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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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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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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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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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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서울 첨탑의 1층 공략 최단 시간이 갱신된 날.

야심한 저녁.


김태민이 두 초인과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졌다.


“깔깔깔! 1층 특전은 절대 뺏길 일 없을 거라고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배 아파서 어떻게 하나?”


서울 첨탑 랭킹 2위.

59층 등반자.

전격여제 박소율.


그녀의 박장대소에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도 덩달아 김태민을 조롱했다.


“크하하! 이제 우리 중에서 최약체가 된 건가? 아니, 이제 모임에서 퇴출해야 하는 거 아냐?”


서울 첨탑 랭킹 3위.

58층 등반자.

아이언하트 윤창대.


두 남녀의 비웃음에 김태민은 독한 술을 단숨에 들이켜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작작들 해라······ 여기서 전부 뒤집어버리기 전에.”


62층.

유일한 60층대 등반자.


그 외에는 공식적으로 서울 첨탑 소속 초인 중 가장 높은 층수가 고작 47층이었다.

대부분의 고레벨이 40층대에 머물러 있다는 걸 본다면, 세 사람의 공략 속도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이 의도적으로 행한 결과였다.


첨탑은 다음 층을 한 달 이내에 클리어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 말은.

최고층을 등반하는 초인에게 나라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5개의 첨탑이 붕괴되고.

서울에 25번째 첨탑이 생겼을 때.


한국 정부는 어떻게든 각성자들을 통제해 안정적인 공략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게임의 민족인 한국인들이 과연 그 지시를 따르겠는가?


너도나도 치킨런에 동참해 초고속으로 첨탑을 공략했다.


현재 가장 높은 층까지 도달한 첨탑은 미국 뉴욕에 있는 6번 첨탑.

최고 층수는 71층.


서울보다 반년 앞서 생긴 방콕의 24번 첨탑은 49층이 최고층이었다.

그러니 서울의 초인들이 얼마나 목숨을 걸고 첨탑 공략에 나섰는지는 눈에 뻔히 보이는 일.


사실 50층 이상 올라간 초인은 총 10명이었다.

그러나 너무 과열한 경쟁으로 인해 7명이 죽고, 지금의 3명만 남게 된 것이었다.


김태민, 박소율, 윤창대.

세 사람은 비밀리에 동맹을 맺고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공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세 랭커가 만든 비밀 모임의 이름은 삼두회(三頭會).

원래는 김태민이 트리플 에이스라는 영어 이름을 제안했으나, 부르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삼두회가 당첨되었다.


세 머리 모임이라니······


차마 순 한글로는 말하지 못할 이름이었다.


김태민이 돌연 분위기를 잡으며 윽박지르자 박소율 역시 도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해보든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물어봤자 더럽기밖에 더하겠어?”


김태민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와이번이 사라졌다.


비록 그의 힘은 그게 전부가 아니지만, 전력이 대폭 깎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가 하란다고······ 못 할 것 같아?”


공개적으로 보이는 신사다운 모습은 벗어던진 채, 야생의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박소율을 노려보았다.


정말로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목젖을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였다.


윤창대는 이제 슬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들 해라. 우리끼리 쌈박질이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닐 텐데?”


윤창대의 중재에 두 사람도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그의 말대로 여기서 싸워봤자 자신들만 손해였다.


“······후후, 60층 특전도 나한테 뺏기고 나면 또 뭐라고 징징댈지 참 기대되네?”

“······하하, 상조화환은 기분 좋게 천만 원짜리로 맞춰주지.”


윤창대가 술잔을 깨질 듯이 쾅 놓으며 물었다.


“그래서, 회의 소집한 이유가 뭐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김태민이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비장하게 말했다.


“미리내. 누군지 알아내라.”


그 이야기일 줄 알았다.


최단 시간 공략 특전은 해당 초인이 사망할 경우, 다시 예전 기록자에게 돌아간다.

그렇기에 김태민도 1층 특전을 얻은 후에 바로 초인 관리청에 몸을 의탁한 것이었다.

지금은 단물을 쏙 빼먹고 역으로 초인 관리청을 휘어잡는 중이지만.


“맨입으로?”


박소율의 물음에 김태민이 생각해 둔 보상을 걸었다.


“귀환권을 한 장 내놓지.”


첨탑에서 살아 돌아올 방법은 총 세 가지다.


1. 도전 층 클리어

2. 제한 시간까지 버티기

3. 귀환권


그러니 귀환권은 어떻게 보면 여벌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초회차 공략 보상으로 아주 희귀하게 나오기에 김태민 또한 네 장밖에 소지하지 못했다.


그 귀한 아이템을 제공한다는 말에 박소율이 독사같이 눈을 번득였다.


“이야······ 완전 진심이네? 그런데 한 장은······ 좀 약하지 않나?”


이미 충분한 보상이었지만, 이럴 때는 아쉬운 사람이 지는 거였다.


김태민 역시 그런 의도를 잘 알았기에 인상을 설핏 찌푸리며 덧붙였다.


“놈을 죽이면, 한 장 더 얹어주지.”


그제야 제안을 들은 두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지셨는데? 귀환권 두 장이라······ 이러면 적당히 할 생각이 싹 사라지는데?”

“크하하! 네가 그걸 두 장이나 내놓다니! 나도 본격적으로 찾아봐야겠군!”


초인이 되어 첨탑에 들어가려면 각성 때와 마찬가지로 반경 20km 거리 안에 있어야 했다.


그러니.


그 범위 안에 있는 최근 각성자 누군가가.

미리내라는 얘기였다.


*


다음 날 아침.

신중호는 시간에 맞춰 동네의 작은 카페를 찾았다.


