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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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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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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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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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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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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신중호가 무덤덤히 답했다.


“그게 뭔가요, 사장님?”


박소율은 그의 속마음을 떠보기 위해 얼굴을 더더욱 가까이 들이밀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아찔한 거리까지!


“정말······ 몰라요?”


신중호가 대답했다.


“이거 성희롱입니다, 사장님.”


박소율이 돌연 깔깔거리며 웃어 재꼈다.


“내가 이래서 우리 중호 씨를 좋아한다니까? 반응이 참 남달라!”


어지간한 남성은 박소율이 이렇게 자신이 접근하는 것만으로 얼굴이 달아오르며 크게 흥분했다.


그러나 신중호는 여자에게 무관심한 건지,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

그냥 여자에게 무관심한 거로 하자.

그래도 자존심은 지켜야지.


“그래서 미리내가 뭔가요?”


신중호의 질문에 박소율이 자신이 아는 내용을 얘기했다.


“은하수요. 제주 방언으로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한다네요?”

“······그런데 은하수는 갑자기 왜 찾으시는데요?”


박소율이 살짝 볼을 부풀리며 투정했다.


“중호 씨는 제가 누군지 몰라요?”

“제가 알바하는 카페 사장님이시죠.”

“그거 말고요.”

“······전격여제라는 별칭이 있으신 한국 랭킹 2위의 초인님이시죠.”


신중호는 게임에서나 볼법한, 입으로 부르기에는 차마 낯간지러운 전격여제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껄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박소율은 평소 무덤덤한 반응만 보이는 신중호가 그런 낯선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후후훗! 그런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데, 알바로서 첨탑과 관련한 이야기는 좀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이건 뉴스로도 나와서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한데?”


박소율이 다시 묘한 눈빛을 빛내며 신중호에게 얼굴을 들이밀려 했다.


“저는 초인이 아니고 카페 알바인데요? 그리고 뉴스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서요.”


신중호의 반응을 떠보려던 박소율은 김 샜다는 듯이 평소 앉던 자리로 향했다.


“에이, 사람이 재미없게 그게 뭐예요? 그렇게 세상하고 담쌓고 살면 여자한테 인기 없을 텐데?”

“저는 제 한 몸 제대로 간수하기 전까진 딱히 연애엔 관심이 없어서요.”

“그런 고지식한 사고방식도 마이너스!”

“그래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보단 낫겠죠.”


그래서 박소율은 더 보고 싶었다.

신중호가 이리저리 해롱대는 모습을.


“평소 마시던 것으로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신중호는 카페라테를 만들어 서빙했다.

고급스러운 커피잔에 담긴 진갈색의 커피 위에는 무려 3D 라테 아트로 귀여운 토끼가 올려져 있었다.


“와아, 중호 씨 실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네? 이런 건 진짜 20만 원에 팔아야 해! 아니, 오늘부터 그냥 카페 라테 가격 20만 원으로 올려요!”

“바로 저번 주에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셨는데요?”

“중호 씨, 장사는 원래 비쌀수록 잘 되는 법이에요. 똑같은 가죽으로 만들었는데, 왜 명품만 가격이 10배 이상 비싸겠어요? 커피도 똑같아요. 중호 씨가 만든 커피는 정말 명품이야. 나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은 중호 씨 커피 안 마시고는 못 살겠다니까?”


카페의 커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신중호가 내린 커피에 감동한 박소율은 이런 고급진 커피는 아무나 마시면 안 된다며 가격을 수시로 올려 버렸다.


처음에는 그래서 장사가 되겠냐 싶었는데.

정말로 박소율의 말대로 그 가격을 내고도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것도 매번 감미로웠다는 칭찬을 남기며.


······초인이 아니라 바리스타를 했어야 했나?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잘하는 게 많아서 나쁠 건 없었다.


“그래서 미리내가 누구냐 하면요······!”


박소율의 말 상대를 하기 위해 신중호도 자연스럽게 맞은편 자리에 합석했다.


그녀는 항상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로 첨탑, 초인 관련한 것으로.


그리고 서울 첨탑 2위라는 높은 신분답게 그녀에게서 나오는 정보 중에는 흔히 접하지 못하는 귀한 얘기도 종종 있었다.

다만.

오늘 나오는 이야기는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얘기였다.


