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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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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작품등록일 :
2020.11.09 02:31
최근연재일 :
2021.01.12 13: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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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180

작성
20.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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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화 어둠의 동굴 속

DUMMY

스텔리카는 사원을 나왔습니다.

옷은 원래 입던 옷으로 돌아왔습니다.


붉은 잔영과 싸웠던 장소에는 승려들이 모여있습니다.

비가 그쳤기에 전투의 상흔을 복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텔리카는 전투 중에는 여유가 없었던 탓에, 이제야 피해 상황을 확인하였습니다.

프로즌웨이브와 붉은 잔영의 싸움은 1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면은 파헤쳐지고, 나무들은 쓰러졌습니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온 프로즌 웨이브의 발차기가 작렬한 곳은 구덩이로 변했으며, 빗물로 인해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마법을 쓴 탓에 산길이 엉망이 됐어.’


이렇듯 마법은 세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칩니다.

마법 그 자체가 강력한 힘이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파괴를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렇게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법 발동 전에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라고 먼저 선언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강력한 힘을 쓰겠다는 경고,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파급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내가 마법을 쓴 탓에 세계 복원을 후퇴시켰어. 선조들이 들인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어.’


스텔리카가 한 말은 지나친 비약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현 세계 인류는 세계 복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깁니다.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건 세계 복원을 위해 살다 간 선조들에게 면목 없는 일이다.>

현 세계 인류는 항상 이 점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스텔리카는 대신 뒷수습을 해주는 승려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승려들은 말을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 표현은 할 수 있습니다.

승려들은 스텔리카에게 손바닥을 보이고, 고개를 젓습니다.

심지어 승려 중 하나는 스텔리카의 손을 잡고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마음 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스텔리카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짐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무리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아니, 그건 핑계에 불과해. 내가 더 강했다면.’


스텔리카는 자신의 무력함,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파급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고승도 이야기했듯 덕분에 캐서린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찾아야 해.’


스텔리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산길로 올라갑니다.

스텔리카는 이제 산길로 사라진 붉은 잔영을 찾으려 합니다.

이는 마법을 사용한 이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였고,

캐서린을 상처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붉은 잔영과 싸우던 중 느꼈던 어떤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스텔리카는 바닥을 내려다봅니다.

지금은 비가 그쳤지만, 발자국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스텔리카는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사원 서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오르기로 합니다.



◇◇◇◇



‘그래 그렇게 쉬울 리 없지.’


하지만 얼마 후. 발자국이 끊어졌습니다.


‘그것도 갈림길 앞에서... 이거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


당연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발자국이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나무일까?’


스텔리카는 붉은 잔영이 나무 위에서 가지를 타고 이동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나무 위에 어떤 흔적이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스텔리카는 나무를 오르는 법은 모릅니다.


‘휴우, 결국 돌고 돌아 마지막은 감에 의지하라는 거잖아?’


스텔리카는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 모양을 살핍니다.

어른 정도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나뭇가지를 찾고,

그 나뭇가지와 인접한, 또 다른 나무를 찾는 식으로 한발 한발 전진해나갑니다.


나뭇가지의 궤적은 언제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나뭇가지 너머에는 절벽이 있었고 폭포가 보였습니다.

회랑에서도 보이는 그 폭포입니다.

그리고 폭포 안쪽에는 숨겨진 동굴 입구가 있습니다.


‘그래, 매번 이렇게 그럴듯한 게 나온단 말이야. 나도 내가 무서울 정도야.’


스텔리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굴 안은 어두웠습니다.

그렇기에 팔찌의 버튼을 돌리면 나오는 전등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갑니다.

다행히 동굴 안은 작고 겁이 많은 동물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무시하고 지나갑니다.


몇 개의 갈림길을 감으로 맞추며 지나간 끝에 넓은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공간은 불빛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았습니다.

천장에 큰 틈이 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팔찌의 전등을 끈 스텔리카는 갑작스레 환해진 장소 탓에 눈을 찡그립니다.

그런데 이 장소에서 스텔리카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제가 감이 좋은 편이라서요.”


마치 테이블과 소파같이 생긴 바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

붉은 잔영입니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올지 모른다고 기대한 말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도 표정도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쪽이었을까요?


“기껏 13대 용사님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눈앞에서 사라진 거였는데, 여기까지 행차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다시 온다고 해놓고 안 오셨잖아요? 걱정돼서 찾아온 거예요.”

“그런 말도 하긴 했지. 불과 몇 시간 전이였지만.”


두 사람이 일정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붉은 잔영은 이제야 인사하듯 손을 흔듭니다.


”아무튼 어서 와. 대접해줄 거는 없지만.”

“그걸 바라고 온 건 아니니 상관없어요. 그보다 정답 하나만 맞춰봐도 될까요?”

“어떤 거?”

“당신 정체요.”

“...들어볼까?”


스텔리카는 낮게 심호흡하고 이야기했습니다.


“12대 용사. 엘피니스 클레어. 클레어 언니 맞죠?”


