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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최근연재일 :
2023.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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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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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7화


이브자드는 포목점의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의 벽면을 빼곡히 채운 천과 양탄자들.

먼지와 흙냄새가 풍기는 지하실은 깊고 어두웠다.


"어이 엘프 조심해. 다 상품들이라고, 만약 때 타면 사줘야 하는데 돈은 있어?"

"안 만져요!'


소년은 의아하다는 듯 이브자드에게 물었다.


"이 가게는 장식 아니었나?"

"파는 게 하나뿐인 장사꾼이 어딨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거지. 나 이 도시에서 꽤 잘 나가는 포목점을 운영한다고."


이브자드는 툴툴거리면서도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아무튼 네가 함께해 주는 덕에 일이 편해졌어. 정말 다행이야."

"네가 말하는 혁명 나부랭이에 놀아날 생각 없다. 이건 거래일 뿐이니까."

"알아. 알고 있다고. 근데 너 실력이 죽진 않았지?"

"확인해 보고 싶나?"


소년이 등 뒤의 검을 쥐자, 이브자드는 너스레를 떨어대었다.


"아하하. 그건 싫은데. 난 아직 죽기엔 젊다고. 날 찾는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내가 죽으면 혁명을 누가 팔겠냐고."

"..."

"실력이 죽지 않았으면 됐어. 그리고 말이야, 넌 피를 보려는 그 버릇을 고쳐야 해. 저기 엘프 아가씨가 네가 해온 걸 알면 정나미 떨어져서 도망갈걸?"

"닥쳐."


이브자드는 구시렁거리며 지하 창고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지하 창고는 엘프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거대했다.

흙으로 된 통로가 사방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어둠이 엘프의 주위를 엄습했고, 엘프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브자드가 든 등불뿐이었다.

이 거미줄 같은 미로 속을 이브자드는 헤매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자자. 곧 도착한다."


외길의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던 엘프는 갑자기 재채기했다.


'흙냄새에 쇳내가 나. 그리고···. 석탄을 태우는 냄새도 같이.'


서늘했던 통로의 앞에 온풍이 불어왔다.

어둠 속에서 창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

잔뜩 긴장한 그 남자는 창을 찌를 듯 세우고 외쳤다.


"정지! 누구냐!"


남자는 이브자드의 얼굴을 보더니 친근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브자드?"

"이 통로로 올 사람이 나 말고 누가 있겠어. 나야 나."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이야?"

"혁명을 앞당기기에 왔지."


이브자드는 남자를 끌어안으며 쾌활하게 웃었다.


"우리 고객님은 어딨어? 급하게 할 말이 있는데."

"그건···."


남자는 이브자드의 뒤에 있는 소년과 엘프를 보더니 말을 아꼈다.


"이 친구들 때문에? 걱정하지 마. 우리 혁명을 도와줄 사람들이야."

"하지만···. 꼬마랑 엘프잖아."

"그건 걱정하지 마. 이 꼬마는 나랑 같이 일한 적 있거든. 대성전의 검귀에 대해선 들어본 적 있지?"

"그게 저 꼬마라고? 내가 듣기론 오우거보다 거대한 괴물이라고 들었는데···."


남자의 눈에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스쳤다.

엘프는 그것을 알아챘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런 것에 딱히 신경 쓰지 않는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저 엘프는···. 이봐 엘프 아가씨. 뭐 잘하는 거 있어?"

"제 이름은 ‘이봐’가 아닌데요."

"아니 그래서 잘하는 게 있냐고."


엘프는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활을 잘 쏴요. 마법도 할 줄 알지만, 이 땅에선 못해요."

"쓸만하네. 아무튼 그렇데. 혁명에 도움 되는 인간들을 데려왔으니까. 어서 들여보내 주지 않을래?"

"낯선 사람은 믿을 수 없지만···. 이브자드 자네는 믿을 수 있으니까. 도련님은 병실에서 다친 병사들을 돌보고 계시다."


남자가 창을 거두고 이브자드는 통로의 끝을 향해 걸어갔다.


"자네답지 않게 인망이 넘치는군."

