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최근연재일 :
2024.07.04 23: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8,795
추천수 :
602
글자수 :
81,209

작성
24.07.02 08:05
조회
1,753
추천
47
글자
13쪽

11화

DUMMY


초인 관리청의 청장실.


청장 정우진이 부청장 한동건을 향해 물었다.


“아직 미리내는 찾지 못했나?”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3대 랭커가 미리내의 정체를 캐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것도 상당히 안 좋은 이유로.


초인 관리청장 앞에서 미리내를 없애겠다고 대놓고 운운할 정도니 마음은 이미 굳었다고 봐야 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1층부터 62층까지 함께한 소환수를 되찾겠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초인을 죽일 이유는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민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초인 관리청장의 존재 의의는 과연 무엇일까.


어떤 때는 김태민의 대가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을 지경이었다.


초인은 첨탑에서야 초인이지, 현실에서는 그렇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용 스킬은 전부 잠기고, 범용 스킬은 크게 대단하지 않았다.


게다가 첨탑의 영향 범위 바깥으로 나가면 한낱 일반인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초인들의 인권을 탄압한 나라들도 꽤 있었다.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초인을 다뤘어야 했는데······!”


정우진의 푸념에 한동건이 쓰게 웃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베이징이 어떻게 되었는지.”


중국은 인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초인들을 한 건물에 가둔 후 그들의 자유를 철저히 묵살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한 초인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상위 랭커들이 죄다 사망했다.


결론은?


베이징의 소멸이었다.


현재 베이징에는 거대한 검은 돔이 씌워진 채 안쪽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금껏 검은 돔이 씌워진 도시에서 빠져나온 사람도.

반대로 검은 돔 안으로 들어간 사람도.

아직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정우진이 반론을 제기하듯 말했다.


“그래도 상하이는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베이징보다 첨탑이 뒤늦게 생긴 상하이는 도시적 특성 때문에 초인들을 느슨하게 관리했다.


그리고 초인 폭동 사태로 베이징이 사라진 후.


느슨한 감시와 철저한 통제로 그 정책을 확실하게 수립했다.


상하이의 랭커들은 베이징 때와 다르게 나라의 영웅처럼 대우받았다.

으리으리한 저택, 값비싼 차, 그들을 보조하는 전속 비서들 등등.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철저한 통제가 숨어 있었다.


상하이 초인들은 해외에 가고 싶어도 가족들을 모두 고국에 둔 채 혼자만 가야 했고, 그마저도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서류에 서명해야만 했다.

오죽했으면 상하이 초인들이 서명하는 것에 질려서 해외여행을 포기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그래도 그런 철저한 통제 덕분에 상하이 탑 공략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13번 첨탑.


상당히 앞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공략한 최상층은 이제 65층.

정확하게 28일마다 한층 씩 공략해 나갔고, 65층까지 도달한 랭커도 무려 13명이나 될 정도로 고레벨 초인 층이 든든했다.


한동건이 이번에도 멋쩍게 웃어 보였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모를까······ 저흰 랭커가 셋뿐이잖습니까. 그것도 통제가 전혀 안 되는.”

“후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잘못 봤어! 김태민 그자에게만 몰아주지 말라는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다 지난 일이지요······. 그리고 그땐 다른 초인들이 경쟁하듯 첨탑을 공략했습니다. 우리 초인 관리청도 그들과 나란히 서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어차피 최상위층을 누군가가 확실히 공략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 초인 관리청이 지원하는 초인이 최상층 등반자가 되는 것이 여러모로 첨탑 관리에 유리할 거란 생각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지만.


“그래······ 말이라도 고맙네. 참, 이서아 초인의 공략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나?”

“조만간 49층도 순조롭게 등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서아 초인이 사용하는 무기가 문제입니다.”

“또 부서졌나?”

“일보 직전입니다. 아마 50층 공략을 위해선 새로운 무기 제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서아 초인이 힘은 참 좋아! 희망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매번 무기 걱정을 해야 하니 그것도 걱정이군.”


한동건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 상당히 내구성이 좋은 5레벨 무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정우진이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또 나보고 일본에 가서 고개 좀 숙이라 이건가?”

