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수송선이다!
윤범이 탄 수송선이 황해 위를 날아가고 있다.
그 뒤로 두 대의 수송선이 더 따라오고 있었다.
총 세 대의 수송선.
그 안에는 순수 바이오닉 병력으로만 8명씩 해서 총 2부대의 병력이 타고 있었다.
빨리 치고 빠져야 해서 공성탱크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범은 지휘관으로 수송선을 탔다.
드롭병력 치고는 2부대는 제법 수가 많은 편이기도 했고, 적진 한 가운데에서 싸우는 거라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니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기 위해 같이 내려온 것이다.
사령관이 직접 내려오기엔 너무 위험하고, 그렇다고 멀리서 원격으로 화면만 보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1분1초에 삶과 죽음이 갈리는 상황에서 지시가 늦거나 잘못된 지시를 내릴 수도 있으니 경험 많고 믿을만한 윤범이 내려오게 됐다.
반대편 바다, 동해 쪽으로도 똑같이 3대의 수송선이 날아가고 있는데 거기에는 정태산이 타고 있었다.
미리 스캔으로 확인하긴 했지만 바다 위로는 벌레들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아마도 상대는 바다를 맵 바깥쪽이라 생각하고 아예 병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것만 믿고 수송선만 보낼 수는 없었다.
수송선의 병력들이 목표지점에 무사히 떨어질 때까지 상대가 몰라야 한다.
혹시라도 날벌레들을 마주치게 된다면 작전을 그대로 접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격능력이 없는 수송선과 안에 타고 있는 병력까지 함께 공중분해 될 테니.
그래서 함께 따라온 프레데터와 과학탐사선이 앞장서서 길을 뚫고 있었다.
과학탐사선이 먼저 시야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이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내려갔고, 그 뒤로 프레데터와 수송선이 조심스럽게 뒤따라갔다.
그렇게 바다 위를 한참 날아 남쪽으로 내려가던 비행부대들.
“1차 경유지에 도착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미리 약속해둔 위치에 도착했다.
- 네. 확인했습니다.
“2차 경유지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 잠깐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 2차 경유지는.. 음.. 신안. 신안 앞바다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 임무의 목표는 요인 납치.
박부장이라는 놈을 붙잡아서 진짜 각성자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박부장은 벌레들을 끌고 다니며 도시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잡아서 진화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진화장이 여기저기에 많이 지어진 탓에 어디로 갈지 확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본진에서 계속 스캔을 하며 놈이 가는 곳을 예측하여 수송선 위치를 옮기는 것이다.
잠시 후.
- 타겟 위치 확인했습니다. 타겟은 현재 목포 인근 진화장으로 가는 것이 확실합니다. 윤팀장님이 작전 진행 해주시고, 정팀장님은 상륙하셔서 시선을 끌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수송선은 과학탐사선의 인도를 따라 벌레들을 피해 육지 안쪽, 목포를 향해 파고 들었다.
진화장은 제법 많은 벌레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 머리 위로 드롭을 할 수는 없었다.
수송선은 진화장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병력을 떨궜다.
“착륙지점에 도착했습니다.”
- 네, 좋습니다. 정팀장님이 아직 도착 못했으니 일단 대기하셨다가 정팀장님이 도착하면 그때 시작하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울산 근방으로 진입한 정태산의 수송선은 중간에 돌아다니고 있는 벌레가 많아 피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린 모양이다.
그 사이 윤범과 병력들을 내려놓은 수송선은 기수를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프레데터와 과학탐사선 역시 수송선을 따라갔다.
“쓰읍.”
윤범은 떠나가는 수송선을 보며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이제부터는 위험해도 돌아갈 수가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네, 지금 정팀장님도 도착했습니다. 이동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신호를 받은 윤범.
“자! 움직여.”
“네.”
소리를 낮춰 조용히 진화장을 향해 병력을 움직였다.
- 정지.
“정지!”
- 이제 더 가면 감독관 시야범위에 걸립니다. 지금 위치에서 11시 방향으로 쭉 올라가면 타겟이 있으니까 여기서 한 번 정비하고 가시죠. 정팀장님이 먼저 움직이시고, 윤팀장님은 그 뒤에 바로 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윤범은 바로 병력들에 지시를 내렸다.
“공격대형으로.”
“네.”
