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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님의 서재입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만나러 갈 거예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D팬텀
작품등록일 :
2020.11.09 02:31
최근연재일 :
2021.01.12 13: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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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229,180

작성
20.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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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9화 요람에 어서오세요

DUMMY

캐서린이 사원에 보호된 지 3일째.

서로 손을 잡은 스텔리카와 캐서린은 복도를 걷고 있습니다.

한동안 사원을 비웠던 고승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고승님을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라고 했지?”


후드 모자를 쓰고 있는 캐서린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캐서린이 고승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

이날 캐서린은 자신이 14대 용사로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캐서린에게 있어선 두 번째 만남이 됩니다.

물론, 붉은 잔영에게 습격당했을 때, 사원에 데려오면서 함께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는 횟수로 치지 않습니다.


“긴장되네. 실은 고승님을 만날 때마다 왠지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져서 말이야. 아, 이 말은 고승님에겐 비밀이야.”


캐서린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처음으로 돌아왔어. 얼마 전만 해도 밝게 웃고, 농담도 하던 아이였는데.’


스텔리카의 마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캐서린이 걱정하는 표정으로 스텔리카를 올려봅니다.

이는 스텔리카의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스텔리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굽히고 캐서린과 눈높이를 맞춥니다.


“미안해. 잠깐 생각한 게 있어서 그랬어.”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몇 개씩 알고 있어. 숨기는 게 없는 사이라는 거야.”


스텔리카는 캐서린 양손을 마주 잡습니다.


“캐서린이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던, 언니는 캐서린을 끝까지 믿을 거야.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캐서린이 다시 미소를 보여주는 날이 올 거라고 언니는 믿어.”


캐서린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언니를 믿어요.”


스텔리카는 캐서린을 안아주었습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고승의 집무실 앞에 섰습니다.

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언니?”

“응, 들어갈 거야.”


스텔리카는 마지막으로 캐서린의 옷맵시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노크합니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자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어서 오세요.”


안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고승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고승은 유일하게 대화가 허락된 승려입니다.

그렇기에 사원에 항상 상주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현 세계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기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일도 많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도 <바빌론 폴리스 계획>과 관련되어, 한동안 <요람>에 오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축제>가 시작되기 전 돌아왔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간의 일은 전해 들었습니다. 좀 더 일찍 돌아왔어야 했는데, 두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고승의 말은 스텔리카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중요한 순간 곁에 없었던 탓에, 캐서린은 그런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스텔리카는 책임감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캐서린이 스텔리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나름대로 격려해준 것입니다.

스텔리카는 그 모습이 왠지 기뻤기에, 다시 기운 내기로 했습니다.


“고승님이야말로 오늘 새벽에 돌아오셨다고 들었는데 많이 고단하시지요.”

“덕분에 하고자 했던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지요. 거기다 차기 국왕이 믿을 수 있는 자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승은 잠시 말을 멈추었습니다.

다음 말을 위해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껏 자리를 비운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저는 <축제>야 말로 무엇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텔리카와 캐서린. 두 사람의 역할은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입니다.”

“저희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저는 <축제>가 시작될 때까지 여기 있을 겁니다. 짧은 시간이 되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



문을 나선 스텔리카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리고 아차 하며 머리를 조아립니다.


“언니?”


캐서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해야 할까.”


스텔리카는 여전히 고승을 대하는 게 어려운 모양입니다.

물론 그래선 안 된다는 자각은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제는 더더욱 그래선 안 된다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으셨는데.’


고승은 올해 40세.

<축제>를 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스텔리카는 양손으로 볼을 두 번 가볍게 때렸습니다.

그렇게 다시 정신을 차린 스텔리카는 캐서린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캐서린은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 언니는 숙소에 다녀올 테니까. 언니 짐 들고 금방 돌아올게.”


캐서린과 스텔리카는 <축제>가 끝날 때까지, 사원에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캐서린이 겪은 일, 그리고 숙소 문이 파손된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캐서린 물건은 모두 가져왔지만, 스텔리카 물건은 아직 숙소에 남아있습니다.

그걸 가지러 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캐서린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저도 언니랑 같이 갈래요.”


스텔리카는 무릎을 굽혀 캐서린과 눈높이를 맞추었습니다.


