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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님의 서재입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만나러 갈 거예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D팬텀
작품등록일 :
2020.11.09 02:31
최근연재일 :
2021.01.12 13: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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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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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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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8화 꼭두각시

DUMMY

<요람>에서 태어난 아이는, 특정 부모에게 자식으로 분양되어 <루미너스>로 갈 수 있습니다.

분양 시기에 제한은 없지만,

보통 아이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는 2~5세 정도 나이대를 선호합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요람>에 남기로 한 아이도 있고,

용사로 선정되어 ‘사명’을 달성할 때까지 나갈 수 없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루미너스>를 동경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6세가 되어도 분양되지 못한 아이와, 여러 이유로 다시 반품되어 돌아온 아이입니다.

이들은 어떤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분양하려는 이가 적습니다.

만일 11세가 될 때까지 다른 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 독립하여 <요람>을 나가야 합니다.

이 경우, 기반 없이 나가게 되는 것이기에, 남들보다는 힘겨운 출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련된 것이 학교입니다.

<요람>에 있는 학교는 6세~10세 동안 다니게 됩니다.

이들은 정규 교육을 받아 <루미너스>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 군상이 모이면, 어디서든 반드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건 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13대 용사의 일일 수업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숙소 2214호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페어 선생입니다.


“캐서린. 담임 선생님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캐서린은 지금 선생님을 오해하고 있는 거야.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줘. 그러면 캐서린이 품고 있던 오해를 풀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캐서린. 이 문 열어주겠니.”


노크만큼이나 다급함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애써 상냥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5년 가까이 교사로 지내며 얻은 원치 않은 능력입니다.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계속 이렇게 틀어박혀 있으면 안 돼. 선생님 자꾸 속상하게 할 거니? 빨리 열어줘.”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문 안쪽에선 대답이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페어는 무슨 일로 여기를 찾아온 것일까요?

한 번도 제 발로 찾아온 적이 없었던, 캐서린의 방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페어에게 곤란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그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한 것입니다.


그것은 학교 강당에서 미스티에게 들었던 말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



그녀는 <요람>에 있는 학교 선생 중 하나입니다.

올해 30세인 그녀는 이번 <축제>를 끝으로 은퇴할 생각입니다.


<요람>에서의 교사 생활은 벌이가 괜찮습니다.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한 돈이 모였고,

<루미너스>에서 살아갈 거처도 마련하였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그녀에겐 어떤 계획이 있었습니다.

‘성가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름을 남기는 위인이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아름다운 기억만을 간직한 채로,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목표를 달성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그녀의 반은 5학년 3반.

남은 아이는 13명.

그들은 모두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해결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저 은퇴 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뿐.

15년간 교사 생활을 했던 그녀의 행보는

빈말로라도 좋게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스텔리카가 일일 교사 일을 마치고 학교를 떠난 직후의 일입니다.


페어는 강당 복도에서 스텔리카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페어 선생님.”


그때 미스티가 걸어와 말을 걸었습니다.

페어는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하고자 합니다.


“들어보세요. 스텔리카가 갑자기...!”

“설명은 안 해도 됩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대화가 들렸으니까요.”

“...스텔리카는 원래 저런 아이였나요? 용사라길래 착하게 자란 줄 알았더니, 정말 실망이네요.”

“일단, 진정하시죠.”

"이런 상황에 어떻게 진정해요? 제 수업을 망쳐놓고 저렇게 뻔뻔스럽게...”


페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그래. 그런 거였어.”


그러다 어떤 결론에 도달한 모양입니다.


“최근 캐서린과 가까이 지낸다고 들었는데, 그 아이 때문이겠군요. 캐서린이 스텔리카에게 거짓말을 해서.”

“캐서린이 원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틀림없어요. 그 아이는 언제나 문제의 중심에 있었어요. 그 아이만 없었다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 발언은 담임교사로서 부적절한 것 같은데요.”

“물론 저도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캐서린이.”

