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매지컬☆체인지

200년동안 여친에게 쫓긴 소설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법소녀
작품등록일 :
2018.05.06 12:54
최근연재일 :
2018.06.16 13:14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299
추천수 :
309
글자수 :
188,505

작성
18.05.18 13:00
조회
598
추천
6
글자
12쪽

020上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1)]

DUMMY

자신이 사는 세계가 사실은 잘 만들어진 소설 속 세계라면, 나는 그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가질까.

가끔씩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곤 하는데. 사실 그 해답은 정말로 간단하다.

모두가 주인공이자 주연이자 조연이자 엑스트라다.


소설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적어놓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가 이리도 거대한 데, 소설책 몇 권짜리의 이야기로 퉁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소설에 깃들어있는 건 짤막한 이야기일 뿐이다. 절대로 세계관의 전부를 소설책 몇 권으로 욱여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소설이 보여주는 건 장대한 세계관의 일부일 뿐.

소설이 보여주는 건 수많은 캐릭터의 일부일 뿐.

소설이 보여주는 건 수많은 스토리의 일부일 뿐.


이 세계가 만약에 소설이라면.

이 세계는 절대로 서사시를 그린 소설이 아니다.

로맨스를 그린 소설 역시 아니다. 코미디를 그린 소설 역시 아니다. 비극을 그린 소설 역시 아니다.


서사시를 그리고, 로맨스를 그리고, 코미디를 그리고, 비극마저 그린 소설.


'군상극'.


군상극 속에서 명확한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맡고, 세계가 돌아가는 꼴을 이야기한다.


나는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며, 마이트는 마이트 본인의 이야기의 주인공이며, 나의 여자친구 역시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각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


마이트가 이번에 주인공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면. 나의 여자친구 역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부적격하다면.

결국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되어, 내가 주인공으로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수 밖에 없다.


"어라? 왜 오빠가 여기에 있는 거죠?"


음식을 준비하던 인형이 채연이의 목소리를 내며 물어왔다.

온 몸에 드러난 인형의 골격들.

그녀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된 증거들.

그녀가 이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생각하면, 죄책감 때문에 가슴이 죄어진다.


"할 이야기가 있어. 중요한 이야기야."

"그런 거라면 식사가 끝나고 천천히 들어도 되는데요~."

"다리가 잘린 상황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 ──나, 여기를 나갈 생각이야."


쨍그랑.

음식을 담던 그릇이 툭 하고 떨어졌다.

못 믿겠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인형이 한 명.


"네? 뭐라고요? ······여기를 나갈 거라고요?"

"그래."

"어째서요···? 어째서? 어째서 저에게서 도망치려는 건데요! ···제가 잘못한 거에요? 네?"

"아니. 넌 하나도 나쁘지 않아."


나쁜 사람이 있다면.


"전부 내 탓이지."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 날, 나는 자살을 해선 안 됐다.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채연이가 자살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살을 하지 않았다면 채연이가 바이릭에게 깃들 일도 없었을 테고, 마녀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을 죽일 일도 없었을 테고, 자신의 몸을 인형으로 바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잘못은 나에게서 비롯된다.

전부 나의 탓이다.


"채연아···. ······아니, 바이릭.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막상 말하려니까 긴장되고 부끄럽구만. 마이트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그 눈길 때문에 더더욱 부담스럽다.

그래도 말해야한다.

아니, 말하고 싶다.


"나는 널 좋아해."


비록 네가 더 이상 채연이가 아니게 되었을 지라도.

비록 네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을 지라도.

비록 네가 그 손에 수많은 피를 묻혔을 지라도.

그래도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가 있었기에 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짧게나마 전생에 행복을 누렸다.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도 나는 소설가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대로는 안 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안 된다니요? 뭐가요?"

"바이릭. 넌 나를 되찾고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물론! 같이 살 생각이죠! 이제 더 이상 오빠하고 떨어지지 않을 거에요! 이 집에서 평생 같이 살아요!"

"······."

"이 세계에는 더 이상 오빠를 괴롭히는 것들이 없어요! 이제 소설가가 되기 위해 오빠가 압박감을 받으며 노력하지 않아도 돼요!

굳이 오빠가 직업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동안 오빠가 잠든 사이에 돈도 벌어두어서 문제없이······."

"그 돈은, 사람을 죽여서 얻은 거지?"

"······."


인형은 말하는 걸 멈추었다.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

그 표정에서 진실을 읽는 것 정돈 누워서 떡먹기다.


