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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운석 소환은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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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작품등록일 :
2024.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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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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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3쪽

9화

DUMMY


“와아, 대박! 중호 씨, 뉴스 봤어?”


박소율이 호들갑을 떨며 카페에 들어왔다.


“오늘도 공략에 나서시나요?”


아무 일도 모른다는 듯이 침착하게 되묻는 신중호의 태도가 어이없게 느껴졌다.


아니, 이런 대박 사건을 모른다고?

어쩜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있지?


뭐, 그래서 이 남자를 상대하는 게 재미있는 거지만!


“미리내요, 미리내! 이번에 2층, 3층을 연달아 공략했어요! 그것도 5초라는 짧은 시간으로!”

“그게 대단한 건가요?”


하여튼, 누가 탑알못 아니랄까 봐!


“엄청 대단한 거죠! 지금껏 전 세계 최고 기록이 2층은 18분, 3층은 27분이었는데요! 그걸 단 5초 만에 깬 거라고요!”


신중호가 무심히 대꾸했다.


“박소율 초인님도 가능하지 않나요?”


박소율이 입꼬리가 짧게 씰룩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면서도 은근히 사람 추켜세우는 재주가 있단 말이지?

전생에 혹시 카사노바가 아니었을까?


“뭐, 저야 가능하죠. 2초? 1초? 펑! 하면 끝일 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재공략이라 기록 측정도 안 돼요. 그런데 미리내는 초회 차 만에 5초로 공략했다니까요!”


이야기가 다시 미리내로 돌아왔다.


신중호는 박소율이 하는 이야기를 대충 맞장구치며 들어주었다.

공략 시간으로 놀라는 반응이야 수다방을 통해 충분히 확인한 참이었고, 신성 폭발이 스킬일 거란 추측도 알고 있었다.


오늘은 딱히 새로운 정보가 없는 건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신중호는 평소와 다르게 넌지시 호기심을 드러냈다.


“사장님은 아직도 미리내를 찾고 계신가요?”


박소율이 돌연 먹잇감이 그물에 걸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우리 중호 씨가 관심을 먼저 보일 때도 다 있네? 혹시······”


박소율이 속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듯이 두 눈을 마주치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실수했나?


신중호는 최대한 무덤덤한 표정을 가장하며 박소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얼굴을 보며 평소처럼 성희롱을 언급하려던 찰나.


박소율이 깔깔 웃으며 물러났다.


“미리내한테 질투심 느끼는 거 아니죠? 내가 우리 중호 씨 상대 안 해주고 너무 미리내 얘기만 했나?”


······세이프였군.


“······사장님이 미리내를 빨리 찾으셔야 미리내 이야기를 그만 들을 수 있겠죠.”

“에이, 사람 참 재미없다! 요즘 한국이 미리내 얘기로 얼마나 떠들썩한데!”

“저는 유명인은 딱히 관심이 없어서요.”

“유명인? 풉! 하긴, 미리내도 유명인이라면 유명인이긴 하겠다. 아무튼, 이 미리내라는 사람이 은근히 조심성이 많나 봐요! 최근 일 그만둔 사람들을 탈탈 털어도 나오는 게 없어요!”

“······그거 범죄 아닌가요?”

“에이! 순진하시긴! 요새 대한민국이 돈 아니면 안 되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건······ 그렇죠.”

“푸훗, 인정할 건 또 인정하네? 아무튼, 아무래도 방향이 잘못된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일단 카페 알바생들부터 뒤져 보기로!”


신중호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기침을 간신히 삼켜내며 물었다.


“······무슨 논리인가요?”

“왠지 미리내가 카페 알바생일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보통 편의점을 먼저 떠올리지 않나요?”

“에이, 제 촉이 말해준다니까요! 미리내는 카페 알바라고!”


그 촉.

대체 뭡니까.


신중호가 차마 뭐라 대꾸하질 못하자 박소율이 깔깔 웃었다.


“뭘 그렇게 얼고 그래요! 중호 씨는 예전에 탈탈 털어 봤는데!”

“······네?”


그게 무슨 소린가요?

탈탈······ 털다니?


“면접이요, 면접!”


면접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아······ 네에······.”