“캐서린이 어떤 잘못을 했지요?”

“미스티 님도 그 아이를 두둔하는 건가요?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다더니 미스티 님까지.”


페어는 분한 듯 주먹을 움켜쥡니다.

어딘가 어긋나있습니다.

그리고 미스티의 눈에는 어긋난 원인이 무엇인지 보였습니다.


“화제를 잠시 전환할까요?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신다면서요.”

“네. 그리고 제자들과 헤어지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거였죠. 마지막에 망쳐버렸지만.”

“제자라고 하면 아까 기념사진 때 올라왔던 그 아이도 인 거죠?”

“네. 안젤라는 제가 가장 아끼는 제자예요. 캐서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아이죠.”


페어의 언행에는 안젤라에 대한 총애와, 캐서린에 대한 원망이 느껴집니다.

여기에는 어떤 확고함마저 느껴졌습니다.

그 확고함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



시간이 지나고 5학년 3반 교실에는 문제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3명의 가해자, 1명의 피해자, 그리고 9명의 방관자.

당연합니다.

100% 방임은 100% 통제만큼이나 위험합니다.


3명으로 시작된 가해자는 12명으로 확산하였고,

학교는 물론 숙소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피해자는 홀로 지쳐갔습니다.

그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피해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그녀는 아름다운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것에 혀를 찼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는 문제를 일으킨 초기 가해자 중 하나였으며,

트윈 테일 머리를 한 아이였습니다.


트윈 테일 아이는 자신의 가여운 처지를 어필했고,

담임선생인 그녀를 치켜세웠으며,

또한 자신의 숨겨진 정체를 암시하였습니다.

그녀는 트윈 테일 아이가 14대 용사일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이는 교묘하게 심어진 함정이지만 그녀는 보기 좋게 걸려들었습니다.

마치 저주에 걸린 듯 트윈 테일 아이의 말이라면 뭐든지 믿고 말았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피해자는 정학 처분.

가해자들에겐 형식적인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들은 서로 악수하며 화해했습니다.

아니, 강제로 화해하게 했습니다.

몇 번이고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게 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등교를 거부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한 건 해결했다는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미래 설계 중 하나를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14대 용사인 트윈 테일 아이의 선생으로서, 명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용사와 이어진 연줄로 인생의 황혼기를 장밋빛으로 물들이겠다는 것입니다.



◇◇◇◇



한편, 미스티와 페어 선생의 대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그 아이의 담임으로서 그렇게 판단했다면, 제가 뭐라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페어 선생님만 괜찮다면, 감히 두 가지만 이야기해 드리고 싶네요.”

“무슨 이야기인가요?”

“하나는 안젤라 이야기에요.”

“그 애가 무슨 일이라도.”

“페어 선생은 아무래도 그 아이가 <요람>으로 반품된 원인이 부모가 저지른 가정폭력 때문으로 알고 계신 듯합니다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젤라가 <루나세븐>에서 문제를 일으킨 탓이지요.”

“네? 그럴 리가. 하지만 안젤라가 분명 본인 입으로...”

“관련 기관을 통해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안젤라가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요? 그럴 리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인정해선 안 된다는 표정입니다.


“일단, 또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겠지요?”

“네. 듣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용사에 대한 것입니다.”

“...용사요?”

“네. 이건 어디까지나 노파심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마치 주의 환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잠시 침묵했습니다.


”용사는 태어난 순간에 결정된다고 알려졌지요.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용사는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요람>··· 정확히는 <루나세븐>이겠군요. 이 섬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물론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이래 봬도 선생님이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군요. 제가 보기에 왠지 페어 선생이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신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니라면 상관없습니다.”

“착각이라니요. 저는 그런....아!?”


페어는 그제야 미스티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 14대 용사는 안젤라이다.

- 용사는 ‘사명’을 이루기 전까지 섬을 나갈 수 없다.

- 안젤라는 <루미너스>에 다녀왔다.

이는 분명히 모순됩니다.


