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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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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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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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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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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화

DUMMY


박소율이 첨탑 60층에 도전했다.

여기서 최단 시간 공략에 성공하면 김태민이 차지한 특전을 빼앗을 수 있는 상황.


그녀의 공략은 주요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취재되었고, 그녀가 기록을 경신하는지는 모든 초인의 관심사였다.


첨탑 60층 공략의 기한은 6시간.

여기서 김태민이 초회차에 달성한 시간은 1시간 57분.


다른 첨탑은 2시간 30분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박소율의 공략 시간은?


1시간······ 57분이었다.


그러나 김태민은 13초였던 데에 반해, 박소율은 43초.


같은 57분대를 끊었음에도 30초 차이로 기록 경신에 실패한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앙!”


전전 카페에 들이닥친 박소율은 커튼을 죄다 치고 카페 문까지 잠근 다음에 펑펑 울어 댔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신중호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 지났는데.

······이제 2층 공략하러 가야 하는데.


하지만 박소율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다.

심신을 달래줄 수 있는 차분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서.


한참 울어 재낀 박소율이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물었다.


“저 못났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가놓고 고작 30초 차이로 졌다니. 왜 이렇게 못났을까요?”


신중호는 가만히 말을 고른 뒤에 대답했다.


“또 기회가 있으시겠죠.”

“기회요? 무슨 기회? 초회 차 공략은 벌써 끝났는데?”

“······80층도 있잖아요.”

“와아, 중호 씨가 그런 것도 알아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알바하는 곳 사장님이 초인이시거든요.”

“푸훗! 그 멘트 마음에 들었다! 이야, 우리 중호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알고 보니까 은근히 여심 자극할 줄 아네?”

“괜찮아지셨으면······ 퇴근해도 괜찮을까요?”

“안 돼요! 오늘 야근 확정!”


좀 보내 주세요······

오늘 2층 공략할 계획이었다고요······


안 그래도 아침에 들은 말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윤창대라고 예상되는 랭킹 3위의 초인이 소환석을 찾고 있다.

그것도 30일 이내로 확실히 알아낼 방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무얼 해야 할까?


일하는 내내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미친 듯이 탑을 공략한다!


레벨을 최대한 많이 올리고, 특전도 열심히 받다 보면 뭔가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러나 신중호의 마음이 얼마나 안달이 났든지.

박소율은 그를 쉽게 보내 줄 마음이 없었다.


“어떻게 슬픔에 잠긴 가냘픈 미인을 위로해주지도 않고 도망칠 생각만 해요?”

“알바 계약에 초과 근무는 없었습니다만.”

“와아, 정말 칼 같이 자른다! 진짜······ 저 위로해 줄 생각 없어요?”


이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진다.

박소율이 제대로 집착하면 누구도 못 말린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후우······ 1시간만입니다.”

“짜다, 짜! 퇴근하고 뭐 중요한 할 거 있어요?”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됐네요! 그럼 그 1시간 동안 저나 많이 위로해줘요!”

“차분한 음악이라면 틀고 있습니다만.”

“음악은 됐고, 중호 씨가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 좀 불러줄래요?”

“저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서요.”

“와아, 재미없어!”


박소율이 신중호를 노려봤으나 그는 언제나처럼 차분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은근히 마음이 진정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 그래도 중호 씨 상대하니까 기분은 좀 풀리네요.”


신중호가 그답지 않게 설핏 미소지었다.


“그건 다행이네요.”


박소율 또한 그런 신중호의 마음 씀씀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여튼, 그렇게 무심히 툭툭 던지는 게 은근히 선수 같다니까?”

“저는 모솔인데요.”

“못 믿겠는데요? 지금껏 울려본 여자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 아니에요?”


신중호가 곰곰이 생각한 뒤에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울린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네요.”

“······이야, 그걸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중호 씨 한 명밖에 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칭찬 아닌데.”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러는 거죠?”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 보니 금세 1시간이 지났다.


“1시간 초과 근무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사장님.”

“으휴! 알아요, 알아! 나도 뭐 바쁜 몸이거든요?”

