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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컬☆체인지

200년동안 여친에게 쫓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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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작품등록일 :
2018.05.06 12:54
최근연재일 :
2018.06.16 13:14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323
추천수 :
309
글자수 :
188,505

작성
18.05.11 13:00
조회
585
추천
8
글자
10쪽

011上 [하루 전(2) 레코드 브레이커(2)]

DUMMY

"벌었던 돈과 재화는 결국 계속해서 소모되어갑니다. 쌓았던 인연도 점차 수명이 다해 사라지거나 소원해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얻었던 교훈과 감정은 망각의 늪에 점점 가라앉을 테지요.


하지만 이야기는 결코 없던 것으로 할 수 없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그걸 주위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그리고 그걸 대대손손 자손들에게 전하면, 레테스 씨가 내일모레 죽는다하여도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 미래영겁 살아숨쉴 수도 있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로군."


"원래 글쟁이들은 이야기를 거창하게 합니다. 찌질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봤자 사람들이 잘 안 들어주거든요."


그렇게 말하자 레테스 씨는 풉 하고 웃었다.


"자네, 말을 굉장히 잘하는 군.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야."

"어음···. 그 실례되는 말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아닐세. 지금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아. 그렇군···. 내가 검에 목숨을 걸었던 인종이듯, 자네는 이야기에 목숨을 거는 인종인 게로군."


웃으면서 말하는 레테스 씨의 말을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 그 말대로다.

바보는 죽어야 고쳐진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한 번 죽었지만 고칠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한 번 죽었는 데도 글을 포기할 수 없었다. 글을 쓰는 삶 이외의 방식을 모르는 것도 있지만, 이야기 이외에 목숨을 걸 만한 것도 딱히 없었으니까.


"이야기라······."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레테스 씨.

굉장히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는 건 둘째쳐도, 한 번 이야기를 정리해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만 해도 꽤 좋을 거에요."

"그런가?"

"네. 옛날 기억을 다시 회상하다보면 그 때 느꼈던 감정 같은 게 다시 떠오르니까요.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남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다시 한 번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사람은 새로운 걸 배워야만 성장한다고 알려져있는데, 그게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걸 배워도 그걸 잊어버리면 사람은 퇴화한다. 배웠던 가르침을 몇 번이고 되새겨야 나아갈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남에게 말로 제대로 설명하려면, 그게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가 제대로 이해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 전달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설명한다는 건, 그 때의 일을 지금 순간 다시 한 번 더 이해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그 때는 몰랐던 것을, 말로 함으로써 새롭게 이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은 옛날에 배웠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을 할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중요한 건?"

"썰을 푸는 건 그냥 재미있습니다."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고 해도, 남에게 들려주고 상대가 웃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웃음거리가 되는 걸 아는 데도 자신이 했던 병신짓을 썰로 푸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광대짓을 하는 데에는 커다란 의미따윈 없다. 그냥 재미로 하는 것뿐이다.

기묘하게도 인간이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다른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데에서 쾌락을 얻는다. 인간에겐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이다.


"하하하! 그래, 그건 그렇지."


레테스 씨는 웃었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군. 좋네. 나도 한 번 썰을 풀어보도록 하지."


그렇게.

레테스 반데메헬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열등감에 차있었을 뿐이라네.


"열등감이요?"


그래, 그렇다네.

알다시피 나는 반레메헬다 백작가의 삼남으로 태어났다네.

내 위에는 두 형이 있었는데, 나는 그 둘보다는 내가 더 낫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

큰 형님은 머리가 좋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자신이 가문을 계승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게으른 사람이었고. 작은 형님은 그런 큰 형님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늘 둘이서 싸웠지. 아마 작은 형님도 내심 영주가 되고 싶어하셨던 게야.

싸우기만 하는 두 형님을 보고 난 한심하다고 생각했지. 차라리 내가 가문을 계승하고 영주가 되는 게 더 낫겠다고 늘 생각했다네.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이미 큰 형님에게 영주의 자리를 물려줄 거라고 내심 생각하고 계셨었지. 큰 형님이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사라지면 둘째 형님에게 물려주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계셨어.

삼남인 나는 당연히 기회가 없었지. 두 형님이 모두 돌아가시는 게 아닌 이상 나에겐 아무런 기회가 없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결국 중앙으로 건너가 문관이 되거나 무관이 되는 수 밖에 없었고, 나는 기사가 되었지.


"왜 기사가 되셨나요?"


두 형님이 모두 머리가 좋았기 때문이었다네.

물론 나도 머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네만. 기왕 중앙으로 건너갈 거면 두 형님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자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두 형님이 절대로 할 수 없는 분야에서 내가 1인자가 되자고 생각했지. 그렇게 해서 된 게 기사였다네.


그렇지만 기사가 되고 보니, 이게 생각 이상으로 꼴통 집단이더군.

현재의 황제는 지금 권력을 꽉 쥐고 있지만, 당시에는 황제 자리에 즉위한 직후였다네. 그래서 기사들 사이에서 파벌 다툼이 굉장히 심하던 때였지.

나중에는 황제가 직접 칼을 빼들고 귀족들을 찍어눌렀네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다네. 황제는 귀족들을 솎아낼 생각이 가득했지만 명분이 없어서 숨을 죽이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기만 했었지.