병력들은 두 줄로 넓게 서서 공격대형을 갖추고는 들어갈 준비를 했다.
- 정팀장님 들어갔습니다! 윤팀장님도 가세요!
“네! 작전개시!”
“작전개시!!”
“자! 드가자!!”
“가자!!”
치이익!
윤범과 병력들은 작전개시 명령을 듣자 바로 전투각성제를 맞으며 진화장을 향해 뛰어들었다.
“12시 방향 적 출현!”
“11시 방향에도 벌레가 오고 있습니다!”
살짝 반응이 늦긴 했지만 상대는 감독관의 시야에 병력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자 바로 벌레들을 보내 대응했다.
“쳇! 정팀장이 몇 초도 못 벌어주는 구만. 1조는 교전하고, 2조는 옆으로 돌아!”
“네!”
윤범은 정면에 있는 1조에게 벌레들을 맞아 싸우게 하고, 2조는 박부장을 잡으러 보냈다.
투두두두!
“끼야아악!!”
“팀장님! 3시 방향에서도 벌레 다수가 접근중입니다!”
“야! 너가 애들 데리고 가서 그쪽 막아! 나머지는 계속 가!”
“뒤쳐지지 말고 붙어! 빨리 따라와!”
상대는 윤범의 병력을 저지하려 벌레들을 계속 컨트롤 했다.
하지만 후방으로 공격이 들어올 거란 예상은 못한 터라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박부장이 사람들을 잡으러 갈 때 끌고 다닌 놈들과 진화장에 고치의 재료로 쓰려던 놈들뿐이었다.
병력규모의 차이가 컸다.
상대가 아무리 컨트롤을 잘해도 화력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달라붙기도 전에 벌레들은 싹 녹아내리며 더 이상 막을 수 있는 놈이 없게 되었다.
이내 진화장에 다다른 윤범의 병력들.
“거수자 발견했습니다! 저자가 타겟 맞습니까?”
윤범은 박부장을 직접 본 적이 없어 본진에 확인 요청을 했다.
- 네, 저 놈이 박부장 맞습니다! 잡으세요!
맞다.
저놈만 잡아서 도망치면 임무완료다.
“네! 가자! 잡아!”
“에이씨! 야! 어디야? 어디 있어?”
병력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자 박부장은 허둥대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저쪽 멀리서 메뚜기 무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메뚜기들에 희망을 거는 거 같아 보이는데
투두두두!
해병들의 총이 불을 내뿜자 메뚜기는 있었는데 없었다.
“박용태씨. 순순히 따라오시죠.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협조만 잘 해주시면 안전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윤범은 박부장에게 항복을 권유했다.
하지만
“씨발! 닥쳐! 내가 중졸따리 따까리 새끼 말을 들을 거 같아?”
박부장은 윤범의 제안에 욕설을 뱉으며 무시했다.
어떻게 알았지?
협조하든 안 하든 이번에는 봐주지 않을 거였다.
하긴 자기가 지은 죄가 있으니.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닌데 그걸 생각하면 항복해도 죽겠다 싶었겠지.
“타겟 확보해!”
윤범은 병력들을 몰고 박부장을 향해 달려갔다.
이제 그대로 놈을 잡아 적의 지원병력이 오기 전에 바로 떠나면 된다.
라고 생각했을 때
쩌적!
쩌적!
옆에 있던 8톤 트럭 정도 되는 크기의 고치 하나가 껍질을 깨고 안에서 튀어나려고 했다.
“티.. 팀장님!”
“무시해! 타겟을 잡는데 집중한다!”
윤범은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아직 이 정도 크기의 벌레가 실험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성공했던 것은 투척기나 땅굴벌레처럼 전투능력이 없는 종류 뿐.
뭐가 됐든 임무 진행하는데 방해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끼에에엑!!!”
쿵!
고치 안에서 나온 것은 거대한 지네처럼 생긴 놈이었다.
놈의 몸통은 그리 굵은 편은 아닌데 8톤 트럭 크기의 고치 안을 가득 채울 만큼 길이가 길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땅굴벌레보다 긴데 고치 안에 아직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몸뚱이가 더 길었다.
“팀장님! 어떻게 합니까?”
“젠장! 1조는 지네를 제압하고, 2조가 타겟을 확보한다!”
“네!”
투두두두!
거대지네를 향해 총알이 퍼부어졌다.
그런데
팅팅팅팅!
