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타임

종말의 방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6號戰車Tiger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16.10.25 17:40
최근연재일 :
2016.11.29 23:27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45,336
추천수 :
754
글자수 :
183,127

작성
16.11.07 22:30
조회
926
추천
17
글자
9쪽

종말의 방패 22화.

DUMMY

가난하든 부유하든 천하거나 고귀하더라도 거칠고 포근함의 유무에도 상관하지 않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옆에 기대주는 잠의 요정이 슬쩍 리처드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무엇인가에 부딪친 듯 놀라 눈을 뜬 리처드는 자신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


아직 창을 옆에 기대 세워 놓고 있고 허리에는 단검을 차고 있다. 혹여 오크가 몰래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려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물러갈 생각은 없었다.


리처드는 가만히 창을 고쳐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행히 앞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아론이었다. 아론은 등뒤로 커다란 것을 메고 있는데 앞뒤 없이 잡아온 멧돼지였다.


아론은 리처드가 눈만 크게 뜬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멧돼지를 힘차게 내려놓았다.


“으쌰~~~ 뭘봐? 리처드?? 산을 오르기 전에 한번 배불리 먹어 보자고!! 너 가축 잡아 본 적 있다며?”


“······.”


리처드는 아무 말 없이 창을 내려놓고 단검을 들고 멧돼지 앞으로 다가갔다.


아직 죽음의 모조품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사람의 형태로 빚은 갈 곳을 잃은 인형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고 큼직한 돼지를 보고 다가왔다.


가축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낸 후 고기를 발라내는 일은 섬머타운에서 리처드도 해봤던 일이다.


오크의 단검은 매우 투박해서 날이 세워져 있기는 해도 작업을 하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리저리 고기를 자르고 사람들이 불을 피워 돌을 달구고 그 위에 고기를 굽고 즐거워하니 기분이 좋았다.


리처드도 간만에 실컷 구운 고기를 먹었지만 소금이 없으니 맛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섬머타운에서 정기적으로 가축을 팔아 소금을 사왔다.


종종 떠돌이 상인들이 오가며 소금을 실어왔는데 마을에서는 훈제한 고기와 가죽, 약간의 은화까지 더해 소금을 구입했다.


그 귀한 소금을 진하게 물에 타서 가축들에게 먹이면 다들 달려들어 먹는데 서로 먹겠다며 짠맛에 미쳐 가는 것이 참으로 웃기기도 했다.


지금 리처드는 종종 가축들이 미친 듯이 짠 소금을 갈구하듯 자신도 그 짠맛을 살짝 얹고 있는 고기 맛이 그리웠다.


“왜 눈에서 비를 내리고 있어? 내가 멧돼지를 잡아와서 감동한 거야?”


“아! 아니야. 멧돼지 노린내가 심해서······. 야생 허브를 뜯어왔지만 집돼지가 아니라서 노린내가 심하네. 토할 것 같은데······. 이 고기 먹으니 섬머타운에 있었던 가족들 생각이 나서······. 돈 되는 것은 다 훈제해서 팔았지만 그래도 남은 고기는 뭐라도 만들어서 자주 이렇게 해 먹었거든······.”


“······.”


아론은 멋쩍게 웃었고 리처드가 돼지를 해체하고 고기를 굽는 일을 한 것을 감사히 여겼다.


솥도 필요하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최고의 별미인 돼지 족발도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하니 지금은 이 정도에서 그만두었다.


내장까지 모두해서 다 손질해서 요리해 먹고 난 후 리처드는 지난 밤 10명이 남쪽으로 내려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남은 사람은 50명으로 리처드는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은 지방덩어리를 챙겼다.


“멧돼지라서 지방이 별로 없네. 집돼지는 돼지를 구우면 기름이 나오는데 그 기름을 모아 굳히면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거든.”


“산을 건너가 우리의 터전을 만들게 되면 그 방법을 꼭 모두에게 가르쳐 줘! 자! 출발하자!!”


아론의 재촉에 사람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




누구든 신이 만든 거대한 창과 칼날의 숲을 바라보며 동경할 수 있지만 쉽게 자신의 허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부는데 많지 않은 나무도 이곳에 염증을 느끼는지 않고 크지 않고 가지도 세상의 고함을 피해 대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작은 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사람들을 자꾸자꾸 산 위로 안내하고 있었다.


큼직한 바위가 많고 거친 길이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의 이동 속도는 빨랐다. 리처드가 고향인 섬머타운에서 사용하던 방법을 가르친 덕분이다.


장대를 이용해서 오르기 힘든 바위를 딛고 오르고 내려갈 때도 장대에 기대서 가볍게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기는 해도 여러 차례 연습을 하니 함께 산을 타고 가는 사람들은 어느새 본래 섬머타운 출신처럼 움직였다.




***




분명히 태양이 한창 뜨겁게 대지를 달굴 시기였는데 산 위에서 맞이하는 날씨는 정말로 차갑게 모든 것을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틈틈이 돌팔매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무시무시한 늑대 무리들을 비롯해서 떠돌이 오크들이 종종 기습을 해오니 반드시 필요했다.


무엇보다 무기가 부족한 것도 있고 다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했으니 돌팔매를 이용한 투석을 배웠다.


리처드도 목축을 주업으로 하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돌팔매를 사용할 줄 알았다.


여럿에게 가르쳐 줬는데 다들 쉴 때마다 표적을 정하고 돌팔매로 맞추기를 하니 제법 실력들이 늘어났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을 가르친 리처드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도 생겨났다.




***




어쨌든 중간에 2명이 오크와의 싸움과 늑대에 물려 죽어 2명이 죽었다.


3명은 밤새 조용히 사라졌는데 이리저리 말이 많았지만 아론과 리처드는 알고 있었다.


