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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D팬텀
작품등록일 :
2020.11.09 02:31
최근연재일 :
2021.01.12 13: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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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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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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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31화 기다림

DUMMY

체감적으로는 꽤 많이 지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계를 들여다보자,

의외로 몇 분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보통 시간이 잘 안 가지요.

묘한 일입니다.


말을 꺼내는 이도 없고,

시간을 보낼 만한 소일거리도 없습니다.


구조대가 오거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할까요?


캐서린은 사실 말을 거는 쪽보다는 듣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어색한 상황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이 상황을 깨트리기로 했습니다.

보통 이런 건 답답한 쪽이 먼저 행동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입을 먼저 연 건 밀리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밀리도 캐서린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제 와서이긴 한데, 너 흙바닥에 앉아있어도 괜찮아?”

“네? 아. 네. 괜찮아요.”

“요즘 애들은 포장된 길에 익숙해서 싫어할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싶어서.”

“<요람>에서 10년 동안 살다 와서 흙바닥은 익숙해요. 같은 반 애들의 괴롭힘도 있어서 단련되기도 했고요. 떠밀려서 흙탕물에 넘어지기도 했고, 어디서 잡아 왔는지 모를 징그러운 동물을 저한테 던지기도 했죠.”


캐서린은 여기까지 말한 후 후회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밀리의 표정이 왠지 ‘물어보면 안 될 걸 물어봤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아, 미안. 괜한 걸 물었구나.”


캐서린은 생각했습니다.

이대로는 더욱 어색해질 것이라고.

그렇기에 아까 하려 했던 질문을 꺼내기로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도시 아래에 이런 지하공동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규모도 꽤 큰 것 같은데.”

“그렇네.”


하지만 밀리의 반응은 캐서린의 생각보다는 담담했습니다.


“저, 아까부터 든 생각이지만, 밀리 씨는 이런 상황인데도 무덤덤하시네요. 혹시 여기가 이렇다는 거 알고 있었나요?”

“지하공동을 직접 본 건 처음이긴 하지만,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지.”


밀리는 잠시 숨을 깊게 내쉽니다.

아마, 예전 일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25번 구역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거든. 여긴 아마 그 커다란 나무의 뿌리가 지나던 곳이었을 거야."

“나무뿌리요?”


캐서린은 다시 주변을 살펴봅니다.

지면이 무너진 탓에 생긴 천장의 구멍은 논외로 하고,

지하 공동은 좌우로 길게 이어진 터널 모양이었습니다.


확실히, 이 지하 공동은 상당히 규모가 컸습니다.

하지만, 밀리의 말대로, 여기가 나무뿌리가 지나던 길이라고 한다면,

그 커다란 나무는 대체 어느 정도였던 걸까요?


“우리가 방금까지 있었던 그 건물보다도 큰 나무였어. 여기 사람들은 그 나무를 세계수라고 부르며 소중히 대했었지.”


사실 캐서린도 25번 구역과 관련된 의뢰를 수행하면서,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나 큰 나무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믿기지 않네요.”

“하지만 정말이야. 25번 구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하는 얘기니까.”

“역시, 밀리 씨는 25번 구역 출신이었군요.”


캐서린은 캐스브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차 안에서 25번 구역과 역행 증후군에 관해 이야기한 후,

이번에도 그와 관련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밀리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원인도 역행 증후군과 관련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잠시 미뤄두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 세계수는 지금 어디로 간 건가요?”


이는 타당한 의문입니다.

현재 25번 구역에는 세계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규모의 나무라고 한다면,

옮기는 것도, 없애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 하지만 나를 포함해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 세계수는 살해당한 거라고.”


밀리의 대답.

그 말에는 어딘가 슬픔과 원망이 느껴졌습니다.


대답 내용과 그 반응을 보았을 때,

좋지 않은 일이 있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살해요?”


살해당했다는 표현을 나무에다가 쓰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25번 구역 출신 이들에게 세계수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다는 의미일 테지요.


“어느 날 갑자기 말라버렸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마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구조물처럼 그대로 무너져버렸지. 가지, 줄기는 물론, 뿌리까지 가루가 되어, 25번 구역을 뒤덮었어.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말이야.”


그것은 세계수가 존재했었다는 사실 이상으로, 놀라운 최후였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대답이기도 했습니다.


“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그 말만 들어선 누군가에게 살해되었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요?”

“확실히 범인은 알려지지 않았어. 목격자도 없었고. 그렇기에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거지. 견해하고 한 건 그런 의미인 거야.”


