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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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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최근연재일 :
2023.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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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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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11화


“오늘의 훈련은 종료다.”


훈련을 받는 사람 중 소년의 금화를 얻어낸 사람은 없었다.

전원이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동안 소년만이 공터 위에서 꼿꼿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제 알겠나? 너희는 약하다.”

“⋯.”


소년의 말에 누구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소년이 내건 조건은 자신에게 생채기 하나라도 내보라는 단순한 조건 하나였으니까.

아무리 오합지졸이라 그 수가 50명에 가까운데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건 소년과 그들 사이의 격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상태로라면 적을 만나는 순간 죽는다.”


‘그냥 상대가 나빴던 것 아닐까?’


엘프는 소년의 말이 이상하다 여겼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너희가 단숨에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들은 이미 수백 수천 시간을 훈련하고 몇 번의 전투를 거친 정병들이니까. 너희가 그들을 이길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 훈련은 다 쓸모없는 것 아닙니까!”


숨을 헐떡이던 병사 한 명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압도적인 수준의 격차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절망뿐이었다.


“아등바등하더라도 살아야 하니까.”


어린 소년이라고 하기엔 과한 무게를 가진 말이었다.

이들 중 소년보다 나이 먹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소년은 진심이었다.

진심 앞에서는 감정과 논리는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너희가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따윈 중요하지 않아. 그래도 아등바등하며 생존을 도모할 순 있다. 너희가 왜 창을 들었는지 생각해 봐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하지만⋯ 당신의 말처럼 우린 약합니다. 이대로라면 다 죽는다는 말입니다. 근데 우리가 목숨을 걸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소년은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일주일.”

“네?”

“일주일 동안 너희가 최소한 헛되어 썰려 나가지 않게 만들어 주마. 목숨을 건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게 아니야. 너희가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은 전투가 아니라 훈련이다.”

“⋯.”


소년은 검을 등에 꽂은 뒤 그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웠다.


“나를 믿고 따라서 훈련에 임하지 마는지는 너희의 자유다. 나는 너희가 죽든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하나 약속해 주마.”

“무엇을 말입니까.”

“내가 선봉을 서겠다. 너희는 살아있기만 하면 돼.”


사람들의 시선에 희망이 생겼다.

아주 미약한 희망이었지만, 그 희망의 불이 밝혀졌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 소년의 강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소년이 선봉에 선다는 의미는 자신들이 살 가능성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엘프의 곁으로 이브자드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는 몽롱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저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줄도 모르는 어린양이지. 안 그래?”

“당신은 왜 여기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해요? 당신은 당신 일이나 하지 그래요?”

“이것도 내 일 중 하나야. 아가씨.”


엘프는 이브자드의 곁을 피하려 이동했지만, 이브자드는 엘프의 곁을 쫓아갔다.


“저 검귀 자식이 나보고 악마의 혓바닥이니 뭐니 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

“전 당신이 싫거든요. 그만 따라오지 않을래요?”

“난 네가 재밌거든. 저 검귀 자식이 내 말에 순순히 움직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엘프는 이브자드를 쏘아붙였지만, 이브자드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엘프에게 다가갔다.


“당신의 혁명이란 것도 다 자기만족으로 벌이는 거 아니에요? 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내면서 당신 만족을 채운 거 아니냐고요.”


엘프의 말에 이브자드는 약간 굳은 듯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런 오해를 받긴 하지.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야. 내가 죽으라고 밀어 보낸 것도 아니고, 저들이 원한 일이고 난 거기에 힘을 보태준 것뿐이라고.”

“그러면 당신은 왜 그러는데요?”

“내가 말했잖아. 혁명의 그 광경을 지켜보고 싶다고.”


이브자드는 할 말을 잃은 엘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무튼 너도 알게 될거야.”


이브자드는 엘프의 곁을 떠나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저 검귀 자식처럼 강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빌어먹을. 자기가 가진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를 녀석에게 힘을 주다니 신은 정말 불공평하단 말이야.”


엘프는 속으로 말을 삼켰다.


‘저 힘을 부러워한다고? 당신이 그 힘에 대해서 뭘 아는데? 옛 주문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면서⋯.’


소년이 엘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는 약간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엘프는 준비해 둔 손수건으로 소년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동생의 얼굴을 닦아주는 누나의 모습처럼 보였다.