“언니랑 같이 가고 싶어?”

“같이 있고 싶어요.”

“어쩌면 원치 않는 사람과 마주칠지도 몰라.”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요.”


스텔리카는 캐서린의 마음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걱정되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캐서린과 스텔리카는 각자 할 일이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서로 떨어져야 할 때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뒤로, 캐서린은 스텔리카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 데는 스텔리카의 과보호도 한몫하긴 했지만,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캐서린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



스텔리카와 캐서린은 사원을 나와 회랑을 내려옵니다.

그런데 회랑을 다 내려오기 전에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요람> 한적한 마을입니다.

하지만 10년에 한 번,

<축제>를 앞둔 시기가 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북적거리고 떠들썩해집니다.


<축제>는 <환영제>와 <졸업제>로 나뉩니다.

<환영제>는 새로이 태어날 아이들을 환영하는 행사,

<졸업제>는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이들에게 감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별을 말하는 행사입니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환영제>를 축하하기 위해 오는 젊은이들.

<졸업제>를 맞이하기 위해 오는 가족들.

그 밖에도 신생아 분양을 선점 예약하기 위해 오는 커플들도 있습니다.


단, 해를 거듭할수록 방문자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굳이 <요람>에 오지 않고 <루미너스>에서 보내는 이가 늘어나고 있으며,

<축제>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요람>을 방문하는 이들은 많았습니다.


“.......”


<요람> 토박이라 할 수 있는 캐서린은 많은 인파에 놀랐습니다.

그녀에겐 처음 보는 풍경일 것입니다.


“사람이 많아요.”

“그렇지?”

“하지만 <루미너스>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거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러면 이 풍경에 익숙해져야 하겠네요.”


<요람>에 남을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용사로 선정된 자는 ‘사명’을 마친 후 <요람>을 떠나야 합니다.

이는 캐서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니도 그랬지만, <루미너스>에 처음 가면 많이 놀랄 거야. 하지만, 아마 다른 이유로 놀라게 될걸.”

“다른 이유요? <루미너스>에 대한 설명은 책에서 보긴 했지만.”

“바닷가에서 해준 이야기 같은 거야. 글로 된 설명과 직접 보는 건 다르다는 거지. <루미너스>에 대한 건 아직은 비밀로 해둘게. 하지만 기대할 만해.”



◇◇◇◇



회랑을 내려와 <요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방을 잡기 위해 숙소로 향하는 이들이 있었고,

서쪽 구역의 상점, 여가 시설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광장에도 사람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많은 방문자를 배려하고자 평소에는 없었던 안내 간판도 설치되었습니다.


참고로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사서가 숙소 관리를 겸직하고 있는 것도 있을 테고,

도난 문제도 걱정되어 그런 것일 테지요.


인파는 많았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통행에 지장을 주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외부인들이 많이 온 이상, 방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스텔리카는 캐서린의 손을 꼭 잡고 숙소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광장을 지날 무렵입니다.


“스텔리카!”

“아, 캐스브란 씨.”


레이 캐스브란입니다.

레이가 성, 캐스브란이 이름입니다.

그녀는 스텔리카가 사는 <루미너스>의 21번 구역을 담당하는 경찰 중 하나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반가운 표정이 아니네?”

“기분 탓이 아닐는지요.”

“그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옆에 있는 애는 누구야? 숨겨둔 자식?”

“캐서린이에요. 그... 여차여차해서 알게 된 아이예요.”

“여차여차?”

“네, 여차여차요.”

“음... 아하... 이해했어. 곤란한 질문이었구나.”


캐스브란은 캐서린이 용사라는 걸 알아챘습니다.

물론 최근 일어난 일로 공공연한 비밀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밝혀선 안 됩니다.

스텔리카가 애매하게 표현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캐스브란은 캐서린에게 관심이 있는 눈치입니다.


“근데 얘 되게 예쁘다. <축제>가 끝나면 <루미너스>에 오는 거지? 너만 좋다면 내 화원에 들어와도 좋아.”

“.......”


캐서린은 왠지 스텔리카 뒤에 숨었습니다.

그러자 캐스브란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입니다.