"너에겐 늘 고맙게 여기고 있어. 나를 위해서 노력해준 것도 기뻐.

하지만 이래선 안 되는 거야.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서 우리끼리만 편하게 살자고?

그건······해피엔딩이 아니야. 비극이야."


물론 마이트도 못 본 척하기로 했으니,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살아갈 순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만큼 비극적인 게 어디있을까.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한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행복해진다고 모든 게 해피엔딩은 아니다. 독자들이 읽고 나서 속이 개운해야 해피엔딩이다.

만약 데스노트에서 라이토가 자신을 뒤쫓는 자들을 모두 죽이고 세계를 디스토피아로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면, 그걸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만약 청춘물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시련을 뛰어넘는 걸 거부하고 성장을 멈춘다면, 그걸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작품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작품이 되기 위해선,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아야한다.


그러니까 눈 앞의 그녀가 바라는 엔딩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모두를 거부하는 폐쇄적인 엔딩.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는 엔딩이다.

그런 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속죄하겠어."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마이트 씨. 바이릭이 <위치 퀸>이 된 건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자살했기 때문에 그녀가 자살했고, 그녀는 마녀의 딸로 태어났어.

그래서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그건 전부 다 내 탓이야.

그러니까 내가, 내 여자친구의 잘못을 책임지겠어."

"오빠···."

"어떻게 하면 내가 속죄할 수 있는지 알려줘, 마이트 씨."

"그걸 저에게 묻는 건가요~."


재미있다는 듯 말하는 마이트의 목소리.

괜찮아. 마이트는 사람을 갖고 놀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마이트의 캐릭터를 제대로 읽은 게 맞다면, 그녀는 본인의 재미 삼아서 사람을 갖고 놀거나 하진 않는다.

그녀는 반대되는 캐릭터다.

통할 거다.


"마이트 씨는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마이트 씨가 속죄 방법을 정한다면,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해."

"으음~? 제가 정의롭다구요~? 글쎄요~. 저는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오~. 실제로 범죄자인 <위치 퀸>하고 사적이 거래를 나눴잖아요~?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틀림없어. 마이트 씨는 정의로워. 마이트 씨, 정의라는 건 과연 뭐라고 생각해?"

"으음···? 글쎄요. 그렇게 물으면 대답이 궁해지는데······. 그런데 확실한 건, '법'은 가장 보편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법을 살짝 어겼으니까, 정의에서 거리가 먼 게 아닐까요~."

"법이 보편적인 정의인 이유는 간단해."


모두가 정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정해놓은 규칙을 지켰기에, 모두가 거기에 반발하지 않고 납득을 할 수 있다.

법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있기에 법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법은 정의라고 말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의라는 건, 결코 선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최대 다수를 존중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정의지.

그렇기에 정의는 시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달라져. 지구에서는 중세시대에 계급이 존재했고 그게 정의라고 생각했지만, 현대시대에서는 계급이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야말로 정의라고 여겨졌지.

그리고 마이트 씨는 한 사람이라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야."


겉보기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일련의 행동을 본다면 이 사람은 굉장히 정의롭다.

<위치 퀸>인 바이릭의 사정을 듣고, 마이트는 바이릭을 죽이지도 잡아가지도 않았다. 그녀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그녀를 도왔다.

바이릭이 '모든 인간은 죽어야해!' 라는 사상을 가진 악당이었다면, 망설임없이 그 자리에서 죽이거나 감옥에 집어넣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저택에서 도망쳤을 때, 그녀는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제네시스> 길드원들에게 협력 요청을 하지 않았던 건, 내가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라서 그랬던 것이겠지만. 어쩌면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괜한 일에 말려들지 않게끔 배려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끝까지 혼자서 일을 수행했고, 포리포와 싸울 때도 굉장히 신경써서 포리포의 모험가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싸웠다.


마이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걸 신념으로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의지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도와준다.

그래서 엘리카가 가문을 버리고 떠나려 했을 때 그와 함께 모험가가 되었고, 바이릭과 만나 사정을 듣고 그녀를 도왔고, 내가 다리를 고쳐달라고 했을 때도 도와주었다.

본인은 '어차피 도와준다고 해도 나는 곧 바로 발을 뺄 수 있으니까' 라는 마음가짐으로 돕는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곤 생각보다 잘 도와준다. 저택에서 도망친 나를 수색할 때도 굉장히 신경 쓰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나는 믿는다.

<영혼의 현자> 마이트 아이 크로케이니스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낯간지럽네요."


