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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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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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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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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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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화

DUMMY


신중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서울 시민이었다.

대관절 서울 시민인 게 왜 자랑스럽냐?

전 세계에 20개 밖에 없는 첨탑 보유 도시였기 때문이었다.


지구상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첨탑.

초인으로 각성한 사람들이 마석이라는 청정 에너지원을 캐낼 수 있는 신자원의 보고!


이제 세계는 오일 머니가 아닌 마석 머니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마석을 캘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첨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도시의, 나라의 부국강병이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쯤 각성할까?”


신중호는 창밖으로 보이는 첨탑을 보며 푸념했다.

지하철에서 무려 도보 20분 거리!

버스도 안 다니는 산동네지만 건물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첨탑뷰 하나만 보고 30년 된 빌라의 원룸으로 월세를 들어왔다.


각성 조건은 단 하나였다.

첨탑 반경 20km 안에서 살 것.


신중호는 태어나면서 20대 중반이 넘어가는 지금껏 줄곧 서울 시민이었다.


“1층 공략 준비라면 1년 전부터 끝낸 상탠데.”


신중호의 좌우명은 유비무환.


돌다리도 두들기고,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해서 나쁠 게 없었다.


첨탑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오직 첨탑에서 가지고 나온 것뿐.

초창기에는 다들 맨몸으로 1층 몬스터와 싸웠다.


지금은 신규 각성자 패키지로 옷과 팔다리 보호구, 야구방망이를 세트 상품처럼 구매할 수 있었다.


이 패키지를 구매한 건 2년 전.

그리고 배팅 센터에서 열심히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홈런 마스터가 된 게 바로 1년 전이었다.


이 정도면 무스킬 각성자라 할지라도 단번에 10층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아냐, 10층은 보스전을 대비해야 하니 딱 9층까지만.”


매사에 신중함은 가늘고 길게 사는 데 필수 덕목이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끝마쳤으니 이제 각성만 하면 될 일.


띠링-


[신중호 님은 각성하셨습니다.]

[25번 첨탑에 소속되셨습니다.]

[100층 공략까지 행운을 빌겠습니다.]


“······헐?”


각성해버렸다.


경험담을 보면 다들 뜬금없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정말 뜬금없긴 했다.


어쨌든 각성하면 국룰은 뭐?

바로 상태창 확인!


= 이름 : 신중호

= 소속 : 25번 첨탑

= 레벨 : 1

= 전용 스킬 : 운석 소환(1일 1회)

= 범용 스킬 : 첨탑 입장(1일 1회), 25번 첨탑 사랑방 입장


······오?

전용 스킬이 있다고?


각성자의 스킬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첨탑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전용 스킬.

다른 하나는 첨탑 밖에서도 쓸 수 있는 범용 스킬.


여기서 범용 스킬은 질긴 피부, 재빠른 손동작처럼 초인이라기보단 일반인보다 좀 대단한 정도로 취급되는 것들이었다.

범용성이 좋기에 그만큼 성능이 낮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반면 전용 스킬은 마나 블레이드, 사이오닉 볼트, 블링크, 플레임 월 같이 ‘우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화려한 것들이 많았다.

횟수 제한에 시간제한도 있었고.


당연하게도 탑을 등반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전용 스킬.

그 전용 스킬이 떡하니 하나 적혀 있으니 덩실덩실 춤을 춰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런데 운석 소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스킬이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초인들이 많아서 공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든 흔치 않은 스킬임은 분명했다.


“흠······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군.”


[25번 첨탑 사랑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첨탑기록], [수다방], [게시물]


이중 가장 중요한 게시물에 입장.


[전체글], [개념글], [공지]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공지에 들어가니 첨탑 공략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갓 각성한 초인들을 위한 필독 사항 모음>

<25번 첨탑 사랑방 이용 규칙>

<스텔스 초인으로 활동 시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이야······

이것들을 이렇게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사실 초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의 글들은 지금껏 모두 확인해 왔다.

스피드스쿠터라는 별칭을 이용하는 초인이 유료 사이트를 만들어 관련 글들을 실시간으로 퍼 날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초인으로 각성했으니 유료 결제를 끊어도 될 것 같았다.

신중호는 생각난 김에 바로 정기 구독을 해지했다.


한 달에 5만 원.

각성하자마자 세이브하게 된 돈이었다.


