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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최근연재일 :
2023.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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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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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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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DUMMY

6화


소년이 답했다.


"없다."

"황궁에 침투할 방법을 찾는 사람이 혁명에 관심이 없다고? 어불성설이지."

"혁명은 나완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자네가 말하는 혁명은 그런 게 아니잖아. 자넨 그냥 이 세상이 쾅 하고 폭발하길 바라는 불순분자에 지나지 않아."

"혁명은 말이야···.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고!"


이브자드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떠난 뒤, 군단을 떠난 후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원래부터 재수 없는 꼬맹이이긴 하지만, 조막만 한 시절엔 골려 먹지 좋은 순진한 애새끼였잖아. 왜 어른이 된 척하고 있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이브자드의 시선은 엘프를 향했다.


"엘프 노예를 데리고 다닐 정도면 볼 장 다 본 거 아닌가?"


엘프는 후드를 벗었다.


"제가 엘프인 건 어떻게 안거예요? 귀도 가렸는데."

"피부가 하얗고 반들반들하잖아. 이 사막에서 하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고. 숲속에서 자기들끼리 알콩달콩 살아가시는 엘프님들은 모르겠지만."


엘프는 이 이브자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들건들한 태도도 그랬고, 엘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는 것도 그랬다.


"엘프에 대해서 잘 아시나 보군요."

"이 수백 살 먹은 아가씨야. 나는 상인이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봤다고. 엘프랑도 거래를 해본 적 있지. 천진난만해서 속여먹기 쉬워서 참 좋았어. 세상 사람들이 다 그랬으면 나도 금방 부자가 됐을 텐데."

"이봐요!"

"이브자드의 혓바닥에 휘둘리지 마라. 그리고 이브자드. 내 엘프를 놀리지 마라. 널 죽이는 건 내게 일도 아니야."

"어허허허. 꼴에 남자다 이거야?"


소년은 검을 움켜쥐고, 이브자드에게 일렀다.


"네가 황궁에 침투할 지도를 구해준다면 네 작업을 도와주지. 하지만 깊게 관여할 생각은 없어. 어떻게 할 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툭툭.

이브자드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시시덕거렸다.


"나는 거래는 확실히 해. 우리 알잖아. 서로 어떤 인간인지. 넌 사람을 잘 죽이고, 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잘 구해주고."

"...."

"아무튼 구해다 줄 방법은 있어. 어떻게 할래?"


소년이 검을 집어넣자, 이브자드는 미소를 지었다.


"혁명가가 된 걸 환영하지. 오랜만에 같이 임무를 수행하겠군."


이브자드는 악수를 청했지만, 소년은 응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곳을 마련해라. 내 노예가 피곤해한다. 우린 먼 길을 가야 한다."

"숙박비는 별도야. 돈은 있어?"


소년은 품에서 금화를 꺼내 그대로 이브자드의 얼굴에 던졌다.

금화는 쏜살같이 날아갔지만, 이브자드는 금화를 가볍게 받아내었다.

금화를 빛에 비추던 이브자드는 시시덕대며 깊게 고개 숙였다.


"흐흐흐. 우리 이브자드 여관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지요."


- - - -


엘프는 잠에 들지 못했다.

푹신한 침대와, 따듯한 벽난로도 있었지만, 엘프는 이 자리가 불편했다.

소년과 같은 텐트 속에서 잠에 들던 그때엔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다.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인 걸까. 형벌 군단은 무슨 말이고?'


엘프는 이브자드란 인간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광기 어린 번들거리는 눈이 마음에 걸렸다.

소년이 기억하라고 한 사람들은 전부 저런 인간일까?

엘프는 소년이 자신에게 어떤 것도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에 화가 났다.


엘프는 침대에서 일어나 등에 불을 켰다.

방 안의 어둠이 등불에 의해 벗겨지고, 온후한 빛으로 가득하였다.


"바람이나 쐬어야겠어."


사막의 밤은 추웠지만 광활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의 밤은 따뜻했지만 축 처지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조금 더 넓어졌을 뿐, 노예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

엘프는 차라리 이 도시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소년은 이곳에 한동안 머물 것이다.

엘프는 자신이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끼익.

엘프가 문을 열고 밖에 나서니 계단 아래에 불이 켜져 있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엘프는 숨을 죽인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는 안경을 쓴 이브자드가 책상에 앉아 종이에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잠이 안 오나? 왜? 불편해? 우유라도 끓여줘?"


이브자드는 펜을 잉크통에 꽂고 엘프를 바라봤다.