하지만 25번 구역 사람들은 역시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과거 25번 구역이 자연 모습 그대로였던 건 세계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수가 사라진 후, 기다렸다는 듯이 25번 구역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개발 물결에 휩쓸렸다는 거야.”



◇◇◇◇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플레임 버스트는 강철 골렘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하고, 마치 깨우려는 듯 강철 골렘의 몸을 흔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플레임 버스트. 안타깝지만, 그 아이는 이제 더는 움직이지 못할 거야.”


플레임 버스트는 캐서린의 말에 아쉬운 표정으로 강철 골렘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니, 딱히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지. 빌딩에서 있었던 일 잊은 거 아니지?”

“아, 그건 그렇지만요.”


밀리는 캐서린과 플레임 버스트에 의해 붙잡혔을 때,

항복한다는 의미로 전원을 내리고, 시동키도 제거하였습니다.


이로써, 본래라면 움직일 수 없었을 강철 골렘.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시 기동 되었고,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들이 지금 지하공동에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강철 골렘이 움직인 이유는 여전히 모르시는 거죠?”

“어쩌면 건물이 붕괴할 거란 걸 알고, 그 전에 우리를 구해주려고 그랬던 걸지도 모르지.”


생각지도 못한 밀리의 대답에, 캐서린은 순수하게 감탄했습니다.


“밀리 씨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왜? 나는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게, 어떻게 보면 오컬트적인 이야기잖아요. 연구자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 아니면 기본적으로 부정하실 거로 생각했어요.”

“아니 실제로는 반대야. 한번 관측된 현상은 그게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것이라 해도 절대 부정하지 않아. 실제로 일어난 거니까. 물론 그걸 어떻게 정의하는 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아, 그런 건가요?”

“거기다, 내가 다른 연구자들보다는 오컬트에 좀 더 호의적이라 그런 것도 있긴 해. 개인적으로 오컬트 역시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실제로 구 문명시대의 유산 중에는 오컬트 영역에도 어느 정도 걸쳐있는 것들이 있기도 하고.”

“오컬트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뭐, 그렇다고 해야 할까? 실은 어떤 책이 계기였는데.”

“책이요? 어떤 내용이었는데요?”

“음. 여러 단편 중 하나였어. 오래 사는 메이드 로봇이 몇 세대에 걸친 어느 가족들을 보살피는 이야기,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물건에도 사람처럼 전파가 깃들지 모른다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를 감동적으로 만들었지.”

“......!?”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했어. 하지만 왠지 그 이야기가 마음속에 계속 남아서, 몇 번이고 자꾸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확인해보고 싶었어. 정말 사물에도 사람처럼 전파가 깃들 수 있는지 말이야.”

“.......”

”어떻게 보면 구 문명시대의 유산 중에 이 강철 골렘을 복원했던 것도 그걸 위한 야망 중 하나였지. 덕분에 눈 밑은 까매졌고, 에너지 드링크 중독자가 되었지만. 결혼 시기도 놓치고 말이야.”


밀리는 즐거웠던 기억을 되살리듯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듣는 캐서린은 그 이야기가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저, 밀리 씨. 그 메이드 로봇 말인데요. 혹시 이름이 오토리엘 아니었나요?”

“아! 너도 읽었어? 진작 말하지. 실은 그 책을 좋아해서 아직도 가지고 다니거든. 우울하거나 지칠 때 이 책을 읽곤 했지.”


밀리는 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습니다.

그 책 제목은 <별빛 나라와 아가씨의 주문>이었습니다.

40개의 짧은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으로,

밀리가 이야기한 내용은 31번째 이야기인 ‘영원의 종착역, 그리고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은 캐서린이 어린 시절 썼던 책이기도 합니다.


“그거, 제가 썼어요.”

“뭐?”

“제가 쓴 책이에요.”


밀리는 책 표지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확실히 제목 아래쪽에 저자 이름이 캐서린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당시에는 스텔리카와 만나기 전이라 성이 없었습니다.


밀리는 생각에 빠졌고,

그 결과 어떤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거였어.”

“그런거...라니요?”


밀리는 캐서린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왠지 무섭게 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박람회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그리고 이 책도 그렇고, 너 왜 자꾸 내 인생에 관여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캐서린의 어깨를 앞뒤로 흔들었습니다.


“아, 아니요. 저는 그럴 생각이...”


하지만 캐서린은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습니다.

