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최근연재일 :
2024.07.07 17: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73,129
추천수 :
1,403
글자수 :
100,264

작성
24.07.03 06:05
조회
4,005
추천
64
글자
14쪽

12화

DUMMY


“주, 주군, 더, 더, 더, 하, 할 일이 없다며, 면, 도, 도, 돌아가도로, 록, 하, 하겠습니다, 닷!”


가면 갈수록.

레아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정도가 새롭게 갱신되는 느낌이었다.


“원한다면 돌려보내 줄 수는 있지만, 이제 소환 시간이 4시간으로 늘었는데 드라마 안 봐도 돼요? 정주행도 가능할 것 같은 시간인데.”


레아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사투(?)를 벌여 드라마를 쟁취하느냐.


머릿속에서 얼마나 거세게 논쟁을 벌이는지 동공까지 흐릿하게 풀렸다.


신중호는 레아의 결정이 수월하도록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밤중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다면 저도 안심이 될 것 같은데요.”


레아가 황급히 정신을 되찾았다.


“죄, 죄송합니다, 주군! 사특한 생각에 빠져 주군의 안위를 소홀히 하려 한 점, 크게 벌하여 주십시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네요. 그건 그렇고 사특한 생각이 뭔가요?”

“그······ 그건······ 마, 말이······!”


그만 놀려야겠다.

저러다 레아 얼굴 터질라.


“농담이에요. 그럼 편하게 쉬고 계세요. 저는 잠깐 사랑방 좀 확인해볼게요.”

“네, 넵! 주, 주군의 안전은 소신이 철벽처럼 지켜내겠습니다!”

“하하, 편히 쉬세요.”


레아에게 스마트폰을 넘긴 신중호는 수다방의 반응을 확인했다.


└ 유후! 10층도 5초 컷! 그럼 9층에선 왜 그렇게 오래 걸렸지?

└ 삑사리라도 났나 보지ㅋㅋ

└ 누군지는 몰라도 ㅈㄴ부럽다ㅜㅜ

└ 근데 10층이면 병기 획득권 나왔을 텐데 무슨 무기가 나왔으려나?

└ 각성 스킬 있으면 그와 연관된 게 주로 나오니까 스태프 아닐까? 사제 계열일 테니까

└ 미리내 씨! 무슨 무기인지만 여기에 살짝 공개해 주시죠!ㅎㅎ

└ 근데 3황이 추적하고 있다는데 아직도 잘 숨어 있는 모양이네? 계속 공략해 나가는 걸 보면ㅋ

└ 이제 아하 큰일 난 거 아님? 20층 특전은 아하가 먹었잖아?

└ 응 미노타우로스한테 신성 폭발 안 통함ㅋ

└ 진짜 아이언하트 같은 탱커나 무식하게 때려잡아서 시간을 단축하지, 안 그러면 힘들지ㅋ

└ ㅇㅇ 소마도 아하보다 2분 늦었으니까.

└ 근데 이러다 11층도 5초컷 하면 난리 나는 거 아님?

└ ㄹㅇ 그건 진짜 전대미문 사건 되는 거임ㅋㅋ


기껏 신성 폭발이라고 잘 유도해 놓았는데.

여기서 다시 5초 공략을 해버리면 기껏 오해하기 좋도록 꾸민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랜덤 박스 보상을 포기하는 건 하책이었다.


이번만 해도 소환석 강화권을 통해 소환 시간을 무려 4시간이 늘렸지 않은가?


이제 레아를 저녁 11시에 소환하면.

다음날 새벽 3시에 한 번 더 소환해서 아침 7시까지 경계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고릴라 쥐새끼(?)가 어떤 방법으로 소환석을 찾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낮에 버젓이 휘젓고 다니지는 않을 거였다.


무엇보다 그 대상이 정말로 랭킹 3위 윤창대라면.

그의 인지도 때문에라도 낮에 돌아다니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상대가 활동하는 밤만 주의하면 될 일.


“레아, 혹시 원룸 밖으로 인기척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나요?”

“송구합니다, 주군. 아직 제 실력이 미천하여 반경 50미터까지 밖에 기감을 잡아내지 못합니다.”


······그 정도도 충분히 사기 같은데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그런데 아직 드라마 안 보세요?”


레아는 자신처럼 사랑방을 확인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군······. 혹시 주군을 호위함에 있어 소신이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면, 부디 모든 걸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레아도 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수다방에서 오가는 글을 다 확인했을 거였다.


그러니 세 랭커가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겠지.


예전 같았다면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굳이 말하지 않았겠지만.

레아는 이제 확실한 대처 방안의 핵심이 되었다.

