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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체인지

200년동안 여친에게 쫓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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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작품등록일 :
2018.05.06 12:54
최근연재일 :
2018.06.16 13:14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296
추천수 :
309
글자수 :
18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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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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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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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20中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2)]

DUMMY

"알았어. 내가 모든 걸 지불할게. 목숨이든 뭐든 간에."

"오빠!"


바이릭이 내 팔을 붙잡았다.

가지 말라는 듯. 여기 있어달라는 듯.

하지만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나는 소설가니까.

전생 때 못 다한 나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하면 될까, 마이트 씨. 감옥에 들어갈까?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할까?"

"둘 다 안 돼요. 그걸로는 부족해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하지?"

"필요한 건 딱히 없어요. 죗값을 치를 수 있는 건 레반 씨가 아니라 바이릭 씨여야한다는 거죠."


마이트는 말한다.

웃음기가 없는 얼굴로. 진지한 얼굴로.

그 얼굴은 위에 서 있는 자의 얼굴이었다.

거대 길드를 이끄는 <제네시스> 길드 마스터의 얼굴.


"죄를 지은 자가 벌을 받는 이유는 네 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끔 예방하기 위해서 처벌을 준비해두는 거고.

만약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음으로써 속죄를 하거나 갱생을 하기 위해 처벌이 존재하는 것이며.

범죄의 피해자들이 약간이나마 위안을 얻기 위해 처벌은 진행되어야 하고.

범죄자들이 죄를 짓지 않은 사람과 같은 입장이 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처벌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죠."


사람들이 바보라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은 바보가 된다.

아주 지당한 논리다.


"레반 씨를 죽이는 것도 투옥시키는 것도 아무 의미 없어요. 애초에 죄목을 뭐라고 할 건데요?

바이릭 씨는 사람을 직접 본인의 손으로 죽였습니다. 하지만 레반 씨는 그 때 태어나있지도 않았어요.

바이릭 씨가 저지른 죄가 레반 씨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레반 씨가 그걸 짊어지는 건 말이 안 돼요. 그 논리대로라면 지금까지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모두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돌릴 수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죗값을 치른다면, 그건 바이릭 씨 본인이 하는 게 맞죠."


"······."


정론이다.

바이릭이 저지른 죄를 내가 대신 속죄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내가 대신 사형을 당하는 것도, 내가 대신 투옥되는 것도. 전부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명분이 없다.

재판장에 들어가서 모두 내 잘못이라고 주장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마이트 씨는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해?"

"바이릭 씨가 목숨을 내놓거나 감옥에 갇히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된 건 내 잘못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심정은 이해가 가는데요~. 레반 씨는 바이릭 씨를 위해서 뭘 할 수 있어요?"


"그건···."


"검도 못 다루고 이렇다할 지식도 없고 마법에도 재능이 없는 레반 씨. 당신은 바이릭 씨를 위해서 죽는 것조차 할 수 없어요. 바이릭 씨를 위해 당신이 죽는다고 해봤자, 그 목숨엔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위치 퀸>으로부터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위치 퀸>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위치 퀸>에 원한을 품은 자들의 안식을 줄 수도 없으며, 심지어 법과도 관계가 없죠.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뭔가요."


"······."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


키메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하지만, 재생 능력에 모든 스텟이 몰빵된 거나 마찬가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키메라의 몸이 되었지만, 검 같은 건 못 다룬다.

전생의 기억이 있지만, 이렇다할 지식은 없다.

마법이 발달한 세계에 태어났지만, 마법에도 재능은 없다.


나에겐 이야기 뿐이다.

그거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니 이야기를 쓰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다.


"바이릭이 죽인 만큼. 아니, 바이릭이 사람을 죽인 것 이상으로 내가 사람을 구할게."


그런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뿐.

배드 엔드를 피하는 방법은 이것 하나 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대답.


"사람을 구한다라···. 죽인 목숨 이상으로 사람을 구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지도 모르죠. 하지만 레반 씨에게 무엇이 가능한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건 늘 하나 뿐이다. 이야기를 쓰는 것뿐이야."

"그 능력으로 사람을 구해보겠다고요?"

"그래."


나는 대답했다.

마사토끼의 가후전의 주인공이 그랬던가. 말에는 힘에 미치지 못하는 말이 있으며, 또한 힘을 뛰어넘는 말 또한 있다고.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힘에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고, 힘을 뛰어넘는 이야기 또한 있다고.


"이야기란, 결코 사람에게 재미와 감동만을 선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힘이 있는 이야기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레반 씨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건가요?"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거밖에 없어. 검도 못 다루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마법에도 재능이 없으니까. 그러니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야기로 사람을 구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전생에 작가에 데뷔하지 못한 내가 과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만약 나에게 이야기를 쓰는 재능이 있다는 게 환상이 아니라면.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이 마음이 아니라면.


"채연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전생에 나는 작가가 될 수 없었어. 이 세계에서 환생한 나는 소설을 쓰는 걸 포기하려고 했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받아적는 대필가가 되었다."

"오빠, 그건···."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지. 실제로도 재능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아마 내가 실패한 작가가 된 이유는···재능 때문이 아닐 거야.