스텔리카는 왠지 캐서린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캐스브란에게는 묘한 기운이 풍겨서 섣불리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있습니다.


“으음. 칭찬한 거였는데. 전성기 시절의 나랑 좋은 승부가 될 정도라니까.”

“그 얘기 저한테도 하지 않았나요.”


스텔리카는 그렇게 지적해봅니다.


“그런데 캐스브란 씨는 <요람>에 무슨 일이에요?”

“나도 슬슬 후임 양성을 생각해야 하니까. 이번 신생아가 좋을지, 아니면 진로를 못 정한 가련한 학생이 좋을지는 고민 중이지만.”


캐스브란은 그러면서 캐서린을 힐끗 보았습니다.


“캐서린이면 얼마든지 환영인데. 물론 스텔리카도 아직은 환영이고.”


캐스브란은 캐서린에게 윙크하며 어필합니다.

하지만 캐서린에겐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 이렇게 저항도 해야지. 더더욱 탐이 나는 인재인걸?”

“저, 캐서린 앞에서 이상한 표현은 좀.”

”후후, 미안. 그럼 데이트 방해는 이쯤하고 난 학교에 가볼게, 캐서린이라고 했지? 다음에 또 마주치면 그때는 아는 척해주기다!”

“데이트 아닌데요.”


스텔리카의 반박을 못들은 척하며,

캐스브란은 손을 흔들며 돌아섰습니다.

그렇게 인파 속으로 사라질 무렵에서야 캐서린은 경계를 풀었습니다.


“그게, 유능한 사람인데, 그거랑 별개로 욕망에 좀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스텔리카는 왠지 부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요람> 입구에 바이크를 탄 병사들이 나타났습니다.

병사들의 유도에 따라 사람들은 좌우로 물러나 길을 만들었습니다..


“아, 저건. 캐서린. 이쪽으로 와.”


스텔리카도 캐서린의 손을 끌어 길을 비켜줍니다.


뒤이어 <요람> 입구로 자동차가 들어옵니다.

캐서린은 자동차를 신기한 듯 바라봤습니다.

캐서린의 시선을 눈치챈 스텔리카가 설명해주었습니다.


“저건 자동차라고 해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마차야. 몇 년 전에 개발되었지. 아직 수요는 그리 많지 않지만, 아마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을 바꿔줄거야.”


금속으로 만들어진 운송 수단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이는 움직이는 모든 것에 충돌하는,

‘필리오네트란’에 대한 대비책으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무거울수록 이를 끌어야 할 동력원인 동물의 부담이 커졌고,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동물을 괴롭히지 말라는 목소리도 있었기에,

동물을 대체할 다른 동력원을 연구한 끝에 완성된 것입니다.


스텔리카의 설명이 끝날 무렵,

자동차 윗면이 개방되고,

안에 타고 있던 사람 모습이 보입니다.

캐서린은 흥분한 듯 스텔리카의 옷깃을 잡아당깁니다.


“스텔리카, 저거 변신했어!”


캐서린의 눈이 드물게 반짝였습니다.

흥미를 느끼는 게 생겼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캐서린이 쓴 단편 소설 중에 가변형 기계가 나오는 내용이 4편이나 있었지. 거기다 자전거에도 관심이 있어 보였고.”


스텔리카는 왠지 기계에 진 것 같아 복잡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변신하는 기계가 상대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그야 변신하잖아요.


”참고로 저기 타고 계신 게 <루미너스>의 국왕이야. 정확히는 퇴위 국왕과 차기 국왕이야.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야.”


국왕은 한 시대에 4명이 존재합니다.


국왕 자리에서 물러난 퇴위 국왕,

<루미너스>의 통치자인 현 국왕,

<축제>를 기점으로 새로운 통치자가 될 차기 국왕,

그리고 국왕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어린 영애.


이들은 10년 주기로 자리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용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자동차는 회랑 앞에 멈췄습니다.

차에서 내린 폐위 국왕과 차기 국왕은 운전자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자동차가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였고,

두 국왕과 호위 병사는 회랑을 올라갔습니다.


병사들의 경계가 풀리자, 사람들에겐 다시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단, 회랑 입구에 두 명의 병사가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캐서린이 보초를 선 병사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스텔리카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괜찮을 거야. ...아마도. 그보다 지금은 숙소로 가자.”


