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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坤之亭(건곤지정)

소년 검귀는 엘프 노예를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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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등
작품등록일 :
2023.10.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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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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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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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화


쿤 아바스를 따라 소년과 엘프가 이동한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중앙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 탁자 하나고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영지의 모습이 그려진 지도가 올라가 있었다.

쿤 아바스는 지도를 급히 접으며,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네. 손님이 올 줄 알았더라면 내가 정리를 좀 했을 텐데, 몇 번 습격이 이어지고 나니 정리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네.”

“신경 쓰지 않는다.”


엘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말 그대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극히 자신 흥미본위에 맞추어 말하고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한다는 걸 엘프는 잘 알고 있었다.

환자를 수술한 것도 그저 자신의 심기에 거슬렸기 때문일 것이다.


엘프는 자기 주인이 악독한 인간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미숙하다고 여겼다.


‘너무 어려서부터 전쟁터에 나갔던 탓일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일까?’


엘프 역시도 소년만큼이나 이 혁명에 관심이 없었다.

혁명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에 대해선 감탄했지만, 이브자드와의 대화로 혁명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많이 희석되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사람은 혁명에 엮이지 않은 외부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자네의 말처럼 나는 전쟁에 대해서 잘 모른다네.”


자리에 앉은 쿤 아바스는 자조적인 어투로 말했다.

쿤 아바스는 갓 소년티를 벗은 청년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좀 더 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공부하며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전쟁이 반복되는 시기였다.

어린아이도 살기 위해선 검을 들고 싸워야 했다.

미숙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어떤 칭찬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보인다. 넌 전쟁에 어울리지 않아.”


소년은 매몰차게 말했다.


“혁명한다는 건 힘들더군.”

“네가 불리한 전쟁을 하기 때문이다.”


쿤 아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깊은 증오가 어렸다.

이브자드가 말한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전쟁하기 위해선 증오심에 취해야만 하는 걸까.

엘프는 그 지독한 감정을 쉬이 이해할 수 없었다.


“불리하더라도 싸워야 할 이유는 있으니까.”


쿤 아바스는 벽에 걸려있는 칼을 향해 다가갔다.

여러 번 사용한 듯 날이 빠진 채로 방치된 칼은 본래 장식용이었던 것인지 화려한 패턴의 금실로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이 아바스 영지의 후계자였다. 본래 우리 아버지, 드미쿠스 아바스가 이 영지를 통치하고 있었지.”


쿤 아바스는 걸려있던 칼을 꺼내 옆구리에 찼다.


“10년 전 2차 대성전이 벌어졌다. 아버지는 전쟁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숙부의 생각은 달랐지. 싸우면 영지를 지킬 수 없다고. 중립을 지키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병사들을 이끌고, 대성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갑작스럽게 사망했지.”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 네 숙부가 영주 대리로 올라섰겠군. 뻔한 이야기야.”


쿤 아바스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래. 숙부는 일사천리로 영주 대리를 시작하고, 그 뒤 나를 죽이려 했지. 숙부의 심복들이 날 죽이려 할 때, 이 칼이 없었더라면 난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소년의 말처럼 쿤 아바스는 전쟁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도 몸을 떨고, 공포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엘프는 그것이 쿤 아바스의 인간성이라 생각했다.

타고난 동정심과 공감은 증오 하나만으로는 걷어내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간신히 아버지를 따르던 가신과 병사들을 이끌고 탈출해 기회를 노렸고, 이브자드의 도움으로 이 비밀기지를 건설했네. 그 후엔 계속 저항 활동을 반복하고 있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건 혁명인가 복수인가.”

“둘 다.”


쿤 아바스는 다시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 앉았다.


“2차 대성전이 끝났지만, 숙부는 계속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백성들의 수탈을 이어가고 있어. 나는 그것을 묵과할 생각이 없네. 숙부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소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단 백성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 순 없어. 이제 전쟁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애초에 2차 대성전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었기도 하고.”

“다 끝났나?”

“그래. 끝났네. 외부인인 자네에겐 재미없는 이야기였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나름 흥미롭긴 했다. 조금이지만.”

