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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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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최근연재일 :
2024.06.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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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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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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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7화

DUMMY


“네가 좋은 이유? 그저 너라서. 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레아가 조그만 스마트 화면에서 나오는 남주의 대사에 몰입한 채 얼굴을 옅게 붉혔다.

양 무릎을 두 팔로 폭 감싸고 얼굴만 살짝 내민 채.


저런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10대 소녀에 불과한데.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레아를 위해서 커다란 TV라도 사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저런 걸 좋아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니 신중호로선 오히려 다행이었다.

앳된 여자아이가 몬스터를 살육하는 것만 좋아했다면,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기가 상당히 껄끄러웠을 테니까.


단순히 게임속 캐릭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레아는 살아 있고, 자기 의지가 있는 존재였다.


다른 초인들도 소환수와 교감을 쌓기 위해 평소에 다양한 활동을 같이했다고 한다.

신중호는 여건상 그렇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그녀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찾았다는 점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앗!”


드라마 속에서 키스 신이 나오자 레아가 깜짝 놀라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물론 손가락을 펼쳐서 화면에 눈을 고정한 상태로.


그러다 신중호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황급히 사과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보세요. 이제 10여 분 남았어요.”

“아, 네, 네.”


레아가 다시 드라마에 몰입했다.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드라마를 본 건 아니었다.


레아는 피소환자라서 그런지 첨탑 사랑방을 열람하는 것이 가능했다.


처음에는 사랑방의 게시물.

그다음은 인터넷을 통해 첨탑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빠르게 습득했다.


소드 엑스퍼트 상급이라서 그런지 거의 사진을 찍는 것처럼 후루룩 넘겨댔다.

대충 보나 싶어 확인해보면 그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력까지 먼치킨?


그렇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섭렵한 후.

더는 알아볼 정보가 없다는 말에 심심하면 드라마나 보는 게 어떠냐고 한 번 틀어주었다.


그 뒤에는 정주행의 시작이었다.


아직은 소환 시간이 짧아 무료 스트리밍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조만간 유료 스트리밍 결제를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다른 것도 좋아하나 싶어 미드를 보여주니.


“······죄, 죄송합니다! 잠시 졸았습니다!”


무서운 살인마가 나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충격적인 장면에서도 꾸벅꾸벅 졸았다.


하긴.

본인이 직접 몬스터들을 무참히 도륙하는데 그런 평범한(?) 장면이 눈에 들어올까 싶었다.


“레아 씨,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주군!”


레아가 드라마를 정지시킨 채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무리 드라마에 푹 빠져 있어도.

신중호가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반응하는 그녀였기에, 신중호 또한 레아를 최대한 배려했다.


현재 시각은 11시 50분.


2층을 공략하기에 딱 좋은 순간이었다.


[25번 첨탑 2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목표 : 튼튼한 좀비 40마리를 해치우세요.

= 기한 : 1:00:00


일반 좀비와 다르게 튼튼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좀비.


최단 시간 공략 특전은 20층에서나 볼 수 있기에 당연히 표시되는 내용은 별것 없었다.


“운석 소환.”


그러나 신중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끝없는 우주.

그 안에서 적당한 운석 하나를 선택해 소환했다.


총 14번의 스킬 테스트에서.

가장 작은 건 단독주택 크기만 한 것.

가장 큰 건 조그만 섬만 한 것을 불러냈다.


각각 두 번째, 첫 번째 시도에서 불러냈던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12번 모두 아파트 다섯 채에서 열 채를 뭉친 것 정도의 운석이 떨어졌다.


가장 작아 보이는 걸 선택했더니 아파트 20채를 합친 운석이 떨어졌고.

가장 커 보이는 걸 선택했더니 아파트 5채를 합친 운석이 떨어졌다.


한 마디로 첫 번째, 두 번째 운석 소환도 일종의 운이었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5채든, 10채든.


한곳에 모여 있는 좀비 40마리를 초토화하는 데엔 충분했다.


검은 하늘이 열리며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다.


8채?

9채?


10번 넘게 봤기 때문인지 대강의 눈대중이 가능했다.


“아파트 8.5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눈썰미가 얼마나 좋은지 아파트 0.1채 단위로 운석 크기를 분별하는 레아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운석이 지면에 폭발하며 주변으로 거센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이에 레아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땅을 힘차게 쾅! 밟고는.


