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최근연재일 :
2023.11.07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36
추천수 :
18
글자수 :
63,898

작성
23.11.05 19:20
조회
13
추천
1
글자
13쪽

10화

DUMMY

10화


“나도 많은 것을 알지 않아. 대부분 사정이 있어서 그곳에 들어오게 된 거니까 자기 과거를 말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어디까지나 내가 들은 건 소문이었다.”


소년은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저녁놀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소년의 검은 머리카락을 전혀 다른 색으로 바꾸었다.


“가끔 외부에서 이브자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브자드에게 은밀한 부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브자드의 아버지를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

“이브자드와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사람들이 소문을 퍼트렸지. 이브자드의 아버지가 황궁 건설자라고.”


엘프는 소년의 표정을 살폈다.

늘 나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덤덤한 표정을 짓지만, 그 가면이 가끔 깨질 때가 있었다.

소년이 흑색 군단과 관련된 것을 말할 때만큼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소년은 예전에 대한 그리움에 허덕이는 보통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의 무용은 보통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지만.


“이브자드가 그렇게 유명한 집안의 사람이면, 엄청나게 부유한 사람일 텐데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소년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브자드의 아버지는 죽었다고 들었다.

왕을 능멸했다는 명목이었지. 알면 안 되는 것을 안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던 것인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에선 그랬다.”


엘프는 이브자드에 대해서 떠올렸다.

이브자드가 그렇게 혁명에 집착하는 것은 아버지를 잃은 복수 때문일지 몰랐다.

그렇다면 이브자드의 상실은 혁명을 빌미로 한 수많은 목숨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소년의 말처럼 소문을 풀어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브자드는 상류층을 대하는 것에 능숙했다. 박식하기로 따지면 바드를 제외하고서 제일 박식했지. 일반인은 알 수도 없을 교양과 지식을 뽐낼 때도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 소문이 사실이라 여겼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은 작은 포목점이나 운영하고 있지만요.”


소년은 피식 웃었다.


“넌 정말 말을 거침없이 하는군. 누구도 이브자드를 그런 식으로 폄훼 해본 적 없는데 말이야.”


엘프는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그것을 듣고 소년이 웃었다.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간질간질한 감정이 엘프의 가슴에 피어올랐다.


“처음엔 이브자드가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니 교활한 뱀자식이었죠.”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이브자드가 혁명에 진심인 건 분명하다. 놈이 그냥 부자가 되어 잘 먹고 잘살 생각이었으면, 얼마든지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아까 이브자드를 그렇게 까내려 놓고서 갑자기 칭찬하시네요.”


소년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곱든 밉든 우리는 흑색 군단이니까. 서로를 지켜주고 서로를 기억해 주고. 이젠 누구도 남지 않았지. 이젠 나 혼자뿐.”


소년에게 있어서 흑색 군단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엘프는 자신이 고향에 느끼는 그런 감정과 소년이 흑색 군단에 가지는 감정이 비슷하다고 여겼다.


사실 이 점은 엘프에게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사악하고 나쁜 주인이었다면 손목에 숨겨둔 유물 칼날을 이용하는 것에 어떤 부담도 느껴지지를 않았을 것이다.

엘프는 소년에게서 계속 동정심과 호기심을 느꼈다.

더욱 알고 싶었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그 마음 자체가 독이 되어 엘프의 가슴에 퍼졌다.


엘프와 소년은 반드시 떨어질 순간이 올 것이다.

수명이란 건 종족마다 다른 법이니까.

단명종과 장명종 사이엔 커다란 장벽이 있음을 엘프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엘프는 소년의 빈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차 드세요.”

“이제 궁금증은 해소 됐나? 그러면 재키 보손에 관해 이야기하지. 재키 보손은 원래⋯.”


저녁놀이 꺼지며 달이 차올랐다.

인간의 수명은 시간과 함께 깎여나간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여전히 살아있고, 서로를 기억하며 이어간다.

엘프는 소년이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소중한 것을 이어 나가려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시간은 소년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었다.

엘프에 비하자면 소년은 한 없이 짧은 시간을 살아왔다.

소년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살아가며 가장 소중한 것을 뽑아 엘프에 전달해 이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엘프도 그것을 알았기에, 소년의 말에 경청했다.


곧 엘프는 왜 소년이 자신을 구매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왜 장명종을 구매해야 했을까.

그저 오랫동안 기억해 줄 사람을 찾은 것인가?

아니라면⋯.

의문은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 해답을 엘프는 애써 묻지 않기로 했다.