하지만 붉은 잔영은 어떤 미동도 없습니다.

마치 그 대답이 나올 걸 예측한 것처럼.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역시 감이야?”

“확실히 물증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가정하면 어떤 의문이 해결되죠.”

“결국 끼워 맞추기라는 거잖아. 탐정으로선 실격이네?”

“저는 탐정이 아닌데요.”


하지만 스텔리카는 왠지 그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텔리카와 클레어는 함께 살면서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입씨름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붉은 잔영의 정체가 클레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사원 근처에서 싸웠을 때, 당신은 도끼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고쳐 쥐었어요.”

“그랬던가? 뭐, 그렇다 치고. 그게 왜?”

“하지만 왼손으로 고쳐 쥔 것 치고는 도끼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했어요. 붉은 잔영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더더욱. 그건 제가 클레어 언니의 도끼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한 행동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뿐이에요.”

“......그게 다야?”

“네. 그리고 이걸로 충분합니다.”


스텔리카는 붉은 잔영에게 한 발 더 다가갑니다.


“저는 클레어 언니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어요. 누구보다도 클레어 언니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

“집착이 대단하시네.”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클레어 언니도 아시잖아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언니를 기다렸는지.”

“그런 스텔리카 너야말로 클레어 언니가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잖아?”

“그 말은 본인이 클레어 언니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는데?”


스텔리카는 클레어를 동경합니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어온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클레어는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붉은 잔영의 말대로 클레어의 마음속 시선은 스텔리카가 아닌 다른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클레어에게도 스텔리카와 마찬가지로 동경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클레어는 스텔리카의 마음을 알아도 스텔리카를 받아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스텔리카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클레어에게 있어 자신은 그저 누군가의 대신이었다는 것을.


이렇듯 두 사람의 마음은 일방통행.

서로 마주치지 못합니다.


“이쪽도 하나 확인해볼까? 너는 내가 ‘클레어 언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여기에 온 건가?”

“적어도 이유 중 하나인 건 사실이에요.”

“그럼 내가 ‘클레어 언니’라고 치자.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야? 안쪽 정체는 차지하더라도, 표면적인 정체가 붉은 잔영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납치도 했지. 이제 난 너한테 체포되는 건가? 아니면 옛정을 생각해 눈감아주려나? 아니 그 전에 눈물의 상봉이 먼저려나? 그리고 어른의 시간을 가지려는 거지?”

“그렇게 논점을 어긋나게 해서 말 돌리는 것도 클레어 언니의 수법이죠.”

“뒷얘기는 그렇다 쳐도, 일단 합당한 의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대답은?”

“저는 클레어 언니와의 재회를 갈망했어요. 만나서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예요. 그러니 지금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체포는 얘기가 끝난 다음에 하겠습니다.”

“이기적이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순순히 따라줄 것 같아?”

“구속한 채로 언니와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언니 생각이 그렇다면 순서를 바꿔야겠죠. 선 체포, 후 이야기로.”

“계속 정정 안 하고 들으려 했는데,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니까. 나는 붉은 잔영...”

“클레어 언니라고 치자면서요! 그럼 적어도 클레어 언니로서 대답해주세요! 왜 아무 말 없이 떠난 거예요?”


스텔리카의 목소리가 동굴 안을 울렸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있고 난 뒤 붉은 잔영은 양 손바닥을 보이며 말합니다.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클레어 언니라고 가정하고 이야기해줄게.”


붉은 잔영은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양손을 깍지낀 후 윗입술을 가리는 특유의 자세로 스텔리카를 주시합니다.

이건 클레어의 버릇 중 하나로, 스텔리카 역시 알고 있습니다.

붉은 잔영은 무심결이 아니라 일부러 이 자세를 취한 것이었습니다.


“본의는 아니었어.”

“저는 ‘이유’를 물었어요.”

“네 부탁대로 클레어 언니로서 대답한 거야. 너도 알고 있듯이, 클레어 언니는 아무도 믿지 않아. 그러니 아무에게도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데요?”

“그야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일방적으로 말을 끊는 붉은 잔영은 다시 자세를 풀고 몸을 뒤로 젖힙니다.

클레어로서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게 끝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럼 그 아이는 왜 납치한 거예요?”


스텔리카는 캐서린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더는 클레어 언니로서의 대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의외의 질문이었습니다.


“만일 이 세상에 흑막이 있다고 한다면 넌 누구일 것 같아?”

“제 질문에 먼저 대답하세요.”

“관련이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야.”


스텔리카는 붉은 잔영의 다음 말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말은 드물게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의 장난스럽거나 능청스러운 톤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어떤 경로를 통해 들은 이야기가 있어. 난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지. 그 아이를 납치한 것도 그걸 위한 계획 중 하나. 너한테 발견되는 바람에 일이 꼬이고 말았지만 말이야.”

“그 이야기를 해주세요.”

“싫은데?”

“당신 계획이 얼마나 대단하고 숭고한진 몰라도, 그것 때문에 그 애는 목에 상처가 났단 말이에요. 그렇게까지 해서 뭘 하고 싶었던 거예요?”

