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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프 먹은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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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ty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8.1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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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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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4. 불길한 징조

DUMMY

마도 열차의 맨 뒷줄에 있는 창고 칸.

그 칸에 도착한 다인과 유성 일행은 어른의 키만큼 쌓여있는 나무 상자들을 보게 되었다.


“이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게 다 음식인가요?”


쌓여있는 나무 상자에 손을 갖다 대며 유성이 묻자 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며칠을 이곳에서 머무르게 될지 몰라서, 동료들과 많이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준비한 게 되어버렸지만 말이죠.”


이미 죽어버린 동료들의 생각에 다인은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동료분들의 일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유성이 위로해주자 다인은 높이 쌓여있던 나무 상자 중 하나를 내리며 대답했다.


“전 괜찮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에 얽매이고 있을 수는 없죠. 그것보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 마도 열차를 타고 루트 숲으로 향하는 겁니까?”


그 질문에 유성은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어제 광폭룡을 이용해 습격 사건을 일으킨 흑막이, 거기에서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해서요. 그걸 저지하러 가는 겁니다.”

“뭐라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두 눈을 크게 뜨는 다인.


그가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유성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의 연속이네요. 제가 아직 술에서 깨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유성이 광폭룡이 킹존을 습격했다고 말하였을 때.

왕가의 일원인 데이지가 그의 말을 동조해주지 않았더라면, 다인은 절대 믿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폭룡은 과거 무신이 봉인한 초월체 중 하나였으며, 그 봉인이 깨졌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공주인 데이지가 평범한 시민인 자신을 굳이 속이려는 이유가 없었기에 다인은 그 말을 믿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광폭룡을 죽이다니? 그게 실제로 가능한 일이야?’


조금 전에는 죽은 동료들과 더불어 술기운 때문에 광폭룡의 죽음을 통쾌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눈앞에 있는 유성이 얼마나 무서운 자라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평소 입버릇이 험한 다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를 존대하고 있었다.

그런 다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성은 웃으며 나무 상자 하나를 들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 칸으로 가서 천천히 얘기할까요? 아침도 못 먹고 출발해서, 배가 등에 붙었거든요.”


“그, 그러시죠.”


식당 칸으로 걸어가는 그를 따라 다인과 케인, 그리고 루델은 각각 나무 상자 하나씩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


마도 열차의 맨 앞인 기관실에 도착한 데이지와 소피아.

원래 유성 일행과 함께 음식을 옮기려고 했지만, 그들의 배려로 세 번째 칸에 남은 그녀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프라이드와 제임스에게 알려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다인과 그 동료들의 일을 전해 들은 프라이드는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칼데론이 소중하게 여기는 메카닉들이 베르닉 가문에게 사기를 당한 것도 모자라, 대부분이 용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였기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데이지는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그들의 관리를 너무 소홀히 했어. 미안해.”


“데이지 언니가 사과하실 일이 아니에요. 저희 메카닉들을 괴롭히고 죽인 건 베르닉 가문하고 용들이잖아요? 그러니 저희에게 고개 숙이시지 않으셔도 돼요.”


메카닉들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프라이드에게 매우 안타까운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 책임을 데이지를 비롯한 왕가에 물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을 괴롭게 하고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베르닉 가문하고 용들은 이미 대부분 죽었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로열 가든 왕가의 노력을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하였기에.


다가온 프라이드가 데이지를 일으켜 세워주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이 모두 끝나면 아버님에게 이 일을 말씀드릴 거야. 그리고 그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즉시, 칼데론에 있는 유족들에게 보상이 가도록 조처를 할 생각이야.”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칼데론에 있는 그들의 유족들은 찾는 걸 도와드릴게요.”


두 소녀가 그들의 처사에 의기투합하는 사이, 소피아는 마도 열차를 운전하고 있는 제임스에게 다가갔다.


“제임스, 이 열차 운전하느라 피곤하지 않아?”


킹존에서 출발한 지 벌써 2시간 정도 지난 상황.

그 시간 동안 계속 마도 열차를 운전하는 그에게 안부를 묻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있는 수정구를 가리켰다.


“전 괜찮아요. 일정하게 이 수정구에다 마나만 보급하면 되거든요.”

“오호? 이게 이 마도 열차 전체를 조종하는 거야?”


신기하다는 듯 수정구를 바라보는 소피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제임스는 수정구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런 셈이죠. 이 수정구가 없다면 이 마도 열차를 조종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구나. 제임스는 대단하네. 이 마도 열차를 조종할 줄도 알고.”