소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자체로 충분했으니까.


- - - -


“너희는 쓰레기다.”


다음 날 아침, 포목점의 뒷길을 통해 들어간 혁명군의 아지트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울렸다.

발을 구르는 소리.

옷과 창대가 스치며 들리는 소리.

규칙성 따윈 찾아볼 수 없는 혼란들.


“복창해라. 나는 쓰레기다.”


공터에는 군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오합지졸이 모여있었다.

수는 대략 40~50명 정도였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지, 온몸이 빼빼 말라 있었다.

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단상 위에 올라간 소년은 검을 쥐고 흉흉한 기색을 내뿜었다.


“복창!”

“나는 쓰레기다!”


누구도 소년이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이 얼마나 전투와 전쟁을 많이 치렀는지 얼굴의 상처와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혁명군은 소년의 지시에 따르라는 쿤 아비스의 명령 또한 들었기에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반드시 기억해 두도록. 너희는 쓰레기다. 왜 그런 줄 아느냐?”

“⋯.”

“너희가 지금 상태로 전쟁에 나가면 쓰레기처럼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명군의 눈가에 절망이 어렸다.


“너희를 단숨에 훌륭한 정병으로 키워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 상태대로라면, 창 한 번 찌르지 못하고 죽을 거다. 겁을 먹고 도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한 병사가 외쳤다.


“저희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 병사를 향해 집중되었다.

병사의 용기를 본 소년은 비틀어진 미소를 지었다.


“그래?”


소년은 단상 위에서 풀썩 내려와 그 병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소년이 마적 떼를 상대로 보였던 흉흉한 기운이 소년의 주위를 감쌌다.

병사는 소년이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않는단 말이지⋯.”


병사의 창끝이 흔들리고, 몸이 겨울철 사시나무 떨듯 진동했다.

병사는 소년의 눈을 보았다.

차갑고 묵직한 시선.

몇백 번의 사선을 뛰어넘으면서 마모된 인간성.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주할 일도 없을 그런 눈이었다.


“으으.”


소년이 검을 들고 병사의 목에 가져다 대려 하자 병사는 창을 떨어트리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사⋯살려⋯.”

“생각보다 낫군.”


소년은 병사를 일으켜 세운 뒤, 창을 병사의 손에 쥐어주었다.


“절대 창을 놓지 마라. 이게 네 목숨줄이라고 생각하고. 창을 놓는 순간 넌 죽는 거다. 죽더라도 창을 쥔 채로 죽어라.”

“어어⋯.”

“대답.”

“네!”


소년은 다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분위기 하나만으로 소년은 혁명군에게 전장의 공포와 두려움을 각인시켰다.


‘생각보다 잘하네.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훈련 같은 건 또 잘하네.’


엘프는 근처에 앉아 소년이 하는 훈련을 바라보았다.

소년이 사람들에게 훈련 시키는 동안 엘프는 따로 할 것이 없었다.

활이라면 쏠 수 있었지만 가르치는 건 불가능했다.

엘프의 궁술은 화살과 마법의 조합이었으니, 적성이 없다면 엘프의 궁술을 익히는 건 불가능했다.


‘뭐⋯. 보고 있는 건 심심하지 않지만.’


애초에 소년은 엘프가 다른 것을 하는 걸 내켜 하지 않았다.

활을 들고 싸우겠다는 것도 소년이 말렸기에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외에는 엘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제 너희는 칼과 창에 겁먹지 않고,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울 거다. 죽지 않고 살아서 가족들을 봐야 하지 않겠나.”

“네!”

“좋아. 모두 창을 단단히 쥐어라. 너희가 내게서 제대로 배운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혁명군들에게 있어서 소년의 존재는 희망이었다.

혁명군 내에 제대로 된 전사들은 보기 드물었고, 그들 대부분이 임무를 수행하던 중 죽거나 갇힌 상태였다.

오합지졸을 훈련해서 제대로 된 병사로 키워낼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


소년은 단상 위에서 내려와 공터의 중심으로 움직였다.


“너희들의 수준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려주지.”


소년을 중심으로 혁명군이 둘러싼 형국.

그 상황에서 소년은 담담히 일갈했다.


“나를 공격해 봐라! 한 명씩 나올 필요 없다. 한꺼번에 덤벼라!”

“네?”


훈련하려 했는데, 난데없이 공격하라니.

소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병사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두렵나?”

“아니 그게 갑자기 공격하라고 해도⋯.”

“그래. 이유가 필요하다는 거지?”