그렇기에 신중호는 박소율과 그녀를 통해 들은 얘기를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모든 정보를 다 들은 레아가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주군, 아뢰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뭔가요?”

“허락만 해주신다면, 지금 당장 김태민, 박소율, 윤창대 세 역적의 목을 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참초제근(斬草除根)한다라.


어쩌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정말 살심을 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심되는 것 자체를 깔끔히 없애면 걱정할 일이 없어질 테니까.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큰 문제가 존재했다.


“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사는 곳은 찾을 수 있습니다.”

“네, 워낙 유명하니까요. 하지만 그곳의 엄중한 경비를 뚫고 그들을 해치울 자신이 있나요? 레아 씨 혼자서?”

“······제 목숨을 바쳐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신중호는 목소리를 살짝 내리깔며 다시 물었다.


“제가 묻고 싶은 건,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냐는 거에요. ······가능, 하시겠어요?”


레아는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몰랐다.


레아는 가상의 적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정도로 어수룩한 기사가 아니었다.


“다음. 레아 씨가 사라진 후에 혼자 있는 저를 누가 지킬 수 있나요?”

“그······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저 원인이 되는 역적들만 뿌리 뽑으면 되는 단순한 일로 생각했건만.


“마지막으로. 지금 세 사람은 서울 첨탑의 유일한 3대 랭커에요. 그들이 죽고 나면 한 달 안에 아니, 이제 62층 공략 시한이 6일 남았으니 6일 안에 첨탑이 폭주할 텐데, 그건 어떻게 막으면 좋을까요?”


첨탑은 최상층을 한 달 안에 돌파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런데 현재 서울의 3대 랭커가 사라지면 4위 초인이라고 해봤자 49층이었다.


40층 이후부터는 초회 차 공략이 어렵기에 50층에서 단번에 62층까지 올라가려면 목숨이 10개여도 부족할 거였다.


그러니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그저 랭커 셋 죽이면 끝난다는 건 아주 근시안적인 해결책이었다.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잠시 이성적인 판단이 흩어졌던 레아는 그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는 다시 새빨개진 얼굴로 허리를 푹 숙이며 사죄했다.


“미천한 소인이 너무나 얼토당토않은 말로 총명한 주군의 귀를 어지럽혔습니다! 부디 저를 크게 벌하여 주십시오!”


신중호는 그제야 딱딱하게 굳혔던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


“허리 펴세요. 어차피 어지럽히지도 않았고요, 저를 위해 해준 말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다만, 누군가를 죽이는 건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줬으면 좋겠어요.”


레아는 허리를 여전히 굽힌 상태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신중호는 몇 번이나 허리를 펴라고 얘기하다가 끝끝내 명령을 거론해서 겨우 레아의 허리를 바로 세웠다.


겉보기나.

정신 연령이나.

10대 소녀가 분명할 것 같은데.


충무공이 손뼉 치며 기뻐할 정도로 충성심이 어쩌면 저렇게 대단한지 모르겠다.


신중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제안했다.


“오늘 일도 끝났겠다, 드라마나 같이 볼까요?”

“······네?”


레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인데 난데없이 드라마라니?


하지만 신중호는 정말로 드라마를 보고 싶었는지 스마트폰을 조작해 1화를 재생했다.


레아는 얼떨결에 그의 옆에 서서 주변을 경계하며 드라마를 같이 시청했다.


대략 20여 분 정도가 흘렀을 참이었다.


“아, 저는 피곤해서 슬슬 자야겠네요.”

“네! 주군의 안전은 제가 목숨을 걸고 지켜내겠습니다!”

“참, 드라마 내용이 궁금한데, 레아가 다음 화까지 계속 본 다음에 내일 알려줄래요?”


레아는 이번에도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네?”

“그냥 직접 보는 것보다 레아한테 줄거리를 듣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 네······ 안녕히······ 주무시길.”


레아는 안대를 쓰고 잠을 청한 신중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모르지 않았다.

주군이 자신을 위해 배려한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런 따스한 마음씨의 주군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솟구쳤다.


레아는 전쟁고아였다.


어쩌다 군부에 들어가 노역을 하던 중, 검에 재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며 기사의 종자로 들어간 후.

최연소의 나이로 영주를 모시는 기사가 되었다.


평생 검을 휘두르고.

적군을 참살하고.

몬스터를 도륙하는 것밖에 해본 것이 없었다.


그랬기에 지구에 소환되고 나서도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주군을 지키며, 몬스터를 무찌른다.


그러나 지금의 주군인 신중호는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었다.


그가 무슨 일을 시키든 항상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고.

전투가 없을 때는 항상 편히 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배려해주었다.


부동자세로 온종일 서 있을 수 있는 레아였으나.


오히려 그런 자유로움이 그녀의 몸을 안달 나게 했다.