“······라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다들 미리내가 누군지 그 정체를 알아보려고 난리도 아니죠!”


신중호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무난한 질문을 꺼냈다.


“사장님도 미리내를 찾고 계신가요?”


박소율이 돌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누구한테 부탁받은 게 있어서요.”

“부탁이요?”

“미리내를 찾아서 죽여주면 귀환권 2장을 준다네요?”


신중호는 헛기침을 뿜으려는 걸 간신히 참아내며 대답했다.


“······네?”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박소율이 다시 깔깔거리며 웃었다.


“농담이에요, 농담! 중호 씨는 제가 아무나 막 죽이는 그런 사이코패스인 줄 아세요?”

“아, 아뇨,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놀랐습니다.”

“······후후후, 그래요? 중호 씨는 첨탑에 별로 관심도 없다면서 귀환권이 뭔지 잘 아시나 봐요?”

“관심은 없어도 첨탑이 뭔지는 아니까요.”

“그럼 귀환권이 얼마나 귀한 아이템인지도 알아요?”

“초인들의 여벌 목숨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박소율이 신중호를 떠보듯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 정도는······ 관심이 없어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적당히 무난한 대답이었을 텐데?


다행히 박소율이 다시 빙긋 웃고는 말했다.


“네, 정확해요. 그러니 저에게 귀환권 2장이 얼마나 귀한지도 아시겠죠?”

“네에······ 그러시긴 하겠지만, 방금······ 농담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박소율이 다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뭘 그렇게 겁먹고 그래요! 알만 한 건 다 아는 사람이! 신중호 씨가 미리내인 것도 아니잖아요?”


신중호는 헛기침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 속마음도 모른 채.


박소율은 신중호가 쩔쩔매는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그래서 좀 더 수위를 높여보기로 했다.


“중호 씨, 혼자 산다고 하셨죠?”

“······크흠, 네에, 그렇죠.”

“남자 혼자 살면······ 밤에 좀 힘들겠어요?”


신중호는 박소율의 장난기가 도졌다는 걸 깨닫고 금세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특별히 힘든 일은 없습니다만.”

“에이, 다 알면서 왜 그래요? 남자 혼자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거 있잖아요?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박소율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며 물었다.

그러나 이미 부동심을 장착한 신중호는 이에 말려들지 않았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박소율 사장님.”


신중호의 냉정한 반응에 박소율은 이번에도 텃다고 생각하며 장난을 그만뒀다.


“에이,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설거지나, 빨래, 요리 같은 거요. 그런 거, 남자들은 어려워하지 않나요?”


신중호는 박소율의 두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네?”

“말씀하신 것 모두, 제가 사장님 보다 잘할 겁니다.”


너무나 뼈 때리는 말에 박소율은 차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


카페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7시.


이제부터는.

알바생 신중호가 아닌.

초인 신중호의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이때부터 정보 수집을 시작했겠지만.

그건 이미 카페 알바 중에 끝낸 참이었다.


물론 어찌할지 계획도 치밀하게 세워놓은 상태.


신중호는 바로 초인복으로 갈아입은 뒤, 소환석에 손을 댔다.


처음과는 다르게 옅은 붉은 기운이 감돈 후에 레아가 소환되었다.


“충! 고귀한 주군을 미천한 소신, 레아가 알현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냥 다음부터는 편하게 인사하세요.”

“고귀한 주군께 그런 불경스러운 짓을······!”

“명령입니다.”

“알겠습니다, 주군!”


레아 소환 시간은 1시간.

1층 공략 시간도 1시간.


그럼 1시간 동안 이것저것 알아보도록 할까?


신중호는 야구방망이를 든 채 레아와 함께 첨탑 1층에 입장했다.


[25번 첨탑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목표 : 좀비 50마리를 해치우세요.

= 기한 : 1:00:00


역시 재방문이라 그런지 초회차 한정으로 주는 특전 내용이 사라졌다.


“지금 당장 저 가증스러운 몬스터 무리를 주군의 눈앞에서 지워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작은 어린 여자애가 참으로 호전적이었다.

몬스터와 직접 맞부딪쳐야 하니 이게 맞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이런 왜소한 체구로 전투를 하면 얼마나 잘할까 싶었다.


김태민의 와이번도 처음엔 새끼라서 좀비 두세 마리에게 둘러싸이면 쩔쩔맸다는데.


