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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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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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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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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0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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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DUMMY

118화


“내가 로저가 아닌 건 명확한 사실이다. 그래, 난 이십일 세기 지구에서 살다 온 문명인이지.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든, 그건 내 마음이지. 내가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안 들면, 너희가 날 죽이면 되는 거고. 여덟씩이나 몰려와서, 한꺼번에 덤벼 놓고, 병신같이 처맞고 있는 것들이 말야. 어디서 큰소리야? 죽이라느니, 말라느니. 고문을 왜 하냐느니. 꼴값들을 하네.”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에도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청춘 남녀들의 낯가죽이 시커멓게 죽어 갔다.


“일단 너희에게 물을 먹인 건 내가 묻는 말에 빠릿빠릿하게 대답하게 하려고 그런 거야. 첫 질문부터 용감하게 버텼잖아, 너희 용맹한 전사들이.”


열정적인 사나이 알폰소 군이 일행을 대표해서 용기 있게 나섰다.


“흐윽... 저희 명칭 같은 거 없는데요.”

“그럼 없다고 했으면 되잖아. 아깐 입 없었어?”

“아, 아니요.”

“너희야 임무 목록이 간소하겠지. 한 스무 명 되냐? 너희 임무 목록에 있는 연놈 대부분이 우리 같은 참가자잖아. 맞지? 난 아직도 임무 목록에 이천삼백 명 가까이가 있어. 죽여도 계속 늘어. 한 달 사이에 몇 십 명이 느는 거야? 너희도 한 달 동안 오십 명이 넘게 늘었냐? 참가자가 그렇게 많은가? 아니, 참가자랑 원수들이랑 구분 좀 해 주면 안 되나? 불편해 죽겠네! 진짜! 야, 너희는 한 달 동안 몇 명 늘었어?”

“......”

“진짜... 낯짝에 불 한번 붙어 볼래?”

“하, 한 명입니다!”

“정말입니다! 저도 한 명 늘었습니다!”

“크흑. 선왕 홀브룩의 스티븐? 맞아?”

“네! 맞습니다! 폐위된 스티븐 왕이 맞습니다!”

“병신 같은 험프리 새끼... 웃겨 죽겠네. 조카 놈을 애저녁에 죽인 줄 알았더니... 못 죽이고 있다가 이제는 급해졌다 이건가? 아휴, 한심한 새끼. 어떻게 죽였기에 부활까지 한 거야? 요즘 개나 소나 부활하는 마당에, 선왕을 죽이면서 시체도 안 태운 건가? 병신 같은 일 처리는 시종일관 변치 않는구나. 험프리는 참 한결같아, 사람이. 하아... 멋져, 아주.”

“......”

“그럼 나머지는 저번에 죽인 놈들 친지들인가? 날 죽이겠다고 액션을 취한 놈들이 그렇게 많아? 이 동네 놈들 간 크네. 어쨌든! 처음부터 너희에겐 별 감정 없었어. 적당히 궁금한 거 물어보고 깔끔하게 죽여 주려고 했다고. 지난달에 죽인 것들처럼 말야.”

“그, 그럼 필리파는 왜...”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안 그래도 젤 죽여 버리고 싶은 놈의 딸 같아 보이는 년이 갑자기 급발진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이렇게 된 거잖아. 내가 급발진했냐? 혀 없는 쟤한테 물어 봐. 왜 그랬냐고.”

“......”

“야, 너. 네 새 이름이 앨리스라고 했지? 네 새엄마와 새로운 너의 원한을 풀겠다고, 저 늙은 병신을 찾아오면 어떡하냐? 너 바보야? 저놈이 첩과 첩 소생의 원한을 풀어 주겠냐? 아니면 널 죽여서 가문의 치부를 감추겠냐? 너 저 새끼가 어떤 놈인지 몰라? 앨리스가 기억 안 남기고 죽었어?”

“아아...”

