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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최근연재일 :
2023.11.07 19:2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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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추천수 :
18
글자수 :
63,898

작성
23.10.24 14:49
조회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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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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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1화


"좋은 노예를 찾으십니까?"


노예 상인은 사람 좋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손님에게 말했다.


"좋은 노예란 건 뭐지?"

"좋은 노예는···. 순종적인 노예를 말하는 것이죠. 주인을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그런 노예 말입니다. 주인에게 종속되어 있고, 주인을 위해 봉사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그런 노예. 저희 가게에서 취급하는 노예는 전부 좋은 노예들입니다."

"좋은 병사와 같은 것인가?"

"...."


노예 상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

엘프는 귀를 쫑긋거리며 철창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다르지요. 왜냐면 병사는 전쟁을 수행하지만, 노예의 목적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노예의 목적?"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요."


노예 상인의 눈동자를 돌리다가 약간 짜증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


"남자 노예는 광산이나 벌목소에 보냅니다. 여자 노예는 음식을 만들거나 집을 청소하고요. 큰 저택을 관리하신다면 여자 노예는 필수입죠. 또 이게 좋은 게 남자 노예랑 여자 노예랑 접붙이면···."

"나는 노예를 광산에 보낼 이유가 없다. 밥을 짓거나 집을 청소하는 건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고."


노예 상인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이해했습니다. 은밀한 욕망을 해소하고 싶은 것이군요. 손님은 어려 보입니다만···. 뭐 한창때라면 한창때이겠지요. 저희가 보유한 노예 중엔 귀족들의 첩으로 쓸 노예들도 많습니다. 약간의 품을 더 취급해 주신다면야···."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유, 감사합니다. 원하시는 노예가 있다면 바로 말씀해 주십쇼. 제가 지옥 끝에서라도 데려오겠습니다."


엘프는 귀를 쫑긋거리며 노예 상인과 대화하는 남자를 보기 위해 철장에 얼굴을 기댔다.

엘프는 지금 노예의 앞은 장막 가려져 있었다.

엘프의 눈에는 노예 상인의 얼굴 말곤 보이지 않았다.


"찾으신 노예의 조건이 있습니까?"

"장생종."

"자···. 장생종 말입니까? 있기는 합니다만···. 꽤 가격이 나가는 친구들이라···."

"오래 살아야 한다. 나보다 오래."

"손님은 젊으신데···. 그래도 이게 쉽게 드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오래 살길 바란다면···. 차라리 값싼 어린애 노예를 구매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미랑 같이 구매하시면 특가로 드리겠습니다."

"장생종이 아니면 안 된다."


시시덕거리던 노예 상인의 얼굴이 사납게 변했다.


"하···. 손님. 돈이 부족하다 이 말입니다."


쨍그랑.


"아이고! 감사합니다. 손님에게 맞는 노예가 지금 하나 있습니다."

"반드시 장생종이여야 한다."


엘프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노예로 붙잡힌 지 언 50년 동안 장생종 노예를 찾는 사람은 백에 한 명이었다.

그중 절반은 노예를 살 자격도 되지 않는 얼치기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귀족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장생종 노예를 살 수 있는 돈이라면 일반 노예 10,000명은 거뜬히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으니까.

10000명의 노예보다 장생종 노예가 우월한 것이 있는가?

굳이 말하자면 영원토록 지속되는 미모겠지만 그것도 구매할 때의 잠시일 뿐.

아름다운 미녀를 구매하고 싶은 것이라면 더 싼 값에 더 쉽게 더 자주 구할 수 있으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

장생종 노예란 건 가문의 힘을 과시하는 용도 정도 외에는 도통 쓸모가 없는 법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십시오."


장막의 뒤에서 한 소년이 나타났다.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갑옷과 몸집에 맞지 않는 커다란 칼.

더욱 어울리지 않는 것은 14살 정도로 보이는 얼굴에 비해, 얼굴에 흉터가 많았다.


"노예는 어디에 있지."


노예 상인은 손을 싹싹 비비며 자리를 옮겼다.


"이쪽으로 오시죠."