하지만 셋 중 하나가 지워진다면 모순은 사라집니다.


그럼 무엇을 지워야 할까요?

두 번째는 오랫동안 지켜온 규율,

세 번째는 물적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는....

그렇다면 지워야 하는 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페어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전...어째서 그런 착각을...”

“이제 조금 눈이 떠졌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스텔리카의 말을 듣고 깨닫는 전개가 되길 기대했는데 말이죠.”


미스티는 몸을 돌렸습니다.


“그럼 저는 혼란스러운 강당을 수습하러 돌아가지요. 대단한 일은 아니니 저 혼자서 충분할 겁니다. 그동안 당신은 차가운 물에 세수라도 하고 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기억에 남아있다면, 스텔리카가 당신에게 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시면 어떨까요.”


여기까지 말하고 미스티는 강당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페어의 말이 미스티를 붙잡았습니다.


“저, 미스티 님은 용사가 누군지 아시는 거죠? 알려주세요. 그럼 누가 용사인 거죠?”

“페어 선생도 ‘아시다시피’ 14대 용사가 누구인지는 아직 대외적으로 밝혀선 안 됩니다. 적어도 제 입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요. <축제> 때 확인하시면 되겠지요.”



◇◇◇◇



<축제>를 앞두고 13대 용사가 <요람>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소식에 그녀는 망상 속에 어떤 장면을 떠올랐습니다.

13대 용사와 14대 용사,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자신.

두 용사를 이어주는 존재로서 이름을 알리자고.


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13대 용사와는 아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절하는 답장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이들을 13대 용사에게 접근시켜,

아이들이 이렇게나 원하고 있음을 어필합니다.

그리고 재차 편지를 보냅니다.

대단히 안일한 생각입니다.


그녀는 잘될 거로 생각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안젤라. 여기 있었구나.”


여기는 학교 숙직실입니다.

페어는 안젤라에게 확인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기 선생님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안젤라는 아무 말 없이 페어를 바라봅니다.

불쾌한 표정으로 발목을 주무르고 있습니다.


"안젤라 너 용사로 선정되었던 거 아니었어?"


물론 여기에는 안젤라를 추종하는 두 아이도 같이 있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페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습니다.


"글쎄요? 저는 그런 얘기한 적 없는데요?"

"하지만 너 그때 분명히."

"아니라고 했잖아요. 어디서 뭘 착각하신 게 아닌지?"


안젤라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습니다.

뒤에 두 아이는 웃음을 참지 못했는지 입을 가리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습니다.


"너, 선생님을 속인 거야?"

"제가 언제 선생님을 속였다고 그래요? 저는 단 한 번도 제 입으로 제가 용사라고 한 기억이 없는데요?"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교묘하게 짜인 함정에 페어가 걸려든 것뿐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지금껏 널 얼마나 아껴줬는데. 널 위해서 내가 얼마나..."


페어는 어린아이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비참한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안젤라의 말은 더욱 가차 없이 페어를 습격했습니다.


"...그 말은 제가 용사가 아니었다면 안 그랬다는 거네요?"

"그건...! 아니... 그렇지..."

"왜 당황하실까?"


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안젤라는 아직도 다리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징계를 피하긴 했으니까요. 좋은 거 하나 알려드릴게요.”


안젤라는 페어에게 귓속말로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다.

페어의 눈이 커졌고, 이어서 절망에 빠졌습니다.


“물론 확실한 건 아니에요. 그런 거 같다는 거지. 그럼 저희는 갈게요.”


숙직실에는 페어만이 남았습니다.


참고로 안젤라는 귓속말로

‘14대 용사는 캐서린일지도 몰라요.’

라고 말했습니다.