진심으로 낯간지럽다는 듯이. 마이트는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까지 살짝 붉혔다. 이 사람이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구만.


"···그런 평가를 듣는 건, 난생 처음이네요."

"그래?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은 마이트 씨를 제법 인정하지 않을까? 그 엘리카 씨에게 한 번 물어보면 어때?"

"분위기 탔다고 놀리지 말아주세요. 이런 거 면역이 없으니까, 잘못하면 레반 씨를 칼로 벨 수 있다고요오오···."

"부끄러워하는 척 하면서 무서운 말을 하고 있네···."


···앞으로 마이트를 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에, 뭐냐. 그래서 제가 판단해달라는 건가요? 앞으로 두 분이 어떻게 해야할 지?"

"그래. 마이트 씨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어. 그리고 바이릭도 납득할 거야. 그치?"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말이 막히는 듯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그녀.

어느 사이엔가 작아져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우리들의 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안고 가야한다.


나는 배드엔딩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으니까.


"그렇군요. 죗값을 치르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건 하나죠.

목숨으로 그 죗값을 치르는 것.

만약 <위치 퀸>이 잡혀간다면 당연히 처형 혹은 무기징역이 이루어지겠죠. 그만큼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으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0년동안 여친에게 쫓긴 소설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AAE [엘리카 루이나의 옛날 이야기(3)] 18.06.16 384 0 12쪽
36 AAD [엘리카 루이나의 옛날 이야기(2)] 18.06.09 401 0 11쪽
35 AAC [엘리카 루이나의 옛날 이야기(1)] 18.06.01 400 1 11쪽
34 AAB [레반데일 그레이(1)] 18.05.26 420 4 11쪽
33 AAA [현자 회의] 18.05.19 459 8 11쪽
32 020下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3)] - 서장 종료 18.05.18 522 6 14쪽
31 020中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2)] +2 18.05.18 532 5 10쪽
» 020上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1)] 18.05.18 599 6 12쪽
29 019下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2)] +1 18.05.17 575 7 12쪽
28 019上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1)] +2 18.05.17 599 6 12쪽
27 018下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7)] +1 18.05.16 602 6 16쪽
26 018中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6)] 18.05.16 571 5 8쪽
25 018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5)] +2 18.05.16 583 7 10쪽
24 017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4)] 18.05.15 601 7 14쪽
23 016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3)] +1 18.05.15 627 8 10쪽
22 015下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2)] +3 18.05.14 626 9 10쪽
21 015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1)] 18.05.14 705 9 8쪽
20 014下 [하루 전(8) 레반의 정체(2)] 18.05.13 585 9 15쪽
19 014上 [하루 전(7) 레반의 정체(1)] 18.05.13 552 10 9쪽
18 013 [하루 전(6) 영혼의 현자(2)] +1 18.05.12 570 9 11쪽
17 012 [하루 전(5) 영혼의 현자(1)] 18.05.12 568 9 11쪽
16 011下 [하루 전(4) 레코드 브레이커(4)] +1 18.05.11 595 11 10쪽
15 011中 [하루 전(3) 레코드 브레이커(3)] 18.05.11 572 9 9쪽
14 011上 [하루 전(2) 레코드 브레이커(2)] 18.05.11 585 8 10쪽
13 010 [하루 전(1) 레코드 브레이커(1)] 18.05.10 628 9 12쪽
12 009 [5일 전(2) 근육의 남자(2)] 18.05.10 657 11 11쪽
11 008 [5일 전(1) 근육의 남자(1)] +2 18.05.09 660 10 12쪽
10 007下 [한 달 전(2)] +1 18.05.09 689 9 11쪽
9 007上 [한 달 전(1)] 18.05.08 747 14 12쪽
8 006 [죽음의 기억] +2 18.05.08 757 11 14쪽
7 005 [일주일 전(3) 상남자가 보내는 연애편지(2)] 18.05.07 724 11 11쪽
6 004 [전생의 기억(3)] +1 18.05.07 750 11 11쪽
5 003下 [전생의 기억(2)] +1 18.05.06 750 14 10쪽
4 003上 [전생의 기억(1)] +1 18.05.06 825 11 11쪽
3 002 [일주일 전(2) 상남자가 보내는 연애편지(1)] 18.05.06 926 10 16쪽
2 001 [일주일 전(1) 바다거북 스프] +1 18.05.06 1,302 14 12쪽
1 Prologue [붙잡혔다] +1 18.05.06 1,386 1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