낮에 그 광기 어린 모습은 어디 가고 평범한 모습을 한 이브자드의 모습에 엘프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잠깐 바람 쐬러 나온 거예요."

"나가지 않는 게 좋을걸. 엘프 아가씨가 돌아다니기엔 이 도시의 치안은 그렇게 좋지 않거든."

"그 치안을 나쁘게 만든 사람은 당신 아닌가요?"

"나 원.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도 지껄이네. 검귀 녀석이랑 똑같아."


이브자드는 안경을 벗고 기지개를 켰다.


"우유를 끓여줄게. 기다려."


무엇이 이브자드의 진짜 모습인지 엘프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친절한 상인이었다가, 미친 반동분자가 되었다가.

인간이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심심하면 이야기나 하자고. 묻고 싶은 게 있는 거지. 너 검귀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데?"


엘프는 이브자드가 불편했지만, 소년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브자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엘프가 자리에 앉으니, 이브자드는 김이 나는 주전자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브자드는 데운 우유를 엘프에게 건넸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입에 머금은 엘프는 온몸에 퍼지는 온기를 느꼈다.

그동안에 긴장이 단숨에 퍼지는 기분.

이브자드는 그런 엘프를 보며 웃었다.


"잘도 마시는군. 내가 거기의 약이라도 타면 어떻게 하려고?"


엘프는 놀란 눈으로 우유가 담긴 잔을 바라봤다.

이브자드는 껄껄 웃었다.


"걱정하지 마. 설탕 좀 넣었을 뿐이야. 널 건드리면 검귀 자식한테 참살당할 텐데, 왜 그런 짓을 하겠어."


엘프는 우유를 테이블 위에 휙 내려놓았다.


"엘프는 정말 어린 애 같다니까. 너무 순진해."

"..."

"그래서 미워할 수 없어."


입술을 삐쭉 내민 엘프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 당신이 싫어요."

"그래도 괜찮아. 나는 재밌거든."


이브자드는 검은빛으로 반짝이는 음료를 들이켜며 말했다.


"이건 못 줘. 이교도의 음료거든. 커피라고 부르는데. 잠을 못 자게 만드는 마법의 음료지."

"잠을 못 자는 건 괴롭잖아요. 그건 그냥 고문이잖아요."

"수명이 긴 엘프는 그렇겠지. 인간에겐 시간이 부족해. 해결할 일이 산더미인데 느긋하게 잘 시간이 없다고."


이브자드는 잔을 내려놓고 양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그래. 뭐가 궁금하신 걸까?"

"당신이랑 주인님의 관계요."

"그 꼬마 녀석이 하나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나?"


엘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브자드는 허탈한 듯 웃었다.


"운명 공동체였지, 우리는. 서로 지켜주고, 임무를 위해 목숨 걸던 그런 사이. 끈끈했었지."

"주인님은 병사였나요?"

"조금 달라. 우린 병사가 아니었거든. 죄인이었지."

"죄인?"


이브자드의 눈빛은 탁하게 변했다.

소년이 늘 보여주던 그런 눈빛과 같았다.


"흑색 군단. 이름은 들어본 적 있나?"


엘프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전 노예라서 계속 갇혀있었거든요."

"2차 대성전은?"

"몰라요. 큰 전쟁이 몇 번 있었다는 건 알지만···."


이브자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색 군단은 2차 대성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죄인들을 모아서 만든 부대였어. 그 검귀 자식과 나는 같은 흑색 군단의 일원이었지. 목숨을 걸고,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고···."


이브자드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커피를 홀짝였다.


"참 지독한 시간을 보냈지. 나는 다행히 중간에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녀석은 마지막까지 그곳에 남았겠지."

"당신은 밀수꾼이었죠?"

"하하하. 정정하지. 나는 그저 상인일 뿐이야. 내가 파는 게 좀 특별해서 그렇지."

"특별한 것?"


이브자드는 낮에 보았을 때와 같이 번들거리는 눈을 했다.


"자유. 나는 돈보다 귀한 자유를 파는 사람이었어. 이단이든, 다른 종족이든 해방을 원한다면 무엇이든 팔아치웠지. 혁명의 뒤엔 항상 내가 있었어. 자유를 원하는 자, 나를 찾아오라. 당시의 내 신조였지."

"주인님이 왜 당신을 반란 분자에 위험한 사상범이라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검귀 자식은 억눌린 자들이 해방에 성공하는 그 짜릿함을 몰라서 그래."


이브자드는 실소를 흘렸다.

엘프가 보기엔 이브자드는 자신을 자조하듯 웃었다.


"흑색 군단에서 살아남은 놈들은 대부분 나 같은 놈들이야.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가지고 악착같이 견뎌온 놈들이지."

