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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님의 서재입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만나러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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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팬텀
작품등록일 :
2020.11.09 02:31
최근연재일 :
2021.01.12 13: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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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180

작성
20.1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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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DUMMY

캐서린의 머리를 정리한 스텔리카는 이제부터 뭘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대로 집 안에 있어도 좋겠지만, 그래도 모처럼이니 어딘가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어디가 좋을까요?

산길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엔 험한 곳입니다.

거기다 클레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바닷가 어때? 고승님의 추천도 있었으니까.”


캐서린도 이견은 없었기에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



<요람>이 있는 <루나세븐>은 초승달과 비슷한 모양을 한 섬입니다.

동쪽에는 작은 산맥 그리고 서쪽에는 해안이 있습니다.


<루나세븐>이 이런 모습이 된 것은, 하늘에서 별이 내려와 충돌한 영향이라고 합니다.

별이 충돌하여 움푹 팬 부분은 해안이 되었고,

그 충격으로 밀려난 부분이 작은 산맥이 된 것입니다.


<요람>에서 해안까지 이어진 길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좋은 코스입니다.


스텔리카와 캐서린이 주차장에 있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바닷가에는 자전거를 타고 갈 생각입니다.


“언니가 타고 온 자전거가 이거예요?”

“맞아. 구식이긴 하지만.”


캐서린은 자전거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캐서린의 눈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탁한 상태였지만,

그 깊은 곳 어딘가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루미너스>에서 개인 자가용이 있다고 과시하는 사람이 있었지. 순간 그 사람 기분을 이해한 것 같아서 좀 슬프네.’


그래서일까요?

캐서린의 미세한 들뜬 모습에, 스텔리카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들떴습니다.


“<루미너스>에는 기계장치를 이용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신형도 나왔지만, 언니는 그것보다는 이 구형 자전거를 더 좋아해. 자전거는 페달을 밟은 만큼 앞으로 나아가잖아. 편리한 걸로 치면 신형이 월등하겠지만, 이 자전거는 자기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거든. 언니는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스텔리카는 자전거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면서 구형 자전거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쉼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마니아의 특성입니다.

다행히 캐서린도 흥미를 느끼고 들어주었습니다.

착한 아이입니다.


스텔리카는 이야기하면서 캐서린의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캐서린은 후드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밖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예쁘게 꾸몄는데 좀 아깝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붕대도 있으니까.’


캐서린의 목에 감긴 붕대는 아직 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후드 모자에 가려진 탓에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겸사겸사인 거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자전거에 올라탄 스텔리카는 손끝으로 뒷좌석을 몇 번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뒤에 앉아볼래? 옆으로 걸터앉으면 되는데.”


캐서린은 스텔리카의 설명대로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처음 자전거에 올라탄 캐서린은 어색한 듯 불안해합니다.


“언니 등에 기대서 꼭 붙들고 있으면 괜찮아. 무서우면 언니 허리 꽉 안아도 괜찮으니까. 알았지?”


이번에도 캐서린은 스텔리카의 말을 따랐습니다.

캐서린은 스텔리카에게 안겨있던 아침이 생각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럼 움직일게.”


스텔리카가 페달을 밟자 자전거가 움직입니다.

캐서린은 무서운 듯 스텔리카를 세게 안았습니다.



◇◇◇◇



두 사람은 <요람>을 나와 해안으로 통하는 도로를 달립니다.

자전거의 움직임이 쾌적합니다.

역시 잘 정비된 도로입니다.

스텔리카는 혹시나 떨어지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곤 하지만,

다행히 캐서린의 두 팔은 스텔리카의 허리에 잘 감겨있습니다.


오솔길을 지나자 멀리 바닷가가 보입니다.

넓은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스텔리카는 왠지 신나서 자전거 벨을 울려봅니다.

캐서린 역시 이제 자전거 움직임에 익숙해졌는지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언제까지나 나아갈 것 같았던 자전거가 멈추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바다는 저 멀리에 있습니다.