방패를 앞으로 내민 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신중호의 앞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부채 모양을 만들어 냈다.


······쉴 새 없는 기합을 내지르면서.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이름하여.


핫핫 디펜스!


처음에 그녀가 이 방어 기술을 선보였을 때.


좀······ 그랬다.

아니, 많이······ 그랬다.


그래도 체면이 목숨을 구해주는 건 아니었기에 바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일단 선풍기든, 헤어 드라이기든.


아무리 세게 틀어도 레아 바로 뒤에 있는 촛불을 꺼뜨리지 못했다.

실제로 직접 뒤에 서보니 바람 한 점 불어오질 않았다.


그다음은 실전.


어차피 귀환권이 있으니 여차하면 귀환권을 쓸 생각으로 가장 커 보이는 운석을 소환해 보았다.


섬보다 훨씬 작은, 고작(?) 아파트 5채를 합친 정도의 운석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크기가 크기인지라 충격파는 제법 거세게 일었다.


레아는 핫핫 디펜스를 펼쳐 정면을 막았고.

우려와는 다르게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12번의 실험 과정을 거쳤기에.

이번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후아아아아아아악!


레아가 부채꼴로 펼친 방어 기술에서 좌우, 위쪽으로 충격파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그러나 신중호는 평온한 태도로 후폭풍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운석 충돌 여파로 거센 지진도 일었지만.

신기하게도 레아가 발을 구르는 것으로 힘을 상쇄시키는 것인지, 아무런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은.


그럼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걸까?


문득 궁금증이 밀려왔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25번 첨탑의 2층을 공략하셨습니다.]


[마석 2개가 지급됩니다.]


[10초 후에 자동으로 복귀합니다.]


“복귀.”


굳이 10초 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근처에 파밍할 것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시작 지점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운석이 떨어진 자리까지 가기도 전에 10초가 지날 거였다.


첨탑에서 귀환하니 바로 메시지가 출력됐다.


[공지 : 미리내 님이 25번 첨탑 2층을 최단 시간으로 공략했습니다.]


[경이로운 업적 달성!]

[경이로운 업적 특전으로 랜덤 박스 1개가 제공되었습니다.]


랜덤 박스······?


허공에 빨간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가 등장했다.


마치 지금 포장을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이 땅에 떨어지지도 않고 둥둥 떠 있었다.


“레아 씨, 혹시 렌덤 박스라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송구합니다, 주군. 안타깝게도 제가 지금껏 살펴본 정보에는 관련한 내용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알아볼까요?”

“아뇨, 괜찮아요.”


신중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레아에게 권했다.


“음······ 레아 씨가 한 번 풀어 볼래요?”

“제가······ 말씀입니까?”

“네, 혹시 함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함이 옳았다.


“아, 그런 이유였군요. 알겠습니다, 주군.”


레아가 공중에 떠 있는 랜덤 박스에 다가가 리본 묶음을 잡았다.


후웁!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매듭을 풀었다.


펑!


랜덤 박스의 뚜껑이 열리면서 안쪽에 있던 내용물이 튀어 나왔다.


[마석 5개를 획득했습니다.]


음······

500만 원이라······


기대만큼 대단한 것이 나오진 않았다.

게다가 마석이 나와봤자 지금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주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뽑고 말았습니다.”


레아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죄했다.


“그런 거 하지 말랬잖아요. 그리고 랜덤 박스면 운인데요, 뭐. 함정이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지요.”

“말씀드리기 황송하오나, 경이로운 업적 특전으로 나온 보상이니······ 함정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신중호 생각 또한 그랬다.


그러나 만에 하나.

0.000012%의 확률도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확률을 뚫고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고.


“제 생각도 비슷하지만 랜덤 박스의 랜덤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으니까요.”


아무도 얻지 못한 보상이었다.

표본 자료가 없는 이상 항상 최악을 가정하는 게 옳았다.


“미천한 소인이 주제넘게 발언하고 말았습니다. 주군의 하늘과 같은 높은 뜻을 감히 헤아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리옵니다.”


레아가 허리를 깊숙이 숙여 사죄하는 모습에 신중호가 안색을 설핏 찌푸렸다.


“그런 거 하지 말랬잖아요. 레아도 한국인처럼 행동해주세요. 저는 그게 받아들이기가 심적으로 훨씬 편하니까요.”

