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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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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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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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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876

작성
23.12.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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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신념을 가진 미친놈 (8)

DUMMY

124화


“제, 제발 이제 그만 날 죽여 줘...”

“조금만 더 참아. 얼마 안 남았어. 이제 하루 이틀이면 네 땅이 나와. 본격적으로 네 죗값을 치를 시간이 도래한 거지.”

“제발! 내 피붙이들 앞에서 날 능멸하지 말고! 제발! 이제 좀 나를 죽여라! 넌 진짜 로저도 아니라면서! 이만큼 했으면 되었지 않느냐!”

“너 저번에 죽은 애들이랑 나랑 얘기하는 거 못 들었냐? 너희 두 마리는 어차피 죽일 거라서, 속 시원하게 듣게 해 줬잖아. 왜 또 귀찮게 칭얼거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말했잖아. 내 복수는 죽은 로저가 만족할 만큼 했을 때 끝나는 거라고. 내가 만족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내 원한이 아니잖아. 내 기억 속의 로저는 절대, 이 정도로 만족하는, 그런 현인이 아니야.”

“네가 로저보다 훨씬 더 악독한 것 같다! 로저 놈이었으면 날 벌써 찢어발겼을 것이야!”

“웃기지 좀 말고, 닥쳐. 네가 로저에 대해서 뭘 알아? 얼굴 보고 얘기한 건, 로저가 죽은, 그날 한 번밖에 없으면서. 난 그놈 기억을 통으로 흡수했다고. 네가 더 잘 알겠냐? 내가 더 잘 알겠냐?”

“제발... 그러지 말고...”

“그만! 엉덩이 아물라고 잠시 쉬게 해 줬더니, 그새를 못 참고 또 조잘거리네. 매 맞을 시간이 됐다는 거지?”


수납장에서 채찍을 꺼내 드는 하지운을 보고, 두 백작 중 막내를 맡고 있는, 대니얼 세비니가 발광을 하면서 눈물을 뿌려 댔다.

두 쓰레기의 오붓한 대화를 엿들으며 불안하게 눈알을 굴리고 있던 그가, 이 다음 상황을 예견하고, 경기를 일으킨 것이다.


“봐라! 이 늙은것아. 너 때문에 애가 울잖아. 아오, 이 이기적인 새끼. 너 하나 때문에 얘까지 죽도록 맞아야 하잖아. 넌 얘가 불쌍하지도 않냐?”

“알았다! 조용히 할 테니 제발 때리지 마롸아윽!”


채찍질도 자꾸 하다 보니, 검술 못지않은 절륜한 경지에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실력이 느는 맛에 때릴 건수만 찾고 있는데, 알아서 매를 버는 대마법사 영감이었다.


하지운이 생각하기에, 이 살인 게임은 피겨 또는 리듬 체조와 같은 관점으로 수행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처럼, 일 점이라도, 앞선 상태에서 끝내면 장땡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게임으로 보였다.


그리고 단순히 다른 참가자들을 다 죽이고, 최종 우승자가 되어서, 지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만사 해결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단순 추측일 뿐이지만, 어쩌면 진정한 본선 경기는 지구로 돌아간 후에 시작할지도 모르는 거다.


그 본선으로 진출하는 과정 중에, 자신이 보이는 모든 언행이 평가받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게 하지운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 추측이 맞는다면, 이 살인 게임은 서바이벌 오디션의 성격을 띤다고 보는 게 가장 적합한 듯하다.


이 모든 건 다른 참가자들을 달달 볶고 나서 나온 결론이다.

참가자들 각자의 사연이 쓰잘데기없이 다양했다.

평범하고 무난한 연놈의 수에 비해, 뭔가 굉장히 독특한 인생을 살다 넘어 온 것들이 한가득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보지 못하는 미친놈이라서 더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하가 놈의 눈에는 관찰을 위한 다양한 샘플들의 묶음을 보는 듯했다.


어차피 하지운 자신이 정의로운 영웅의 샘플 역할을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정도로 가식적인 연기를 잘했으면, 작가를 하기보다, 재수해서 연극 영화과에 지망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임무 수행은 자신의 본성에 맞게 하되, 목록에 없는 놈들은 되도록이면 건들지 않는 걸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목록에 있는 목표물들을 만날 경우,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광기가 폭발하곤 하는 것이다.


지금이 딱 그런 경우다.

두 고귀한 귀족들을 채찍질로 빈사 상태에 몰아넣을 때쯤, 앨커스터주 북동부에 위치한 리들스덴 성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운의 눈깔이 요사스럽게 번들거렸다.

굳이 사람 가려서 죽일 필요가 없는 놀이동산 같은 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리들스덴 영주 월디머 밸런이 거주 중인 이 성은 이 근방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천혜의 요새이다.

벨라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요새인데, 성문이 좀 높은 곳에 만들어져 있어서 도개교를 올려 버리면 세상과 완전히 고립되는 난공불락의 성채다.

괴물 피를 먹고 강화된 용사들도, 과거 이 성을 공략할 당시에, 성벽을 암벽 등반하듯이 기어오르는 것 외에는 방법을 찾지 못했었던 전적이 있다.