몇 시간 전, 차 안에서 캐스브란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 전부터 생각했지만, 캐서린은 묘하게 사건 중심에 있다니까? 네가 14대 용사가 아니었다면 이 언니는 100% 널 의심했을 거야. >


그 당시에는 애써 부정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캐스브란의 그 말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한편 플레임 버스트는 지하공동 안쪽, 어둠 속에서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서둘러 캐서린과 밀리에게 다가온 플레임 버스트는, 집게손가락을 두 사람의 입에 갖다 댔습니다.

잠시 정숙할 것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플레임 버스트의 행동에 캐서린과 밀리는 청각에 신경을 집중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두운 곳 안쪽에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립니다.


“뭔가가 다가오고 있어요. 그것도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저 어둠 너머에서 무언가가 여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아무래도 건물에서 느꼈던 진동이, 강철 골렘 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어둠에서 무리를 이룬 동물들이 달려옵니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

그들은 지하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형태로 신체적 진화를 이룬 존재들이었습니다.


캐서린은 허리 뒤에 수납된 도끼를 꺼내 겨누었습니다.


“플레임 버스트는 밀리 씨를 보호해 줘!”


빠른 속도로 목전까지 다가온 동물 무리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옆을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너희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듯,

그렇게 한순간의 폭풍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캐서린은 그들이 사라진 반대편 어둠 너머를 보았습니다.

그들이 다시 돌아오려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방금 그건 뭐였던 거죠?”

“아직 방심하면 안 돼. 어쩌면 더 큰 위기가 닥친 걸지도 몰라. 아까 그 무리가 두려워할 만한 존재가 아직 저 너머에 있다는 얘기일지도 모르지.”


그 말 그대로 방금과는 다른 묵직한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 발소리에 맞춰 지면이 요동칩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은...


아, 저건....


그것은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현 세계 인류 및 동물들과는 명백하게 달랐습니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정령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래도 역시 달랐습니다.


그것은 코스 이빌러.

과거 고대 문명시대에게 있어선 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

어째서 그것이 이 지하 공동에서 모습을 드러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캐서린, 밀리를 포함해 현 세계 인류는 이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저 미지의 존재에 압도당한 채 올려다볼 뿐이었습니다.


“발소리만 들어선 훨씬 큰 녀석이 나올 줄 알았는데, 외형과 비교해 질량이 높은 건가?”

“그래도 꽤 큰데요? 강철 골렘보다도 더 크잖아요.”

“...그래서, 상대할 수 있겠어? 아무리 너라도 어려울 것 같은데?”


캐서린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사실상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몸을 피할 장소는 없고...어쩔 수 없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동물 무리에 섞여서 같이 도망갈 걸 그랬나.”

“아무튼 밀리 씨는 일단 제 뒤로 오세요.”


캐서린은 전자력을 전개하여 도끼와 공명시킵니다.

윙윙대는 소리와 함께 도끼날에서 빛이 납니다.


하지만 이미 캐서린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대적할 수 없는 존재’라고 결정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코스 이빌러의 시야에 캐서린이 들어왔습니다.


점점 다가오다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멈추어 섭니다.


그리고 모습을 변형시킵니다.


캐서린은 그것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모습이라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공격이 올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캐서린은 고민합니다.


‘움직여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막아야 할까? 애초에 막을 수 있는 공격일까?’


캐서린의 마음은 점점 꺾여갑니다.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결국, 손에 든 도끼를 떨어트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코스 이빌러도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됩니다.



◇◇◇◇



코스 이빌러의 공격으로 생각되는 행동이 캐서린에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캐서린은 이번에야말로 죽음을 눈앞에 두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플레임 버스트는 캐서린을 뒤로 잡아당겼고,

덕분에 간발의 차이로 코스 이빌러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화염 장막을 펼쳐 캐서린 주변을 둘러쌌습니다.


플레임 버스트는 캐서린을 한번 안아준 후,

코스 이빌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플레임 버스트는 캐서린이 처음 보는 기술까지 동원하며 분전합니다.


그러는가 하면, 캐서린 뒤쪽으로 귀에 익은 발사음이 들렸습니다.

입자 기관총 소리입니다.


밀리는 입자 기관총을 코스 이빌러에게 겨냥했고, 입자 탄막을 명중시켰습니다.

하지만 맞은 자리는 일그러진 채로 통과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밀리는 방법을 바꾸어, 코스 이빌러 바로 위쪽에 있는 천장을 겨냥했습니다.

퇴적되어 단단해진 바위들이 떨어집니다.

물리적인 장애물이 생기자 움직임이 둔해졌고,

플레임 버스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승기를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코스 이빌러가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것입니다.