그나마 한국 드라마라는 신문물을 접하면서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그런데 이렇게 참되고 어진 주군을 노리는 자가 있다니!

그것도 같은 첨탑 소속의 초인이란 작자들이!


그 사실을 되새길 때마다 분노가 온 정신을 지배할 것 같았다.

하지만 주군이 바로잡아 준 정신을 다시 타락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서울 첨탑의 랭킹 3위라는 윤창대.


만약 그가 주군이 말했던 고릴라 같은 쥐새끼라면.


그리고 그가 감히 주군이 계신 이곳까지 제 발로 찾아온다면.


그때는 똑똑히 보여주리라.


쥐새끼만 한 고릴라가 무엇인지를.


레아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분노를 조용히 다스리며.


······주군께서 내려주신 임무를 수행했다.


주군의 안전을 위한 경계와.

주군의 궁금함을 위한······ 드라마 시청.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보는 드라마는 그 어떤 때 보다.

가슴을 콕콕 자극했다.


*


시간을 거슬러 신중호가 10층을 공략하기 몇 시간 전.


서울 첨탑 랭킹 1위.

김태민의 62층 공략 날짜가 내일로 다가왔다.


김태민은 평소처럼 정우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쉬운 소리를 했다.


“청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 불쌍한 까망이를 미리내에게 강탈당한 비극적인 사건을요. 그 일 때문에 제가 상심이 좀 큽니다. 이러다가 저 정말 이번 62층 공략을 실패할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정우진이 눈앞에 있었다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상심이 얼마나 크면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냐고.


그러나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는 정우진으로선 그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수밖에 없었다.


- 며칠 전에 전해드린 스킬 강화권으로도 부족하단 말씀입니까?


“다 아시는 분이 피차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왜 목숨을 걸고 최상층 등반하고 있겠습니까? 다 나라의 안녕을 위한 게 아니겠습니까?”


- ······현재 초인 관리청이 보유한 아이템은 62층 공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뿐입니다.


“네, 저도 잘 압니다. 제가 설마 벼룩의 간을 빼먹겠습니까, 하하! 그저, 62층 공략이 끝나면 영국의 엑스칼리버 대여 좀 추진해달라, 이 얘기죠. 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초인인데, 이제 엑스칼리버 정도는 들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 ······초인 관리청도 힘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하하하, 당연히 저도 한국의 국민으로서 희생을 감수할 생각입니다. 62층에서 나온 마석을 모두 기부하면 충분할 거로 생각되는데······ 안 그런가요?”


엑스칼리버의 일주일 대여료가 300억이었다.


그것을 62개의 마석, 6,200만 원으로 갈음하겠다는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 그것만으로는······ 무리가······


김태민이 사람 좋던 웃음을 싹 거두며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우진 청장님. 지금 그 말씀은 서울 첨탑이 62층에서 무너져도 괜찮다는 말씀입니까?”


저층을 등반할 때는 초인 관리청에 몸을 의탁해 단물을 다 빼먹고.

이제는 초인 관리청 소속에서 벗어나 홀로 최상층 등반에 열을 올려서 이 상황을 자초한 사람이 바로 김태민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직도 초인 관리청의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수화기 건너편에서 패배한 자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겠습니다. 이번 62층 공략에 성공하시면······ 어떻게든 방도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김태민이 다시 활기차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역시 청장님이라면 그렇게 확답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청장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62층 공략에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참, 부디 이번에는 말을 바꾸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혹시 알아요? 초인 관리청의 부실한 대응에 실망한 한국 랭킹 1위가 다른 나라로 가게 될지?”


- ······알겠습니다. 부디······ 62층 공략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통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화 NEW +2 3시간 전 907 36 14쪽
16 16화 +5 24.07.06 2,662 74 14쪽
15 15화 +3 24.07.05 3,275 69 14쪽
14 14화 +5 24.07.04 3,562 82 13쪽
13 13화 +5 24.07.04 3,882 76 12쪽
» 12화 +6 24.07.03 4,006 64 14쪽
11 11화 +8 24.07.02 4,128 84 13쪽
10 10화 +9 24.07.01 4,279 86 13쪽
9 9화 +4 24.06.30 4,329 81 13쪽
8 8화 +4 24.06.29 4,491 77 12쪽
7 7화 +7 24.06.28 4,589 79 14쪽
6 6화 +3 24.06.27 4,795 80 13쪽
5 5화 +2 24.06.26 5,055 90 13쪽
4 4화 +3 24.06.26 5,145 93 13쪽
3 3화 +7 24.06.25 5,388 103 11쪽
2 2화 +7 24.06.24 5,738 112 13쪽
1 1화 +11 24.06.24 6,899 11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