“주인님은 이곳에 남아 싸울 건가요?”

“아니. 거래가 끝나면 돌아가야지. 그 이후는 내 몫이 아니야.”


소년의 시선은 숨을 헐떡이는 쿤 아바스를 향했다.


“저 친구가 알아서 잘해야지. 난 단지 쓸모 있는 도구일 뿐이야.”


엘프의 눈가가 씰룩였다.


“하지만 주인님.”

“응?”


엘프는 소년의 얼굴을 살짝 꼬집어 잡아당겼다.


“도구다⋯. 그런 식의 말을 하면 슬퍼할 사람도 있어요.”


엘프의 말에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슬픈 눈빛으로 웃었다.


“내 말을 듣고 슬퍼할 사람은 내게 남아있지 않았어.”


엘프와 소년의 기묘한 평행선은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졌다.


- - - -


소년의 훈련은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다.

창을 쥐는 법과 발을 내딛는 법, 혼자가 아니라 다수로 싸워 수적 우위를 얻는 법 등.

소년은 검 외의 무기에도 상당히 정통해 있었다.

소년은 각각의 병사들이 가진 문제를 짚어주며 그들이 문제를 수정하길 촉구했다.


병사들의 열의는 훈련이 이어질수록 더해졌다.

처음엔 약 50명으로 시작했던 훈련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늘어나 200명이 되었다.


물론 훈련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소년의 내기는 여전히 이어졌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금화를 주겠다는 내기는 병사들이 힘을 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병사들은 소년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기습적으로 흙을 뿌리는 사람도 있었고, 창을 던져보거나, 줄을 맞추어 일제히 돌격한 때도 있었다.

물론 그 모든 방법은 소년에게 통하지 않았다.

소년은 그들의 공격을 가볍게 회피한 다음, 그들에게 어째서 통하지 않았고, 어떤 공격이 좋은 공격인지 강의했다.


병사들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소년은 병사들이 크게 다치지 않는 선에서 공격을 멈추었다.

병사들은 죽기 직전의 보는 주마등을 계속해서 맛보며, 점차 전투의 감각에 익숙해졌다.

소년의 신묘한 검술과 전투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엘프가 할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병사들이 땀을 흘리면 땀을 닦아주거나, 음료를 가져다주는 정도였다.

물론 한창때의 젊은 남자들에게 엘프의 미모는 그 자체로 큰 동기가 되었다.

예쁜 여자 앞에서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이 남자의 본능 아닌가.

엘프가 그들을 보며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소년의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딜 힘이 되었다.


그렇게 훈련을 개시한 지 5일째 되던 날, 소년은 이브자드를 찾아가 말했다.


“이브자드. 내가 말한 물건은?”


거래가 거래였던 것만큼 소년은 이브자드가 물건을 정말 구해왔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만약 이브자드가 자신을 속였다면 소년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런 소년의 생각이 무색하게 이브자드는 커다란 청사진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아아. 준비해 뒀어. 이거 만든다고 눈 빠질 뻔했다고.”

“직접 만들었나?”

“그래. 황궁을 직접 본 기억. 황궁이 만들어지던 시절의 유행하던 건축 기법과 구조. 그리고 가능성 높은 비밀 통로의 루트까지 싹 다 섭렵해서 만들었지.”


이브자드가 으스대는 와중에도 소년은 청사진에 눈을 떼지 못했다.

기름먹인 종이는 몇 번이고 덧칠하며 그려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루아침에 만들었다고 하기엔 청사진은 커다란 크기에도 세세하고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물건인 것처럼.


“만약 틀리면?”

“틀릴 리가 없어. 내가 만든 거니까. 건축물이란 건 생각보다 개성 넘치게 만들 수 없거든. 다 원래 쓰던 방식으로 이리저리 짜깁기 해서 만드는 게 보통이야. 특히 커다란 건물일수록 더더욱 그렇지. 그러니 나한테 뻔히 보여.”

“훌륭하군.”


이브자드는 힘껏 으스대었다.


“내 실력을 믿었으니 거래한 거잖아? 그러면 내 말을 믿으라고. 난 이런 데에서 거짓말 안 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네 실력을 믿어서 거래한 게 아니다.”

“그러면?”

