구가 국가 전체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 되나?


"후후후."

"네?"

"어. 으음. 아니야."


너무 과한 상상이구나. 아무렴 얘가 뭐라고.

김민규는 실소를 흘리며 생각을 멈추지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 그를 보며 총무실 직원들이 당황한다.

그는 무게감이 덜 해 보일지 몰라도 절대 공적인 자리에서 가벼운 모습을 보일 사람이 아니니까.


"팀장님. 왜 그러세요?"

"아. 방금 나 웃은 거 때문에?"

"예. 뭐. 있으신가 싶어서..."


그들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을 뿐.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평범해 보이는 애가 저 문서들의 가치를 알까?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 알았으면 대체 지금까지 그 많은 인력은 왜 반으로 갈려 싸웠던 거지?

장필근 전무 쪽은 얼마나 상황을 허무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서로를 보다보니 생각이 공유되는 것 같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모두를 대신해 김민규가 총대를 매고 나섰다.


"크흠. 저기 중길 씨?"

"네."

"잠깐 뭐 좀 물어봐도 될까?"

"예. 말씀하세요."

"왜 가출 한 거야?"

"저 가출 한 적 없는데요."

"어...?"

"독립한 거예요."


똑부러지게 답변을 마치고 서류에 집중하는 안중길.

회의실에 있는 모두는 또 다시 조용히 서로를 보며 텔레파시를 주고받는다.


"아니. 왜 그 이른 나이에 독립을 했어요...?"


김민규 팀장의 옆에 앉은 박예은 차장이 물었다.

안중길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방금 저한테 물어보신 거죠?"

"네?"

"저한테요."

"어. 네. 그럼요..."

"..."

"아니, 내가 뭐 이상한 거 물었나? 왜 그러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잖아요."

"그래도. 부회장님도 계셨고. 다른 가족들도 있는데..."


가족이란 말에 안태석이 조마조마해진다. 김민규도 부하직원을 말리고 나섰다.


"저기."

"네. 아, 죄송합니다."

"중길 씨. 괜찮으니까 하던 거 계속 해."


상사가 말려 물러났지, 박예은 차장은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세밀한 가정사를 알지 못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단지, 안중길이란 사람이 내보인 방어기질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그녀가 벙찌는 얼굴을 지어보이자 안태석이 나섰다.


"넌 뭘 그렇게까지 날카롭게 반응을 하고 그래."

"..."

"평범한 상황이 아니니까 그러시지. 이분들도 너 유산상속으로 고생하셨고. 그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거야."


안태석까지 채근하고 나서자 중길도 고개를 들어 모두를 쭉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


"제가. 사회에 나와서 몸으로 배운 게 정말 많거든요."

"..."

"예... 그래서요?"

"이럴 때일수록. 입을 열지 않는 게 좋다고 깨달아서."

"..."

"..."

"지금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싶네요. 독립은 제 선택이었습니다."


얘 지금 우리한테 건들지 말라고 한 거야?

어린 놈이 어디서 주름을 잡어?

고작 스물셋 주제에 누구 앞에서 사회생활 운운을...?

군대는 갔다왔나?


총무실 사람들은 그의 행동과 발언이 상당히 고깝게 보였다.

그런데 또 한편 생각해보면 그의 성격이 현명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멀리 떨어진 몇 사람이 슬쩍 안태석의 눈치를 살폈다.

방금까지도 채근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있다.

저것은 어른들 앞에서 자기 목소리 낸다고 화나는 게 아닌, 감추고 싶은 것이 드러날까봐 초조해지는 얼굴이다.

그제서야 모두가 집안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재벌이었으니까.

어쩌면 저 친구는 자기 나름 저항하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업무적인 자세로 돌아갔다.

안중길도 서류를 정리한다.

모든 사태를 야기한 김민규가 씩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어 본다.


"미안. 다시 서류 보자."

"네."

"웃은 것도 사과할게. 그냥 너무 오랫동안 사라진 상태였어서."

"..."

"왜? 사라진 건 맞잖아?"

"예. 그건 저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그러니까. 그 긴 시간을 뭘 하고 지냈을까 궁금하다는 거지 우리는."

"알바했어요."

"알바?"

"네. 일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 보고. 가끔은 혼자 명상도 하고. 두루두루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형이 한 마디 해서 조금은 대화의 물고가 트인 걸까?

집안문제가 아니니 안중길도 질문을 거절하지 않는다.

김 팀장도 주저하지 않고 물었다.


"학교는?"

"검정고시요."

"검정고시...?"

"네. 대학은 안 갔어요. 갈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그. 그래. 뜻이 있는 곳에 다 길이 있는 법이지..."

"또 뭐 궁금한 건 없으세요?"


모두가 김 팀장을 돌아본다.

주목을 받자 김 팀장도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있어."

"뭐요? 하세요. 제가 답 할 수 있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

"센트럴"

"..."

"왜 가고 싶다고 한 거야? 그것도 대표로?"


그래. 바로 이거다. 가출이니 독립이니 같은 건 지난 일이니 관심 가질 것 없다.

유산상속도 저들의 이야기니 나설 것 없다.

하지만, 센트럴 대표 취임은 다른 이야기다.

그것은 우리네 생활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사람들도 눈을 반짝이며 안중길을 돌아본다.

그의 표정이 다시 방어적으로 돌아서 있었다.