엘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긴 세월 동안, 이 철장 안에 갇혀있었고 그것도 끝이었다.

이 노예 상인이 가진 장생종은 엘프 한 명뿐이었으니까.

소년의 정체가 어떻게 장생종을 살 돈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이 철장을 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이 엘프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정말 귀한 녀석인데···. 저희 아버지께서 데려온 녀석이죠. 정말 참하고 좋은 노예입니다."

"내가 시키는 것은 뭐든 듣는···?"

"예. 그렇죠."


소년의 말투엔 억양이 없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지친 눈으로 엘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 군."

"장생종의 대명사입죠. 장생종 하면 엘프, 엘프 하면 장생종 아닙니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나. 철창을 열고서 말이야."

"구속 마법이 걸려 있으니 상관없겠죠."


노예 상인은 철장의 문을 열었다.


"자알 보시지요. 어디에서도 이런 엘프 노예를 구할 수 없을 겁니다."


시시덕거리는 노예 상인.

소년은 엘프에게 다가갔다.


"이봐 엘프. 고개를 들어라."

"네."


엘프는 어울리지도 않는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이런 것을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었지만, 엘프로선 최선의 노력이었다.


"미친 짓 하지 말고 내 질문에 답해라."

"네?"

"미친 짓 하지 말라고."


엘프는 자신의 미모와 교태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엘프였다.

미의 화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위상을 가진 엘프를 두고서 미친 짓이라니.

엘프는 자신이 오랜 감금 생활로 자신의 미모가 상했는지 생각했다.

영원한 젊음과 이상한 비례의 아름다움을 가진 엘프의 미모가 겨우 몇십 년의 감금으로 상할 리가 없었다.

소년은 단단히 미쳐있다.

엘프는 그렇게 단정 지었다.


"내겐 중요한 일이다. 내가 묻는 말에만 답해라."

"네. 알겠습니다."


엘프는 더 이상 교태를 부리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든 이 소년은 자신을 구매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장생종은 얼마나 살 수 있지?"

"1000년은 거뜬하죠."

"그러면 1000년은 날 기억해 줄 사람이 생기겠군."


소년은 때가 탄 어른이 짓는 듯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 꼬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엘프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늙은 인간보다 몇 배는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런 엘프도 이토록 어린아이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적 없었다.

생경하면서도 거북한 감정을 느낀 엘프는 표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어린아이 지을 표정이 아니었고, 어떤 지옥을 겪어오면 이런 얼굴을 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엘프는 죄악감을 느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구매하겠다."

"네. 감사합니다. 값은 어떻게 치르겠습니까? 참고로 할부는 안 됩니다. 장생종은 말이죠···."

"일시불로 하겠다."

"만 골드나 하는데요?"

"돈은 있다."

"제대로 지급만 하신다면야 상관없습니다만···."


소년은 무슨 종이 같은 것을 꺼내 노예 상인에게 건네주었다.

노예 상인은 종이를 받자마자 절이라도 하듯 몸을 바닥 깊이 숙이며 외쳤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십쇼!"

"다음에 이곳에 올 일은 없을 거다."


소년은 엘프의 목줄을 붙잡았다.


"걸을 수 있느냐?"

"네?"

"고개만 끄덕여라. 걸을 수 있느냐? 난 널 비싼 값에 샀다. 넌 노예···. 그러니까 내 말을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인 거지. 난 너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것이다. 가는 길이 험하니, 가는 길에 죽으면 내 계획은 전부 산산조각 난다."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은 방긋 웃으며 엘프를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웃는 것은 또래의 소년처럼 보여, 엘프의 죄책감을 더했다.

한 번은 때 묻은 어른처럼 웃고 이럴 때는 또래의 소년처럼 웃었다.

무엇이 이 소년의 진짜 모습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아니 잠시만요. 아직 절차가 하나 남았습니다."


소년이 엘프를 데려가려 하자, 노예 상인은 서둘러 일어나 소년의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이 노예를 구매한 것 아닌가?"

"예속 주술을 새겨야 합니다. 그래야만 노예가 주인에게 반항하지 않습니다."


소년은 불쾌하다는 듯 노예 상인을 바라봤다.


