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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ty 님의 서재입니다.

너프 먹은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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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ntity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8.1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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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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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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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9. 각자의 역할

DUMMY

‘서둘러야 해.’


빠른 속도로 콜로세움의 안으로 돌아온 데이지.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경기장을 나섰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용들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고 서서히 반격하고 있던 그때와 달리 객석 곳곳이 불에 타고 있었으며, 수많은 국민들이 피투성이인 상태로 죽어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현 상황에 놀란 데이지가 경기장 중앙으로 시선을 내리자, 거기에는 페르그스와 대립 중이던 더반과 미네르바가 서 있었다.


“아버님, 어머님!”


초월체와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이미 몸 곳곳에서 많은 피를 흘려 입고 있던 옷들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서둘러 부모님이 있는 경기장 안으로 달려가려던 데이지에게 하늘을 날고 있던 두 마리의 용이 일제히 불꽃을 발사했다.

불꽃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데이지는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저리 비켜!”


그녀가 휘두른 레이피어에서 나온 참격들은 날아오던 불꽃을 없애더니, 이내 날고 있던 용을 향해 날아갔다.


키에에에엑.


참격을 맞은 두 마리의 용은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쿵! 쿵!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용들은 큼직한 소리를 내며 빈 객석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막던 용들을 처리한 데이지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님, 어머님!”


서둘러 경기장 안에 있던 두 사람에게 합류하려는 순간,


“공주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입고 있던 하얀 제복을 피로 붉게 물들인 발락이 그녀를 막아섰다.


“발락, 너 괜찮아?”


꽤 심각해 보이는 모습에 데이지가 걱정하자 발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국왕 폐하와 여왕 폐하, 그리고 성녀이신 셀레네 님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콜로세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발락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페르그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괴물 하나가 저희에게 유리했던 상황을 전부 뒤엎어버렸습니다. 국왕 폐하와 여왕 폐하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저 괴물은 용들을 막고 있던 저희까지 여유롭게 공격했습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을 동시에 상대하는데, 너희까지 공격했다고?”


로열 가든의 최강자로 불리는 더반과 미네르바.

과거 초월체들을 봉인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열 명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들의 실력은 레전드 클래스 중 상위에 속한다.

그런 두 사람이 막지 못했다는 소리에 데이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나마 두 분께서 저 괴물의 일격들을 막아주셨기에, 중상에 그친 겁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저 녀석에게 죽었을 겁니다.”

“중상이라고!? 그러면 괜찮은 게 아니잖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데이지가 묻자 발락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행히 성녀 셀레네 님께서 저를 치유해주셨거든요.”

“······그랬구나. 셀레네는 현재 어디 있어? 프라이드나 레온은?”

“현재 셀레네 님은 동쪽에 있는 객석에서 상처를 입으신 분들을 치유하고 계십니다. 프라이드 님과 레온 경은 각각 남쪽과 서쪽에 있는 객석에서 하늘에 떠 있는 용들을 견제하고 있으시죠.”


현재 데이지와 발락이 있는 곳은 북쪽 객석.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페르그스에게 순식간에 당할 것을 깨달은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용들을 견제하기로 한 것이었다.

현 상황을 모두 이해한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발락은 이곳에서 용들을 견제해줘. 나는 부모님과 함께 저 괴물을 막을게.”


말을 마친 데이지가 페르그스가 있는 경기장으로 향하자 발락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위, 위험하십니다. 국왕 폐하와 여왕 폐하께서도 저 괴물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계십니다.”


자신을 말리는 발락에게 데이지는 웃으며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나 역시 레전드 클래스에 도달한 로열 가든 왕가의 한 사람이니까.”


그 말에 발락은 더는 데이지를 말릴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그녀가 국왕 폐하와 여왕 폐하에게 합류한다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기에.

그 사실을 머릿속으로 인식한 발락은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신은 왕가를 지키는 로열 나이츠로서는 실격입니다. 데이지 공주님, 부디 국왕 폐하와 여왕 폐하와 함께 저 괴물을 막아주십시오.”

“그런 말 하지 마. 발락은 최선을 다했잖아? 뒤는 우리 왕가에 맡겨.”


말을 마친 데이지는 콜로세움의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


광폭룡 페르그스와 대치 중인 더반과 미네르바.

상처하나 없는 페르그스와 달리 두 사람은 몸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미네르바, 괜찮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더반이 묻자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괜찮아. 더반은?”

“이 정도 상처는 침 바르면 낫지.”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더반의 모습에 페르그스는 웃었다.