그래서 파벌 다툼이 있다는 걸 알고도 놔두었고, 그 당시의 기사들은 실력이 아니라 그 배후 세력이 누구냐를 더 평가받았다네.


나는 진저리가 났지. 이대로는 기사들 중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싶었어.


"그래서 모험가가 된 건가요?"


그렇다네.

기사 활동을 하면서 모험가들의 활약상을 들었지. 파벌 다툼이 심했던 기사들은 그 때 당시에는 이렇다 할 만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네. 친목질이 너무 심했던 게야.

그 자리를 메꾼 것이 모험가들이었지. 그 때는 특히나 모험가들이 평가를 받던 시대였다네.


자네들은 아마 모를 테지만 한 때 마신의 뜻을 받아 이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자 하는 존재가 있었다네. 그 존재를 우리들은 마왕이라 불렀지.

마왕은 마신의 뜻을 받아 세계를 무너뜨리려 했고, 신의 뜻을 받은 모험가들이 그 마왕을 무찔렀지. 우리들은 그들을 용사라 불렀어.


전 황제가 군림했을 때 마왕이 토벌 되었고, 그 뒷수습을 마친 전 황제가 현 황제에게 황제 자리를 세습했다네. 내가 기사가 되었던 것이 딱 그 시기였던 거네만.

용사의 영웅담들이 각지에서 퍼지고 그걸 듣고 자란 꼬맹이들이 어른이 되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험가가 되는 시기였던 게지. 한 마디 모험가가 되는 게 유행이었다네.


그래서 그 시대는 모험가가 유난히 많았고, 그만큼 모험가의 활약상도 많았어.

나도 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꼬맹이로서, 기사를 때려치고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지.


"그랬었군요."


그렇지만 모험가 일이 막상 쉽지만은 않더군.


물론 나는 전투에 자신이 있었고 그럭저럭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있었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형님들의 코를 납짝하게 찍어누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모험가 일을 아무리 해봤자 그걸로 명성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게야.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평범하게 몬스터만을 잡으며 살아가거나, 아니면 몬스터에게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네.

거기에서 명예까지 얻는 건 정말로 극히 일부 뿐.

그 극히 일부가 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모험가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네.


<레코드 브레이커>가 된 것도 그 때문이었지.

마왕이 쓰러지고 세계가 평화로워진 나머지, 내가 무찔러야할 몬스터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것들밖에 없었다네. 바다의 뱀이나 크라켄 같은 것들은 이미 영웅들이 옛날에 다 쓰러뜨렸고 말이야.

그렇다고 단신으로 미답사 영역에 도전하는 것도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 명예를 얻고 싶었지만, 미지에 도전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았어.

어떻게 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을까. 그걸 계속 궁리한 끝에 발견한 답이 바로 <레코드 브레이커>였다네.


기존의 기록들을 전부 깨고, 그 신기록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 그렇게 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네.

그래서 나는 기존의 기록들 중 내가 깰 수 있을 법한 기록들만 골라서 깼다네.


"즉, <레코드 브레이커>가 된 건 의도적이었군요."


그게 아니라면 <레코드 브레이커>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나? 의도적으로 고르고 조사한 게 아닌 이상, 그 짓은 못할 짓이지.

아무튼 그렇게 나는 <레코드 브레이커>가 될 수 있었어. 모험가들 사이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제네시스> 길드에서도 가입 권유를 받게 되더군.

나는 나름의 명예를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당당히 고향으로 돌아가보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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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20下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3)] - 서장 종료 18.05.18 523 6 14쪽
31 020中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2)] +2 18.05.18 532 5 10쪽
30 020上 [그리고 소설가는 다시 이야기를(1)] 18.05.18 600 6 12쪽
29 019下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2)] +1 18.05.17 577 7 12쪽
28 019上 [모든 것을 지켜보는 마법사(1)] +2 18.05.17 59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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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018中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6)] 18.05.16 572 5 8쪽
25 018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5)] +2 18.05.16 584 7 10쪽
24 017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4)] 18.05.15 601 7 14쪽
23 016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3)] +1 18.05.15 627 8 10쪽
22 015下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2)] +3 18.05.14 626 9 10쪽
21 015上 [200년동안 남친을 쫓은 마녀(1)] 18.05.14 705 9 8쪽
20 014下 [하루 전(8) 레반의 정체(2)] 18.05.13 585 9 15쪽
19 014上 [하루 전(7) 레반의 정체(1)] 18.05.13 552 10 9쪽
18 013 [하루 전(6) 영혼의 현자(2)] +1 18.05.12 571 9 11쪽
17 012 [하루 전(5) 영혼의 현자(1)] 18.05.12 570 9 11쪽
16 011下 [하루 전(4) 레코드 브레이커(4)] +1 18.05.11 595 11 10쪽
15 011中 [하루 전(3) 레코드 브레이커(3)] 18.05.11 572 9 9쪽
» 011上 [하루 전(2) 레코드 브레이커(2)] 18.05.11 586 8 10쪽
13 010 [하루 전(1) 레코드 브레이커(1)] 18.05.10 630 9 12쪽
12 009 [5일 전(2) 근육의 남자(2)] 18.05.10 65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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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2 [일주일 전(2) 상남자가 보내는 연애편지(1)] 18.05.06 927 10 16쪽
2 001 [일주일 전(1) 바다거북 스프] +1 18.05.06 1,30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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