“뒷정리는 제가 하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또 할 말이 없네. 제가 초과 근무 수당은 하루 치로 계산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여튼, 잘해줘도 기뻐하는 내색도 안 해요! 뭐······ 그건 그렇고 기회가 있다는 중호 씨 말, 맞는 것 같아요.”

“네?”


박소율이 독사 같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제가 2위잖아요? 그럼 1위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제가 1위가 되겠죠?”

“······그렇기는 하죠.”

“에이, 뭘 그렇게 얼고 그래요! 그냥 얘기가 그렇다는 거지, 얘기가!”

“······네에.”

“푸훗! 중호 씨, 이럴 때 보면 되게 순진한 것 같다니까? 참, 그리고 그거 알아요?”

“······또 뭔가요?”

“미리내요.”

“······네?”


박소율이 비밀이라는 듯이 신중호의 귓가로 다가와 손을 가리고 소곤거리듯 얘기했다.


“사실 1층 최단기록 2위가 저였거든요? 지금은 3위가 됐지만! 그러니 미리내도 죽고, 60층 1위도 사라지면······ 제가 1층, 60층 특전을 모두 독차지하는 거예요!”


신중호가 얼어붙은 듯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자 박소율이 쿡쿡거리며 웃었다.


“농담, 노오옹담! 중호 씨,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설마 제가 특전 하나 얻자고 같은 초인을 아무도 모르게 담가버리는 그런 여자로 보는 거 아니죠?”


······사용하는 어휘부터 너무 전문적이십니다만.


“아, 네에······.”

“아무튼, 오늘 일은 미안하게 됐어요!”

“아, 아닙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중호 씨도 마무리 수고해 주세요!”


전전 카페를 나온 박소율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그녀의 얼굴은 카페 안에 있을 때와 다르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 표정으로 돌변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분 상태가 어떤지 읽을 수 있었던 비서 백지훈은 넌지시 안에서 있던 일을 물었다.


“기분이 조금 풀리셨나 봅니다.”


박소율이 돌연 도끼눈을 떴다.


“주제넘게 뭘 안다는 듯이 떠들어?”


2년 남짓한 시간을 함께했지만.

박소율을 대하는 건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박소율이 혀를 찼다.


“쓸데없는 데 관심 두지 말고 미리내의 소재나 빨리 파악해. 고릴라 같은 쥐새끼가 먼저 찾아내기 전에.”

“······최근 서울 시내에서 한 달 내로 일을 그만둔 사람을 모두 조사했지만, 모두 미리내와는 무관했습니다.”

“한 달로 못 찾겠으면, 두 달, 세 달로 늘려! 아니, 반년까지!”


오래된 자료일수록 뒤져보기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까라면 까야 하는 게 자신의 처지였으니 그게 아무리 발품이 많이 들어도 모든 인력을 동원해 알아봐야 했다.


백지훈은 대답과 함께 조심스럽게 우려를 내비쳤다.


“그건 그렇고······ 신중호 씨를 다시 한 번 털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중호가 전전 카페에 알바로 채용되었을 때.

그는 몰랐겠지만, 그의 신상은 물론, 그가 사는 집까지 비밀리에 싹 조사해보았다.


결론은 초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

그것도 첨탑, 초인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요즘 사람 치고 참 심심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범함이 오히려 더 위화감이 들었던 백지훈은 종종 신중호에게 의문을 품었다.


정말 첨탑, 초인에 아무런 흥미가 없다고?

서울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혹시 박소율 님께 흑심을 품은 놈팡이 아냐?


하지만 신중호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한 박소율은 어느 순간부터 그를 끼고돌기 시작했다.

그래서 백지훈의 간언을 매번 무시하고, 이제는 아예 실력 행사로 나오기까지 했다.


바로 이렇게.


빠지지직!


“끄으읍!”


박소율의 손에 잡힌 어깨에서 강렬한 전류가 퍼지며 몸을 활어처럼 요동치게 했다.


온몸을 지져대는 전기 고문은 거의 기절 일보 직전까지 가서야 멈췄다.