“침을 바르면 낫는다고? 벌레 주제에 쓸데없는 여유를 부리는구나.”

“나한테 함부로 말 걸지 마라. 네 녀석하고는 말조차 섞기 싫으니까.”


이미 수많은 국민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페르그스를 향한 더반의 분노는 정점을 찍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난 더반의 모습에 페르그스가 비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이거 한번 받아봐. 너희들이 지금 딱 좋은 위치에 서 있으니까!”


페르그스의 복부가 잠시 부풀더니 이내 목을 타고 무언가가 입 쪽으로 올라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더반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살짝 벌어진 페르그스의 입에서 불꽃이 새어 나오자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피해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페르그스의 입에서 뜨거운 불꽃이 발사되었다.

가까스로 불꽃을 피한 더반과 미네르바와 달리 그 뒤에 있던 콜로세움의 벽과 그 밖에 있던 건물들은 전부 녹아내려 버렸다.


물론 그곳에 있던 사람들까지.


“이, 이럴 수가.”

“······!”


그 처참한 광경에 두 사람이 굳어버리자 잔인무도한 불꽃을 날린 페르그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쳇, 안 통했잖아.”

“페르그스!”


화가 잔뜩 난 더반은 들고 있던 번개 창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순식간에 날아간 번개 창은 대지를 부숴가며 위협적으로 날아갔지만, 페르그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있었다.


쾅!


커다란 굉음을 내며 충돌한 번개 창과 페르그스.

충돌 직후 자욱한 검은 연기가 발생하여 그의 모습이 시야에 가려졌다.


‘이 정도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자신의 과거에 싸웠던 광폭룡 페르그스라면 이 정도 공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더반은 곧바로 몸에 흐르는 마나를 이용해 번개 창을 다시 만들었다.


“아버님, 어머님!”


더반이 번개 창을 재무장하는 사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 데이지가 합류했다.


“데이지야, 여긴 어인 일이냐?”

“이곳은 위험하니, 어서 밖으로 나가 있으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두 사람에게 데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두 분과 같이 싸우겠어요. 저 역시 왕가의 한 사람이니까요.”


데이지가 말을 마치는 그 순간,


휘이이이잉!


검은 연기 안에서 매서운 광풍이 몰아쳤다.

몰아친 광풍은 검은 연기를 하늘로 날려버렸으며, 그 안에 있던 페르그스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실력은 여전하군. 이 정도 공격으로 내 몸에 상처라도 입힐 수 있겠어?”


여유로운 표정으로 세 사람에게 다가오는 페르그스.

그런 그를 향해 데이지는 들고 있던 레이피어를 크게 휘둘렀다.


“응? 넌 또 뭐야?”


날아오는 참격을 맨손으로 가볍게 막아낸 페르그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데이지는 당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로열 가든의 공주, 데이지다!”

“공주? 아, 이 벌레들의 자식이로구나.”


더반과 미네르바를 벌레 취급하는 페르그스의 말에 데이지는 발끈했다.


“내 부모님을 모욕하지 마!”


화가 치밀어 오른 데이지의 몸에 번개가 튀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들고 있던 레이피어에 번개가 모여들었다.

이윽고 완성된 번개를 두른 레이피어.

데이지는 다가오는 페르그스를 향해 망설임 없이 그 무기를 휘둘렀다.


“각오해라!”


파지지지직.


번개 섞인 참격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페르그스는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벌레의 자식이라 그런지. 하는 짓이 똑같군.”


말을 마친 페르그스는 들고 있던 오른손을 밑으로 내렸다.

그러자 그가 휘두른 손톱에서 매서운 바람이 일어나더니, 날아오던 번개 섞인 참격을 부숴버렸다.


“이, 이럴 수가?”


그 모습에 데이지가 당황했지만, 매서운 바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날아왔다.


“데이지, 위험해!”


데이지가 피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되자, 더반은 다가오는 바람을 향해 번개 창을 집어던졌다. 하지만 매서운 바람은 번개 창을 가뿐히 부숴버렸다.

결국 더반은 데이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큭!”

“아, 아버님!”

“더반!”


가까스로 밀쳐낸 데이지는 상처하나 없었지만, 미처 바람을 피하지 못한 더반의 등에는 심각한 상처가 생겼다.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무릎을 꿇자 데이지가 울먹이며 부축했다.


“아, 아버님. 저 때문에······.”

“네 탓이 아니니,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단다.”