사장에게 받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조명을 비롯한 모든 기기를 On.

포스기도 가동하고, 너튜브에서 감미로운 음악도 틀고.


부우우웅-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쓱싹쓱싹-


마대로 바닥을 말끔히 청소까지.


전날 각성한 초인이라지만 본업인 카페 알바를 저버릴 생각은 없었다.


스텔스 초인 수칙 하나.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할 것.


각성했다고, 이제 한 달에 3천만 원도 번다고 나대는 순간 신상 공개는 확정이었다.

게다가 각성했다는 이유로 기존에 일하던 직장을, 알바를 예고도 없이 그만두는 무책임한 행동 또한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당분간은 카페 알바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당분간이 얼마냐고?


한······ 12개월쯤?


혹시 아는가.

미리내의 신원을 찾기 위해 오늘 일자리를 그만둔 사람을 누군가가 찾고 있을지.


신중해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모든 장사 준비를 마친 후.


“아침은 한가할 테니 첫 손님이 오기 전까지 인별 좀 확인할까?”


신중호는 인별 화면을 열었다.

그리고 25번 첨탑 사랑방 화면을 그 위에 겹쳐서 표시했다.


이러면 누군가가 카페 CCTV를 뒤져보더라도.

그저 인별을 확인하는 알바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였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신중함이 만사의 최선이었다.


매번 사랑방의 글을 확인하는 게 일과였다.

물론 그건 집에 있을 때만.

굳이 자신이 첨탑에 관심이 있다는 걸 드러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카페 알바를 하면서도 버젓이 살펴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만큼 여유 시간이 생기는 것이었다.


초인 각성.

나쁘지 않군.


게시판은 예상대로 자신의 얘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미리내는 누구일까? 내가 한 번 추측해봄>

<미리내 스킬 혹시 이거 아님?>

<8초 공략이 말이 안 되는 이유! 역대 1층 공략 시간 정리>

<소드마스터 김태민, 미리내를 반드시 찾아서 죽이겠다 선전포고!>


호기심에 두 번째 글을 클릭해 들어가 보았다.


<미리내 스킬 혹시 이거 아님?>

: 분명 좀비 50마리를 한 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스킬임.

반박 시 네 말이 맞음.


예상대로 낚시글이었다.


그 밖의 다른 글들 역시 낚시글이 대부분.


특별히 건질 정보는 없었다.

아직 자신의 정체와 스킬을 짐작도 못 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다음으로 좀 더 생생한 정보가 오고 가는 수다방에 들어가 보았다.


└ 8초가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 아직도 그 얘긴가ㅋㅋ 지겹지도 않나ㅋㅋ

└ 이게 지겨울 얘기겠냐ㅋㅋ 난 아직도 시스템에 버그 난 게 아닐까 의심 중인데ㅋ

└ ㄹㅇ 50마리 좀비 단번에 해치우려면 전격여제쯤 돼야 하지 않음? 이제 갓 각성한 사람의 스킬이 얼마나 좋길래?


좀 좋긴 하더라고요.

스킬 시전자도 휘말릴 정도로 너무 좋아서 탈이지만요.


└ 방금 소마 공식 보도 내놓음!

└ 자신도 초기에 초인 관리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곰곰이 고민해서 보호 요청을 하라는데?ㅋㅋㅋ

└ 몸이 달아올랐나 보네ㅋ 그렇게 찾아서 죽이고 싶은가ㅋㅋ

└ 다들 소드마스터를 너무 나쁘게 보는 거 아님? 그래도 자랑스러운 한국 랭캥 1위의 초인인데

└ 네 다음 알바

└ 소마 민낯을 죄다 알고 있는데 아직도 작업질인가ㅋㅋ

└ 그래도 소마가 알바생들 섭섭지 않게 챙겨준다더라


대중들에겐 자상한 매너남으로 알려진 김태민.


그러나 그에게 열심히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한 초인의 사연이 공개되면서 한때 세상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결과는?


혐의없음.


대중들에겐 해당 초인이 무고죄로 처벌받았다는 결론만 알려졌으나.

초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첨탑 사랑방에선 그를 향한 의혹이 더욱 불거졌다.


현실에서는 어떻게든 언론 조작이 가능했지만.

현실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사랑방은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100%가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물론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신중호는 최악을 가정해 최선을 선택할 뿐이었다.


대출금이 많이 남았지만, 알바를 하면 이자가 연체될 일은 없었고.

카페에서 식비를 해결하니 생활비가 따로 들지도 않았다.


이 상태로 1년만 버티면 그때는 당당하게 커밍아웃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었다.

부귀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목숨보다 중요할까.


특히 자신이 일하는 카페 전전은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로 인해 찾는 손님도 많지 않아 일하기가 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3만 원.

카라멜 마끼아또 10만 원.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이 가격 주고 커피를 마실까?


놀랍게도 있었다.

그것도 은근히 많이.


그건 다름 아닌 카페 사장 때문이었다.


딸랑-


때마침 전전 카페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


30대 초반이라는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

지나가는 남성들이 무조건 두 번 이상 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외모.


무엇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남성이 소드마스터 김태민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을 물었을 때, 10이면 10 떠올릴 수 있는 인물.


전격여제 박소율.

그녀가 바로 전전 카페의 사장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신중호가 평소처럼 몸을 단정히 하며 인사를 받았다.


평소의 박소율은 자리에 앉아 커피부터 주문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자리에 앉는 대신 커피머신 앞에서 준비 중인 신중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신중호의 안면을 향해 얼굴을 불쑥 내밀며 물었다.


“중호 씨, 혹시 미리내라고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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