“저 늙은 걸레가 로저의 집에서 그날 밤에 뭔 짓을 했는지 못 들었냐? 로저의 할미를 성의 앞마당에서 공개적으로 덮쳤어. 대단해, 저놈은. 나이를 안 가려. 요즘 첩으로 어린애만 들이기에, 청소년 성향인 줄 알았더니 육십 대 노인까지... 하긴 육십 대면 저놈 입장에선, 거의 손녀 같은 파릇파릇한 아기인가?”

“우웁! 우으윽!”


갑자기 구토를 쏟아 내는 앨리스 양을 뒤로하고, 일방적인 하가 놈이 다정한 대화를 꾸역꾸역 이어 갔다.


“내가 괜히 저런 괴상한 마차를 만들어서, 저것들을 달고 다니는 거 같아? 아니야! 난 쟤들 죽기 전에 좋아하는 거 맘껏 하고 죽으라고 배려하는 거야. 말 나온 김에, 병신아. 딸 앞에서 샛서방이랑 한번 할래? 너 남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거 좋아하잖아. 원 없이 해. 곧 죽을 건데.”

“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러지 마라! 내가 잘못했다! 제발!”


보다 못한 동물 애호가 후안 에스테반 군이, 혀가 뽑힐 각오를 하고, 하가 놈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로, 로저의 기억을 이어받은 분이시여!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저 두 놈이나 로더릭이나 다 죽어 마땅한 놈들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한 짓을 똑같이 되갚아 줄 필요는 없지 않나요? 자비를 베풀어... 이제 그만 저승으로 보내 주세요! 어차피 저들은 저승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겁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잖아요! 제발... 그만하세요...”

“떨지 마. 예의 있게 건의를 하는데, 폭력을 행사할 정도로 내가 못 배우지는 않았어. 하지만 네 말대로 할 수는 없어. 만약 이게 내 원한이었다면, 한번 고려해 볼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건 온전히 로저의 원한이야.”

“네?”

“우리가 받은 임무 목록! 여기에서 참가자들 빼고 나면, 남는 건 누구야?”

“......”

“누구냐고!”

“몸의... 원래 주인의 원수들입니다...”

“넌 소속이 커드워스구나. 네 원수는 따로 없지? 원수가 같은 참가자잖아. 컬버트 브리즌. 얼음 마법사. 뭘 그렇게 놀라? 지난달에 온 것들이 다 불고, 편하게 죽었다고 했잖아. 네 몸의 원주인 말야. 그날 비밀 통로로 도망친 애들을 추적했던, 그 스무 명 중의 하나 맞지?”

“맞습니다. 지금의 전... 존 커드워스입니다. 그날 도망친 드레이시의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아... 그 추적자들 중 하나입니다.”

“로저의 동생들을 다 죽이고 막내 혼자 남았을 때, 컬버트가 제 놈의 동생을 데리고 나타났다면서? 그 자리에서 너희의 반을 죽이고, 드레이시 가문의 막내딸을 구해서 도망쳤지. 살아남은 열 명은 끝까지 쫓았고. 그러다 한 놈씩 죽어서 결국엔 전멸했지. 왜? 아니야?”

“그게... 하아... 정확하게 맞습니다... 단지... 그... 그 기억을 떠올리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처음에 죽었던 열 명 중의 하나. 그리고 한 놈씩 죽은 열 명. 총 열한 명이 부활했지. 그중에서 넷이 지난번에 토벌대와 같이 왔다가 내 손에 죽었고. 오늘은 여섯이 왔지? 잠깐, 설마 저 공룡 학대범도 너희 일행이야?”

“아, 아닙니다! 처음 보는 분입니다.”

“내가 왜 공룡 학대범이야! 난 진심으로 공룡을 사랑한다고! 그래서 취업도 자연사 박물관에 했다고!”


공룡 덕후 디에고 씨의 말에 진정으로 기함하는 하지운이었다.

