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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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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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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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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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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4화

DUMMY


윤창대의 선 넘은 발언에 바로 응징이 튀어 나왔다.


빠지지지직!


박소율의 손에서 뿜어진 번갯불이 윤창대를 향해 뻗어 나갔다.


콰과광!


하지만 윤창대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애꿎은 원목 테이블에 번갯불이 꽂혔다.


화르르르륵!


나무라서 그런지 불이 타올랐다.


신중호는 잽싸게 소화기를 들고 원목 테이블에 소화제를 뿜었다.


푸슈슈슈슛!


신중호가 불을 꺼뜨리는 동안 박소율과 윤창대는 서로를 마주 보는 상태로 계속 대치 중이었다.


전용 스킬은 첨탑에서만 쓸 수 있다지만.

두 사람처럼 스킬 강화를 많이 한 고레벨 초인은 이처럼 현실에서도 일정한 제약을 받고 전용 스킬을 쓸 수가 있었다.


물론 횟수는 똑같이 제한이 있었기에 함부로 남발하는 건 곤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기 싸움을 위해 그런 귀한 스킬을 사용한 거였다.


“나가.”


박소율의 냉랭한 반응에 윤창대 능글맞게 웃었다.


“여기 카페에서는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손님에게 운동시키는 게 컨셉인가? 나름 기발한데?”


박소율이 또 전격을 뿜으려 했다가 멈칫했다.


윤창대가 신중호 옆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이야, 이쪽도 확실히 대단한데? 안 놀랐어요?”


윤창대의 너스레에 신중호는 자신의 심장 위에 잠시 손을 얹고 있다가 대답했다.


“충분히 놀랐습니다.”


윤창대가 폭소했다.


“크하하하하! 이거 진짜 인물이구만, 인물! 저 번개 맞은 여자가 애지중지할 만한데?”


박소율의 미소에 점점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타까워서 어쩌지? 오늘 첨탑 고인 명단에 아이언하트라는 이름이 생기겠는데? 미리 화환이라도 주문해야 하나?”


윤창대는 마지노선에 거의 맞닿았음을 깨닫고 웃음기를 거뒀다.


“그래, 그래, 적당히 하자고. 그리고 너도 알 텐데? 다른 시간에 올 수도 있었는데, 일부러 지금 왔다는 사실을?”


박소율도 모르지 않았다.


그저 상대의 상판대기가 꼴도 보기 싫었을 뿐.


에휴, 중호 씨도 있는데 내가 참아야지.

그나저나 우리 중호 씨, 이 예쁜 누나한테 겁먹은 건 아니겠지?


그제야 윤창대에게 시선을 돌려 신중호를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너무나 멀쩡했다.


마치 이런 소란을 계속 피울 거면 밖에 나가서 하라는 눈치까지 주는 것 같았다.


박소율은 쿡쿡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정말······

이런 남자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


“중호 씨. 주문받아요.”

“네, 알겠습니다.”


목소리 역시 별다른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 첨탑 초인 2, 3위가 싸우는 모습이었는데.


보통은 두려워하거나 혹은 선망하는 눈빛이라도 지었을 텐데.


정말이지 신중호라는 남자는 까도 까도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양파 같은 남자였다.


아니, 사실 다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 겉과 속이 똑같은 무 같은 남자인가?


음······ 무는 너무 멋이 없고, 당근? 아니면, 콜라비?


박소율이 혼자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해나갈 때, 신중호는 윤창대를 카운터로 안내했다.


“어떤 걸 드시겠어요?”

“으음······ 어디 보자······.”


그 순간 상념에서 깨어난 박소율이 말했다.


“중호 씨, 카페 메뉴에 있는 것들 전부 100배로 올려요. 지금 당장.”

“······100배요?”

“아니면, 1만 배로 올릴까요?”

“······100배로 하겠습니다.”


윤창대는 박소율의 대응에 실소가 흘렀다.


고작 커피값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런 식으로 나올까?


그렇기에 상남자답게 상대의 도발에 멋지게 응해주었다.


“여기서 가장 비싼 커피가 뭐죠?”


그러자 그동안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던 신중호가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어······ 괜찮으시겠어요?”


뒤에 있던 박소율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뭐야?

뭔데 그래?