“감히 미천한 소신이 어찌 그런······!”

“부탁인데······ 안 될까요?”


레아의 말문이 막혔다.

주군의 부탁은 명령보다 강제성이 약하지만, 복종하고자 하는 마음은 몇 배로 크게 일었다.


“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신중호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절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주, 주군······.”

“한국에서 레아처럼 어린 학생이 제 나이 또래의 남자에게 뭐라고 부르던가요?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잖아요? 레아 씨가 편한 대로 불러요.”


신중호는 아저씨 정도를 예상했었다.

레아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신과 최소 여섯 살은 넘게 차이 날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학생과 사회인의 모습이니 딱 그 정도 호칭이 적당하리라.


레아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한 일을 주문한 게 아닌가 싶어 나중으로 미룰까 싶던 찰나.


레아의 앵두 같은 입술이 열리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 오빠······?”


뿅.


12시가 되면서 소환이 해제되었다.


신중호는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잠시 생각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으음······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나쁘지 않은데?


그래, 아저씨든, 오빠든.

레아가 제 나이 또래의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보기 좋았다.


신중호는 다시 레아를 소환했다.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주군.”

“호칭이 원래대로 돌아왔네요?”

“······소, 송구합니다, 주군.”


얼굴이 새빨개진 레아를 보며 신중호는 가볍게 웃었다.


“강요는 안 할게요. 레아 씨도 무리해서 하실 필요는 없어요. 레아 씨 마음이 우선이니까.”

“······감사합니다, 주군.”


신중호는 이쪽은 천천히 나아가자고 생각하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확인할 게 있으니 잠시만 쉬고 있어요.”

“네, 주군.”


그리고 25번 첨탑 사랑방에 입장했다.


└ ㅁㅊ! 2층 공략 5초? 5초오오오오?

└ 미리내 어디 잡혀 들어간 거 아니었음?

└ 아직도 1층이었다고? 대체? 왜? 무엇 때문에?

└ 혹시 스킬 페널티 아님? 2주에 한 번 쓰는 스킬이랄지

└ 오, 그거 말 되네? 2주에 한 번 쓰는 스킬이면 강력할 만하지. ······라고 해도 일반 좀비도 아니고, 튼튼한 좀비 40마리를 5초 만에 끝장내는 건 사기 아님?ㅋㅋㅋㅋㅋ

└ ㄹㅇ 무슨 스킬인지 ㅈㄴ궁금하다!


예상대로 익명 수다방이 다시금 난리 났다.


2주에 한 번 쓰는 스킬이라.


시간만 많았다면 이 전략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30일.

운이 나쁘면 일주일.

혹은 내일에라도 걸릴지 몰랐다.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신중호는 레아에게 소곤거리듯 말했다.


“3층, 갈게요.”

“네, 주군.”


레아 역시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대답했다.


대부분이 잠든 자정.

혼자 사는 남자 집에서 여자애의 목소리는 특히나 조심해야 했다.


[25번 첨탑 3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목표 : 단단한 좀비 30마리를 해치우세요.

= 기한 : 1:00:00


초인들이 처음으로 고전하는 구간이었다.


튼튼한 좀비보다 훨씬 방어력이 높은 단단한 좀비.

좀비 숫자도 40마리에서 30마리로 다시 10마리가 줄었다.

그런데도 난도가 올라갔다는 건, 그만큼 단단한 좀비 한 마리,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게 굉장히 까다롭다는 얘기였다.


적당히 힘만 주면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일반 좀비.

힘을 잔뜩 주면 어지간해선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튼튼한 좀비.


하지만 단단한 좀비는 머리를 몇 번이나 힘껏 때려야 깨질까 말까고, 검으로 목을 치려고 해도 힘과 각도가 잘못되면 오히려 검날이 목 근육에 붙잡혀 버렸다.


다행히 움직임은 여전히 느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죽을 위험은 없었지만.

우습게 보고 덤볐다가 무기까지 빼앗기고 한 시간 내내 도망치다가 실패하는 초인이 제법 되었다.


그렇게 많은 초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층이었으나.


신중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운석 소환.”


콰아아아아아앙!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핫···!”


후아아아아아악!


[25번 첨탑의 3층을 공략하셨습니다.]


[마석 3개가 지급됩니다.]


[10초 후에 자동으로 복귀합니다.]


운석 소환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한 방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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