“크헉! 허억! 허억!”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백지훈은 백미러를 통해 빙긋 웃고 있는 박소율의 모습을 보았다.


“백 비서······ 내가 찜한 장난감 함부로 건드리면······ 남은 인생이 아주 짜릿할 거야······ 그치?”


박소율의 미소는.

소름 끼치도록 너무나 해맑았다.


*


└ 전격여제 이번에 아쉽겠더라ㅋ 30초ㅋ

└ 그러니까ㅋㅋ 31초만 빨리 끝냈어도 스킬 리셋 반지 차지할 수 있었을 텐데ㅋㅋ

└ 그래도 기록 자체는 대단한 듯. 다른 나라는 짧아야 2시간 30분인데 우리나라는 1시간 57분 기록자가 두 명ㄷㄷㄷ

└ 진짜 1년 안에 세계 첨탑 공략 1위가 우리 25번 첨탑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음ㅋㅋ


60층 최단기간 공략 특전은 바로 스킬 리셋 반지.


초인의 초기 스킬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더라도 고레벨로 올라갈수록 점점 강력해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스킬까지 여럿 갖추게 되면, 그야말로 스킬 리셋 반지의 효용이 극대화되는 것이었다.


└ 그건 그렇고 3황 따라잡은 사람이 아직 없나?

└ 3황이 뭐야, 3황이ㅋㅋ 유치하게ㅋㅋㅋㅋ 나도 되고 싶다ㅠㅠㅠㅠ

└ 저번에 이서아가 48층 깼다고 하던데

└ 이제 49층ㅠ 아직도 3황 발끝에도 못 미치는구나ㅠㅠ


이서아는 시작부터 초인 관리청에서 키운 인재였다.


김태민에게 크게 데였던 초인 관리청은 성장할 가능성이 큰 각성자를 비밀리에 키웠다.

그리고 30층을 돌파하면서 그녀를 초인 관리청의 대표 모델로 대중에 공개했다.


김태민이 그녀를 전혀 몰랐다는 것 하나만으로 초인 관리청과 소드마스터가 얼마나 대립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겉으로는 섭섭하다느니, 초인 관리청의 결정을 존중한다느니 했다지만.

그의 본질을 아는 초인들은 수다방에서 한동안 그를 조롱하기에 바빴다.


“정보 수집은······ 이쯤이면 됐고.”


신중호는 시계를 바라봤다.


저녁 11시 정각.


예정대로 소환석을 통해 레아를 불러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주군.”

“어제도 봤는데요.”

“그래도 주군의 안위는 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명입니다.”

“네, 고마워요. 오늘은 2층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오오! 드디어!”

“쉿. 밤 11시에요.”

“아, 죄송합니다, 주군.”


2주 동안 레아와 어울리면서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일단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첨탑 안에서만 보일 것.


혼자 사는 남자 방에서 어린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절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집에서는 군기를 쫙 빼도록 했다.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나눠봤는데, 딱히 건질 정보는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첨탑이 무엇인지,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


그저 소환자를 주군으로 모시며 첨탑에 같이 들어가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유일한 행동 방침이었다.


고작 중고등 학생으로밖에 안 보이는 여자아이가 좀비들을 도륙하는 모습은 조금 비현실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만화, 게임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비정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신중호는 첨탑에 들어가지 않을 때면 레아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 밖으로는 절대 내보낼 수 없으니 그것 또한 미안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지만.


“괜찮습니다, 주군! 소신에겐 주군을 보필하는 임무가 가장 큰 목적이자, 행복입니다!”


말로는 그리 답했다.

보는 처지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뿐이지.


“공략은 50분 뒤에 할 예정이니까 그동안은 자유롭게 지내세요.”


예상 밖의 자유시간에 레아가 평소와 다르게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중요한 공략을 앞두고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신중호는 다 안다는 듯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보세요, 저번에 보다가 끊겼던 드라마.”

“감사! 아, 가, 감사합니다, 주군. 그, 그게 남주가 뺨 맞은 다음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던지라······”


레아가 볼을 살며시 붉히며 중얼거렸다.


피소환자 레아.


어쩌다 보니.


그녀는 한국 드라마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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