내가 마음이 약했던 탓이야."


계속된 공모전 탈락. 그 때문에 나의 마음은 무너져만 갔고, 결국 나의 손으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그것이 이 모든 일의 원흉.

마음이 약했던 탓에 나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고, 그리고 비극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같은 실수를 하진 않는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이야기를 쓰겠어. 너를 위해."


내 이야기가 과연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지. 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이 세상에서 반드시 내 손으로 구해내야하는 사람이 있다.

오만하다고 불려도 좋다. 허세라고 불려도 좋다. 불가능하다고 불려도 좋다.

모든 것을 뛰어넘으면서 나는 그녀를 구해내보이겠다.


나의 손으로.

나의 이야기로.


반드시.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하여, 나는 다시 한 번 이야기를 쓴다.

이것이 나의 소설이다.


"마이트 씨. 나는 당신의 길드에서 두 명의 길드원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해결했지.

알레르 씨의 연애편지를 작성하였고, 알레르 씨는 편지에 만족을 얻었다.

레테스 씨는 의욕을 잃고 모험가로서의 삶을 끝내려 했지만, 내가 다시 <레코드 브레이커>로 되돌렸다.

나에겐 사람을 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알레르 씨와 레테스 씨의 의뢰 말이군요. 당신은 사람을 구해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물론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목숨을 구해낸 건 아니다. 사람을 구해냈다고 하기엔 아직 미흡한 결과물들이긴 해."


알레르의 고백은 실패로 끝났고, 레테스 씨의 이야기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간 레테스 씨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의욕을 잃게 될 지도 모르지.


"마이트 씨는 병상에 누워있던 엘리카 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엘리카 씨는 건강을 회복했지. 당신은 엘리카 씨를 이야기로 구원했으니까 잘 알 거야.

이야기는 사람을 구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이야기를 만드고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사람이야.

소설가가 아닌 당신이 이야기를 통해 엘리카 씨를 구원해냈다면. 소설가인 나는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해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잡한 전개다.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주워다가 어거지로 복선으로 만든 전개.

허세라고 불릴 지도 모른다. 오만이라고 불릴 지도 모른다. 겸손이라곤 1mg도 없는 말들.

그렇지만 뭐 어때. 허세와 오만은, 자신감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걸.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면, 소설은 시작되지 않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 소설은 시작되지 않아.


난잡한 전개든 뭐든 좋다. 나는 지금 이걸 밀어붙이겠다.

요즘 트렌드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전개라고. 임팩트 있게 밀어붙이면 되는 거라고.


"그래요.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죠. 소설가를 자칭하는 레반 씨라면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요~. 당신이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사건이 일어나는 곳마다 가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당신의 여자친구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은 가볍게 세 자리는 되요. 당신은 세 자리수 이상의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능해. 나는 죽지 않는 키메라로 태어났으니까."


양산형 이세계물에서 나올 법한 전생 특전으로 치트 능력을 받은 것 같아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껏 얻었으니까 써먹자. 불사 능력 정도라면 아슬아슬하게 허용되는 치트가 아닌가. 리제로도 주인공이 몇 번이고 부활하는데 치트 무쌍이라고 부르진 않잖아.


"바이릭이 세 자리수의 사람을 죽였다면, 그만큼의 사람을 구할 때까지 나는 이야기를 만들겠어.

죽지 않으니까 이젠 취직 걱정할 필요도 없이 무한하게 도전할 수 있어. 그렇게 사람을 구할 때까지 난 계속 도전하고 이야기를 만들겠어.

이것이 나의 속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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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AAA [현자 회의] 18.05.19 459 8 11쪽
32 020下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3)] - 서장 종료 18.05.18 522 6 14쪽
» 020中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2)] +2 18.05.18 532 5 10쪽
30 020上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1)] 18.05.18 598 6 12쪽
29 019下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2)] +1 18.05.17 575 7 12쪽
28 019上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1)] +2 18.05.17 599 6 12쪽
27 018下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7)] +1 18.05.16 602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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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18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5)] +2 18.05.16 583 7 10쪽
24 017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4)] 18.05.15 601 7 14쪽
23 016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3)] +1 18.05.15 627 8 10쪽
22 015下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2)] +3 18.05.14 626 9 10쪽
21 015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1)] 18.05.14 705 9 8쪽
20 014下 [하루 전(8) 레반의 정체(2)] 18.05.13 585 9 15쪽
19 014上 [하루 전(7) 레반의 정체(1)] 18.05.13 552 10 9쪽
18 013 [하루 전(6) 영혼의 현자(2)] +1 18.05.12 570 9 11쪽
17 012 [하루 전(5) 영혼의 현자(1)] 18.05.12 568 9 11쪽
16 011下 [하루 전(4) 레코드 브레이커(4)] +1 18.05.11 595 11 10쪽
15 011中 [하루 전(3) 레코드 브레이커(3)] 18.05.11 572 9 9쪽
14 011上 [하루 전(2) 레코드 브레이커(2)] 18.05.11 585 8 10쪽
13 010 [하루 전(1) 레코드 브레이커(1)] 18.05.10 62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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