이번에도 답을 피할 것인가?


"팀장님이라고 하셨죠?"

"음."

"혹시 제가 대표로 가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그렇진 않지만. 역시 알고는 싶으니까."

"왜죠?"

"왜라니. 우린 그룹 총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고. 그쪽은 작아도 계열사의 대표로 갈 건데. 물어볼 수 있잖아."


김민규도 '어때? 이건 생각하지 못했지? 애송아. 이게 어른의 맛이다.' 라는 듯 속내를 감추고 캐물어 보지만. 안중길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눈을 피하지 않고 또박또박 받아쳤다.


"센트럴이 그렇게 경영진의 관심을 받는 곳이었나요?"

"..."

"어차피 거기 사람들 다 버리는 거 아니었어요?"

"......"


날카로운 거 봐라.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네. 김민규의 심장도 살짝 떨리는 것 같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자 이번에도 안태석이 나서 중길이를 제지시켰다.


"야. 버리긴 누가 버려. 그것도 다 경영의 일환이고."

"형. 잠깐만."

"뭐? 넌 아니라고 보는 거야?"

"그게 아니라. 나 이거 두 장 남았는데, 이것만 끝내고 얘기하면 안돼?"

"나한테 같이 일하자고 한 건 너 아니냐?"

"..."

"얘기해 봐. 나도 궁금해. 왜 가고 싶다고 한 거야? 그것도 대표자리를 달라고 하면서까지."

"하하... 아. 진짜..."

"작은 아버지 때문이야?"

"이거 중요한 문제 아니었어?"

"알았어. 도장부터 끝내."


쿡쿡. 주저없이 서류에 마무리 도장을 찍은 안중길은 실종된 A군이 아닌, 명실상부 대한그룹의 대주주로 변모한다.


"아빠는 무슨 아빠야. 내가 해보고 싶으니까 그러지."

"대표를?"

"대표라니보단 경영을."

"너 어디서 경영해본 적 있어?"

"없어."

"근데 왜 대뜸 겁도 없이 그런 제안을 해."


안중길이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긴다.

안태석과 김민규. 박예은 차장 및 다른 모두가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을 고민한 끝에 안중길이 꺼낸 답은 이것이었다.


"나라면 해낼 거 같아서."

"해낸다고...?"

"뭘 해내는 거지 중길 씨?"

"센트럴을 지금보다 더 좋은 기업으로. 잘 나가는 회사로 만들 수 있는 거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말을 할까 싶지만, 안중길은 주저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아빠 때문이다? 그런 것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애. 센트럴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운명같은 걸 느꼈으니까."


눈을 뜬 안중길이 안태석을 한번, 맞은편의 김 팀장을 한번. 시선을 마주치며 이쯤되면 답변이 됐습니까? 란 눈빛을 쏘아보낸다.


하지만, 누가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런 드라마 도입부 같은 말로 퉁쳐버리기엔, 사안의 진중함이 너무 달랐다.

이것은 한 기업의 운영에 관한 일이고, 리더가 될 자질을 갖추어야 했다.

안중길은 아직 사람들을 이끌기엔 나이, 경력. 심지어 학력도 전무한 상황인 것이다.


"회사를 잘 키우고만 싶은 거야? 아니면 다른 또 뭔가가 있어?"


그렇기에 김민규는 보다 심도있는 질문을 던져본다.

여기서 무슨 답을 한다면 그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겠지.


"있어요."

"있어?"

"네. 듣고싶으세요?"

"말해줄 수 있다면."

"나의 의지로. 나의 생각으로. 센트럴을 잘 키워내서 멋지게 성장시킨다면, 어떤 세계관이 부숴질 거라 보고 있어요."

"어떤 세계관이라. 그게 뭐야?"

"우리가 사는 미친 세상이요."


얘. 진짜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말하는 거야?

어린 게 좋구나. 아니. 재벌이 좋구나. 세상이 만만하겠지...

미친 세상... 맞어. 미쳤네. 저 나이에 대표하겠다고 뛰어드는 놈을 이렇게 상대해야 하는 세상이 미친 거지.


안중길의 발언에 저마다 마음 속으로 험담을 뱉는다.

하지만, 김민규는 달랐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두 눈에 힘이 실린다.

의아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내용에, 피곤해지더라도 이 대담을 여기서 끝내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룹차원에서 업무를 봐야하는 위치에 있었으니까.


"중길 씨.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여기 다 총무실 사람들이잖아?"

"네."

"우린 인사과 업무를 보니까. 어때? 면접본다는 생각으로 더 질문해도 괜찮을까?"

"네. 알겠습니다."

"그래?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싫긴요. 만약 이런 상황 아니라면 얼마든지 거쳐야 하는 과정인데요."


그동안 김민규가 면접 본 신입사원만도 어림잡아 수천명이 될 것이다.

안중길은 그들 중 단연 으뜸으로 김 팀장의 관심을 끌어 보았다.

터무니 없는 패기와 날카로운 현실감각.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없는 배경을 가지고서.


6명의 총무 1팀 사람들이 한 줄에. 안중길과 태석이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김민규 팀장이 주변을 보며 말한다.


"어때? 괜찮지? 자기들도 질문 하나 씩 생각해 봐."

"팀장님. 저부터 할까요?"

"어. 그래. 빠른 걸?"


책상 제일 끝에 앉은 부하직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안중길도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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