“아, 역시 상처가 남았나? 하지만 내 명예를 걸고 이야기하자면, 그건 의도가 아니었어.”

“변명을 잘못 말한 건 아니고요?”

“.......”

“왜 저한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나요? 미인은 아닐지 몰라도 당신 조수였잖아요.”

”이 계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 성공해야 해. 그러니 아무도 꺼낼 수 없는 가장 안전한 곳에 넣어놓을 수밖에 없잖아?”


그러면서 붉은 잔영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킵니다.


“클레어 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까부터 얘기하지만 나는 붉은 잔영이야.”

“클레어 언니!”

“왜 그렇게까지 ‘클레어 언니’에게 집착하는 거야?”

“언니가 저를 바라봐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누군가의 대신으로 생각해도 좋고, 지금처럼 언쟁해도 좋아요. 그저 언니랑 함께 있고 싶을 뿐이에요.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방금 ’무엇이든’이라고 했어?”

“네.”


스텔리카의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그럼 ‘클레어 언니’로서 명령할게. 지금 당장 ‘그 아이’를 네 손으로 죽이고 와.”

“......!”


여기서 말한 아이는 캐서린을 의미합니다.

붉은 잔영이 납치하려다 실패했던 아이.

붉은 잔영이 직접적으로 지칭하진 않았지만 스텔리카 역시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스텔리카가 그 질문에 답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스텔리카는 여기에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제 마음은 그렇게까지 맹목적이진 않아요.”

“...다행이네. 그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어.”


붉은 잔영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앉은 자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엉덩이를 퉁퉁 친 후 이야기합니다.


“스텔리카 네가 알고 있는 ‘클레어 언니’는 이제 없어. 그 아이를 납치하려고 한 것도 그렇고, 방금 네게 말한 그 아이를 죽이라는 말도 일단은 진심이었어. 진짜 클레어라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클레어 언니가 아무 목적 없이 그런 거로 생각지 않아요.”

“실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물불 안 가릴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아무리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어도 그 아이를 내 손으로 죽이는 것만큼은 도저히 못 하겠더라. 납치라는 번거로운 수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지. 아까 그 명령은 내가 못 하는 일을 너한테 떠넘기려 했던 거야. ...그거 하나만은 미안해.”

“그런 건 상관없어요.”


서로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스텔리카는 대화를 이어 가려 하고 붉은 잔영은 대화를 끝내려 합니다.

스텔리카는 이 대화가 끝나면 다시 헤어질 거라 예감했습니다.

붉은 잔영 역시 스텔리카의 애처로운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려 합니다.


“그래도 납득이 안 간다면, ‘클레어 언니’는 어떤 일을 당해 석상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석상으로 만들어진 ‘클레어 언니’는 네가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뭐, 외로운 마음을 채우기 위해 그 석상을 이용하는 정도는 눈감아줄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클레어 언니’는 어째서 매번 저한테 그런 식으로만 말해요?”


스텔리카는 복받치는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붉은 잔영은 하늘을 봅니다.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습니다.


“산길이라 해가 넘어가면 돌아가기 어려울 거야. 얘기는 여기까지로 하자.”

“싫어요.”


붉은 잔영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스텔리카는 붉은 잔영에게 달려옵니다.

스텔리카는 붉은 잔영을 뒤에서 안았습니다.


“놔줄래?”

“싫어요.”

“훌륭한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곤란하네? 그럼 잠깐만 입 꽉 다물고 있어.”


붉은 잔영은 호신술로 스텔리카의 구속에서 벗어납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듯, 복부를 세게 가격합니다.

스텔리카는 헛구역질을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붉은 잔영은 스텔리카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내가 한 질문 명심해. 그리고, 실은 클레어 언니의 미인 조수를 다시 만나서 기뻤어.”

“지금 그 말... 너무 치사해요.”

“그럼 치사해진 김에 하나 더. 그 아이 목에 났다는 상처 말인데. 그 아이가 자기 의사로 한 거야. 자기 손으로 내 도끼를 잡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거지. 난 오히려 그 아이를 구해준 거라고.”

“네? 그게 무슨.”

”그 아이는 어쩌면 진작에 삶을 단념한 거 아닐까?”


붉은 잔영은 그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물러났습니다.

발소리가 멀어집니다.

하지만 스텔리카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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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붉은 잔영 20.11.29 10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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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저 멀리 20.11.23 1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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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마음이 향하는 곳 20.11.19 30 0 16쪽
10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20.11.18 16 0 16쪽
9 9화 특별한 아침 20.11.17 48 0 15쪽
8 8화 자기소개 20.11.16 29 0 15쪽
» 7화 어둠의 동굴 속 20.11.15 34 0 16쪽
6 6화 비와 마법 20.11.14 38 0 16쪽
5 5화 따라가다 20.11.13 55 0 12쪽
4 4화 태동의 사원 아트리아 20.11.12 50 0 15쪽
3 3화 캐서린 20.11.1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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