◇◇◇◇



트윈 테일 아이와 추종자 2인은

트윈 테일 아이와 추종자 2인은

장난감이 하나 사라져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장난감이 들어있는 방문은 교체되어 쉽게 열 수 없었고,

최근에는 13대 용사가 나타나 비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다루기 쉬운 꼭두각시 선생이

어떤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대단히 안일한 계획이었지만,

세 사람은 이를 잘 이용하면 장난감을 탈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9명의 아이들이 13대 용사의 발을 묶은 사이,

홀로 남은 장난감에 접근하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복병인 숙소 관리인의 발도 묶을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도서관에 몰래 숨어들어 전구를 고장 낸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걸로 숙소에는 13대 용사도 숙소 관리인도 오지 못할 것입니다.


세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즐겁게 지낼 수 있으리란 생각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



그리하여 페어는 숙소를 찾아온 것입니다.

2214호 방은 캐서린이 머물던 방입니다.

문을 두드리며 열심히 설득합니다.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아니, 딱히 그렇진 않을 거예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세실입니다.


"그 애는 이미 혼자 사는 법을 배웠거든요."

“당신은...”

“숙소 관리인. 그쪽은 이 애 담임이죠?”


세실은 그렇게 말하면 2214호 문을 두 번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니? 혼자 사는 법을 배웠다니.”

“말 그대로예요. 캐서린 곁에는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법을 터득한 아이들이 있었고, 그걸 방임한 댁이 있었는걸요.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죠.”


세실의 말에 페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요. 아니 한발 늦으셨다고 해야 할까?”


세실은 열쇠 꾸러미를 꺼내 2214호 문을 열었습니다.


“실은 여기에 캐서린은 없어요.”

“뭐? 하지만 주소는 틀림없이.”

“주소는 여기가 맞아요. 근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든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페어는 세실을 밀쳐내고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다른 곳으로 옮겨진 거니?”


페어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입니다.

세실은 문 쪽을 두드리며 이어 말합니다.


"그야 문 상태가 이러니까요.”


페어는 방을 나와 문을 확인했습니다.

그제야 문 아래쪽이 파손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페어는 그 순간 왠지 안젤라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숙직실에 있었을 때, 발목을 계속 주무르고 있었는데. 설마...'


“여기선 당장 고칠 수 없는 데다, <축제>가 코앞이잖아요? 얼마 후면 사람들도 들이닥칠 건데, 이걸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논의 끝에 당분간 간이 휴게실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여기 문 뜯어내고 내부도 적당히 꾸미면 그럴듯해지겠죠."

"그럼 캐서린은 어디에..."

"작업에 방해되네요. 좀 비켜주시죠?"


세실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페어를 내쫓습니다.


세실은 가져온 공구 상자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문에 달린 경첩을 하나하나 떼어냅니다.

그리고 방해되니 물러나라는 손짓을 합니다.


페어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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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작별하는 시간 20.12.01 10 0 19쪽
22 22화 악마의 탑 20.11.30 10 0 20쪽
21 21화 붉은 잔영 20.11.29 10 0 18쪽
20 20화 개회식 20.11.28 11 0 17쪽
19 19화 요람에 어서오세요 20.11.27 12 0 17쪽
» 18화 꼭두각시 20.11.26 13 0 17쪽
17 17화 캐서린의 세계 20.11.25 10 0 21쪽
16 16화 두번째 편지 20.11.24 11 0 15쪽
15 15화 저 멀리 20.11.23 11 0 15쪽
14 14화 시선 20.11.22 12 0 15쪽
13 13화 미소 20.11.21 16 0 15쪽
12 12화 불안 20.11.20 39 0 14쪽
11 11화 마음이 향하는 곳 20.11.19 30 0 16쪽
10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20.11.18 15 0 16쪽
9 9화 특별한 아침 20.11.17 48 0 15쪽
8 8화 자기소개 20.11.16 29 0 15쪽
7 7화 어둠의 동굴 속 20.11.15 33 0 16쪽
6 6화 비와 마법 20.11.14 38 0 16쪽
5 5화 따라가다 20.11.13 54 0 12쪽
4 4화 태동의 사원 아트리아 20.11.12 50 0 15쪽
3 3화 캐서린 20.11.1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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