"상인에게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알아? 언제 어디서 고객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자네도 친절을 가장하고 몸에 배도록 노력하는 게 좋아."

"쓸데없는 조언이군."


들어갈수록, 강해지는 쇳내에 엘프는 코를 틀어막았다.


"도대체 어디서···."


통로의 끝에는 얼기설기 나무를 엮어 만든 문이 달려 있었다.

이브자드가 문을 열자, 강렬한 온풍이 몰아쳤다.


"흐읏."


엘프는 비정상적인 열기에 몸을 나누지 못했다.

참아왔던 숨이 터져 나오면서, 엘프는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 조심해!"

"지금 망치로 때려!"

"검은 나중에 만들고, 우선은 창부터 만들어!"

"석탄 넣어! 쇠가 안 녹잖아!"


쇳물을 거푸집에 붓고, 모루 위에 강철 올리고 망치로 내리친다.

강렬한 열기가 방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조금의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로의 열기보다 뜨거운 그들의 열정이 엘프의 가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곳은 병기창이군. 작긴 하지만 알차군."


소년은 단순하게 일축했지만, 엘프는 난생처음 광경에 감탄했다.


"이건···. 굉장하네요."

"버려진 광산을 개조해 만들었지. 6개월 정도 걸렸나.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어. 아무튼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니, 어서 가자고."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 걸까.'


엘프들이 무구를 만드는 방식은 전혀 달랐기에 엘프는 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장이 들은 쇠를 모아 화염 속에 집어넣고, 두들기고 식히고를 반복한다.

베고 찌르기 좋게 형태를 잡은 강철에 날을 벼른다.

그 과정은 위험하고 고되기 그지없었지만, 싫은 표정 짓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는 엘프를 쳐다보지 않고 온 정신을 무기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굉장해요. 주인님의 검도 저런 방식으로 만든 것이겠죠?"

"..."

"주인님?"

"조용히 해라."


엘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따라갔다.


"네가 그렇게 떠들면, 저들이 다칠지도 모른다. 저들을 방해하지 마라."

"네."


소년은 엘프에게 손을 뻗었다.


"잡아라."


소년이 엘프에게 먼저 손을 뻗은 것은 처음이었다.


"네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불안하다.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내 곁에 붙어 다녀라."


소년은 단지 자기 신경에 거슬리지 말라고 한 행동이지만 엘프에겐 달랐다.

엘프는 소년의 손을 꽉 붙잡았다.


"절대 안 놓을게요!"

"하···."


소년이 한숨을 쉬는 모습에 이브자드는 낄낄거리며, 병기창 밖으로 빠져나갔다.


"병실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

"네."


엘프는 소년이 먼저 다가와 준 것에 만족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소년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 엘프는 소년에게 말했다.


"이브자드는 굉장한 사람 같아요. 이런 장소는 어떻게 만든 걸까요?"

"녀석은 마법을 부릴 줄 안다."

"마법사인 건가요?"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보다 무섭다. 놈은 혓바닥으로 마법을 부리니까. 사람을 희롱하고 유혹하는 악마 같은 놈이지. 지옥 길을 천국으로 가는 길로 포장하는 게 놈의 특기다."

"거참 말이 심하네. 내가 언제 가라고 등을 떠밀었나? 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눈치채고 말할 뿐이라고."


이바자드는 툴툴거리긴 했지만, 소년의 말에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이브자드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

"난 비싼 게 좋으니까. 황금보다 자유가 비싸거든.“

”그건 정답이 아닌데요?“

”하하하. 이 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알려 줄게. 보면 너도 이해할걸?“


이브자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혁명이나 자유를 말할 때, 이브자드의 눈은 항상 그랬다.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병기를 만들던 장이 들의 눈도 이브자드와 같았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열정에 사로잡히게 만드는지 엘프로선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열정을 퍼부으며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내던 그 모습.

엘프에게선 보기 드문 종류의 감정이었다.


"이곳이 병실이야."


병실의 안엔 역겨운 냄새로 가득했다.

쓰러진 채로 신음을 내뱉은 사람과 그들의 사이를 돌아다니며 치료하는 치유사들.