소년은 품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병사들에게 보여줬다.


“만약 내게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낸다면, 이 금화를 주지. 나를 공격한 사람 한 명이 아니라 너희 모두에게.”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한 수준의 발언.

이것을 본 병사들의 눈에 탐욕이 흘렀다.


‘바보 같네.’


엘프는 소년의 무용을 보았다.

소년의 말이 오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저런 황금 따위에 목을 매다니. 황금 따위에 팔린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엘프는 지긋이 소년을 지켜보았다.

소년이 무슨 생각으로 병사들을 도발하는지 모르지만, 소년이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을 벌이진 않았을 것 같았다.


처음엔 겁을 먹었던 사람들도 하나둘 창을 꼬나 쥐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금화의 마력은 소년에게 공포를 느꼈다는 것을 잊게 할 만큼 강력했다.


“와라.”


소년은 옛 주문조차 읊지 않았다.

순수한 검술만으로 이들을 상대하겠다는 셈.


“으아아아!”


창을 찌르기 위해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병사들.

병사들의 머릿속엔 금화를 얻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흠.”


수십 명이 동시에 달려드는 모습은 숙련된 전사라 할지라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검은 하나였으나, 상대해야 할 창은 수십 자루.

단순한 산술로만 따지면 소년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소년도 나름의 생각은 있었다.

다가오는 창을 쳐냄과 동시에 병사의 몸을 발로 밀었다.

병사들은 소년을 향해 마구잡이로 달려오는 상황.

갑자기 뒤로 밀려나는 병사로 인해서 발이 꼬이면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이걸로 금화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더 악착같이 덤벼!”


본래였다면 소년은 이 혼란을 이용해 적들을 짓밟을 수 있었지만, 소년은 가만히 서서 병사들을 도발했다.


몇몇 병사들은 소년의 등 뒤로 돌아 사각에서 창을 찌르려 했으나 소년은 가볍게 피하며 다시 병사를 저 멀리 밀어냈다.

동시에 창을 찌르는 것도, 동료의 뒤에 숨었다가 기습적으로 창을 찌르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소년에게 통하지 않았다.


“저걸 어떻게 이기냐고!”


병사들은 하나둘 자신들이 무엇을 실수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1대1로는 소년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소년에게 상처만 내면 되는 상황에서 한두 명씩 공격하는 것은 1대1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적 우위를 최대한 살린다면?


생각에 미친 병사들을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자세를 잡았다.


마구잡이로 자세를 잡았던 처음과 다르게 어설프지만, 방진을 짜고 서서히 소년의 주위를 압박했다.

소년이 다가오지 않도록 방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

“그래. 그게 창을 쓰는 법이지.”


소년은 미소 지으며, 통통 뛰면서 몸을 풀었다.

눈 깜짝할 사이, 소년이 창날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소년이 다가온 것을 눈치채고 창을 찌르려 했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소년이 없었다.

창대의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은 소년은 혁명군 병사들을 넘어트렸다.

방진이 무너지는 순식간이었다.


“다음!”


그 이후로도 온갖 수단과 꼼수를 활용하여 소년을 공격하려 했지만, 소년은 그 수법들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 결과 30분도 되지 않아, 녹초가 된 병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거친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저도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습니까?”


병사 전원이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가운데, 쿤 아바스가 검을 쥔 채로 다가왔다.


“다칠 수도 있다.”

“훈련하는 동안에는 저도 한 명의 병사로서 임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좋다. 와라.”


쿤 아바스는 검을 겨누고 소년을 향해 전진했다.


“하앗!”


쿤 아바스가 검에 힘을 담아 소년을 베어내려 시도했다.

소년은 가볍게 뒤로 물러난 뒤 검등으로 쿤 아바스의 머리를 내려쳤다.

털썩.

쿤 아바스는 바닥에 쓰려서 그대로 축 늘어졌고, 모두가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다음.“


소년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좋아요와 선호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작가 환등입니다. 23.11.10 14 0 -
11 11화 23.11.07 13 0 13쪽
» 10화 23.11.05 14 1 13쪽
9 9화 23.11.04 19 1 13쪽
8 8화 23.11.03 22 1 13쪽
7 7화 23.11.02 28 1 12쪽
6 6화 23.10.31 41 2 13쪽
5 5화 23.10.30 51 1 14쪽
4 4화 +1 23.10.29 65 3 13쪽
3 3화 +1 23.10.27 76 3 13쪽
2 2화 +4 23.10.25 94 3 12쪽
1 1화 +1 23.10.24 113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