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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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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1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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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10,448

작성
24.01.0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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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16)

DUMMY

132화


하지운은 성안의 모든 산 사람들에게 주둥이를 꽉 다물 것을 명하였다.

그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이절 드 라 게어 경이 입을 크게 벌리고 욕설을 뱉어 냈다.

그는, 방금 죽어서 내성 밖으로 날아간, 윌리엄의 사촌 동생이자 죽은 다니엘라 양의 친오빠다.

잠시 후 나이절 경은 만용의 대가로 혀와 생식기를 잃었다.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잔혹한 훈육 과정을 목도한 뭇 용사들이 고개를 처박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서는, 일 분도 지나지 않아서, 하지운 본인이 입을 쩍 벌리고는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좀 굴었다고, 한 전도유망한 청년의 삶을 일순간에 나락으로 처박아 버렸던 인간 말종이 진정한 내로남불의 본보기를 제시한 것이다.


“으브으으으브읍!”


비운의 신부로 전락한 용사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하지운에게 통렬한 비판을 하려는 순간, 성벽 밖에서 뭔가에 억눌린 듯한 괴상한 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당최 무슨 상황인지 알 도리가 없어 당황한 용사들이 하지운을 노려보며 입술만 달싹거렸다.

배를 잡고 웃어 대던 하지운이 겨우 진정을 하고는 호탕하게 외쳤다.


“나를 따르라! 크흐읍! 프하하하!”


힘차게 외치다 말고 다시 한참을 웃던 하가 놈이 갑자기 내성의 성문 구조물 위로 단숨에 뛰어 올랐다.

그러고는 염동력으로 구 체험 마차와 맨프레드 밸런 군을 성문 구조물 위에 올려 두었다.

잠시 후 홀가분해진 마저리 벨포 양도 허공을 날아와, 마차의 마부석에 고정되었다.

뉴 체험 마차에서는 우측 첫째 자리에 배치될 그녀이지만, 당장은 손님 좌석이 부족해 누추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성의 출입을 통제하는 구조물은 게이트하우스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성을 방어하는 데 있어, 워낙 중요한 건물이기 때문에 사이즈가 장난이 아니었다.

체험 마차뿐 아니라 수십 명의 거구가 올라와 있어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는 크고 단단한 건물이다.


구 체험 마차에 새 식구를 세팅하는 동안, 좀비들에게 안긴, 다소곳한 용사들이 내성의 성벽 위로 올라와 죽 나열해 섰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성벽 위에서도 울음 섞인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라 게어 가문 사람들은 몸부림을 치면서 고래고래 저주를 퍼부었다. 물론 하지운에게 말이다.


외성 안마당 한가운데서, 벌거벗은 청년 하나가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 엎드려 오열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청년의 정체는 바로, 윌리엄 드 라 게어의 몸에, 새롭게 정착한 스물아홉 번째 참가자였던 것이다.


인명 경시 풍조에 찌든 소시오패스 하지운이, 크랜필드의 몰빌 경에 이어, 또다시 대회 참가자를 제멋대로 만들어 낸 것이다.

피어스 몰빌 경 같은 경우에는 강간왕의 부활에 놀란 나머지 확인 차원에서 했던 짓이지만, 이번 경우는 명백히 삿된 의도를 가지고 행한 장난질이다.


이 분 동안, 브리갠트의 모든 산 사람의 시선에서, 차단되었던 윌리엄의 시신은 명백하게 부활 가능한 재료의 조건을 갖추어 버리고 말았다.

머리도 그대로 붙어 있고 팔다리도 셋 이상이 멀쩡히 불어 있던 터라, 시신의 상태도 지극히 양호했다.

관통상이나 자상은 당연히 부활 과정 중에 자동으로 치료되기 때문에, 고려 조건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윌리엄 호소인은 울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전생에 라이벌 조직에게 납치되어 실컷 고문당한 뒤, 뒤통수에 총알이 박힌 채 죽은 그이다.

그런 서글픈 사연을 가진 그가 부활하기가 무섭게 또 처형당하게 생겼으니, 서러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던 것이다.


사실 저승에서 걸레짝 같은 목록을 보자마자, 느낌이 미치도록 쎄하긴 했었다.

하지만 워낙 끔찍하게 살해당했던 그인지라, 반드시 살아 돌아가서,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임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 정도로 좆 될 줄은 까맣게 모르고 말이다.


얼마 안 있어 성안의 모두가 현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청년도 울고 용사들도 울고 두 백작도 울었다.

심지어 연쇄 살인마 마저리 양마저도 펑펑 울었다.

남 일 같지가 않아서다.

하지운만 웃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청년이 비틀비틀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개떡 같은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미친 마왕을 상대할 수는 없다.

어차피 처음부터 갈 곳이라고는 문짝이 사라진 외성의 게이트하우스밖에 없었다.


내성의 성문이 어제 오전부터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는 건 청년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문이 열려 있든 말든, 청년은 제 발로 내성에 기어 들어갈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골라 온 능력조차도, 내성 안에서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혀도 없고 생식기도 없는 눈물겨운 청년이 외성의 입구 앞까지 어찌어찌 겨우 당도했다.

활짝 열려 있는 여닫이문을 본 청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달음에 달려가려는데, 갑자기 그의 발 앞에 시커먼 마법진 세 개가 천천히 그려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청년이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청년의 가랑이 사이에 미세하게 뚫린 구멍에서 세찬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듭되는 미친 상황에, 청년의 의지력이 완전히 박살 나 버린 것이다.


살의 태반이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소머리 좀비 세 마리가 형태를 드러냈다.

모가지를 꺾어 대며 다가오는 세 좀비에게, 청년이 마지막 몸부림을 쳐 보았다.