자, 그럼 봤던 것과 똑같은 내용인지 한번 확인해볼까?


[활동할 별칭을 지어주시기 바랍니다.]


······시작부터 큰 복병이 등장했다.

자신처럼 신중한 사람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벽.


바로 닉네임 만들기!


······1시간 후.


[신중호 님의 별칭이 ‘미리내’가 되었습니다.]


······힘들었다!


최대한 스킬 이름 느낌이 나지 않으면서 비슷한 것으로 고르고 고르다 겨우 하나 찾았다.


별칭 자동 생성 기능 같은 거 좀 만들어 놓으면 안 되나?

물론······ 그걸로 별칭을 정할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별칭을 완성하니 글이 모두 제한 없이 읽혔다.


다시 1시간 후.


“확실히 유료 결제를 한 보람이 있군.”


무료로 정보를 푸는 초인도 있었으나 실시간 업데이트가 잘되지 않고, 오타도 많았으며, 간혹 빠지는 내용도 많았다.


다행히 돈을 낸 만큼의 값어치가 있었다.


고마워요, 스피스스쿠터.

이젠 다시 결제 안 할 거지만.


검색 기능까지 활용했는데도 운석과 관련한 스킬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실전뿐.


모든 준비는 1년 전부터 완료된 상태였다.

신중호는 경건한 마음으로 신규 각성자 패키지를 착용했다.

이 역시 수백 번 반복해 왔기에 그 움직임은 그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야구방망이를 손에 쥐고 크게 호흡을 내쉬었다.


“······후우! 오케이. 마음의 준비도 끝.”


25번 첨탑 1층에 입장할 시각이었다.


*


[25번 첨탑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목표 : 좀비 50마리를 해치우세요.

= 기한 : 1:00:00

= 특전 : 최단기간 공략자에게 소환석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앞쪽으로 허허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50마리의 좀비가 저 멀리 웅성웅성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첨탑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몬스터는 다름 아닌 좀비.

물린다고 좀비가 되는 일이 없고, 움직임도 굼떴다.

무기만 제대로 휘두른다면 힘없는 일반 여성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약했다.


힘겹게 걸어 다니는 다 썩어빠진 시체라고 할까.


다만 그 숫자가 50마리다.


두세 마리면 모를까.

50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옥타곤의 챔피언이 갓 각성해서 찾아와도 절대 무리였다.

고레벨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레벨 제한이 걸려 있어서 1레벨이 활용할 수도 없었고.


그럼 어떻게 해야 놈들을 안전하게 상대할 수 있을까?


일단 한두 마리 치고 빠지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

아니면 빙글빙글 돌면서 밀집된 놈들을 분산시키며 처치하거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첨탑에서만 사용 가능한 전용 스킬을 쓰는 것이 있었다.


신중호는 첨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운석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특정 층에 따라 첫 도전 때 최단기간으로 클리어하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졌다.


= 특전 : 최단기간 공략자에게 소환석의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가장 처음 시작하는 1층은 소환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였다.

이 특전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두 번째 도전에선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신중호는 그 특전을 노릴 생각이었다.


스킬을 쓰면서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우주에 떠도는 운석 무리를 찾은 후, 원하는 운석을 선택하면 그것을 전이시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운석을 소환하는 개념이었다.


드넓은 우주라서 그런지 날아다니는 운석들이 아파트 2층 높이에서 개미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매우 작았다.

저기서 소환할 수 있는 운석은 밝게 표시되어 있는데······


솔직히 죄다 눈곱만큼 작아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신중호는 대충 가장 커 보이는 것 하나를 골라 봤다.


운석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면 집은 멀쩡한 채 구멍만 뻥 뚫려 있었다.

그러니 스킬의 파괴력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초반 스킬 아니던가?


그저 최대한 큰 놈을 좀비 무리 한가운데에 떨어뜨려 폭발시키고.

충격파에 쓰러진 놈들을 야구방망이로 최대한 빨리 뚝배기를 깨주면.

혹시 최단기간 클리어를 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와라!”


하늘 위에 커다란 검은 공간이 펼쳐지고, 좀비들의 머리 위에 운석이 소환되었다.


대략.

운동장 크기만 한.


“······어?”


50마리의 좀비 정도는 개미처럼 깔아뭉갤 거대한 운석이 지면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아아악!”


충격파가 불어오며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한······

100미터 정도?