“방어역장입니다! 역장을 씁니다!”
총을 쏘자마자 지네의 몸에서 방어역장이 펼쳐지며 총알을 튕겨냈다.
거대지네는 방어역장을 쓰는 벌레들을 연결해서 만든 것이었다.
놈은 마디마다 따로 각각의 방어역장을 펼칠 수가 있었다.
방어역장의 범위는 원본에 비해 좁았는데 단단함은 차이가 없는 듯 했다.
공6업 공성탱크가 버프까지 받고 공성모드로 포격을 해도 여러 방을 때려야 깨지는 방어역장이었다.
바이오닉 병력 역시 업그레이드가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애초에 공성탱크와는 화력 차이가 크고, 업그레이드 효율도 차이가 난다.
뚫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 것을 여러 개 펼친 놈이 몸을 길게 늘어뜨리며 박부장에게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자 지나갈 수가 없었다.
진화장에 마법 벌레를 넣은 것들은 대부분 실패했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에 성공한 것인지.
정말 운이 좋은 놈이다.
“돌아! 옆으로 돌아 가!”
윤범은 병력을 돌려 지네 옆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지네는 방어역장을 켠 채로 긴 몸을 돌돌 말아 박부장을 가렸다.
“이런 젠장!”
그런데
“어엇! 저기! 방어역장이 꺼집니다!”
“저기도 하나 꺼졌습니다!”
지네가 몸을 말면서 방어역장이 자기들끼리 부딪치자 형광등처럼 깜빡이더니 그대로 꺼져 버렸다.
“쏴라! 꺼진 쪽에 집중해서 쏴!”
투두두두두!
“끼에에엑!!”
지네는 역장이 꺼지자 맨 껍질에 총알세례를 그대로 받게 되었다.
지네의 몸뚱이에는 총알이 그대로 뚫리며 구멍이 숭숭 생기더니 이내 뚝 하고 마디가 끊어지며 둘로 분리됐다.
방어역장이 없으면 껍질도 약하고, 체력도 낮아 부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놈은 몸이 나뉜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둘로 나눠진 채로 격하게 몸부림을 쳤다.
“뒤로! 휘말리지 말고 빠져!”
윤범은 지네가 길고 묵직한 몸뚱이를 채찍처럼 휘두르자 병력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방업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저 정도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윤범이 병력을 뒤로 물린 사이 지네의 몸 주변을 보호하고 있는 역장들이 빠르게 꺼져나갔다.
마법 벌레 여러 마리를 합성한 부작용으로 역장의 지속시간이 매우 짧아진 것이었다.
“쏴! 계속 쏴! 죽여 버려!”
투두두두!
윤범과 병력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총알을 퍼부었다.
결국 지네는 구멍이 뚫리다 못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었다.
“진입해! 어서 타겟을 확보해야..”
윤범은 지네의 사체를 넘어 박부장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네의 시체 가운데에 있어야 할 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령관님! 타겟이 보이지 않습니다.”
- 잠시 만요! 확인해 볼게요.
그러자 띠링! 하고 그들의 머리 위로 스캔이 떨어졌다.
- .. 박부장은 지금 땅굴벌레를 타고 지하로 도주 중입니다. 퇴각하세요. 작전 실패입니다.
통신으로 사령관의 실망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입니까? 지금 쫓아가면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 아니요. 빠지세요. 땅굴벌레를 잡아도 지금 병력만으로는 박부장을 꺼낼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쪽 방향에서 적 병력 다수가 진입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그럼 작전은 이대로 끝입니까? 타겟을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 일단은 빠져서 숨어 계세요. 여러분이 생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죠.
“.. 네. 알겠습니다.”
“에잇!”
작전에 실패한 윤범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옆에 있던 고치의 껍질을 쳤다.
작전이 실패하며 전쟁을 끝낼 기회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팀원들 모두가 위험에 빠졌다.
이미 한 번 실패한 이상 놈도 경계를 할 텐데 다시 놈을 잡을 기회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으으으.. 살려.. 크헉.. 살려주세요..”
모여 있는 고치들 사이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뭐지?
아!
박부장이 방금 전에 잡아온 사람들이 고치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생존자 발견! 고치 안에 생존자가 있다! 고치를 부숴!”
투두두두!
화아악!
해병과 화염방사병이 총알과 불을 뿜으며 고치를 부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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