“그런 말씀은 아니었고······ 그저 협상을 진행해보시면 어떨까 싶어 말씀드렸습니다.”


정우진이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스킬 강화권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김태민에게 허구한 날 곳간을 털리고 있는데, 뭘 가지고 협상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송구스럽습니다.”

“하하, 됐네. 자네도 나라의 안위를 위해 꺼낸 말일 텐데. 후우······! 또 뭘 들고 가서 대여를 부탁해야 할지 위에 가서 앓는 소리 좀 해봐야겠군!”


자기 집 곳간이 비어 있으니 어쩌겠는가.


일단 다른 집 곳간부터 찾아가 사정하는 수밖에.


*


신중호는 워해머의 설명을 확인했다.


[티아모트의 스태프]

- 레벨 제한 : 2

- 마법 계열의 스킬을 증폭합니다.

- 튼튼합니다.

- 설명 : 스태프가 약한 충격에도 잘 부서지는 것에 성질이 난 전투 마법사 티아모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스태프입니다. 스태프로서의 성능은 발군이나 너무 무거워서 제작자인 티아모트도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이 워해머가······

스태프였어요?


세상엔 참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지만.

스태프를 거대한 워해머로 만들 생각을 한 마법사의 얘기는 봐도 봐도 놀랍기만 했다.


게다가 만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무거워서 잘 쓰지도 못했다니.


신중호는 얼마나 무거운지 확인하기 위해 자루를 잡고 힘을 써봤다.


“흡!”


그리고 바로 포기했다.


이대로 힘을 더 줬다간 워해머가 들리는 게 아니라 척추뼈가 들릴 것 같았다.


“레아 씨, 이거 한 번 들어볼래요?”

“알겠습니다, 주군.”


레아가 손잡이를 짧게 잡고 힘을 썼다.


“하압!”


번쩍!


오!

들렸다, 들렸다!


“이···제···어···떻···게···!”


레아가 팔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꽉 깨문 채 말했다.


신중호는 서둘러 명령했다.


“그냥 제자리에 내려놔요! 살살!”


쿠욱.


워해머가 원래의 자리에 뒤집힌 채 놓였다.


“후우우우!”


상당히 무리했던지 거의 가라앉았던 레아의 얼굴이 다시 새빨갛게 변했다.

전투 실력은 뛰어나지만, 근력 자체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레아조차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스태프라니.

대체 이걸 만든 전투 마법사는 힘이 얼마나 좋았다는 거지?


아니, 그 이전에.

마법사가 맞긴 맞았을까?


“죄송합니다, 주군. 못난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아뇨, 저는 들지도 못했는걸요. 그럼 저 무기는 레아 씨도 못 쓰겠네요.”

“주군께서 명령하신다면 두 팔이 떨어지더라도 사용하겠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아이템에 담긴 이능은 초인만 활용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레아는 마법 계열 스킬 또한 없으니 오히려 페널티만 잔뜩 껴안는 셈이었다.


신중호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버려야 하나.”


소환석 때문에 가뜩이나 좁아진 원룸이 거대한 스태프로 인해 더 비좁아진 기분이 들었다.


첨탑에 들어갈 때 같이 들고 간 다음에 그 안에 놓고 오면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은데.


거기다 마법 계열 스킬을 증폭한다니.

과연 이걸 들고 운석 소환을 사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심 두려우면서 살짝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그래도 플래티넘 뽑기로 나온 무기인데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어쨌든.

티아모트의 스태프 건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다음으로 플래티넘 랜덤 박스를 깔 차례였다.


일반 랜덤 박스와 다르게 알록달록한 띠로 포장된 채, ‘이 안에 뭐 좀 들어있소!’하고 버젓이 광고하듯이 금색 광휘가 드러나는 상자.


과연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레아 씨, 혹시······”

“드디어 주군의 금손이 등장할 때입니다! 이 레아, 주군의 기원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뽑기 싫다는 말을 참 요란하게도 하는구나.


싫은 걸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었기에.

신중호는 과감히 플래티넘 랜덤 박스를 열어 보았다.


퍼엉!


[소환석 강화권 1장을 획득했습니다.]


“오오오! 주군의 은덕이 하늘에 닿았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아이템을 단번에 뽑으시다니! 참으로 영광스러운 업적입니다!”