"예속 주문이라···."

"국법에서도 노예를 판매하면 예속 주술을 새겨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안 적으면 노예가 탈출해서 평민 사이에 섞여버리니까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소년은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해라.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네. 간단합니다."


노예 상인은 가죽 주머니에서 보라색 가루를 한 움큼 꺼내 엘프에게 마구 뿌려대었다.


"자 꼬마 주인님. 저를 따라 읊으시지요."


노예 상인은 길거리 연극의 주인공이라도 크고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영혼을 굽어살피는 데우스이시여! 들어주소서!"

"영혼을 굽어살피는 데우스이시여···. 들어주소서⋯."

"한 사람의 목숨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영원한 예속을 내려주소서!"

"한 사람의 목숨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영원한 예속을 내려주소서···."

"하늘과 땅과 별이 이 관계의 증인이니! 이 맹약을 어기는 자는 영혼이 갈가리 찢기리라!"

"하늘과 땅과 별이 이 관계의 증인이니···. 이 맹약을 어기는 자는 영혼이 갈가리 찢기리라···."


잠시 후 엘프의 목에 그려진 문신이 보라색 빛을 발했다 사라졌다.

엘프는 이 꼬마 주인을 향한 진한 갈망과 순종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이런 갈망에 쉽게 휘둘렸을 테지만, 엘프에겐 아니었다.


"네. 이제 되었습니다."

"마치, 결혼식 같군."

"영혼과 영혼을 잇는 주술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안내 사항이 있습니다."

"또 뭐지?"

"장생종들은 오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강한 영혼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주술이 변질되거나···. 최악의 경우 깨질 수도 있죠. 이것을 막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 귀찮군. 빨리 말해라."


노예 상인은 아까 전 뿌린 가루가 들어있던 주머니를 흔들어 댔다.


"이 가루입죠. 이 가루의 이름은 바이올 가루라고 하는데. 들이마실수록, 주술의 힘은 강해지고, 예속의 힘은 커질 것입니다. 5년에 한 번 정도는 뿌려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역으로 잡아먹힐 일이 생길 수도 있죠. 이래서 장생종과의 계약을 다들 꺼리는 것이죠. 이 바이올 가루가 꽤 비싼 것인데···. 제가 꼬마 주인님을 위해서 단돈···."

"필요 없다."


소년은 엘프의 목줄을 붙잡고 노예 상인의 가게를 빠져나갔다.

엘프는 오랜만에 느끼는 철창 밖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짜릿하고 기분 좋았다.

아직 완전한 자유는 아니었지만, 철장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엘프에게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또 미친 짓을 하는군."

"주인님은 모르실 거예요. 저 철장 안이 얼마나 답답한데요."

"나는 너에게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너는 내가 필요로 할 때, 내가 요구할 때만 대답해라."

"..."

"대답해라."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주술의 힘은 굉장했다.

엘프는 고귀하고 반항적인 법인데 그런 그녀의 입을 다물게 했으니까.

적어도 소년은 그것이 주술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에게 시킬 일은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대답."

"네. 듣고 있습니다. 주인님."


소년은 무미건조한 어투로 어떤 기쁨도 없이 말했다.

값비싼 엘프 노예를 구매한 사람이라고 하기엔 소년의 감정은 극히 메말라 있었다.

엘프는 이 나이 또래의 인간들은 더욱 감정이 풍부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가 노예가 되기 이전 보았던 인간들은 그 짧은 삶 속에 넘치는 감정을 터트리며 살아갔으니까.


"내가 말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기억하는 것이다."


엘프는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명령인가요?"

"그래.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널 노역장에 보내지도 않을 거고, 너에게 요리하라거나 집을 치우라고도 하지 않을 거다. 넌 그저 내가 말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삶을 기억하는 것뿐이다."

"..."


엘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곧 자유를 얻을 그녀에게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짧은 여흥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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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10.27 19:40
    No. 1

    마치 고대의 작품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정교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감탄하고 갑니다. 환등 작가님은 아마추어가 아닌 것 같군요. 프로 냄새가 풍기고 있군요.
    선작, 추천 누르며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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