영문을 몰랐던 캐서린이 스텔리카를 올려다봅니다.


“캐서린. 미안하지만 잠시만 내려와 볼래?”


여전히 정면을 응시한 스텔리카는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린 캐서린은 이유가 궁금해 고개를 내밀고 정면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멈춘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휴우, <루나세븐>에도 사는 줄은 몰랐어.”


스텔리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두 사람의 즐거운 여행길을 방해한 건 ‘필리오네트란’이라 불리는 생명체입니다.



◇◇◇◇



이것은 옛이야기입니다.

대붕괴보다도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까마득히 먼 과거의 이야기.

현 세계 인류에게 있어선 그런 게 존재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어느 은하계에 존재했던 푸른 빛의 작은 행성.

훗날 모든 지성체의 고향이라 불리게 될 그 행성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행성의 지성체가 이제 막 광활한 우주에 첫걸음을 뗀 시기.

가장 가까운 천체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거액의 자본이 필요하던 그 시기.


인류의 숙적이라 불리던 어떤 생명체가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수수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를 현혹하기 위한 위장.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으며, 울음소리마저 기괴합니다.


잠재된 힘은 무한대.

환한 낮에도 어두운 밤에도 자유자재로 활동하며,

운동 에너지가 발생한 물체가 있다면 어김없이 그 앞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심지어 강철로 만들어진 운송 수단에도 달려드는 터프함에,

당시 그 행성에 갇혀 있던 인류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심지어는 믿기 어렵지만 아광속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에도 충돌한 적이 있다고도 합니다.

과연 인류의 천적입니다.


대붕괴 이전 구 문명 시대에 존재했던 기록에 따르면,

그 숙적의 이름은 ‘고라니’라 불렸다고 합니다.


지금에 와선 실제로 존재했던 생명체인진 조차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동화 속에나 존재하던 가공의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일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현 세계에 존재하는 '필리오네트란’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정됩니다.



◇◇◇◇



'필리오네트란’

스텔리카와 캐서린 앞에 나타난 생명체입니다.


가느다란 다리에 작은 체구이지만, 그런데도 힘은 센 편입니다.

한때는 운송 수단의 동력원으로 이용하려는 연구도 이루어진 바 있지만,

아쉽게도 그 연구는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고속으로 달리는 모든 것에 달려드는 습성을 고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필리오네트란은 <루미너스> 근방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아무래도 고도로 발전한 장소에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문명화를 지양하는 <루나세븐>에서 나타날 거라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최근 <루미너스>에서는 ‘필리오네트란’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정책이 시행된 바 있습니다.

어쩌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이 개체는 그 영향으로 내륙에서 도망쳐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캐서린, 천천히 움직일 테니까 언니 뒤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알았지?”

“알았어.”


스텔리카는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걸어갑니다.

캐서린 역시 스텔리카의 옷깃을 잡고 딱 붙어서 같이 움직입니다.


필리오네트란은 움직이지 않은 채 두 사람과 자전거를 따라 고개만 돌리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해도 돼. 위협하지 않으면 달려들지 않아. 무섭지 않은 애들이야.”


스텔리카는 캐서린이 걱정되어 계속 말을 겁니다.

시간을 들여 필리오네트란 옆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필리오네트란은 앞에 나타날 때 이상으로, 등지고 있을 때 더욱더 위협적입니다.

스텔리카는 이대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자전거를 타고 따돌릴 생각입니다.

마침 앞에는 내리막길이 보이니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서린, 신호하면 재빨리 자전거에 타야 해. 할 수 있겠어?”

“해볼게.”


스텔리카는 캐서린에게 신호한 후, 최대한 움직임을 절제하며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캐서린도 필리오네트란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스텔리카는 페달에 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필리오네트란의 행동이 더 빨랐습니다.

마치 자전거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전거가 곧 움직일 것이라 직감한 듯, 필리오네트란은 자전거를 향해 걸어옵니다.