상처를 감싼 붕대엔 피가 아닌 진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붕대! 붕대 어딨어."

"붕대 여깄습니다. 하지만 재고 이제 오늘 사용할 정도 말고는···."

"진통제에 이어서 붕대까지···. 일단은 있는 것을 최대한 사용해 보자. 다들 움직여."


구석에 흰옷을 입고, 얼굴을 천으로 덮은 치료사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몸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그 남자의 눈 밑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피로를 의지로 견뎌내고 있었다.


"신이시여···."


치료사는 계속해서 기도를 올렸다.

아픈 병자들이 어서 낫길 바라는 기도인지, 아니면 쓰러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인지 알 순 없었다.


그때 한 환자는 치료사의 팔을 붙잡았다.

붕대에선 진물이 아닌 붉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환자는 상처를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고, 그 상처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제가···. 저희만 살아 돌아와서."


환자는 쉰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치유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은 채로 환자의 손을 붙잡았다.

환자의 피가 잔뜩 묻어 치유사의 옷과 손이 더러워졌지만, 치유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환자만을 바라보았다.


"아니다. 괜찮다. 살아와 준 것만으로 고맙다. 너희가 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그러니 그런 나약한 소리 하지 마라. 너희가 영지의 기둥이니까."

"도련님···. 부탁드립니다···. 꼭···."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상처가 깊어. 나아서 영지를 탈환하는 것을 봐야지."

"꼭···. 성공하시길···."


그 치료사는 환자와 함께 기도를 올렸다.

치료사의 표정은 울상을 지을 뿐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게 감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눈물은 소모되는 것이기에, 이미 앞서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다면 그런 표정을 짓기 마련이었다.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신께서 우리와 함께···."


환자의 손이 미끄러졌고, 환자는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치료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환자를 향해 이동했다.


"붕대가 생겼다. 이 환자의 붕대를 빨아서 다른 환자에게 쓰도록."

"..."


이브자드는 그 치유사에게 다가갔다.


"꽤 심각한 상황인가 보군요. 도련님."

"영지를 습격하려 했던 시도가 실패했다. 다친 병사를 치료할 물자가 부족해. 물자를 더 구해다 줄 순 없나, 이브자드?"


치유사는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을 벗으면서 말했다.


치유사는 몸은 컸지만, 얼굴은 어린아이의 티를 완전히 벗어 던지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소년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인 듯 보였다.


"구해다 드릴 순 있지만, 값은 치르셔야 합니다. 적어도 은 광산 하나는 넘겨주실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비싸군."

"하지만 고객님은 더 비싼 것을 얻으시게 되겠죠. 자유 말입니다."


치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없었더라면, 이 혁명은 시작도 못 했겠지. 혁명에 성공하면 반드시 값은 치르겠네. 우선은 투쟁을 이어 나갈 물자가 필요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어."

"걱정하지 마십쇼. 이 혁명을 앞당길 수 있을 겁니다. 제 지인을 데려왔거든요. 훌륭한 전사입니다."


치유사의 시선이 소년과 엘프를 향했다.


"전사?"

"훌륭한 전사죠. 대성전의 검귀에 대해서 소문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게 저 친구죠."

"자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검귀는 성전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들었는데?"

"저는 상품을 가지고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치유사는 이브자드의 진지한 눈을 보고는 납득을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싸울 수 있는 자라면 환영이야."


치유사는 소년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에겐 사람을 다루는 카리스마가 몸에 배어 있었다.


”만나서 반갑네. 나는 쿤 아바스. 아바스 영지의 정당한 후계자이자 여기 혁명군을 이끄는 수장이네.“


숨길 수 없는 위엄이 쿤 아바스의 말투 속에 숨겨져 있었다.

소년은 쿤 아바스의 손을 붙잡지 않았다.


”숨⋯.“


소년의 관심은 쿤 아비스에게 있지 않았다.

아까 전 쿤 아비스의 손을 붙잡았던 환자를 향해 걸어갔다.


”이 녀석 아직 안 죽었다. 옅지만 숨은 붙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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