"주인님도요?"

"아···. 걔는 좀 달라. 누구도 죽일 수 없었거든. 누가 봐도 죽으러 가는 길인데 놈은 반드시 살아 돌아왔지. 한 번은 다들 죽은 줄 알고, 장례식을 치르려 했는데, 피 칠갑을 한 채 식당에 와서 밥 달라고 하더라니까?"


엘프는 소년을 향한 이브자드의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엘프가 아는 어떤 애정과도 달랐다.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

이브자드는 소년의 강함을 신뢰하고 있었다.


"괴물 같은 자식. 자기가 제일 위험한 녀석이면서 누구보고 사상범이래."

"주인님은 제게 죽은 사람들을 기억해 달라고 했어요. 빅토르, 테일러, 애쉬. 그들은 흑색 군단의 일원이었나요?"

"그리운 이름들이네. 맞아. 다 흑색 군단이었지. 빅토르 그 자식은 자기 아내를 능욕한 영주를 활로 쏴서 죽여버린 놈이었지. 테일러는 밀주에 독을 타서 도적 길드를 쓸어버린 놈이었고, 애쉬는 뭐했더라···. 아 맞아. 영주 아들놈을 고자로 만들었던가? 하하하아···."


실실거리던 이브자드는 웃음을 멈췄다.


"그래···. 모두 죽었군. 다 죽었어. 어차피 마지막에 곱게 죽을 거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병신 같은 놈들."


이브자드는 엘프를 바라봤다.


"녀석을 잘 돌봐줘. 모두가 녀석을 귀여워했거든. 잘 보면 녀석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낮에 널 놀리니까 바로 발끈하잖아. 귀여운 자식."

"주인님은 제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아요. 자신에 대해선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요."

"나도 녀석의 과거는 잘 몰라. 다만 아는 건···. 우리는 죄를 행해서 흑색 군단에 들어갔지만, 녀석은 죄를 행해서 흑색 군단에 온 게 아니라는 것 정도려나."

"..."

"아무튼 이제 들어가서 자라. 어디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이곳의 영주는 꽤 쓰레기라. 널 보면 눈이 돌아갈 거다."


엘프는 이브자드에게 소년에 대해서 더 묻고 싶었지만, 이브자드는 손을 휘저으며 돌아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당신은 주인님의 손에 피를 묻힐 생각이죠? 꼭 그래야만 하나요? 그냥 옛정으로 도와줄 순 없나요?"


엘프는 마지막으로 이브자드에게 물었지만, 이브자드는 비틀어진 미소로 화답했다.


"엘프 아가씨. 상인에겐 공짜란 없어. 인간에 대해 더 공부해."


- - - -


소년은 엘프에게 수프를 건네며 말했다.


"잠을 못 잤나?"

"조금은요."


엘프는 소년에게서 수프를 받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잠은 중요하다. 잘 수 있을 때 자둬라."


속 모를 소리를 지껄이는 소년.

엘프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데···.'


수프 속 흐물거리는 채소를 몇 번 휘저은 엘프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소년에게 말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넌 궁금하지 않은 게 없군."

"당신이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으니까요."

"..."


소년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고, 정갈한 자세로 조용히 수프를 마셨다.


"만약 이브자드란 사람이 당신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 거예요? 이게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인가요?"

"이미 거래했다. 난 이브자드를 돕고 지도를 얻는다."


소년은 담담히 말했다.


"이브자드는 위험한 놈이지만 실패할 계획을 세우는 놈은 아니야. 놈이 나에게 일을 맡긴다는 건, 내가 충분히 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 말은···."


엘프는 할 말을 삼켰다.


'당신이 칼을 휘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엘프는 빽 소리를 질렀다.


"난 몰라요!"

"수프가 식겠다. 배를 채우는 건 중요하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라."

"다들 잘 잤나? 식사는 잡쉈고?"


창고에서 퀭한 눈을 한 이브자드가 실실거리며 나타났다.


"이브자드. 피곤해 보이는군."

"자네가 혁명에 참여하니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거든."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이브자드.

소년은 그저 수프를 마시는 것에 집중했다.


'그 커피라는 음료는 사실 마시면 안 되는 독 같은 거 아닐까?'


이브자드는 소년의 어깨를 흔들어 댔다.

소년은 귀찮다는 듯 이브자드를 밀어내고 수프를 들이켰다.


"어서들 먹으라고. 만나게 해줄 사람들이 있거든."

"어딜 갈려고?"


이브자드는 노란 이를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내 고객님. 이 혁명에 기수가 될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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