흥건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은 더반.

그의 처참한 모습에 미네르바는 레이피어를 들고 페르그스에게 다가갔다.


“너도 저렇게 되려고?”


비열한 미소를 띠는 페르그스의 말에 데이지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니, 쓰러지는 건 너야.”


***


콜로세움의 동쪽 객석.

그곳에서 미처 건물 안으로 대피 못 한 사람들을 셀레네와 마리안, 그리고 병사 몇 명이 보호하고 있었다.


“으으······.”


용의 불꽃에 심한 화상을 입은 남자가 고통스러워하자, 셀레네가 서둘러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그녀가 손을 잡아주자 환한 빛이 남자를 감싸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몸에 있던 화상을 순식간에 회복시켰다.


“가, 감사합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요.”


남자를 치유한 셀레네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 주변을 살폈다.

주변을 둘러보니 객석 곳곳에서 신음을 내며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렇게 한 명씩 구하다간 목숨을 잃는 사람이 늘어날 거야.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그거 하나뿐인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셀레네가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셀레네 님, 위험하십니다!”


용을 막고 있던 마리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의 외침에 셀레네가 고개를 올려보니 용 한 마리가 하늘에서 입을 벌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겠어.”


셀레네는 입고 있던 수녀복의 밑 부분을 손으로 찢어버렸다.

찢어진 수녀복 틈으로 보이는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와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

그 모습에 서둘러 달려오던 마리안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세, 셀레네 님!? 지금 뭐 하세요!?”


마리안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셀레네의 행동은 그녀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


가볍게 기합을 외친 셀레네는 입을 벌리며 내려오던 용의 머리를 발로 후려 찼다.


키엑!


정통으로 발차기를 맞은 용의 머리는 반대로 완전히 꺾이더니 그대로 죽게 했다. 그 광경에 모여 있는 사람은 물론 하늘에 있는 용들까지 기겁하게 했다.

모두가 침묵하자 셀레네는 입을 열었다.


“마리안, 지금부터 성녀의 찬송을 시작할 거야. 그러니 나를 좀 지켜줘.”


그 부탁에 마리안은 경기장 안에서 미네르바와 싸우고 있는 페르그스를 보며 말했다.


“서, 성녀의 찬송이요!? 그 힘을 사용하시면 저 괴물은 셀레네 님부터 죽이려 들 텐데요?”

“알아, 하지만 이대로 보고만 있다가는 구할 수 있는 사람도 죽을 거야. 난 그런 거 못 봐.”


자신이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사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더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셀레네는 자신이 위험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려고 했다.

그녀의 각오 섞인 모습에 마리안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알겠습니다. 이 템플 나이츠의 멤버 마리안. 목숨을 걸고 성녀님을 지키겠습니다.”

“고마워. 그러면 시작할게.”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셀레네는 양손을 모으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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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 추락 21.07.11 41 0 12쪽
71 70. 역할분배 21.07.10 40 0 12쪽
70 69. 도착 21.07.09 37 0 12쪽
69 68. 나무뿌리 21.07.08 41 0 12쪽
68 67. 야간 근무자 21.07.07 43 0 12쪽
67 66. 루델 21.07.06 42 0 12쪽
66 65. 폭주 21.07.04 41 0 12쪽
65 64. 불길한 징조 21.07.03 39 0 13쪽
64 63. 근로자 21.07.02 43 0 12쪽
63 62. 다인 21.07.01 41 0 12쪽
62 61. 예상 밖의 만남 21.06.30 39 0 12쪽
61 60. 출발 21.06.29 41 0 12쪽
60 59. 양 갈래 길 21.06.28 53 0 12쪽
59 58. 대비 21.06.27 42 0 13쪽
58 57. 선전포고 21.06.26 48 0 12쪽
57 56. 언쟁 21.06.25 44 0 12쪽
56 55. 자백 21.06.24 45 0 12쪽
55 54. 거짓말쟁이 21.06.23 47 0 13쪽
54 53. 뒷수습 21.06.22 47 0 13쪽
53 52. 모략 21.06.21 50 0 13쪽
52 51. 최강 21.06.20 49 1 14쪽
51 50. 개입 21.06.19 43 0 13쪽
» 49. 각자의 역할 21.06.18 43 0 13쪽
49 48. 광폭룡 21.06.17 46 0 13쪽
48 47. 본게임 21.06.16 43 0 13쪽
47 46. 이변 21.06.15 45 0 12쪽
46 45. 다과회 21.06.14 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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