스텔리카와 캐서린은 조금은 어수선해진 인파를 뚫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



숙소 안에 들어온 두 사람.

마침 세실은 방금 들어온 손님에게 열쇠를 건네고 있습니다.

세실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아, 손님이랑 캐서린이네요. 여기까지 무슨 일이에요?”

“짐을 가지러 왔어요. 그런데 선글라스는 왜 갑자기...”


세실은 대답 대신 살짝 선글라스를 벗어 보였습니다.

세실의 다크서클은 평소보다도 더 심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외부인에게 보일 순 없었겠지요.


“고생하셨네요.”

“이번만큼은 자신을 격려해주고 싶을 정도예요.”


그렇게 말하고, 캐서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아마 얘기는 들었겠지만, 그래도 캐서린 방을 멋대로 바꿔놔서 미안해.”


캐서린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고마워.”


두 사람은 피곤한 세실이 쉴 수 있도록, 물러났습니다.

그 길로 2층에 있는 2213호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런데 캐서린은 옆방이 신경 쓰인 듯 기웃거립니다.

캐서린의 시선이 머문 곳은 2214호, 캐서린이 살던 방이었습니다.


“신경 쓰이면 잠깐 들릴까?”

“응.”


바로 옆에 있는 2214호는 문이 제거되었고, 내부 인테리어가 바뀌었습니다.

당장 문을 고칠 수 없어서, 임시로 휴게실처럼 꾸몄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습니다.

급조인데다 1인실을 고친 것이라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잠시 눈을 즐겁게 할 만한 장소로 변했습니다.


다시 방을 나온 두 사람은 이제 2213호로 들어왔고, 짐을 챙겼습니다.

물론 스텔리카는 잠시 묵을 목적으로 방문한 것인데다,

일부 짐은 이미 사원에 가져간 상황이라 남은 짐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두 사람은 다시 방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두 사람이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섰을 때,

숙소 로비에 있던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들어올 때는 없었던 사람입니다.


‘아, 혹시나 했는데.’


스텔리카는 캐서린에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언니는 무시하고 지나갈 생각이야. 하지만 캐서린은 캐서린이 원하는 대로 하면 돼. 알았지?”


그렇게 말하고 스텔리카는 캐서린의 손을 놓았습니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갑니다.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텔리카는 그 사람을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캐서린도 스텔리카와 마찬가지로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캐서린. 나 담임 선생님이야. 캐서린이 선생님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오해를 풀고 싶어서 왔어. 그러니까...”


외면당한 한 사람은 무언가를 이야기했지만 듣지 않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대로 숙소 밖으로 나갔습니다.


스텔리카도 캐서린도 이게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의 보편적인 해결책은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회복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해결되면, 그걸로 끝입니다.

더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스텔리카와 캐서린은 그 해결 방법이 싫었습니다.


“그럼 돌아갈까?”


두 사람은 사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입구에서 병사가 막아서긴 했으나,

신분을 이야기하자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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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작별하는 시간 20.12.01 11 0 19쪽
22 22화 악마의 탑 20.11.30 11 0 20쪽
21 21화 붉은 잔영 20.11.29 10 0 18쪽
20 20화 개회식 20.11.28 1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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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캐서린의 세계 20.11.25 10 0 21쪽
16 16화 두번째 편지 20.11.24 12 0 15쪽
15 15화 저 멀리 20.11.23 11 0 15쪽
14 14화 시선 20.11.22 12 0 15쪽
13 13화 미소 20.11.21 16 0 15쪽
12 12화 불안 20.11.20 39 0 14쪽
11 11화 마음이 향하는 곳 20.11.19 30 0 16쪽
10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20.11.18 16 0 16쪽
9 9화 특별한 아침 20.11.17 48 0 15쪽
8 8화 자기소개 20.11.16 29 0 15쪽
7 7화 어둠의 동굴 속 20.11.15 33 0 16쪽
6 6화 비와 마법 20.11.14 38 0 16쪽
5 5화 따라가다 20.11.13 55 0 12쪽
4 4화 태동의 사원 아트리아 20.11.12 50 0 15쪽
3 3화 캐서린 20.11.1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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