하지만 여기서 왜 그러냐고,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건 제일 멋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노빠꾸로 바로 들이받았다.


“여기서 가장 비싼 커피로 하죠.”


신중호가 입술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네······ 전전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중호’s 스페셜을 내드리겠습니다.”


윤창대는 메뉴 이름을 듣고 그제야 피식 웃었다.


이 친구, 감정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부끄러움은 있는 모양이군?


슬쩍 고개를 돌아보니 박소율이 곤란해하는 신중호를 보며 빙글거렸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박소율이 어떤 이유로 신중호를 관심에 두고 있는지.


솔직히 말해서.

자신도 신중호의 색다른 반응에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그냥 신경이나 긁으려고 한번 찾아온 거였는데.

이러다가 재미가 들리는 건 아닌지 걱정될 지경이었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신중호가 다시 반듯한 모습으로 요청했다.


윤창대는 씩 웃으며 카드를 내밀었다.


“중호’s 스페셜, 이름 좋네. 얼마나 맛있는 커핀지 기대되는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름의 노림수였으나, 이미 정신을 차린 신중호는 일말의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윤창대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그러면서 또다시 깨달았다.


······아!

이래서 박소율이 이 남자를 끼고돈 거였구나!


진짜 알면 알수록 색다른 반응을 떠보고 싶은 상대였다.


삐빅-


“손님, 결제 오류인데요?”

“음? 그럴 리가?”

“결제 한도 초과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제 한도 초과? 커피값이 얼만데 그래요?”

“2억 원입니다.”


윤창대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


신중호는 토씨 하나 안 바꾼 채 다시 답했다.


“2억 원입니다.”


뒤에서 박소율의 비아냥이 들려왔다.


“뭐야? 커피 한 잔 값도 못 낼 정도로 돈이 없었어? 진작에 얘기하지. 거지 찬스로 10% 할인쯤은 해줄 수 있는데.”


윤창대는 그제야 메뉴판을 제대로 확인했다.


······뭐? 아아가 5만 원?


······뭐? 카페 라테는 30만 원?


······뭐? 중호’s 스페셜은 200만 원?


이 미친 메뉴 가격들은 대체 뭔데?


지금 음식 가지고 장난해?


“여기 이래서······ 장사 되나?”


될 리가 있냐는 윤창대의 질문에 신중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놀랍게도······ 됩니다.”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아니, 이 가격을 주고 커피를 사 마시는 인간들이 있다고?


머릿속 나사가 10여 개는 빠진 거 아냐?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나?


“돈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우리 중호 씨 귀찮게 굴려고? 근데 그렇게 형편이 안 좋았어? 저런······ 쯧쯧.”


뒤에서 자존심을 긁어대는 탓에 윤창대는 바로 결재를 요청했다.


“5천만 원씩. 네 번 결제하세요.”

“알겠습니다.”


삑-

삑-

삑-

삑-


총 네 번의 결제음.


정말로 5천만 원씩 네 번이나 결제되었다.


윤창대는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래······

이걸로 세금 폭탄이나 한번 맞아봐라!

세무조사까지 나오면 더 좋고!


신중호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윤창대는 박소율이 맞은 편에 털썩 앉았다.


“재밌군.”


커피값이나.

신중호란 인물이나.


“커피 맛 떨어지는 면상 좀 저쪽 구석에 처박아 주지?”

“쓰읍. 그래도 미리내 관련 얘기를 하러 온 건데 적당히 하지?”


미리내라는 말에 박소율도 일단 전투태세를 거뒀다.


“뭔데?”

“괜찮겠어?”


윤창대가 신중호를 가리키자 박소율이 싱긋 웃었다.


“응. 우리 중호 씨하고 나 사이엔 모르는 게 없거든.”

“······이거 원, 그 전격여제 박소율이 맞는 건지.”


박소율이 웃음기를 싹 거두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뭔데?”


윤창대는 신중호 쪽을 다시 신경 쓴 다음에 답했다.


“미리내. 미국이 찾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서였을까.

박소율의 온 신경이 윤창대와 그가 한 말의 진위에 쏠렸다.


그래서 보지 못했다.


커피에 3D 라테 아트를 만들던 신중호의 손이 흠칫 떨렸던 모습을.


“무슨 소리야? 자세히.”