레아가 소리 죽여 환호했다.


······고작 뽑기가 잘 나온 것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건 아닌가 싶다만.


그래도 좋은 건 확실히 좋은 거였다.


소환석 강화권.


말 그대로 소환석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소환석을 소지한 사람에게만 극히 드물게 나오는 아이템이었다.


보통은 30층 이후에나 구경할까 말까라는데.

어쩌다 보니 10층에서 바로 얻게 되었다.


이건 다른 곳에 쓸 데도 없기에 신중호는 바로 소환석 강화권을 사용했다.


착.


종이를 소환석에 가져다 댄 후.


“강화.”


명령어를 외자 레아가 처음 소환되었을 때처럼 붉은빛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당연하게도.

암막 커튼은 철저히 쳐놨기에 빛이 밖으로 새어나갈 일은 없었다.


커튼은 물론.

현관문까지.


잠시 후 빛이 완전히 사그라든 후.


소환석이 살짝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 달라지긴 달라졌는데.

마치 좀 더 멋있어졌다고 스스로 뽐내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래봤자 커다란 돌덩이인 건 변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소환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였다.


[소환석]

- 소유자 : 신중호

- 피소환자 : 레아

- 소환 횟수 : 1일 2회

- 소환 시간 : 4시간


소환 횟수가 하루 한 번에서 두 번으로.

그리고 소환 시간이 1시간에서 4시간으로 부쩍 증가했다.


1일 2회에 4시간이라······


이 정도면 밤을 버티기엔 충분할지도?


“레아 씨, 혹시 변한 건 없나요?”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그대로인 것은 모두 소신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그렇게 일일이 사과할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편하게 얘기하세요. 저는 레아 씨를 부하가 아닌 저와 동등한 동료처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무, 무척 황송한 말씀입니다. 그, 그렇다면 주군께서도 미천한 소신에게 이제 말씀을 낮춰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 외의 반격이었다.


하지만 신중호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제가 그러고 싶어도 레아 씨가 저를 이렇게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저 혼자 그러겠어요? 오히려 이런 관계만 더 고착되겠죠.”

“죄, 죄송합니다. 소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게 죄송하다면 저번에 했던 대로 저를 불러 보시지 그래요?”


레아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 꼭······ 해야 합니까?”

“네.”


신중호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레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비장의 각오를 한 듯이 말을 뜨문뜨문 내뱉었다.


“그······ 오······ 주······.”


평소였다면 넘겨주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레아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원했던 신중호는 조금 더 반응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군신 관계.


여기가 유럽 판타지 세계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자신이 있는 곳은 모두가 평등한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특히, 발랄하게 웃고 지내야 할 10대 소녀가 매번 주군, 주군하면서 깍듯하게 예를 지키는 모습은 솔직히 껄끄러운 면이 없잖아 있었다.

보기에 안쓰럽기도 했고.


신중호가 계속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더는 피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레아가 우물우물하며 말했다.


“어······ 우······ 오······ 빠······?”


신중호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 레아.”


주군으로 마땅히 보여야 할 자연스러운 하대였다.


하지만 그동안 존대만 해오던 신중호가 갑작스럽게 말을 놓았다는 점과.


그간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쌓였던 다양한 남녀관계의 장면이 눈앞에서 촤르륵 펼쳐지면서.


레아의 머릿속이 펑 터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화 NEW +1 4시간 전 469 23 13쪽
13 13화 +3 24.07.04 1,389 41 12쪽
12 12화 +3 24.07.03 1,618 31 14쪽
» 11화 +6 24.07.02 1,754 47 13쪽
10 10화 +7 24.07.01 1,905 46 13쪽
9 9화 +2 24.06.30 1,950 39 13쪽
8 8화 24.06.29 2,057 39 12쪽
7 7화 +3 24.06.28 2,124 39 14쪽
6 6화 +1 24.06.27 2,247 39 13쪽
5 5화 +1 24.06.26 2,389 42 13쪽
4 4화 +1 24.06.26 2,414 45 13쪽
3 3화 +5 24.06.25 2,534 53 11쪽
2 2화 +2 24.06.24 2,705 53 13쪽
1 1화 +4 24.06.24 3,241 6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