“자넨 말을 참 밉살스럽게 하는군.”

“정말 그렇다니까요. 주인님 그 말투는 고쳐야 해요.”


소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 올렸다.


“네가 영주의 자리를 되찾으면 어떻게 할 거지?”

“평화의 시대를 만들어야지. 수탈을 멈추고, 전시 체제를 중단할 거다.”


소년은 입술을 움찔거렸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자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난 전쟁이 계속되리라 생각하니까.”

“⋯.”


쿤 아바스는 그것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다.

정확히는 전쟁에 대해서는 소년이 더 많은 것을 알았기에 굳이 대답하지 않은 것일 터.


“하나 말해주지. 2차 대성전에 중에서 중립 선언을 한다는 것은, 누가 공격해도 상관없는 맛 좋은 먹이가 된다는 걸 말한다. 나는 몇이나 그런 영지들을 봐왔어.”

“숙부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모르지. 과거에 만약 따윈 없으니. 내가 모르는 어떤 영지는 중립 선언으로 2차 대성전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고.”


단답형으로 자기가 할 말만 하던 소년이 이번엔 제대로 된 대화를 진행했다.

소년의 말을 들은 쿤 아바스는 이렇게 답했다.


“시 비스 파켐, 파라벨룸”

“과거 대제국의 격언이군.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난 그 격언을 다르게 해석하네. 평화를 원하는 것이 먼저라고.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그다음이고. 지금 영지에 필요한 건 평화를 원하는 것이야.”

“난 전쟁이론가나 장군이 아니야. 전쟁의 도구일 뿐이지. 선택은 너의 몫이다. 그 이후까진 관심 없어.”


엘프는 쿤 아바스가 말한 격언의 뒷부분을 떠올렸다.


‘그러니, 제국에 위협이 될 세력은 반드시 짓밟아 말살해야 한다.’


평화란 말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쉬이 달라지는 법이었다.

엘프는 그 입장 차가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쿵.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브자드는 건들거리며 지휘실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나 화장실 간 동안에 꽤 친해진 모양인데.”

“이브자드⋯.”


이브자드는 능글거리는 태도로 쿤 아바스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이브자드를 보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계속 그렇게 보지 말래? 우리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잖아.”

“⋯.”

“나 참⋯.”


이브자드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쿤 아바스 님. 혁명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네. 검귀의 합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계획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이브자드가 꺼낸 종이엔 간의로 그려진 도시의 모습이 그려졌다.

도시의 중앙, 가장 높은 곳에 영주의 성이 있었고, 그것을 2개의 성벽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본래의 계획은 침투를 위해 땅굴을 만들고, 성벽을 허물 폭약을 설치해 단숨에 무너트리는 것이었죠. 동시에 우물에 독약을 풀어 경비의 공백을 만들고, 단숨에 영주 성으로 침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브자드는 손가락으로 간의 지도를 쓱 문질렀다.


“그래. 그게 백성들의 피해가 제일 적을 것이라고 자네가 말했지.”

“하지만 이 계획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병력의 질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고, 병력의 수도 저희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현 영주가 강력한 전사인 것도 문제입니다.”

“⋯.”

“습격으로 저희가 침투할 루트가 들킨 것도 문제입니다. 각개격파를 해야 하지만 그것은 소용없어졌죠. 저희의 전황이 압도적으로 불리합니다. 분명 어제까진 그랬죠.”


순간 절망했지만,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는 쿤 아바스.

이브자드의 입꼬리에 미소가 번졌다.


“저희에겐 검귀가 있습니다. 게임은 끝났습니다.”

“이자가 이 모든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로 강하다고?”


쿤 아바스의 시선이 소년을 향했다.

소년은 반응 없이 간의 지도를 바라볼 뿐이었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다가 곧 생각에 잠겼다.


“이 친구가 제가 아는 그 실력을 갖췄다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입니다. 물론 이 친구에게 모든 걸 맞길 순 없습니다. 저희도 저희 나름의 전투를 준비해야죠.”

“자네가 큰일을 했어.”