“헤헤, 과찬이십니다.”


두 사람이 대화가 끝나자, 마리안이 기관실로 안으로 들어왔다.


“데이지 님, 그분 일행이 식사 준비가 끝났으니, 식당 칸으로 오시라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프라이드, 제임스. 배고프지? 우리가 곧 음식 가지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줘.”

““네.””


프라이드와 제임스를 놔둔 채, 그녀들은 식당 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식당 칸에 모인 유성 일행과 데이지 일행, 그리고 더반.

그들은 나무 상자에 들어 있던 빵과 과일들을 두 군데의 식탁으로 나눠서 옮겼다. 그렇게 식탁이 가득 채워지자, 데이지 일행 중 소피아가 남아있던 나무 상자 하나를 들었다.


“데이지 공주님, 여기 안에 있는 음식은 프라이드 님과 제임스에게 주고 오겠습니다.”

“응, 그러도록 해.”


말을 마친 소피아가 자리에서 사라지자, 데이지는 유성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무슨 일이시죠?”


의아한 표정으로 유성이 묻자 데이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차피 저희랑 계속 같이 여행하셔야 하는데, 이런 어색한 분위기로 다니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아서요. 저희랑 같이 앉아서 식사하시는 것이 어때요?”


“저는 상관없습니다만······그래도 괜찮아요? 일국의 공주님이시잖아요.”


한 나라의 공주와 떠돌이 인간.

같은 식탁에서 같이 식사를 할 만한 계급이 아니라는 것을 유성은 알고 있다.

그 점에 대해 묻자 데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전 상관없어요. 애초에 구세주님께서 저희를 구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저흰 모두 죽었는걸요.”

“······구세주라고 부르지는 말아주세요.”


구세주라는 말에 유성이 찝찝한 표정을 짓자 데이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요?”

“평범하게 유성이라 불러주세요. 그게 마음 편합니다.”

“유성······.”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의 이름을 곱씹는 데이지.

그런 그녀를 보던 유성은 의자를 살며시 내빼주었다.


“어서 자리에 앉으시죠. 공주님.”

“아, 고마워요.”


자리에 앉은 데이지는 옆에 있는 의자를 밖으로 꺼냈다.


“유성 님, 제 옆에 앉아주실래요? 나누고 싶은 대화가 많거든요.”

“······알겠습니다. 공주님.”


마지못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유성.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셀레네는 곧바로 케인에게 다가갔다.


“케인 씨는 저랑 같이 드실래요?”

“······나랑?”

“세, 셀레네 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 말에 케인과 마리안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셀레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당신과 얘기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마리안에게 미안하지만, 이번 한 번 만은 양보해줘.”


원래 케인을 따라나섰을 때.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셀레네였지만, 뜻밖에 존재인 다인의 등장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부탁하자 마리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셀레네 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어이, 당신. 만약 셀레네 님에게 이상한 짓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애초에 내가 합석할 의사가 없는데, 왜 자기들 멋대로 이야기하는 거야.”


“뭐라고!”


합석을 거부하려는 케인의 모습에 마리안이 분노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성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인, 이분들하고 친해져서 나쁠 일 없어. 그냥 같이 먹어.”

“······알겠습니다.”


결국 셀레네와 같이 합석하게 된 케인.

그렇게 네 사람이 같은 식탁에 앉게 되자, 자동으로 남은 루델, 마리안, 다인은 같은 식탁에 앉게 되었다.


“꼬마야······넌 이 아저씨랑 같이 먹자.”

“네, 그런데 왜 울고 계세요?”

“하아······소피아가 빨리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각자의 자리에 앉은 이들은 식사하기 시작했다.


***


서로 식사가 시작된 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공주님, 돌아왔습······어라?”


프라이드와 제임스에게 식사를 가져다준 소피아가 돌아오자, 그녀의 눈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데이지 공주와 셀레네 성녀가 각자 남자를 옆에 낀 채로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 장면에 소피아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다른 식탁에 앉아있던 마리안이 손을 들었다.


“소피아, 이쪽으로 와.”

“마리안, 저 두 분이 왜 저분들하고 같이 겸상을 하고 계신 거야?”


소피아의 물음에 마리안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데이지 공주님과 셀레네 님이 저분들하고 드시고 싶대······.”

“뭐!? 두 분이 먼저 권했다는 말이야?”


로열 가든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데이지와 베유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셀레네.