강철 골렘의 어깨에 있던 입자 기관총이 연기처럼 소멸하였고,

플레임 버스트의 공격도 슬슬 간파당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캐서린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분한 마음에 그저 바닥의 흙을 움켜쥐는 일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삐걱거리며 기계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캐서린이 뒤를 돌아보자,

밀리의 놀란 표정이 보였고,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존재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강철 골렘이었습니다.

강철 골렘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또 움직였어?”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조종석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한쪽 팔은 망가져 땅에 끌려다니지만, 반대쪽 팔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튼튼한 두 다리가 있었습니다.

두 다리를 움직여, 코스 이빌러에게 다가간 후, 팔을 뻗어 그대로 벽까지 밀어버립니다.


강철 골렘에서 윙윙 소리가 나며 빛이 납니다.

이건 마치 캐서린이 전자력을 전개하여 도끼날과 공명하는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누구의 전자력일까요?


“설마 강철 골렘이 스스로 전자력을 전개 했다고!?”


벽에 처박힌 코스 이빌러는 형체를 변화시킵니다.

아마 반격을 준비하는 것일 테지요.

하지만 그보다, 강철 골렘이 더욱 빨랐습니다.


강철 골렘은 그대로 자폭하여 동귀어진을 노린 것입니다.

강철 골렘과 코스 이빌러는 폭발로 발생한 연기에 휩싸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잠시 후,

연기가 걷히고, 그 자리에는 강철 골렘의 잔해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코스 이빌러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걸로,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없어진 모양이에요.”

“그리고 산산이 조각났어.”


전자는 코스 이빌러, 후자는 강철 골렘을 의미합니다.


캐서린과 플레임 버스트는 강철 골렘의 흩어진 잔해를 한곳으로 모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밀리는 강철 골렘의 잔해들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저기. 고칠 수 있나요?”

“가능성은 반반.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이 손으로 고쳐줄 수는 없겠지.”


밀리는 지상에서 강철 골렘을 이용해 도시를 파괴한 죄를 지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탈출하면 감옥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밀리의 말은 그것을 의미한 것이었습니다.


밀리는 이어서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꼴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결국 강철 골렘을 이렇게 만든 건 자신이었다는 자책이었습니다.


밀리의 마음은 캐서린에게도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지하 공동은 지금 적막한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의 귓가에 이 적막을 깨트리는 어떤 신호음이 들렸습니다.

통신기가 작동한 것입니다.


“저, 잠시만요.”


통신기의 버튼을 두 번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캐서린, 나야. 내 말 들려?>>

“네. 들려요. 그런데 어떻게?”

<<위를 봐.>>


그 말에 캐서린은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기중기에 연결된 넓은 금속 발판이 지하 공동으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발판 위에 캐스브란이 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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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기다림 21.01.12 8 0 19쪽
30 30화 추락 21.01.11 11 0 15쪽
29 29화 증명 21.01.08 10 0 14쪽
28 28화 강철 골렘 21.01.07 11 0 17쪽
27 27화 역행 증후군 (Update 21.01.06) 20.12.05 11 0 15쪽
26 26화 추억의 상자 (Update 21.01.05) 20.12.04 15 0 22쪽
25 25화 돌아가는 길 (Update 21.01.04) 20.12.03 11 0 16쪽
24 24화 하나 20.12.02 11 0 20쪽
23 23화 작별하는 시간 20.12.01 10 0 19쪽
22 22화 악마의 탑 20.11.30 11 0 20쪽
21 21화 붉은 잔영 20.11.29 10 0 18쪽
20 20화 개회식 20.11.28 11 0 17쪽
19 19화 요람에 어서오세요 20.11.27 12 0 17쪽
18 18화 꼭두각시 20.11.26 13 0 17쪽
17 17화 캐서린의 세계 20.11.25 10 0 21쪽
16 16화 두번째 편지 20.11.24 12 0 15쪽
15 15화 저 멀리 20.11.23 11 0 15쪽
14 14화 시선 20.11.22 12 0 15쪽
13 13화 미소 20.11.21 16 0 15쪽
12 12화 불안 20.11.20 39 0 14쪽
11 11화 마음이 향하는 곳 20.11.19 30 0 16쪽
10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20.11.18 15 0 16쪽
9 9화 특별한 아침 20.11.17 48 0 15쪽
8 8화 자기소개 20.11.16 29 0 15쪽
7 7화 어둠의 동굴 속 20.11.15 33 0 16쪽
6 6화 비와 마법 20.11.14 38 0 16쪽
5 5화 따라가다 20.11.13 54 0 12쪽
4 4화 태동의 사원 아트리아 20.11.12 50 0 15쪽
3 3화 캐서린 20.11.1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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