“네가 흑색 군단의 동료였기에 믿은 거다. 넌 이미 퇴역했으니 예전 일이지만.”

“나 참⋯.”


이브자드는 깃펜을 꺼내 청사진의 여러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가장 가능성 높은 비밀 통로는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이야. 나는 수로 비밀 통로 쪽을 추천해 주고 싶어. 이 루트는 황궁을 기초 공사하던 시절에 만든 거라, 손쓰기가 어렵거든. 기껏해야. 벽돌 정도로 통로를 막은 게 고작이겠지.”

“그래.”

“문제가 될 경우는 마법이야. 통로에 어떤 마법이 걸려있을지 몰라. 들어갈 루트까진 내가 알아봐 줄 순 있지만, 마법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어.”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보지.”

“조심해.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도 마법 앞에선 어떤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아. 마법은 예상을 뛰어넘는 힘을 가졌으니까.”


이브자드는 걱정은 소년에게 닿지 않았다.


“마법도 베어낼 수 있다. 충분한 검술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그게 지금 말이라고⋯. 아니지, 넌 항상 불가능한 일만 해냈지.”


이브자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청사진을 돌돌 말았다.


“가져가. 그 청사진은 이제 네 것이야.”

“고맙다. 이브자드. 이 정도로 세세한 청사진을 만들려면 꽤 어려웠을 텐데.”

“그다지. 내가 늘 하던 일이기도 하고.”

“거래는 거래니까. 이번 혁명은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지.”

“그건⋯.”


쿵쿵쿵.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두 사람은 청사진을 근처 서랍장 안에 집어넣었다.


“누구십니까?”

“영주 직할대다. 이곳에 낯선 자가 장기 거주한다는 신고가 들어서 찾아왔다.”


소년이 검을 쥐려 하자, 이브자드는 고개를 저으며 소년의 행동을 말렸다.


“네. 금방 열어드리겠습니다.”


이브자드는 문을 열자, 쭉 찢어진 눈을 한 남자가 중무장한 채로 포목점 안으로 들어왔다.

철그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싸늘한 분위기가 포목점 안에 감돌았다.


“저 이곳엔 수상한 사람은 없습니다만⋯.”


이브자드는 당당한 혁명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허리를 굽실거리며 간사한 상인을 연기했다.


“수상한 사람이 없다고?”


중무장한 남자는 옆구리에 찬 곡도를 쥐었다.


“저 검을 맨 꼬마는 뭐지?”


소년은 이브자드에게 눈빛을 보냈다.


‘죽여도 되나?’


이브자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년을 막았다.


‘안돼. 안된다고. 여기에 걸린 게 얼마나 많은데.’


소년은 팔짱을 낀 채로 중무장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싸우면 어떻게 될지 머릿속으로 견적을 재는 중이었다.


“저 아이는 제 친척의 아인데, 아버지 어머니를 잃고 지금 어린 나이에 용병하는 친구입니다. 잠시 제가 돌봐주는 중이죠. 이상한 아이는 아닙니다.”

“그래?”


이브자드가 상황을 무마하려 했지만, 영주 직할대의 병사는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린 주제에 사람 좀 죽여본 눈을 하고 있군.”

“⋯.”

“너 정말 어린 애 맞나?”


이브자드는 소년을 잡아끌며 자신의 뒤로 숨겼다.


“지금까지 용병으로 지냈으니까요. 요즘 시대가 얼마나 험합니까.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니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십쇼.”

“나는 공무를 집행 중이다. 지금 자네는 그걸 방해하고 있고.”


히죽거리는 입꼬리.

이브자드는 그 입꼬리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브자드는 선반 밑에 들어가 두툼한 가죽 주머니 하나를 꺼내 영주 직할 대원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브자드의 표정엔 조금의 굴욕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이곳엔 수상한 사람은 없군.”

“그렇습니다. 어르신.”

“다들 조심하라고. 안 그래도, 방금 주인 없는 엘프 노예가 돌아다녀서 붙잡았거든.”

“엘프 노예?”

“반란 분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이곳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할 거야. 알겠어?”


그 말을 듣자마자 소년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한 기운이 뿜어졌다.


“자⋯잠깐!”


이브자드가 말릴 틈도 없었다.

소년은 등을 돌려 떠나려는 영주 직할 대원을 쓰러트리고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자세히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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