지난 험프리의 반란 당시, 앨커스터주 내에서 선왕 스티븐을 지지했던, 몇 안 되는 충신 중 하나가 리들스덴의 전 영주인 레이먼드 솔스였다.


앨커스터주를 비우기 전, 자신의 본거지 지척에 솔스 가문 같은 강력한 집단을 남겨 둘 수 없었던, 험프리가 이 성을 점령했었다.

앨커스터주 내의 반대파들을 무시하는 척 본대를 왕성으로 급히 진군하도록 명령하고, 자신은 정예 병력을 따로 차출하여 이 성 근처에 매복해 있었다.

솔스 가문 등이 이끄는 전사들이 험프리의 병력을 뒤에서 치기 위해 출격하기가 무섭게, 험프리가 이끄는 별동대가 리들스덴의 성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줌도 안 되는 경비 병력으로는, 아무리 난공불락의 요새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해도, 소 피를 먹은 정예 전사들을 상대로 야밤에 기습을 당하고 버텨 내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물론 본대를 쫓아갔던 레이먼드 솔스와 전사들의 사정도 딱히 나을 것은 없었다.

정예 병력이 빠진 험프리의 본대에는 로저 드레이시와 그의 사촌 형제들이 놀러 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연을 가진 거대한 성채를 바라보는 하지운의 심정이 복잡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로저의 기억을 전부 물려받은 그가 이 성의 명성을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 대단한 요새의 공략이 너무도 쉬워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법이 스무 개도 더 된다.


그중에서 흙 마법으로 성벽 밑에 싱크홀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바로 기각했다.

자칫 잘못해서 언덕의 일부가 통째로 내려앉아 버리면, 성안에 죽치고 있는 세 명의 참가자까지 단숨에 깔려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간 극단적인 방법으로 지금 당장 ‘공룡 소환’ 능력을 흡수한 후, 이 성의 이백 미터 상공에 아르젠티노사우루스를 소환하는 아이디어도 떠올렸었다.

체중이 대략 칠팔십 톤 정도 나갔던 것으로 추정되니, 그 정도 높이에서 아성에 냅다 때려 박히면 재밌기는 할 것 같았다.

물론 방금 전과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엽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았지만, 떠오르기가 무섭게 지워 버렸다.

모조리 다 대량 살상이 불가피한 방법들이라, 강탈한 능력들의 레벨 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하지운에게는 아직 일 레벨도 올리지 못하고, 처음 흡수할 때의 레벨인, 육십 레벨에 머물러 있는 능력이 네 개씩이나 있다.

다른 참가자를 상대로 강탈한 능력이 총 여덟 개인데, 그중 ‘염동력’과 ‘순간 이동’은 다행히도 레벨 업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체 변형’과 ‘투시’ 이 두 능력은 백 레벨을 찍었고, 남은 능력은 ‘기력 흡수’, ‘사령술’, ‘은신’ 그리고 ‘골렘 소환’이다. 이 남은 네 개의 능력은 모두 육십 레벨이다.


은신이나 골렘 소환은 강탈한 지 한 달도 안 된 능력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기력 흡수나 사령술은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사령술은 두 달 보름이 지났고, 기력 흡수는 무려 다섯 달이 다 되어 간다.


기력 흡수야 레벨을 급히 올릴 필요성을 전혀 못 느껴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사령술은 그렇지도 않다.

백 레벨이 되었을 때의 부가 능력을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종에 상관없이 사만 구의 시체를 만들어 일으켜 세우고 싶은 것이 하지운의 본심이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 사령술의 레벨 업을 위한 예비 희생자들을 선별해 놓았기 때문에, 다른 능력들을 먼저 신경 쓰면서, 자제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이 성에서는 굳이 자제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하지운은 그동안 남이 보는 앞에서, 사령술을 이용해, 시체를 언데드로 만드는 짓을 절대 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내보이고 다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꼬라지였기 때문이다.


만약 하지운 자신이 굳이 성벽을 부수지 않고 얌전히 몸만 이 성안으로 침투시킨다면, 그때부터는 하가 놈만 재밌는 광경이 펼쳐질 수가 있다.

한동안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하지운과 살려 줄 필요가 없는 놈들만이 존재하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작가의말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네요.

그저께 개인적으로 좀 그런 일이 있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어제 낮부터 급하게 쓰기는 했는데, 이제서야 끝냈네요.

내일은 제 시간에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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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신념을 가진 미친놈 (6) 23.12.09 47 1 9쪽
122 신념을 가진 미친놈 (5) 23.12.07 5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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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신념을 가진 미친놈 (1) 23.11.30 61 2 11쪽
117 마왕의 길 (18) 23.11.28 57 1 10쪽
116 마왕의 길 (17) 23.11.25 52 1 10쪽
115 [수정] 마왕의 길 (16) 23.11.23 53 2 10쪽
114 마왕의 길 (15) 23.11.21 50 1 10쪽
113 마왕의 길 (14) 23.11.19 56 2 10쪽
112 마왕의 길 (13) 23.11.16 56 1 10쪽
111 마왕의 길 (12) 23.11.15 62 1 10쪽
110 마왕의 길 (11) 23.11.12 6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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