그리고 그 걸음 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고 생각했지만,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언니!”

“캐서린 꽉 잡아!”


자전거가 움직입니다.

내리막이기에 패달을 돌리지 않아도 자전거가 나아갑니다.

거기다 내리막길의 은총을 받은 자전거는 평소보다 빠릅니다.

스텔리카는 오르막과 내리막에선 자전거가 능숙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습니다.


‘뒤에 캐서린이 타고 있어. 내가 실수하면, 둘 다 크게 다칠 거야. 집중해야 해.’


스텔리카의 양손이 흔들립니다.

그에 따라 자전거도 좌우로 흔들립니다.

이제 다시 평지.

지금부터는 패달을 밟아야 합니다.

스텔리카와 필리오네트란 중 어느 쪽 다리 힘이 더 셀지 경쟁입니다.


다행히 필리오네트란의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거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을 달려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무렵.


“캐서린, 혹시 뒤쪽 볼 수 있어?”


스텔리카의 말이 들렸습니다.

캐서린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습니다.


“더 안 따라와.”

“휴우 다행이네.”


안도한 스텔리카는 자전거 벨을 울립니다.

팡파르 대신인 걸까요?


“이제 곧 바닷가야.”


저 멀리 있던 바닷가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



바닷가에는 여러 사람이 있습니다.

승려들이 있고,

<루미너스>에서 온 학자 일행도 있습니다.

또한, 연인처럼 보이는 커플 일행도 있네요.

한쪽에 텐트도 몇 개 보이는데, 과연 1박을 하려는 일행은 어느 쪽일까요?


그런 이 바닷가에 두 사람이 찾아옵니다.

스텔리카와 캐서린입니다.


“의외로 사람이 많이 있구나. <루미너스>쪽 바닷가는 몇 번 가봤지만, ‘이쪽’ 바닷가는 처음이거든.”

“저도 처음 왔어요.”

“그럼, 둘 다 모르는 장소에 온 거네. 우리 세트다 그치.”


스텔리카의 말에 캐서린은 살짝 미소 지었습니다.

잘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 미세한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텔리카는 이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캐서린의 미소를 머릿속에 새겨 두기로 했습니다.

스텔리카는 캐서린과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



벤치에 앉아 바닷가를 구경하고 있는 캐서린,

발아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이끌려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바닥에는 해안에서부터 기어 온 동물이 있었습니다.

갑옷 같은 두꺼운 딱지를 등에 메고 있는 게 인상적인 동물입니다.

캐서린은 처음 보는 동물이지만, 지식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오더론이야. 책에서 봤어.’


캐서린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었고,

기억력이 좋은 탓에 그동안 읽은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캐서린의 세계는 도서관의 지식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흥미가 생겼는지 벤치에서 내려와 몸을 낮춘 캐서린은 오더론의 등딱지를 만져보았습니다.

그러자 오더론은 몸을 움츠렸습니다.

머리와 꼬리, 그리고 6개의 다리가 등딱지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너는 이 등딱지가 후드 모자 대신이구나.’


캐서린은 등딱지를 쓰다듬었습니다.

묘한 곳에서 오더론에게 동질감을 느낀 모양입니다.


“캐서린.”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스텔리카가 돌아왔습니다.

양손에는 근처 가게에서 사 온 음료를 들고 있습니다.

벤치에 앉은 스텔리카는 음료 하나를 캐서린에게 건넸습니다.


“자, 여기.”

“고마워요.”


음료를 받아든 캐서린도 다시 벤치에 앉았습니다.


마을과 달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조금 차갑습니다.

그런 계절이 되었기 때문이지만, 사실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따뜻한 음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면, 따뜻한 음료의 열기에 스텔리카의 안경에 김이 서리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들켰네.”


스텔리카는 안경을 벗어 옷깃에 대충 닦은 후, 쓰지 않고 상의 목 부분에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한 모금 마십니다.