그런 두 사람이 먼저 식사를 권했다는 사실은 소피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소피아가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있자, 마리안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그래서 난, 이쪽으로 와서 먹고 있는 거야. 여기 술에 취한 아저씨와 귀여운 꼬마와 함께 말이야.”


그나마 귀여운 루델이 이쪽에 있어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었던 마리안.

하지만 그녀의 발언은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다인의 가슴을 쑤셔 팠다.


“윽······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가슴이 아파야 하는 거지?”

“괘, 괜찮으세요?”


옆에 앉아있던 루델이 걱정스럽게 묻자, 다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껴안았다.


“흑······고맙다. 그나마 네가 있어서 난 외롭지 않아.”

“아, 알겠으니. 좀 놓아주세요. 식사를 못 하겠어요.”


껴안긴 루델이 당황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리안은 식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아저씨! 그 귀여운 애한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손 당장 안 떼?”

“으아아아! 저 숙녀분이 아저씨를 괴롭힌다! 꼬마야, 날 좀 지켜줘.”

“네에!?”


루델을 앞으로 내세워서 막는 다인.

어린아이인 루델을 방패로 삼자, 마리안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 애를 방패로 삼아?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 자존심이라는 건 세울 때 세우고, 굽힐 땐 굽힐 줄 알아야 하거든? 그걸 깨닫지 못하면 패망의 지름길이라고!”


“자, 자. 알겠으니까. 다들 진정하시죠.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소피아의 중재에 두 사람은 싸움을 중지하고 다시 식사하기 위해 똑바로 앉았다.


“다, 다행이에요.”


두 사람의 싸움에 중간에 있었던 루델이 한숨을 쉬자 소피아는 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네 이름이 아마 루델이었니?”


광폭룡의 뒷수습 회의에서 얼핏 들었던 그 이름이 맞는지에 대해 소피아가 묻자 루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래? 내 이름은 소피아라 해. 로열 나이츠의 멤버고, 데이지 공주님을 호위하는 기사야. 앞으로 잘 부탁해.”


“로, 로열 나이츠의 멤버!?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로열 나이츠라는 말에 루델이 심하게 경직되자, 소피아는 나무 상자 안에 있던 술병 하나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하하, 그렇게 굳을 필요 없어. 이걸 조금 마시면 진정될 거야.”

“가,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술병을 건네받는 루델.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던 마리안은 소피아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피아, 저건 술이잖아? 어린 애한테 먹이면 안 되지 않아?”


“에이, 뭐 어때서? 고작 술 한 모금 먹는다고 해서 몸에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긴장 같은 걸 풀 때는 술만 한 게 없어.”


“그, 그렇긴 하지만.”


“게다가 보고 싶지 않아? 저 귀여운 애가 술에 약간 취한 모습을.”


그녀의 발언을 듣고 술에 취한 루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한 마리안은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보, 보고 싶기는 하네.”

“그렇지?”


그렇게 루델의 취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던 그녀들은,


그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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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추락 21.07.11 41 0 12쪽
71 70. 역할분배 21.07.10 40 0 12쪽
70 69. 도착 21.07.09 37 0 12쪽
69 68. 나무뿌리 21.07.08 40 0 12쪽
68 67. 야간 근무자 21.07.07 43 0 12쪽
67 66. 루델 21.07.06 42 0 12쪽
66 65. 폭주 21.07.04 41 0 12쪽
» 64. 불길한 징조 21.07.03 39 0 13쪽
64 63. 근로자 21.07.02 43 0 12쪽
63 62. 다인 21.07.01 41 0 12쪽
62 61. 예상 밖의 만남 21.06.30 39 0 12쪽
61 60. 출발 21.06.29 41 0 12쪽
60 59. 양 갈래 길 21.06.28 53 0 12쪽
59 58. 대비 21.06.27 41 0 13쪽
58 57. 선전포고 21.06.26 48 0 12쪽
57 56. 언쟁 21.06.25 43 0 12쪽
56 55. 자백 21.06.24 45 0 12쪽
55 54. 거짓말쟁이 21.06.23 47 0 13쪽
54 53. 뒷수습 21.06.22 47 0 13쪽
53 52. 모략 21.06.21 50 0 13쪽
52 51. 최강 21.06.20 49 1 14쪽
51 50. 개입 21.06.19 43 0 13쪽
50 49. 각자의 역할 21.06.18 42 0 13쪽
49 48. 광폭룡 21.06.17 46 0 13쪽
48 47. 본게임 21.06.16 43 0 13쪽
47 46. 이변 21.06.15 45 0 12쪽
46 45. 다과회 21.06.14 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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