신중호의 밋밋한 대답에 히죽 웃은 박소율이 이내 누군가를 떠올린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20일 안으론 빨리 찾아야 해요. 그 고릴라 쥐새끼한테 서울 북쪽은 제 구역이라고 으름장을 놔서 일단 마지막에 찾기로 했거든요! 근데 제 촉은 미리내가 분명 여기, 서울 북쪽에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그 촉 대체 뭡니까.


신중호는 목이 까끌까끌해지는 느낌을 애써 참으며 평범하게 물었다.


“미리내를 찾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박소율이 먹잇감을 찾은 맹수처럼 눈을 빛냈다.


“후후, 중호 씨······ 미리내한테 은근히 관심이 많네요?”


신중호는 준비해둔 대답을 꺼냈다.


“카페 사장님이 무척 좋아하셔서요.”


박소율이 사납던 기세가 바로 풀렸다.


“푸훗! 진짜 선수라니까? 외모도 번듯한 사람이 연애 한 번 안 해봤다니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탈탈 털어보셨잖아요.”


박소율은 다시 깔깔 웃었다.


“내가 이래서 우리 중호 씨를 좋아한다니까! 아무튼! 미리내를 찾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박소율이 돌연 귓가에 다가와 속삭이며 물었다.


“그게 정말 궁금하면 나중에 저랑 단둘이 미리내한테 가볼래요? 어떤 신음이 흘러나와도 전혀 안 들릴 정도로 아주 은밀한 장소가 있는데.”


······무조건 사양하겠습니다.


*


“후우······ 시간은 벌었나?”


카페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집안.


신중호는 앞으로의 계획을 곰곰이 되짚었다.


일단 고릴라 쥐새끼(?)의 탐색은 20일 뒤에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소율이 서울 북쪽 지역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을 테니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신상을 탈탈 털었었다니······


면접이라고는 했지만, 박소율의 성격상 절대 그게 끝이 아닐 터였다.


언제 박소율의 불시검문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20일의 시간이 남았다고 희희낙락할 생각은 없었다.


“내 목숨값이 귀환권 2장이라.”


신중호는 귀환권 5장을 꺼내 보였다.


만약에 이 귀환권을 모두 준다면 박소율이 자신의 편으로 돌아설까?


고작 소환석이 뭐라고 사람의 목숨을 개미처럼 여긴단 말인가······


신중호는 붉은 소환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레아의 엄청난 무용을 떠올렸다.


······뭐긴 하네.


아무튼.


방침은 바뀐 게 없다.

계속해서 상층 공략을 해나갈 뿐.


신중호는 다음 날부터 레아를 불러 첨탑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공략 시간은 저녁 10시.


매일 반복해서 새로운 층에 도전했고, 운석 소환 스킬로 단 5초 만에 클리어했다.


공략 보상은 마석이 1개씩 증가.

경이로운 업적은 랜덤 박스 1개.


언박식은 당연히 레아가 도맡아 했다.


펑!


[마석 6개를 획득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주군······! 이런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을······!”

“괜찮아요. 이것도 돈인데요, 뭘.”

“하지만 지금은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언젠간 돈 되는 날이 있겠죠.”


다음날 5층 공략.

5초.


펑!


[마석 9개를 획득했습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주군!”

“괜찮다니까요. 차라리 앞으로 마석 나와도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다음날 6층 공략.

6초.


운석 고르는데 시간이 살짝 허비되었다.


펑!


[마석 3개를 획득했습니다.]


“······!”


······이쯤 되면 좀 미안하긴 한데?

슬슬 바통터치를 해줘야 하나?


손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저러다가 노이로제에 걸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특전인데 설마 함정이 들어있겠어?


다음날 7층 공략.

5초.


펑!


[첨탑 입장권 1장을 획득했습니다.]


“오오! 역시 주군이십니다! 랜덤 박스는 고귀한 주군을 위한 안배였습니다!”

“레아 씨가 확률을 높여줬을 뿐이죠.”

“아닙니다! 이 결과는 순전히 주군의 인망 덕분입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마석 1개가 나오면 어쩌려고?


다음날 8층 공략.

5초.


펑!


[자유 소환권 1장을 획득했습니다.]


“소신, 정말 감복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성군과도 같은 주군의 진정한 은덕이옵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니······

두 번 다시 랜덤 박스에는 손도 안 대겠군.


그건 그렇고 7번의 랜덤 뽑기 끝에 제법 괜찮은 게 나왔다.


[자유 소환권]

- 피소환인을 지정한 장소에 소환합니다.