두 사람이 서로 공치사하는 동안 엘프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단 한 명에게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짓 아닌가? 왜 주인님은 싫다는 말 하나 안 하는 거야.’


엘프는 소년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엘프의 얼굴을 보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날 걱정하는 거냐?”

“좀 걱정하면 안 돼요? 일단은 제 주인님이잖아요.”

“이건 좀 낯선 기분이군. 누군가가 날 걱정한 적이 없어서 말이야.”


이브자드는 소년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두 가지야. 하나는 영주의 목을 베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병사들에게 훈련 시켜 주는 것. 적어도 싸워볼 만한 놈으론 만들어줘야 해.”

“내게 바라는 게 참 많군.”

“자네는 할 수 있으니까.”


소년은 종이를 구겨서 바닥에 던졌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따위 계획이면 나는 동참할 생각 없어. 내 무용 하나에 전부 의존하는 걸 누가 계획이라고 부르지? 보통 그걸 기도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난 자네가 바라는 걸 구해다 줄 수 있지. 오직 나만 구해다 줄 수 있어. 자네는 거래에 응했을 텐데?”


두 사람은 말없이 기 싸움을 벌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엘프와 쿤 아바스는 둘의 게 싸움에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쯧.”


손을 먼저 든 사람은 이브자드였다.


“알았어. 내가 물건을 구해올 테니까 그때까지, 병사들에게 훈련 시켜 줄 수 있나? 이곳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병사가 부족해서 말이야. 전투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라 못해.”

“5일 주겠다. 물건을 구해오면 네 계획에 따라주지. 네가 말하는 걸 해주는 건 일도 아니지만, 네 태도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

“그건 서로 피차일반 아닐까?”


이브자드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상황을 적당히 넘어가려 했다.

소년은 이브자드의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이브자드는 소년의 주먹을 똑바로 바라보았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날아간 이브자드.


소년은 이브자드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계획 똑바로 정리해서 내게 가져와.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 사지로 들어가는 건 사양이다.”

“네네. 그렇게 하죠.”


이브자드는 여전히 히죽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 - - -


몸의 대화를 마친 후, 다시 이브자드의 포목점으로 돌아온 두 사람.


소년은 자신의 짜증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감정적인 표현이 적은 소년이었지만, 이브자드와 관련된 일에서는 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늘 이야기할 사람은 재키 보손이다. 그는⋯.”


엘프는 손을 들어 소년의 말을 멈췄다.


“뭐지?”


소년은 짜증 섞인 투로 엘프를 다그치려 했으나, 엘프는 곧바로 자신이 묻고 싶은 걸 물어봤다.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주인님은 이브자드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어떻게 같은 부대에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목숨을 살려주었다고도 했죠?”

“이브자드에게 흑색 군단에 대해서 들었나? 내가 거기에 속해 있다는 것도?”

“네.”


소년은 옛 기억을 더듬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소년에게 있어서 흑색 군단의 일은 그리 좋지 못한 기억이었는지, 눈가가 계속 실룩거렸다.

곧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소년은 아까보다 차분한 어투로 엘프에게 말했다.


“그게 흑색 군단의 규칙이었으니까. 서로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처럼 구하라. 다른 것은 잊어도 동료에 대해선 잊어선 안 된다. 이브자드는 군단 내에서 미움받는 놈이었지만, 규칙은 규칙이었으니까. 그리고 놈의 능력은 유용했다. 목숨을 구해주면 어디선가 슬쩍 나타나 원하는 물건을 구해다 주곤 했다. 보통 편지에 쓸 양피지나 잉크, 보급품으로는 주지 않는 밀주나 말린 고기 같은 걸로 보답했지.”


소년은 옛 기억을 더듬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놈이 주는 보답을 받은 적 없다. 그래서 그날의 목숨값으로 황궁에 들어갈 루트를 받으려 한 거야. 근데 혁명 따위에 날 써먹다니. 은혜도 모르는 개자식.”


소년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곧장 풀었다.


“그런 황궁으로 들어가는 루트같이 귀한 걸 이브자드가 구할 수 있나요?”


소년은 단언했다.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요?”

“이브자드는 황궁을 건설한 건축가의 아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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