공룡과 처음 조우했을 때만큼 놀라 버렸다.


“저, 저런 미친 새끼! 야, 이 또라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공룡을 내 앞에 던져 놓으면 어떡해! 걔 아까 떠는 거 못 봤어? 공룡도 처음 보는 마당에! 공룡이 울려고 하는 걸 봤다고! 그런데 파충류도 눈물을 흘리나? 어쨌든, 걔 아까 까딱 잘못했으면, 저 웨이버튼 놈이 빌려준 영광스러운 쇳덩어리에 맞고 즉사할 뻔했어!”

“......”

“배려심이라고는 제 놈 지능만큼도 없는 새끼네. 못된 놈!”

“못된 놈이라고? 내가? 너... 이 얼굴 정말 모르겠냐? 지금의 난 마틴 피츠램버트라고! 정말 기억이 안 나?”

“피츠램버트라는 성도 처음 들어 본다. ‘피츠’가 불어에서 왔던가? 어쨌든 영어권에서는 누구 후손, 누구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잖아. 어떤 램버트의 후손인데? 난 진짜 금시초문이야.”

“램버트 루지먼트의 후손이다! 아그네스 양의 약혼자 마틴 피츠램버트를 정말 처음 들어 본다고? 로저는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놈이냐...”

“아! 아이, 씨발...”

“다행이다! 로저 놈의 기억 속에 마틴이 있긴 했구나! 그 아이가 정말 불쌍할 뻔했다!”

“근데... 마틴 걔는 왜 죽었어? 아그네스야 겁먹은 걔가 파혼 선언하고 도망치는 바람에, 실망해서 자살했다지만. 걔는 도망쳤으면 잘 살았어야지, 왜 죽었대?”

“아, 아그네스가 자살을 했어?”

“응! 네가 덮어쓰고 있는 놈이 냅다 버리고 도망쳐서.”

“아아아...”

“죽은 이유나 얘기해. 걔도 자살이야?”

“마틴은 다시 아그네스에게 돌아가려 했었다! 자신의 비겁한 행태를 반성하고, 다시 돌아가, 목숨을 걸고 로저 놈에게 맞서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게... 돌아가는 길에, 어디선가 도망친 돼지머리 괴물들과 마주치는 바람에...”

“돼지...머리? 몇 마리? 백 마리? 그 정도로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드레이시인데... 그렇게 많이 도망간 적은 없는데...”

“다섯... 마리...”

“돼지머리 다섯 마리? 족장급인가? 그렇다고 해도... 그럴 수가 있나?”

“아, 아니다... 족장급 아니었다...”

“마틴인가 뭔가 하는 그놈. 뭘 먹었어?”

“여우 피를... 먹었다...”

“똥구멍으로 먹었냐?”

“......”

“이 경우는 로저가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는 게 맞아? 아그네스야 백 퍼센트 로저 잘못이 맞지만. 이건 마틴인가 하는 놈이 너무 엉망으로 산 거 아냐? 여우 피를 어떻게 먹으면, 돼지 새끼한테 져? 과학적으로 그게 가능해? 분유에 섞어 먹었냐? 넌 그놈 기억이 있으니 알 거 아냐? 좀 알려 줘. 내가 의대를 나오질 않아서, 널 해부해 볼 수도 없고. 너무 궁금해! 도대체 이게... 무슨 인체의 신비야? 어른이 신생아 다섯에게 맞아 뒈졌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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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신념을 가진 미친놈 (14) 23.12.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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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신념을 가진 미친놈 (7) 23.12.11 46 1 9쪽
123 신념을 가진 미친놈 (6) 23.12.09 46 1 9쪽
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4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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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신념을 가진 미친놈 (3) 23.12.03 53 1 9쪽
» 신념을 가진 미친놈 (2) 23.12.01 4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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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마왕의 길 (18) 23.11.28 57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52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2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49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5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56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62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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