“다 알면서 뭘 그래? ······니이모를찾아서. 그 녀석도 미국이 데려갔었잖아?”


니이모를찾아서.

한때 촉망받던 서울 첨탑의 초인이었으나 30층을 돌파한 후 갑자기 잠적해 버렸다.


그리고 세달 뒤.

뉴욕 첨탑 고인 명부에 ‘니이모를찾아서’라는 이름이 뜨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미국이 그를 스카우트했던 것이라고.


“고작 10층인데?”

“뭐, 워낙에 화려했어야지.”


윤창대는 침묵하며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사실 이건 김태민과 입을 맞춘 것이었다.


서울 북쪽을 먼저 뒤져보고 싶은데 박소율이 그걸 가만 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 외부 세력이 침입했다는 가정으로 그녀를 압박할 생각이었다.


윤창대는 속으로 비릿하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사설탐정들을 전부 고용해 서울 북쪽부터 뒤진다더군.”


이건 진짜였다.


그 탐정들을 고용한 건 김태민이지만.


어쨌든 탐정들은 미국 쪽에서 의뢰를 받았다고만 알 뿐이었다.


“······칫.”


표정을 보니 거의 넘어온 것 같았다.


“그러니 여기선 일단 동맹을 맺자고? 그래도 같은 나라 사람인데,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는 없잖아?”


박소율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정체만 확인해.”


윤창대가 하얀 건치를 드러냈다.


“오케이. 내가 발견해도 귀환권은 하나씩 나눌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나?”

“혼자 다 지껄여 놓고 능구렁이처럼 무슨 헛소리야? 어차피 더 자세히 알고 있거든?”

“허······ 진짜 푹 빠졌군?”

“응, 그러니 꺼져.”


커피가 나온 건 그때였다.


“여기 있습니다.”


중호‘s 스페셜.


진한 갈색 커피 위에 올려진 사자의 몸통과 독수리 머리와 날개.


“허? 뭐야? 그리폰이 왜 여기 있어?”


20층대 구간의 몬스터 그리폰이었다.


“사장님께서 시키셨거든요.”


별 건 아니었다.


신중호의 3D 라테 아트의 끝을 보고 싶던 박소율이 이것저것 주문했고.

그 끝에 다다른 것이 바로 그리폰이었을 뿐이었다.


“······잘 만들긴 했군.”


고작 우유 거품으로 마치 나무를 조각한듯한 정교한 모습을 표현하다니.

그냥 마시고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어쩐지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린다 했더니.


“그런데 그리폰 머리가······ 드래곤?”


그리폰치고 머리가 조금 크고 길쭉했다.


독수리 머리가 아니라 드래곤 머리?


“······조금 색다른 도전을 해봤습니다.”

“푸훗! 잘했어요, 중호 씨! 아예 머리를 똑 떨어뜨렸어도 더 좋았을 텐데!”


신중호가 꺼내든 궁색한 변명을 다행히 박소율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 커피 마시는 데 라테 아트가 무슨 대수겠는가.


윤창대는 상남자처럼 입을 크게 벌려 그리폰을 커피와 함께 집어삼켰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였다.


뭐, 뭐야, 이거?


무슨 커피 향이 이렇게 그윽하면서 감미로운데?


입안에서 회오리치는 커피의 달콤쌉싸름한 맛과.

고소하면서 묵직하게 풍겨오는 깊은 향기가 절묘한 밸런스를 이뤄.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커피를 맛본 기분이었다.


뭔데 이거?

뭐가 이렇게 맛있어?


호로록-


호로록-


“······어?”


정신을 차려보니 커피잔의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언제 다 마신 거지?


맞은 편에 있던 박소율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가.”


다 마셨으면.


박소율 본인도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괜찮은 알바를 구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신중호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 이제는 그의 커피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정말이지, 무서운 남자라니까?


“아니, 이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커피를 즐겨 찾는 입은 아니었지만.

정말 천상의 맛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2억 원은 말이 안 되긴 했지만.


원래의 가격인 200만 원이라면······

어쩌면 한 달에 한 번······

아니,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마셔도 괜찮을지도······


박소율이 입맛 웃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얘기했다.


“나 가 라 고.”


윤창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나가는 대신 신중호를 내려다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다.


“너······ 각성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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