스텔리카의 무방비한 모습을 본 캐서린은 왠지 마음속에 이상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기분 좋은 감정이었습니다.


“언니랑 같이 있으면 신기한 기분이 들어.”


캐서린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가렸습니다.

아마 속으로 생각하려던 게 입으로 나온 모양입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지만... 혹시 언니가 들으면 안 되는 말이었니?”


캐서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캐서린이 속마음을 들려줬으니까. 언니도 비밀 얘기하나 해줄게. 그게 공평하겠지?”


캐서린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스텔리카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갔습니다.

스텔리카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언니는 감이 좋은 편이야. 나 자신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좋은 예감뿐 아니라 나쁜 예감도 적중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덕분에 오해도 많이 사고 슬픈 일도 조금 있었지.”


스텔리카는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쓰다듬었습니다.

캐서린은 스텔리카의 왼쪽 손목에 있었던 상처가 떠올랐습니다.


“예감이 떠오를 때마다 무서웠어. 실은 지금도 그래.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가 되어서 조금은 극복하는 요령이 생겼어. 그게 뭐라고 생각해?”


캐서린은 짐작이 가지 않는 표정입니다.


“그건 바다였어.”

“바다요?”

“응. 바다. 지금부터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말이야.”


스텔리카는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어렸을 때 바다는 파란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물가라고 생각했어. 동화책 표지랑 삽화에 그렇게 그려져 있었거든. 그걸 그대로 믿었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조금 달랐어. 물론 파란색인 건 맞지만, 생각보다도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색이 거기 있었지. 거기다 단순히 시각뿐 아니라 소리나 냄새 등 다른 오감을 통해서도 바다와 교감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저도 책에서 본 거 실제로 확인하니까 신기했어요. 자전거도 재미있었고, 오더론도 신기했고, 그리고 필리오네트란은 무서웠고.”

“그래 맞아.”


스텔리카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봤습니다.

어느새 오더론은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생각을 바꿨어. 언니의 예감을 맹신하지 않기로 말이야. 대신 정말 그 예감이 맞는지 확인하는데 좀 더 주안점을 두기로. 바다를 직접 보고 나서야 바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것처럼, 결국 예감만으로는 언니가 알고 있는 상식 이상의 것을 알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발상을 바꾸니까, 좀 더 많은 걸 알게 되었고, 많은 걸 이해하게 되었지.”


스텔리카가 자신의 감에 의존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바다는 언니의 시야를 넓혀준 고마운 존재야.”


때마침 바닷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캐서린은 후드 모자가 날리지 않게 붙잡았지만,

스텔리카는 바람을 맞으며 익숙한 듯 머리를 쓸어내립니다.

캐서린의 눈엔 그 모습이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잠시 후,

바람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서두였고, 실은 지금부터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야.”


스텔리카는 다시 안경을 착용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바닷가에 출발하기 훨씬 전부터 생각해두었던 말을 꺼내기로 했습니다.


“언니는 캐서린을 알고 싶어. 모르는 게 많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언니의 감으로 단정 짓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잣대로 삼을 생각은 없어. 그건 언니나 다른 누군가가 멋대로 규정한 캐서린이지. 캐서린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이어서 다짐하듯 스텔리카는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약속할게. 캐서린에 대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캐서린이 언니에게 직접 이야기한 것만 믿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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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불안 20.11.20 39 0 14쪽
11 11화 마음이 향하는 곳 20.11.19 30 0 16쪽
» 10화 별이 내린 바다에서 20.11.18 16 0 16쪽
9 9화 특별한 아침 20.11.17 48 0 15쪽
8 8화 자기소개 20.11.16 29 0 15쪽
7 7화 어둠의 동굴 속 20.11.15 33 0 16쪽
6 6화 비와 마법 20.11.14 38 0 16쪽
5 5화 따라가다 20.11.13 54 0 12쪽
4 4화 태동의 사원 아트리아 20.11.12 50 0 15쪽
3 3화 캐서린 20.11.1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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