신중호는 그 와중에도 기지를 발휘해 몸을 대자로 펼쳤다.


이러면 조금이라도 느리게 떨어지겠지?


“저어언혀어어아아니이이자아아나아아아아!”


대자로 펼친 몸이 9.8m/s²의 가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왜 첨탑의 중력가속도도 지구랑 똑같은데에에!

달 정도 되면 좀 좋아아아!


사람이 죽는 순간이 되면 주마등이 펼쳐진다는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실시간으로 근접해오는 땅바닥만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죽음을 직감한 순간.


[25번 첨탑의 1층을 공략하셨습니다.]


[마석 1개가 지급됩니다.]


[10초 후에 자동으로 복귀합니다.]


신중호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지이이그으으음! 지이이이이그으으으음!”


그의 몸이 막 지면에 부딪히면서 피떡이 되려던 순간에 뿅 하고 사라졌다.


*


털썩!


방바닥에 철퍼덕 엎어진 신중호는 호흡을 크게 가다듬었다.


“허어억! 허어억! 허어억!”


주, 죽는 줄 알았다!


현실로 돌아오면서 운동 에너지가 0이 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끔찍한 변사체 하나가 생겼을지도······!


생각할 게 너무 많았다.


이 운석 소환 스킬 대체 뭔데?


커봤자 성인 크기의 돌덩이가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소환하고 보니 무슨 섬 같은 게 떨어지네?


그래도 다행인 점은 50마리의 좀비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것.

만약 한 마리라도 살아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경악과 충격으로 무엇부터 먼저 생각해야 할지 사고가 정지한 상황에서.

생각할 거리 또 하나가 등장했다.


[공지 : 미리내 님이 25번 첨탑 1층을 최단 시간으로 공략했습니다.]


[1층 최단 시간 공략 특전으로 소드마스터 님이 보유했던 소환석을 회수하여 미리내 님께 지급했습니다.]


[경이로운 업적 달성!]

[경이로운 업적 특전으로 귀환권 5장이 제공되었습니다.]


신중호의 눈앞에 두 개의 돌이 툭툭 떨어졌다.

주먹만 한 검은 색 돌멩이와.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붉은색 거대한 돌덩이.


검은색 돌은 새로운 시대의 고효율 에너지원.

마석.


마석 1개가 약 100만 원이었다.

그러니 하루에 1개씩 얻는다면 한 달에 약 3천만 원을 버는 셈이었다.


문제는 초회 공략 때만 무조건 지급하고, 이후에는 랜덤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저층 구간에선 지급 확률이 극히 낮았다.


게다가 마석을 합법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선 나라에 초인으로 등록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었다.

요새는 다들 커밍아웃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편이지만.


신중호는 이것 때문에 절대 자신의 정체를 노출해선 안 되었다.


[1층 최단 시간 공략 특전으로 소드마스터 님이 보유했던 소환석을 회수하여 미리내 님께 지급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초인이자 가장 높은 층수까지 등반한 소드마스터 김태민이 소유하고 있던 물건.


그것이 지금 자신의 방 안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크기와 무게로 짐작하건대 장정 서너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물건이 자신의 집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했으니.

죽고 싶지 않다면 정체를 꼭꼭 숨기는 게 좋았다.


최소한 김태민처럼 자기 목숨을 스스로 보전할 힘을 갖추기 전까지.


“음······ 일단 확인부터 할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정보 수집.


소환석도 소환석이지만, 우선 첨탑 공지가 나간 만큼 분위기가 어떤지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예상대로 수다방에는 방금 공략과 관련한 글이 실시간으로 새롭게 갱신되고 있었다.


└ 미친 거 아님? 1층 공략 시간이 8초? 8초오오?

└ 소마가 9분대를 최초로 끊었다면서, 이것보다 짧은 시간은 절대 나오지 않을 거랬는데ㅋㅋㅋ

└ 그런데 미리내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도 말아야 할 듯ㅋㅋ 쥐도 새도 모르게 ㅆㅆ

└ 난 그보다 무슨 전용 스킬인지가 궁금함. 어떤 미친 스킬이 좀비 50마리를 8초 만에 쓸어버리지?

└ 미리내 씨! 보고 있는 거 알아요! 나와서 인사 좀 해주시죠!


흐음······

역시 커뮤니티는 눈팅만 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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