아예 바닥에 넙죽 엎드려 버린 청년이 좀비들을 향해 엉덩이를 내민 후, 아랫배에 힘을 꽉 주었다.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독가스가 터져 나왔다.

외성의 게이트하우스 주변이 단숨에 그 어떤 생물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죽음의 영역으로 변해 버렸다.

다행히도 외성문 밖에 있던 새 마차는, 하지운이 보낸 소머리에게 잡아끌려, 애저녁에 언덕 밑으로 강제 이송되었기에 별문제 없었다.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외성문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오던 벌레들만 떼 몰살을 당해 버렸다.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좀비들은 그냥 멀뚱거리기만 하면서, 수치스러운 자세로, 엎드린 그를 더욱 뻘쭘하게 만들었다.

다시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죽음의 가스를 배출하려는 순간, 가운데 서 있던 좀비가 난데없이 싸커 킥을 날려 버렸다.


가스가 나오던 구멍에 우악스러운 좀비의 발이 고속으로 꽂히면서, 가련한 청년은 순식간에 전투 불능 상태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외면받기는 했지만, 살상력만 따지면, 마법 못지않은 최강의 능력을 골라 온 청년이었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단 한 번 만에 능력 발동을 성공시킨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싸울 상대를 지나치게 잘못 만나 버린 것이다.

이미 죽어서 호흡 자체를 안 하는 시체들에게 독가스 살포를 한다는 건 단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삽질에 불과했던 거다.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에, 바닥에 깔려 있던, 미량의 가스마저도 싹 다 날아가 버렸다.

외성문 주변에 정화 마법까지 남발하며, 마왕 하지운이 강림했다.

손에는 여전히 뿔 달린 철퇴가 들려 있는 중이다.


이미 한 번 죽였지만, 같은 ‘골렘 소환’ 능력으로 같은 몸의 참가자를 한 번 더 죽일 경우, ‘골렘 소환’ 능력에 경험치가 또다시 붙을지 궁금했던 하지운이다.

궁금하면 그냥 확인해 버리는 게 하가 놈이다.


아랫도리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한 청년이, 자신의 명치에 또다시 박힌 괴상한 형상의 쇠꼬챙이를 내려다보고, 눈물 한 방울을 떨구었다.

그러고는 이내 ‘방귀 배출’ 능력과 십 톤 용량의 저장 공간을 넘겨주면서 절명하고 말았다.


덤으로 ‘골렘 소환’ 능력에 경험치까지 붙여 주고 떠났다.

같은 몸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영혼이 다르면, 다른 놈으로 인식하고, 경험치를 추가로 얹어 주는 모양이었다.


어지간한 하지운도 이 청년의 몸으로 ‘사령술’까지 시도하지는 않았다.

마력을 일으켜 단숨에 시신을 태워 버린 후, 금세 내성문 위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윌리엄의 수술된 머리는 빼먹지 않고 잘라 온 하가 놈이다.


사실 참가자의 시신을 대상으로는 ‘사령술’이 먹히지 않는다.

도전에 실패한 참가자의 영혼은 즉시 소멸되기 때문이다.

토벌대를 전멸시켰던 그날 지체 없이 확인해 봤었던 하가 놈이다.

여전히 놈은 의식의 흐름조차 뻔뻔스럽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내성문 구조물의 옥상에는 체험 마차와 세 명의 승객 그리고 기절한 맨프레드 군이 소머리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자신이 몇 분 후에 겪게 될 일을 미리 목도한 맨프레드 군은 똥을 한 무더기나 싸질러 놓고는 꿈나라를 헤매는 중이었다.

울화가 치민 하지운이 전면의 흉벽을 걷어차 버린 후, 잠꾸러기와 냄새가 진동하는 바닥을 물청소했다.

십이월 중순에 알몸으로 냉수 세례를 당한 청년이 기겁을 하면서 깨어났다.


진저리를 치던 맨프레드 군은 옆통수를 따갑게 만들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버렸다.

청년은 눈물을 철철 흘리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무표정한 살인마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청년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세 남녀 살인마들도 오열을 해 버렸다.

자신들의 앞날도 눈부실 정도로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맨프레드 호소인도 윌리엄 호소인처럼 저장 공간과 경험치 그리고 닭 벼슬이 달린 머리통을 남기고 이승을 하직하였다.


이번에는 하지운조차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소음 공격’을 골라 온 친구가 혀가 없는 몸으로 절망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니, 천하의 하가 놈도 차마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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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겨울 여행 (2) 24.01.04 45 1 9쪽
134 겨울 여행 (1) 24.01.02 45 1 10쪽
» 신념을 가진 미친놈 (16) 24.01.01 39 1 10쪽
132 신념을 가진 미친놈 (15) 23.12.29 38 1 9쪽
131 신념을 가진 미친놈 (14) 23.12.27 40 1 9쪽
130 신념을 가진 미친놈 (13) 23.12.25 4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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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1) 23.12.20 44 1 9쪽
127 신념을 가진 미친놈 (10) 23.12.18 47 1 9쪽
126 신념을 가진 미친놈 (9) 23.12.16 50 1 9쪽
125 신념을 가진 미친놈 (8) 23.12.14 53 1 9쪽
124 신념을 가진 미친놈 (7) 23.12.11 48 1 9쪽
123 신념을 가진 미친놈 (6) 23.12.09 47 1 9쪽
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50 1 9쪽
121 신념을 가진 미친놈 (4) 23.12.05 53 1 10쪽
120 신념을 가진 미친놈 (3) 23.12.03 54 1 9쪽
119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23.12.01 49 1 10쪽
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63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58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53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3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50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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