다들 산맥을 건너 갈 수 없을 것이니 알아서 살겠다고 한 것이다.


다들 같은 고향 출신인데 죄목은 살인강도 같은 범죄자들이었고 산을 넘어가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떠나기 전 다들 자신들은 함께 반란을 일으켰던 영주의 군사들로 평생을 군인으로 살았었다.


“아론······. 산을 건너가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꺼야. 가서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해야 하나? 우리는 본래 군인이야. 그런 일은 소질에 맞지 않아.”


“산을 건너가도 누군가와는 싸워야해. 그때 너희들이 필요해.”


“알아! 우리도 삶에 대한 집착이 커. 하지만 산을 넘어가봐야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서 각자의 길을 가자.”


“그래······. 그렇게. 하지.”


깊게 잠을 들지 않는 아론은 세 사람이 떠나려 하니 조용히 만류를 했다.


그렇지만 결국 서로 신의 가호를 빌어 주고 헤어졌는데 리처드는 눈을 감은 채로 그 소리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론과 함께 끝까지 산맥을 건넌 사람은 45명이다.


다들 지금 한껏 습기를 잔뜩 온 몸에 담은 바람의 무더움에 기뻐하며 맑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어느 이름 모를 개천에 기대앉았다.


모두들 의복을 벗어 세탁을 하거나 아니면 이리저리 짙게 배어 있는 고생의 흔적들을 씻어냈다.


“그나저나 이곳은 참······. 무덥네. 정말로 후덥지근해.”


“그래! 맞아. 그나저나 이제 무엇을 하지??”


다들 이제 고생해 산맥을 넘어왔으니 아론에게 어찌 해야 할지를 물었다.


아론은 45명의 사람들 뿐이지만 적당한 곳을 골라서 마을을 세우고 토지를 경작하겠다고 자신했다.


다들 갈곳을 잃은 사람들이니 마을을 세워 스스로를 지키게 하겠다는 것이다.


“큭! 여자도 없이 어떻게 살아??”


“마을을 세우고 우리가 농사를 짓고 살만하다 여기면 어떻게 해서든 여자를 데려올 수 있을 꺼야.”


“큭! 그렇지. 그나저나 리처드! 너는 여자 먹어본 적 없다고 했지?”


“없어요.”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리처드는 굳이 감추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형부터 결혼을 하도록 돈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리처드는 아직 자신의 차례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여자에 대해서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야. 나도 기회만 되었다면 말이지······. 먹고 살다보니 그렇게 되더라고······.”


“하기야······. 그것은 그렇지. 하지만 이제 정착하고 그렇게 되면 너도 여자와 같이 살 수 있을 꺼야.”


“그 전에 내 가족들의 복수를 할 꺼야. 다 죽었는데·······. 그렇게 다 죽었는데 말이야.”


“세금······. 그 빌어먹을 세금······. 그 세금을 내면 그 반대급부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는데······. 보호는 커녕 그 세금이 인간을 잡아먹어 버리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세금인지 참······.”


세금이 왕국을 지탱한다고 하지만 그 세금을 내지 못하면 인간은 노예가 되어 자신만의 왕국에서 영원히 추방당하게 된다.


추락 아니 강하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바닥으로 떨어진 리처드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우리의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아론이 창을 지팡이 삼아 기대 일어서니 리처드를 비롯한 모두들 말없이 고된 여행에 지쳐 있지만 희망과 함께 하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0 뚱뚱한곰
    작성일
    17.11.15 13:17
    No. 1

    모트옴므힐 보다 역주행으로 보고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잘보고 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종말의 방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종말의 방패> 연재 공지. +1 16.10.29 2,164 0 -
47 종말의 방패 46화. +2 16.11.29 1,084 15 11쪽
46 종말의 방패 45화. 16.11.28 468 11 9쪽
45 종말의 방패 44화. 16.11.27 580 14 9쪽
44 종말의 방패 43화. 16.11.27 425 10 8쪽
43 종말의 방패 42화. 16.11.25 617 14 9쪽
42 종말의 방패 41화. 16.11.24 581 12 8쪽
41 종말의 방패 40화. +2 16.11.23 658 13 9쪽
40 종말의 방패 39화. 16.11.22 625 13 9쪽
39 종말의 방패 38화. 16.11.22 686 12 8쪽
38 종말의 방패 37화. 16.11.20 714 13 9쪽
37 종말의 방패 36화. 16.11.19 723 12 9쪽
36 종말의 방패 36화. 16.11.18 732 15 9쪽
35 종말의 방패 35화. 16.11.17 734 15 9쪽
34 종말의 방패 34화. 16.11.16 691 14 8쪽
33 종말의 방패 33화. 16.11.15 748 15 8쪽
32 종말의 방패 32화. 16.11.14 830 12 9쪽
31 종말의 방패 31화. 16.11.13 759 17 9쪽
30 종말의 방패 30화. 16.11.12 756 14 8쪽
29 종말의 방패 29화. 16.11.11 772 19 8쪽
28 종말의 방패 28화. +1 16.11.11 747 25 9쪽
27 종말의 방패 27화. +1 16.11.10 787 16 9쪽
26 종말의 방패 26화. 16.11.10 800 15 9쪽
25 종말의 방패 25화. +1 16.11.09 819 19 8쪽
24 종말의 방패 24화. 16.11.09 917 13 9쪽
23 종말의 방패 23화. +2 16.11.08 857 16 9쪽
» 종말의 방패 22화. +1 16.11.07 927 17 9쪽
21 종말의 방패 21화. 16.11.06 946 20 8쪽
20 종말의 방패 20화. 16.11.06 951 15 9쪽
19 종말의 방패 19화. 16.11.05 912 13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