“일단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은데, 10마리 정도만 안전하게 상대할 수 있겠어요? 다칠 것 같으면 바로 후퇴해도 되요.”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10마리가 아닌 100마리, 1000마리라도 단숨에 소멸시키겠습니다!”

“······명령이니까 10마리만 안전하게 상대하고 돌아오세요.”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척!


레아가 주먹을 가슴에 대며 인사한 후.

검을 뽑아 들고 좀비들을 향해 돌진했다.


두두두두두!


······오?

생각보다 속도는 꽤······ 아니, 상당히 빠른데?


100미터 거리를 단 몇 초 만에 주파했다.

저 정도면 초인이 스킬을 쓸 때와 비슷한 속도였다.


“하앗!”


어느새 선두의 좀비에게 접근한 레아가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총 7번의 검격.


한 번에 한두 마리를 동시에 베어낸 레아가 다시 쏜살같이 달려와 복귀했다.


“주군이 내려주신 임무, 완벽하게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신중호는 잠깐 시간을 살폈다.


= 기한 : 0:59:01


······아직 1분도 안 지났다고?


그냥 전부 해치우게 놔뒀으면 2분 안에 50마리 좀비를 몽땅 정리했을지도?


“혹시······ 좀비는 혼자서 몇 마리까지 상대할 수 있어요?”

“주군께서 명령하신다면 천 마리든, 만 마리든 도륙하겠습니다!”

“명령이니까, 사실만 얘기하세요.”

“송구스럽습니다! 저의 소환 시간을 고려한다면 3,500마리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먼치킨?


물론 1층 좀비는 첨탑에서 출현하는 가장 약한 몬스터니 체력만 된다면 누구든 쉽게 때려잡을 수 있을 거였다.


그래도 이런 연약해 보이는 체구에서 그런 가공할 실력을 품고 있었다니.


용용이가 아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신중호는 임무의 난도를 부쩍 높여보기로 했다.


“무리 한가운데에 있는 좀비 하나만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오세요.”

“알겠습니다, 주군!”


미션 성공.


“절대 다치지 말고 좀비 무리를 일자로 돌파하고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주군!”


미션 성공.


“검을 사용하지 말고,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말고, 좀비 무리에 들어가서 가위바위보를 삼세판 이기고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주군!”


미션······ 성공.


레아는 어떤 말도 안 되는 임무를 내리더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 명령을 수행할 뿐이었다.


약 58분 동안 이런저런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레아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그저 눈대중에 불과했다.

정확한 실력은 그녀와 체급이 맞는 몬스터가 나와야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


“이제 마지막인 것 같네요.”

“저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레아의 실력 테스트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운석 소환 스킬을 다시 써보는 것.


앞쪽에 있는 좀비는 단 한 개체.


이번에 소환할 운석이 얼마나 크던.

후폭풍이 얼마나 대단하던.

만반의 준비는 끝낸 상태였다.


일단 레아의 방어 기술과.

그게 아니더라도 귀환권을 이용하면 죽기 전에 탈출은 가능할 테니까.


“갑니다.”

“네, 주군!”


신중호는 레아를 자신의 앞에 두고 운석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다시 머릿속에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


자, 이번엔 어떤 걸 골라볼까?

어제 크게 데어 봤으니 가장 작은 거로?


······

······

······저게 가장 작은 것 같은데?


다양한 궤적을 따라 이동하는 운석 무리 중에서 희미한 빛이 특히나 약한 것 하나가 포착되었다.

정확하게는 눈에 보인다기보다 느낌이 그랬다.


신중호는 바로 해당 운석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장 먼 장소로 낙하지점을 설정했다.


좀비와 500미터 정도 떨어진 뒤쪽?


광활한 우주에서 지정한 운석이 소환되었다.


하늘에 검은 구멍이 크게 열리고 물체 하나가 떨어졌다.


깨알처럼 눈에 보일 듯 말 듯 무척이나 작은 돌덩이가.


쿠웅!


하나 남은 좀비의 500미터 뒤쪽에 운석이 떨어졌다.


당연하게도.

충격파든, 뭐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기한이 만료되었습니다.]


[미션 실패로 자동 복귀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군! 너무 상심하지 마시기······!”


레아가 소환 시간 초과로 뿅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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