소환석에 손을 대지 않고 아무 장소에서나 레아를 소환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정말 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레아라는 해결사를 부르면 된다는 얘기였다.


물론 소환석으로 인해 정체가 노출될 위험은 여전히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 인지만 하고 있다면 위급한 상황을 한 번은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세대로 득템 운이 계속 올라간다면 좋겠는데······!


다음날 9층 공략.


[25번 첨탑 9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목표 : 강인한 대형 좀비 10마리를 해치우세요.

= 기한 : 1:00:00


최소 2미터 이상의 크기에 몸집은 성인 다섯 배.


이쯤에 오면 일반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강인한 대형 좀비 한 마리조차 해치울 수 없을 거였다.


하지만 첨탑을 공략하는 건 초인.


이미 많은 전투 경험과 스킬 숙련도가 쌓였을 테니 초인 다운 전투법이 몸에 익었을 때였다.


새롭게 보는 몬스터는 처음이 어려울 뿐이었다.

초회 차 공략을 노릴 게 아니라면 저층에서는 반복 도전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공략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다른 보편적인 초인들 얘기였다.


재차 이야기하지만.

거대한 운석 앞에서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었다.


“운석 소환.”


적당히 눈에 보이는 것 아무거나 선택했다.


검은 하늘이 열리고 운석이 떨어졌다.


그 크기가.

사뭇 심상치 않았다.


“이건······! 0.1채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보면 나도 알아요.


콰아아앙!


단독주택쯤 되는 운석이 떨어졌다.


안타깝게도 좀비 무리 한가운데를 노렸지만, 궤도가 살짝 어긋났는지 뒤쪽의 다섯 마리만 운석 밑에 깔렸다.


한가운데에 떨어졌어도 몽땅 죽이기는 힘들었겠지만.


남은 다섯은 충격파에 밀려 데굴데굴 굴렀다.

그래도 ‘강인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아무도 죽지는 않았다.


“레아! 어서 남은 놈들을 정리해 줘요!”

“충!”


레아가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아, 강인한 대형 좀비는 상대가 힘든 거 아냐?


1층에서는 고깃집의 도살자처럼 토막 쳤지만, 그건 일반 좀비 얘기였다.

그 뒤로는 레아가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갑자기 올라간 난도에 뒤늦게 그녀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신중호는 귀환권을 손에 들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강인한 대형 좀비들이 그사이에 자세를 잡고 일어나 레아에게 달려들었다.

덩치 차이가 무려 10배나 나는 느낌에 그야말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연상되었다.


레아의 검격이 튀어나오기 전까지.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스걱!


총 다섯 번의 휘두름.


그에 따라 다섯 개의 좀비 머리가 데구르르 땅바닥을 굴렀다.


음······

그냥 운석 소환 스킬을 봉인해도 되지 않을까?


신중호는 9층 공략 시간을 확인했다.


[25번 첨탑 최단 시간 기록]

# 9층 : 59초 - 미리내


1분 컷이라.

여기까지도 세이프이려나?


첨탑에서 귀환하니 바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공지 : 미리내 님이 25번 첨탑 9층을 최단 시간으로 공략했습니다.]


[경이로운 업적 달성!]

[경이로운 업적 특전으로 랜덤 박스 1개가 제공되었습니다.]


다행히 1분까진 경이로운 업적으로 인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시죠?”

“더 빨리 처치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지켜봤을 때도 공격에 맞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지금도 별다른 부상 흔적이 없었다.


신중호는 레아의 안전을 확인한 후에 공중에 떠 있는 랜덤 박스의 포장을 풀었다.


펑!


[마석 1개를 획득했습니다.]


레아가 자동반사적으로 칭찬 세례를 퍼부으려 했다.


“역시 은혜로운 주군답게 귀하······!”


그러나 주먹만 한 검은 돌덩이 하나만 달랑 떨어진 모습을 보고.


황급히 태세전환 했다.


“······지 않은 아이템이 나와 무척 황송합니다! 이 모든 건 소신의 부덕함 때문입니다! 저를 크게 꾸짖어 주십시오!”


그러니까 그냥 운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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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7 24.07.01 1,907 46 13쪽
» 9화 +2 24.06.30 1,952 39 13쪽
8 8화 24.06.29 2,057 39 12쪽
7 7화 +3 24.06.28 2,124 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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